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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식인 유공자 표창 이근복 번와장을 만나다 "기와지붕 곡(曲) 제대로 살리는 게 한옥 아름다움의 핵심"

임실서 부친 따라다니며 인연 고건축 분야 대가 찾아가 배워 / 제대로 된 기와집은 지진에도 흘러내리지 않고 형태 유지해 /

▲ 한옥 지붕에 올라가 있는 이근복 번와장.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곡(曲)의 아름다움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기와지붕이다. 외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그러나 기와의 역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나타내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한옥건물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도 지붕이다. 비나 눈이 새면 목조건물이 금방 무너지기 때문이다.

 

기와를 만드는 사람을 제와장(製瓦匠)이라고 하고, 만들어진 기와를 잇는(시공) 사람은 번와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와장은 600여명이 있지만, 무형문화재로는 임실 출신 이근복씨(67)가 유일무이하다. 지난 2008년 국가무형문화재 121호로 지정됐으며, 번와 부문에는 아직까지도 일선 시·도에도 무형문화재가 없다. (사)세계신지식인협회 주최로 지난 11일 열린 신지식인 인증식에서 유공자 표창(전통문화대상)을 받은 이근복씨를 만나봤다.

 

-먼저, 번와에 대해 좀 설명해주시죠.

 

“번와란 기와(瓦)를 뒤집는다는 뜻입니다. 뒤집는다는 것은 기와를 뜯고 다시 잇는다는 의미입니다. 기와에 관한 신축과 보수 모든 공사를 포함합니다.”

 

-어떻게 번와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임실에서 건축일을 하시던 부친을 따라다니며 배웠습니다. 원래 전문분야는 미장이었지만, 재주가 좋으셨는지 12가지 일(분야를 12개로 나눈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분야라는 의미)을 다 하시며 집 한 채를 혼자 지으셨습니다. 이런 부친을 17, 8세부터 따라다니며 심부름도 하고 도와드리다 보니 기와집이 썩어서 보수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모두가 비가 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만 새지 않으면 집이 썩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와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이근복 번와장이 한옥 지붕에 올라가 번와작업을 하고 있다.

-시골에서 배운 기술만으로 오늘날의 국가무형문화재가 될 수는 없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시골에서 배운 기술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기왕 배우려면 서울로 가서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가 스무 살 즈음입니다. 친지가 살던 돈암동으로 왔는데, 당시에는 돈암동 혜화동 명륜동 성북동 보문동 등 인근에 한옥이 많았습니다. 공사현장을 찾아다니며 일도 하고 ‘이 분야에서 최고가 누구냐’고 수소문도 했습니다. 당시 고건축 분야의 대가인 ‘기성길’이라는 이름을 듣고, 찾아가서 배우기를 청했습니다. “돈은 안줘도 좋으니 일만 시켜 달라”고 매달렸고, 수년간 밑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기와 공사에서 중요한 것은 비가 새지 않도록 시공하는 것입니까?

 

“그 것만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적심, 보토 등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 하중 분산과 건축물의 수명이 달라집니다. 적심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적심을 고루 제대로 넣지 않으면 보토가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적심이란 서까래 위에 놓이는 널빤지이며, 적심 위에 보토(흙)를 넣는다. 나무는 흙에 비해 많이 가볍기 때문에 적심이 제대로 되면 보토의 두께가 줄어들고, 반대로 적심이 미흡하면 흙이 많아진다) 20cm만 해야 하는데, 50~60cm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기 어렵고 지붕이 쳐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경회루 앞에 있는 수정전을 보수할 때, 외부에서 보니 서까래가 울룩불룩했었습니다. 70~80%가 썩은 것으로 추정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서까래는 멀쩡했습니다. 보토의 깊이가 50~60cm나 쌓여서 그 무게를 못이긴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적심을 고루 잘 박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옥이 뜨는 것은 기능적인 면보다는 전통적인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요? 전통미 측면에서 기와의 중요성은 무엇입니까?

 

“건축에 있어서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건물의 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기와입니다. 기와가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지붕에 따라 건물의 웅장함이나 태(態) 미(美)가 달라집니다. 또 주변 상황과의 조화도 달라집니다. 보통은 시방서대로 공사를 하지만, 시방서보다 중요한 것은 지붕의 곡(曲)을 제대로 살리고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요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데, 한옥이 지진에 견딜 수 있습니까?

 

“경주에서 지진이 났을 때 200명을 데리고 가서 이틀 동안 봉사한 적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기와집은 지진이 일어나도 흘러내리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짓지 않으면 1년, 또는 2~3년만에도 보수공사를 해야 합니다. 자격증이 있는 기능인이라도 기술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장롱면허가 3/4 정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꼼꼼하게 일하는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신다면요….

 

“일본 후쿠오카에서 대사관 건물 지붕일을 일주일 동안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은 지진이 많으니 기와를 이으면서 한 장 한 장 모두 다 흘러내리지 않도록 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방서를 봐도 막새만 묶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중간중간 동선을 빼내 기와를 묶습니다. 숫막새 작업 때도 대부분은 숫막새와 연결된 동선을 흙속에 꽂아두지만, 우리는 적심에 미리 못을 박아서 튼튼하게 연결합니다.”

 

● 이근복 번와장은

 

- 숭례문 복원 때 기와 잇기 주도

 

임실 성수가 고향으로 건축일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2남5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97년 국보1호 숭례문(남대문) 보수작업에 참여했으며, 2008년 숭례문이 화마로 불탄 뒤에는 2010년부터 13년까지 숭례문 복원 때 번와작업을 주도했다.

 

숭례문 이외에도 경복궁 경회루·근정전, 서울 종묘, 봉정사 극락전, 법주사 팔상전 등 국보급 공사와 5대 궁 공사, 청와대 별관, 프랑스 서울공원, 일본 후쿠오카 영사관, 뉴욕 원곽사, 그리고 문화재 및 사찰, 민가 등 1000여채 이상을 시공했다.

 

95년부터 사설 교육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두 아들도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다. 문화재청이 설립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내고, 서울대 강원대 경북대 충남대 등에서 강의하는 등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문화재청장 표창, 국무총리 표창,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고, (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을 거쳐 상임고문을 맡고 있으며,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고향사랑도 남달라서 재경 임실향우회장을 맡고 있으며, 제31회 임실군민의장 문화체육장을 받기도 했다. 고향인 성수면 태평이 928번지에 집을 두고 주말이나 행사때마다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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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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