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입장에서 돌이켜 보니, 세월이 가면 누구나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게 세상의 이치인 듯 하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다른 대상도 서운하고 아쉬운 것은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마실길과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8년 정도, 그러니까 50대 초반 마실길 조성 실무 팀장시절부터 시작해서 이제 60세가 되었으니 깊은 인연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때당시 이곳 부안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외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자원이 특별한게 아니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채석강, 적벽강 그리고 내소사 정도로 한번 방문하고 가면 또다시 찾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약했다고 할까. 그러던 중에 2010년도 초부터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제주도 올레길 걷기가 알려지고 TV방송 인기 프로그램에서 지리산 둘레길이 소개되고 힐링을 위해서는 힘들지 않게 걷는 것이 최고라는 분위기가 타면서 트래킹 마니아들이 넘쳐나게 된 것이다.
부안의 변산 마실길은 33키로의 세계 최장 방조제의 시작점인 ‘새만금 홍보관’에서 줄포의 ‘생각의 새로고침 공원’인 생태공원까지 해변길 총 66km를 정비하여 조성되었다.
부안 마실길은 아주 특별하다. 옛 해안 경비 군인들이 활용하던 초소길을 그대로 보존하여 이용하고 있다. 넘어오는 간첩을 지키던 철조망과 군데군데 벙커가 있는, 역사성과 자연 경관이 뛰어난 최고의 걷기 코스이다. 지금은 연간 100만명 가까이 찾는 전국의 명소가 되어있다. 총 8개 코스로 조성되어 있어서 새롭게 다시 방문하는 마니아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부안 마실길의 또다른 매력은 문화와 예술을 접목하여 변신을 거듭하여 새로운 기대와 함께 지루함이 없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변산마실길 주체로 전국 규모의 마실길 시낭송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매년 5월 마실축제 시기에 개최하는 마실길 걷기 행사에는 코스 중간 중간에 섹스폰 연주 등 다양한 예술인을 초대하여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이제는 새롭게 변화 하지않으면 관심을 받지 못한다. 감동을 주고 기쁨을 주고 튀어야 한다. 무한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부안군이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운 정든 직장 조직을 떠나려 하니 시원함 보다는 진한 아쉬움이 더하다. 더구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일구었던 마실길과 이별한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더하다. 하지만 더 많은 열정과 능력이 있는 후배 공직자들이 더 잘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나도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생긴다.
이제 마실길을 가꾸는 업무는 손을 떼지만 명품 마실길은 자주 걷고 싶다. 새로운 희망 새로운 도전을 하며 새롭게 살아가고 싶다.
공직 생활도 안녕, 변산 마실길도 안녕, 정들었던 사람들도 안녕...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