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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저수지마저 태양광으로 뒤덮을 것인가

▲ 김인호 前 고창부군수
태양광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야산이나 빈터, 축사나 재배사, 심지어는 식량을 생산하는 논밭에까지 발전소 설치 붐이 일어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업자와 주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마저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민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처럼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전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탈(脫)원전’ 등 에너지정책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태양광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농업생산기반시설 사용허가 지침’을 개정했다. 종전에는 태양광 설비업자가 저수지 사용허가를 신청할 때 만수(滿水) 면적 대비 10% 이내에서만 태양광 장비를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를 규정한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저수지당 1개 업체만 태양광 발전설비를 넣을 수 있도록 한 내용도 삭제하여 한 개의 저수지에서 복수의 업체가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제를 없애면서 저수지 전체를 태양광 설비로 덮을 수 있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더욱이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로운 자체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민간에게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한 저수지 사용을 허가해 주기보다는 수상 태양광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몇몇 저수지에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기정사실로 해놓고 각급 지사 등을 통해 주민공청회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설명회 수준의 모임을 갖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전국 3400개 저수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2030년까지 최대 24G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농촌지역 저수지마저 태양광 패널로 빽빽하게 뒤덮인다는 것은 끔찍한 상상이다.

 

저수지에 ‘인공 설비’인 태양광 패널이 들어차면 수중 생태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충분한 햇빛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식물 플랑크톤이 제대로 생성되지 못해 물고기 개채수가 감소하게 될 것이고, 태양광 모듈과 전지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수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농촌마을의 경관을 크게 해쳐 주민들의 정서생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타 시도에서는 환경단체 등과 해당지역 주민들이 적극 나서서 한국농어촌공사나 민간의 저수지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나, 우리 전북지역에서는 아직 이러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퇴직 후에 어머니가 살아계시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고향에 정착했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풍광을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할 의무가 있다. 주민들의 애환이 살아 숨 쉬는 마을 저수지 위에 주민들의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더욱이 생태환경에 영향을 미쳐 주민들의 행복한 삶을 조금이라도 해친다면 이 같은 정책과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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