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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탈리아 장인 사절단

백미숙 오칠구칠 대표
백미숙 오칠구칠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에 맞춰 명품화된 장인기업의 탐방으로 한-이탈리아 장인기업 상생협력 사절단에 참여했다. 패션·기계·화장품 등14개사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밀라노·모데나·피렌체 인근 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이탈리아 장인 기업들을 방문했다. 알레시(디자인), 리바1920(원목가구), 아체타이아 세레니(식초), 파가니(스포츠카), 브루넬로 쿠치넬리(의류) 등 분야별 명품기업들이었다.

필자는 파가니 자동차 회사에 매력을 느꼈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옻칠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카본파이버에 옻칠을 하는 특허 등록된 기술이 있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파가니는 모데나에 본사를 둔 스포츠카 브랜드이다. 모데나는 18만의 작은 도시로, 도시라는 느낌 보다 마을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람보르기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호라치오 파가니가 1992년에 창업한 수제 슈퍼카 회사이다. 소규모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카본파이버 전문자동차 회사이다. 모든 슈퍼카들이 카본파이버를 적용해 경량화를 추구하고 카보태니움이란 소재를 직접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파가니는 한 달에 3대만 제작하고 있다. 100대의 주문량이 밀려 있고, 직원 수는 135명에 연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파가니는 람보르기니 회사에서 일하고 나온 이유가 카본파이버 자동차 생산에 의견이 달라서였다고 했다.1985년에 카본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카본자동차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공장 내부촬영은 금지했다. 대신 그 만큼 우리에게 상세한 제작공정을 보여줬다. 카본을 직접 재단하고 부착하는 공정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카본자동차로 세계 명품시장의 선두가 될 수 있는 이 작은 회사가 너무 놀라웠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의 장점 중 하나가 시골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그 마을출신의 청년들이었다. 이탈리아 청년들은 해외유학을 다녀와서도 고향에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점이 지금의 이탈리아 명품브랜드를 만든 밑거름 중 하나라고 한다. 대학 진학율이 12%에 불과하다. 대학에서 보다 현장에서 배움을 더 중시한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독일 다음으로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다. 한때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소기업의 힘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천직 의식에 기반한다. 개인이나 기업할 거 없이 한 우물을 판다는 의식이 강하다. 오랜 경험을 통해 숙달되고 전문 장인이 되어가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탈리아 중소기업 발전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그 당시 피콜리 총재는 ‘이탈리아 중소기업들이 소비자의 숨소리를 들어가며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만큼 중소기업들이 소비자의 취향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유연성 있게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하면 관광·패션의 도시만 생각했는데, 그 내면에는 이탈리아인들의 장인의식이 있었기에 지금의 명품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멋진 나라였다. 우리 정부는 소기업인 장인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전북의 미래 먹거리인 카본파이버와 장인의 도시인 만큼 우리 장인들도 이탈리아인들처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고객의 숨소리를 자세히 듣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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