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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수 정비한다면서 되레 훼손하다니

전라북도 기념물인 전주 동고산성의 서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한다. 최근 전주시와 국립전주박물관을 중심으로 후백제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왕의 문화재를 이리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것도 보수정비 과정에서 파헤쳐졌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본보가 동고산성 현장을 확인한 결과 그간 흙에 덮인 상태로 보존됐던 서문지의 둥근 언덕이 직각으로 깎였다. 파헤쳐진 비탈길에는 모래에 파묻혔던 오래된 돌이 드러났고, 나무 주변에 쌓여 있던 돌이 대거 훼손됐다. 2014년도 발굴했던 성문 옆 산성 안의 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시설인 수구(水口)도 무너졌다. 장마철 대비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해 배수로 설치작업을 하면서 벌어진 사단이라니 도대체 문화재 행정이 제대로 작동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장 관리소장은 굴착기 진입을 위해 서문지 주변 땅을 깎아 길을 내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로 파악했다. 당시 굴착기 운전자 1명과 외국인 근로자 1명이 공사를 했다. 문화재 관련 공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에 공사를 맡겼을 진데 정작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일반 토목공사처럼 밀어붙인 셈이다.

 

한 번 훼손된 문화재는 다시 복원하기 힘들어 문화재를 다룰 때 온갖 주의를 기울이는 게 기본 상식이다. 특히 전주 동고산성은 아직도 그 실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미완의 유적지다. 최근 전주영상정보진흥원 뒷담(옛 인봉지 제방)을 궁성 서벽으로 볼 수 있는 흔적이 발견돼 후백제 도성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후백제 왕궁터로 거론된 곳이 동고산성이었다. 1981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44호로 지정하고, 전주시에서 총 7차례에 걸쳐 발굴조사와 복원사업을 진행한 것도 이 같은 가치를 평가해서다.

 

전주시가 지난해 후백제 왕도(王都)의 위상을 되살리는 원년으로 삼고, 후백제 역사문화를 체계적으로 재조명하는 사업에 본격 나서겠다고 발표하고도 정작 발굴된 유적지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서야 될 말인가. 110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그나마 후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적지가 이리 허망하게 훼손돼 더욱 안타깝다. 훼손 상황을 잘 살펴 피해의 최소화와 함께 원형을 보존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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