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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 양 사인 못 밝히고 사건 마무리

경찰 "죽기전 갈비뼈 골절" / 친부·내연녀 등 검찰 송치

▲ 고모 씨가 지난 4일 완주군의 한 아파트에서 실시된 고준희 양 학대치사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사진 속 고모 씨(36·구속)는 당황하고 있다. 그 얼굴에서 고준희 양(5)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살인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이웃 사람들이 입을 모아 “건담에 집착하는 줄은 알았지…. 그럴 줄 몰랐다”고 분노했던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는 아픈 준희에게 약을 주지 않고, 여러 차례 밟고, 쇠자로 때리며 짐승의 욕구를 채웠다. 사체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묻힌 야산에 파묻었다. 살인극이 끝난 그는 다시 건담의 팔과 다리에 하나하나 물감을 바르고, 준희생일 잔치를 하고, 양육 수당을 받고, 태연하게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으로 돌아가 실종극을 꾸몄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을 빌린 사악한 악마였다.

 

고 씨의 행적을 보면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일부로 증거가 자신으로 향하게 한 듯한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 씨는 주로 “준희가 밥을 먹지 않아서 때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 봉동 공장에서 ‘야간(오후 3시 10분~새벽 12시 50분)’ 조로 일했다. 하루 3끼 중 준희와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내연녀 이모 씨(35·구속)보다도 적다.

 

경찰이 준희가 죽기 전 마지막 폭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지난 4월 25일, 봉동 아파트에 고 씨는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없었다. 26일 새벽 퇴근한 고 씨가 어떤 일이 벌어져 숨이 약해진 준희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군산의 모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 씨는 지난 4월 27일 새벽 선산에 준희를 묻었다. 이틀 후 ‘이 씨가 태어난’ 경남 하동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준희의 시신을 내연녀 어머니 김모 씨(61·구속)의 집으로 옮긴 것도 의문이다. 이 씨가 아닌, 김 씨가 준희의 시신을 맡으며 야간 근무를 마친 고 씨와 유기했다.

 

실종극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했다. 한 달 전 전주 아중지구대를 찾은 고 씨와 이 씨는 역할이 달랐다. 이 씨는 실종 개요를 설명했고, 고 씨는 흥분한 아버지를 연기했다. 나아가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11월 18일 완주 아파트에 고 씨와 함께 살던 딸(이 씨)을 전주 우아동 원룸으로 데려왔다. 집을 비운 사이 준희가 사라졌다”고 했다. 굳이 고 씨와의 ‘다툼’을 내세워 이 씨를 데려와야 했던 이유, 그 사이 준희가 사라진 알리바이를 꾸몄다.

 

전주 덕진경찰서 김영근 수사과장은 지난 5일 최종 브리핑에서 “4월 25일 고 씨와 이 씨가 각각 상대방의 폭행이라고 진술했다”며 “당시 준희의 등을 발로 차고 밟는 등 폭행한 끝에 준희의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의식을 잃는 상황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씨가 ‘고 씨의 폭행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는 진술에 대해 고 씨는 “저는 그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둘 중 하나가 벌을 더 받아야 한다면 이 씨는 저에게 더 많이 받으라고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건 초기부터 이들을 분석한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고 씨는 이 씨에게 의존적인 인물이다. 12월 초 실종 신고를 할 당시 이들은 준희를 정리할 만큼 서로 헤어질 이유도 없었다. 다툼이 있었다면 이 씨의 아들(6)에게 온 취학통지서가 발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 씨와 다른 성향을 보인 이 씨는 컨트롤타워였던 봉동 아파트에서 준희와 긴 시간을 함께 했다”고 했다.

 

경찰은 준희의 갈비뼈가 죽기 전에 골절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인을 풀 물적 증거는 없다. 지난 6일 고 씨와 이 씨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적용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의 세 번째 각본은 무얼까.

 

●고준희 양 사건 일지

 

2017년

 

-1월 25일 이 씨 준희 양육

 

-3월 19일 마지막 병원 기록

 

-3월 30일 마지막 유치원 등원

 

-4월 25~26일 사망 추정 시점

 

-4월 27일 군산 내초동 시신 유기

 

-4월 29~30일 경남 하동 가족여행

 

-7월 22일 준희 생일 잔치

 

-8월 30일 김씨 집 이사

 

-10월 말~11월 말 휴대전화 교체

 

-12월 초 이씨 아들 취학통지서

 

-12월 8일 준희 실종신고

 

-12월 15일 경찰, 공개수사

 

-12월 22일 고씨·김씨 집 압수수색

 

-12월 29일 고씨·김씨 긴급체포

 

-12월 30일 고씨·김씨 구속, 이씨 긴급체포

 

-12월 31일 이씨 구속

 

2018년

 

-1월 6일 고씨·이씨·김씨 기소의견 검찰 송치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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