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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터미널 고창] 버스 기다리며 '순박한 가을빛 문화 향기'에 취하다

아트공간으로 탈바꿈 / 버스 이용객 대상으로 28일까지 다양한 행사 / 시골 산기슭 노인부터 끼를 찾는 청소년까지 작품 전시·공연·체험

▲ 소리꾼 남미희씨가 ‘문화터미널 고창’에서 아트 콘서트를 하고 있다.

고창군 고창읍에 소재한 고창공용버스터미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이곳에선 지금 다양한 문화행사가 한창이다. ‘2017 여객자동차터미널 아트공간 조성사업’으로 고창버스터미널을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문화터미널 고창’이라 이름붙여 10월 23일에서 28일까지 1주일 동안 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24일엔 ‘문화터미널 고창’ 개소식 행사가 있었다. 전라북도와 고창군이 주최하고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며 고창공동체협의회가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가을빛 연애편지 주마간산에 공류(共流)하다’이다.

▲ ‘문화터미널 고창’에 전시된 김연수 할아버지의 ‘농부미술관’ 작품.

△문화예술로 재탄생하는 고창 촌로들의 숨소리

 

10월 23일은 아트콘서트 ‘칠순 넘으니 그림이 그려지더라-판타지적 서사를 이야기하는 촌로작가의 탄생’전으로 문화주간을 시작했다. 고창군 신림면 용추계곡 기슭에서 농사짓던 손으로 칠순 넘어 생애 처음 어느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김연수 할아버지의 ‘농부미술관’ 작품들이 발굴되어 세상에 나왔다. 칙칙했던 터미널 공간이 밝은 문화공간으로 확 바뀐 풍경에 놀라움도 가시기 전, 버스를 타러 가다 우연히 마주친 대합실 공간의 그림들에 시선을 멈추며 독특한 화풍을 궁금해 하는 버스 이용객인 관객들에게 촌로작가는 자신의 그림이야기를 나눈다.

 

“여름에는 해도 길고 징허게 뜨겁네 / 이 놈의 해는 품도 안팔아 보았나...”로 시작하는, 해리면 월봉마을과 부안면 구현마을 어르신들의 삶의 풍경을 담아 쓴 시들도 등단(?)했다. ‘느르물’, ‘휘어들이’ 따위의, 고창공동체협의회의 마을활동가들이 찾아낸, 특정한 마을에서만 쓰는 토속어들도 선보이고 있다. ‘문화터미널 고창’엔 고창의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들이 ‘촌스럽게’ 표현되는 듯 하면서 삶의 가장 한가운데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역설이 문화예술적 아우라로 재탄생하는 촌로들의 숨소리가 있다.

▲ 버스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꿈꾸는 문화터미널 ‘나들이책방’

 

그런가 하면 ‘꿈꾸는 문화터미널’, ‘끼를 찾는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내걸고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10월 27일과 10월 28일엔 만화 그리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을빛을 담은 고창의 소리꾼 김상수의 소리(23일)와 연애편지를 쓰는 듯한 김혜연의 피아노 연주(24일/28일), 더드림싱어즈의 성악(26일), 김회숙과 여현수의 춤과 장구(28일)가 이어지고 목공예, 원예, 퀼트, 전래놀이, 천연제품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한다. 주마간산하면서도 함께 소통하기 즉 공류하자는 취지다.

 

터미널 로비와 대합실에서는 청소년들과 어른들을 위한 ‘나들이책방’을 상시 운영한다. 다양한 종류의 책들 5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버스를 기다리고 터미널을 드나들며 잠깐 들여다 볼 수도 있고 대출자 기록을 하고 책을 빌려갈 수도 있다. 버스 이용객들이 집에 있는 책들을 기증하여 함께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책을 훔쳐가지 않을 양심(?)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책읽기를 나누고 지식을 나누는 인문학적 공유의 무인책방이니까. 그래서 ‘나들이책방’이다.

 

△체류시간 28분을 즐겨라

 

고창공동체협의회에서는 ‘문화터미널 고창’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 7월 고창터미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이용자 현황조사를 했다. 요일별, 시간대별 이용 상황과 동선을 분석하고 이용객들의 문화수요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두 가지 조사방식을 통해 이를 분석했다. 7월 13-15일 3일간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탑승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와 탑승객 일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시간대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814명으로 주말보다 평일이 이용객이 훨씬 많고, 설문조사 응답자 245명 가운데 고창 내 거주자가 167명으로 68.2%를 차지했으며, 고창 외 거주자는 77명으로 31.4%를 차지했다. 고속·직행버스 이용자 수와 농어촌버스 이용자 수는 비슷했다. 그리고 이들의 터미널 평균 체류시간은 28분이었다. 또한 정기 이용자가 41.6%를, 비정기 이용자가 43.4%를, 일회성 이용자가 12.2%를 차지했다.

 

77.5%가 일상생활의 목적상 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된 터미널 이용객들은 터미널에서의 문화 프로그램 활동에 대해 91.0%가 긍정적인 호감을 표명하였고 86.5%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희망하는 문화 활동으로서는 공연이 37.6%를, 전시가 5.7%를 차지했고 간간이 체험활동도 원했다. 터미널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특성을 반영하였고 이용객들의 동선 특성까지 고려해야 했다.

 

△버스 이용객들을 위한 문화공간

 

고창터미널은 고창읍 중심지에 위치한다. 주변은 상가 등 생활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어촌버스 이용객들의 경우 도보거리 내에서 각종 병·의원이나 고창시장을 이용한다. 장날이면 더 많이 붐비는 까닭이다. ‘2017 여객자동차터미널 아트공간 조성사업’을 시행하며 ‘문화터미널 고창’으로 조성한 것은 고창터미널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되 고창의 주민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스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승용차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노인층, 여성, 청소년, 다문화이주민들로서 승용차 혹은 속도사회의 소외자들이며, 이 점에서 사회적 비주류의 경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루 수천명이 이용하는, 지역에서 가장 활성화된 공간을 드나드는 그 사회적 비주류의 이용객들이 여행객 혹은 승객이라는 이미지로 고정되며 소외되고 숨겨지는 곳이 어쩌면 버스터미널이다.

터미널이 단순히 교통공간으로서가 아니라 낯선 사람들의 대기시간이라는 ㅤ짧은 흐름 속에서 어떤 마주침과 인연이 생성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예술적 교감공간으로서의 ‘문화터미널 고창’ 역할이 기대된다. 고창에서 살아가는 시골사람들 혹은 고창을 드나드는 여행자들의 주마간산식 문화공간으로서, 그 정취와 이야기가 풍겨지는 문화적 대화의 공류공간으로서 말이다. <고길섶 문화비평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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