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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와 정읍

유진평 매일경제신문 독자마케팅 국장
유진평 매일경제신문 독자마케팅 국장

‘정읍은 우주의 단전이요, 지구의 축이요, 한반도의 배꼽이다.’ 김지하 선생의 작품 ‘대설(大說) 남(南)’에 나오는 문구다. 시민 운동하던 고향 선배가 이를 인용해 ‘정읍은 우주의 배꼽’이라고 강조하던 말이 지금도 필자의 머리에 남아있다. 씨족공동체나 생태공동체, 나아가 소도시가 지구촌을 담은 하나의 소우주일 수 있다는 뜻으로 혼자 풀이해 봤다.

최근 이와 접근 방향은 다르지만 제도권에서도 세상의 한 중심으로서 ‘도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국가의 시대가 이제 도시의 시대로 바뀌고 있으므로 도시 자체를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적으로 스마트하게 만들자는 흐름이다.

마침 지난달 매경미디어그룹이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대전 세종 CEO포럼’에선 스마트시티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어졌다. 오늘날 도시는 당대의 최고 지식과 기술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시스코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표본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려는 싸움을 시작했다.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만 전세계 150여개. 하지만 아직 스마트시티를 완벽하게 구현한 도시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정보통신기술이 앞선 한국이 스마트시티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유롭게 테스트해 볼 실험실이 없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하다면 스마트시티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따라 새로 등장한 개념이 ‘이데아(IDEA) 시티’다. 이데아는 플라톤이 말한 이상세계다. 도시 관련 전문가들과 엔지니어들이 모여 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3차원 프린팅 등을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도시를 시뮬레이션 해본 뒤 실제 도시를 만들거나 개조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데아 시티가 지향하는 목표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지속 가능성, 경제 역동성 3가지이다. 단계별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디지털 공론장에서 모으고, 이어 디지털트윈(현실세계를 3차원 가상세계에 복제해 시험하는 기술)을 거쳐 실제 적용하는 식이다. 스마트시티를 공약으로 내건 부산시와 세종시는 물론, 조선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군산이나 거제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읍 같은 도농복합 소도시는 어떨까. 첨단 기술 접목이 어디에 가능할까. 지역 마다 스며있는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스마트시티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까.

해답은 전문가들 몫이겠지만, 최근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도시 관련 벤처기업들에서 작은 힌트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도시=부동산’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콘텐츠’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한 벤처는 상점 문화공간 하숙집 등을 큰 틀에서 관리하고 상권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 기업은 자신들을 ‘동네를 운용하는 OS(운영체계)’라고 정의한다. 대도시에 비해 지방은 여유로운 공간과 콘텐츠가 많다. 싼 공간에서 귀향인들이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스타트업(신생벤처)을 일으킬 수 있다. 숨어있는 보물 같은 콘텐츠가 하나씩 빛을 발하면 젊은 수요자들이 모이고 도농복합 도시에 어울리는 독특한 스마트시티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정읍은 우주의 배꼽이다.’라는 개념이 현실의 소우주에서 구현된 생태복합 스마트도시가 나오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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