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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업, 이대로 희망이 있는가

▲ 김지연 공동체박물관·서학동사진관장
요즘 낙후된 지역 여기저기서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면서 예술인 몇 명이 그 지역에 정착하고 행정에서 바람을 좀 넣으면 죽어가는 지역이 당장 부활이라도 하는 양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80~90년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는 무엇을 해도 굶어 죽지는 않던 부흥의 시기가 있기도 했었다. 서울은 세계화를 꿈꾸고 도시는 지자체의 힘을 키우고 농촌은 아직 공동체의 결속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점점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도시들은 줄어드는 인구(특히 청년)로 활력을 잃고 있다.

 

한옥마을 옆 전주천을 건너면 ‘서학동 예술인’ 마을이 있다. 5년 전 내가 서학동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마치 1980년대를 연상하는 풍경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이 몹시 흥미로웠다. 나는 ‘계남정미소’를 혼자서 운영하다가 벅차서 쉬던 차에 우연히 서학동에 들려 다시 공공예술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래서 ‘서학동사진관’은 이 동네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비영리 문화공간이 되었다. 이미 예술인 몇몇이 터를 잡아 놓은 곳이라 2년 쯤 지나자 ‘서학동 예술마을’이라는 푯말이 서고 소위 예술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집을 사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사이 집값은 하루사이로 오르면서 정작 들어와야 할 젊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은 돈이 없어 못 들어오게 되었다. 그사이 광명철물점, 고추망태, 죽림집 등은 사라졌다. 동네 선술집들은 밑반찬 안주가 옛 주막집 정서를 살리기에 충분할 만큼 맛있고 싸고 푸짐했었다.

 

서학동의 옛 정취를 살릴 수 있는 그런 가게들마저 사라진 동네는 허전하고 실속이 없다.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 섣부른 예술가라고 자칭하는 이들이 들어와서 4~5년도 못되어 집을 여러 채 샀다가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이러기 시작하면 마음먹고 작업을 하고 싶은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은 발도 못 붙인다.

 

서학동이 도시재생사업으로 국비 100억 지방비60억이 넘는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서학동 도시재생 사업은 예술가들이 어느 정도 갖추어 놓은 인프라를 토대로 한다고 본다.

 

그런데 행정기관에서 서학동 도시재생 사업의 방안에 대해서 지금까지 터를 닦아온 예술가 개개인의 진지한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많은 세금으로 시작한 사업은 전주시, 예술가 및 주민, 관람객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행정면에서는 한옥마을관광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보다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알기 쉽고 찾기 쉬운 안내판과 안내문제작, 예술마을에 대한 정보 게시판 설치, 행정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한 적극적 홍보 등의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 택시 기사들까지도 정보가 없어서 ‘서학동 예술인마을’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객지 손님들과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적잖다.

 

도시재생사업은 ‘재생’ 말 그대로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는 일이다. 행정기관의 바른 인식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안정된 지원이 필요하며, 예술가 개개인의 양심과 공(公)적 개념에 대한 신념, 주민들과의 소통과 배려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새로운 마을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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