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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플라스틱의 습격 - 간편함 버리고 불편함 택하면 지구가 살아요

중국 폐비닐 수거금지 조치에 오래 묵은 쓰레기정책 도마 위
한국 플라스틱 소비 최고 수준…전세계 사용량 줄이기 안간힘
살아온 관성의 패러다임 벗고 플라스틱 줄이는데 동참해야

▲ 올해 지구의 날 행사를 맞아 지난 4월21일 그린웨이 축제가 도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재활용장터인 ‘또또장터’에서 고사리손으로 사고파는 아이들.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낸 불편한 진실들

 

올해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누구보다 환경부에게는 그랬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장관은 또 다시 ‘쓰레기 대란’의 습격을 받아 고군분투해야 했다.

 

손톱 밑의 가시처럼, 일상의 불편은 매년 4월이면 떠올리던 모든 사회적 이슈들을 압도했다.

 

4.3 제주항쟁과 4.19 혁명, 그리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동향이나 지난 4년간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세월호의 진실 공방조차도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발 빠른 기자들이 폐비닐 수거가 중단된 수도권지역 아파트를 취재하고, 혼란에 빠진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각계 기관의 통계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숨 막히게 전송했다. 책임공방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여론의 표적이 된 것은 중국의 폐비닐 수입금지 조치에 대응시기를 놓친 환경부였지만, 곧이어 생활쓰레기 수거 책임이 있는 수도권 지역 지자체로 불씨가 옮겨갔다. 오래 묵은 쓰레기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명래 원장에 따르면, 분리수거 된 폐비닐 중 약 90%가 고형연료(Solid Refused Fuel, SRF)로 재활용된다. 소각이 가능한 폐기물을 땔감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은 이미 참여정부 때 시작되어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녹색성장의 유망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263곳의 SRF 사업체가 연간 135만 톤을 생산해 열병합발전소 등 152개 시설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면서 미세먼지 발생 우려로 SRF 규제가 강화돼 사업성이 악화되자 폐비닐의 행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중국 수출까지 막히면서 민간업자들이 아예 손을 놓게 된 것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 ‘재활용률이 독일에 이어 두 번째’라는 통계치는 허상이었다. 녹색성장의 구호 아래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방안으로 환경문제가 시장논리에 따른 물질순환으로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가려진 현실에서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늘고 폐기물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통계청이 밝힌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에서는 폐자원을 활용한 자원화 사업 분야의 국제적 사업전망이 밝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역설하는 주장이 여전하고, 이번 기회에 쓰레기 관련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건전한 자원순환구조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과 의견들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를 가졌고, 비단 수도권 대도시들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우려가 타당할지라도 우선 당장 지역의 관심사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던 업체들에 대한 긴급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지난달 19일 중국이 추가로 고체쓰레기 32종에 대한 수입중단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20년간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처리해오던 중국의 정책변화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여전히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플라스틱 과잉시대

 

한국인은 1인당 420장의 비닐봉지를 쓴다. 하루 평균 1장 정도 수치지만,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핀란드가 4장, 아일랜드는 20장, 환경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은 70장 정도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져보면 핀란드 국민들보다 100배가 넘는 비닐봉지를 소비하고 있다. 얼핏 5125만 명이 넘는 국민 숫자로 환산해 봐도 약 216억장에 달하는 엄청난 양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을 이미 상상하기 어렵다. 편의점과 마트, 약국과 문구점 등 일상에서 가볍고 질긴 그 편리함의 유혹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한 해 겨우 4장 정도로 소비하는 핀란드 국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심되기도 한다. 혹자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지나 지금의 시대를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공성이 뛰어나고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썩거나 녹슬지 않는 장점 때문에 플라스틱은 사무실의 문구들이나 주방용품에서 반도체의 내장재와 인공장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난 달 초에 세계적 휴양지인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이 6개월간 전면 폐쇄를 선언했다. 이유는 쓰레기와 하수시설 불량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이었다. 2017년 한 해만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 한국인만 해도 35만 명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곪아왔던 문제가 임계치를 넘어서자 필리핀 정부가 극단의 조치를 선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이 올해 1월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겠다며, 향후 2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매년 85억 개씩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의 판매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올해 세계 환경의날 행사를 개최하는 인도는 ‘플라스틱 공해 퇴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감축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각 나라마다 부산을 떨고 있지만,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년 전인 1997년 북태평양에 남한 면적의 15배가 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제7대륙이라고도 불리는 이 섬의 정체는 약 1조 8천억 개가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조사단은 그 무게를 약 8만 톤으로 추산했고, 500대 정도의 초대형 여객기에 맞먹는 무게라고 밝혔다. 그린피스의 보도는 단순히 충격을 넘어서 위기감과 죄의식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한 번 더 생각하면

 

서울시가 친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을 낳은 아리수 페트병 용기를 교체키로 했다. 페트병의 무게가 환경부 권고기준보다 무겁고 접착제로 라벨을 붙여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하면, 굳이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생산해야 하는지 싶다. 연간 600만병이나 되는 적지 않은 양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경유차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자동차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예산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뚜벅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나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우선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살아온 관성의 패러다임을 벗어던지지 못하면, 상황을 바꿀 수도 없을뿐더러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놓쳐버리고 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집집마다 텀블러와 머그잔, 그리고 에코백이 부족하지 않다. 대한민국 흡연자 수의 몇 배가 될지 가늠조차 어려운 일회용 라이터, 책상위에 쓰이지도 않고 버려지는 볼펜들. 필요를 넘어선 욕망의 과잉, 비록 재활용률이 56%를 웃돌고 있다지만 이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신진철 전 전북자연환경연수원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6월 5일은 환경의 날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이었고, 오는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113개국 대표들이 참가하여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해 발생한 공해, 오염 등의 문제를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UN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설치가 합의됐고, 환경의 날이 제정되었다. 올해는 인도에서 기념행사가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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