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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취약성 지수, 유감

▲ 김용만 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의 최고 기온이 41.0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사상 111년 만에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7월 초부터 시작된 무더위로 온열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폐사한 가축과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폭염 때문에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가릴 것 없이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는 범정부적 대책 지원을 위해 8월의 ‘폭염 취약성 지수’를 공개했다. 전주시, 익산시, 군산시, 정읍시, 김제시, 완주군, 고창군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상식과는 달리 누가 봐도 전북이 가장 덥고, 폭염에 취약한 지역임을 전국에 알리는 내용이었다. 환경부의 보도 자료를 접한 지역 언론과 주민들의 반응은 펄펄 끓는 날씨만큼이나 달아올랐다. 그동안 각종 차별로 산업과 경제 기반이 취약한 전북이 이제는 폭염 피해마저 가장 큰 지역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실망과 항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전북의 입장에서는 환경부의 발표가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자료의 산출 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환경부는 폭염 취약성 지수를 ‘기후 노출’ ‘민감도’ ‘적응능력’ 항목으로 분류해 산출했다. 쉽게 풀이하면 지역의 평균 온도가 높고, 65세 이상의 상대 인구가 많으며, 의료기관이나 소방서 인력, 지역 총생산 등이 적으면 폭염에 취약하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노인 인구가 많고 경제, 복지, 안전 인프라가 부족한 전북은 폭염 취약성 지수에서는 항상 상위권(?)에 자리잡을 수밖에 없게 됐다. 환경부는 폭염 취약성 지수가 지역의 세부 여건을 상세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로 실제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자료를 왜 발표했을까?

 

미국의 통계학자 대럴 허프는 그의 명저 ‘새빨간 거짓말, 통계’에서 통계가 어떻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 마을에는 범죄가 많은가 보네” 그의 장인이 신문을 읽으면서 그에게 한 말이다. 최근에 이사를 온 장인은 지역 소식을 알기 위해 지방지를 열심히 읽었다. 그 신문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범죄란 범죄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실었다. 심지어 다른 고장의 살인사건마저도 그 지역 일간지보다 더 심도 있게 다루었다. 통계적으로 왜곡된 표본으로 인해 그저 평범했던 미국의 작은 마을이 그의 장인에게는 범죄의 도시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환경부의 이번 폭염 취약성 지수의 분석과 공개로 전북은 폭염에 취약한 지역으로 낙인이 찍혔다. 여름 휴가지로 전주 한옥마을이나, 정읍 내장산 또는 고창 운곡습지를 고려한 사람들이 이 기사를 접하고 나서도 선뜻 오고 싶을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설령 온다 해도 부정적 인식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환경부는 이 자료를 보도가 아니라 정책의 참고 자료로 활용했어야 했다. 더구나 결과가 특정지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나왔으면 최소한 그 지역의 의견 수렴과 협의를 먼저 했어야 했다. 그들에게는 가벼운 일상적 보도자료일지 몰라도 당하는 지역은 연못 속에서 목숨 걸고 돌팔매를 피해야 하는 개구리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감이다.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전라북도는 무더위 쉼터와 그늘막 설치, 쿨루프와 쿨링포그 설치 확대, 도로 물뿌리기 등을 실시하며 폭염시간대의 야외 작업을 중지하고 있다. 또한 도시숲 조성, 폭염 피해 예방, 응급 의료 시설 확충 등의 안전망 구축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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