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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효과'

▲ 정재민 고창군 건축팀장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는 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이르는 말로, 스페인 북부 소도시 빌바오에서 비롯됐다. 빌바오는 제철소, 조선소로 융성했으나 1980년대 불황을 맞아 스페인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30%에 달하는 등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계획했고, 그 일환으로 20세기 최고의 건물이라 칭송하는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인구 40만이 채 안되는 빌바오에 한 해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수십억 달러의 관광수입이 생겨났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독특한 하나의 건물이 그 도시에 얼마나 많은 활력을 불어넣고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전북의 대표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이 있다. 전주시민들은 일상으로 보아왔던 풍경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쇠락해가는 지역에 민간과 행정의 협력으로 조그마한 활력을 불어 넣어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 하였다. 한옥마을에 한 문화의 대표성이라는 관광의 모티브를 만들고 한옥건축에 따른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어 주민들에게 자발적 참여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조성된 한옥과 골목길이 요즘 웰빙과 힐링의 시대적 요구와 살아있는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과 맞아 떨어지면서 지금은 수많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의 메카로 탈바꿈 하였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어느 특정 건물이 도시전체의 건축문화와 분위기를 주도한 사례라면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미를 강조한 체계적인 건축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지역과 어울리는 건축물과 관광기반시설을 설치하여 한옥마을에 가면 한문화의 단편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데 성공한 경우라 할 것이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하나의 건축물 또는 잘 정리된 특정 지역의 통일된 건축디자인은 그 자체로 지역의 이미지가 되어 관광기반시설이 된다. 그 동안 우리는 도로중심의 도시계획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의 특색, 자연환경과의 조화는 따질 겨를도 없이 경제적 논리만을 기준으로 중구난방식의 건축행위가 이루어 졌다.

이제는 도시미관과 건축디자인적 고민이 필요하고 민간과 행정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우리 지역은 ‘고창읍성’이라는 소중한 랜드마크가 있다. 고창읍성에서 바라보는 고창읍의 풍광이 정돈되고 통일된 디자인이 되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여 도시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기반시설이 되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지금부터라도 차츰차츰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집을 아름답게 꾸미듯 군민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운 일상’을 뒷받침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는 ‘품격있는 역사문화의 관광 고창’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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