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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 생각나는 기초연금 이야기

신정호 전 언론인
신정호 전 언론인

혹한 엄습이 유별난 무술년 세밑, 여느 보통사람 같으면 한파를 개의치 않고 또 세상 돌아가는 일은 뒤로 미루고 새해 기해년을 설계하며 머릿속에 기와집을 짓고 있을 즈음이다.

그러나 ‘돈 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새해 정부 예산에 기초연금인상분이 반영되었다는 낭보에 그 소회가 가슴에 자리 잡는다.

지난 가을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설명 국회 시정연설에서 월 25만 원씩인 기초연금을 내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하는 공언을 들었고 그 소요액이 새해 예산에 반영되었다는 매체들의 보도를 세밑 선물인 양 읽었다.

기초연금이 인상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혜택인데 그 속 깊이에는 일부 수혜자가 서운해할 대목이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내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올라도 그건 홀로 사는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고 부부 노인들은 현행 제도와 같이 20% 감액된 1인당 24만 원씩 받게 될 것이다.

지난 9월부터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인상되어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도 홀몸노인의 이야기이지 부부 노인은 16만 원에서 4만원이 올라 현재 20만 원씩 받는 것이다.

혜택이 많으니까 깎아서 준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그건 이치에 안 맞는 일이다.

정부의 복지정책 기준은 소득계층을 구분하여 구간을 정하고 동일구간 대상자들에게는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형제가 둘이면 그 지원에도 차등을 두는가.

내막이 이런데도 정부는 기초연금인상론을 말하려면 홀몸 노인 건만 들어 선전하고 부부 노인 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없이 꼭꼭 숨긴다. 이건 박근혜 정부부터 내려오는 구습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대선공약대로 복지정책을 손질하면서 기초연금을 20만 원으로 올렸다. 인상액은 종전 액수의 곱빼기였으므로 ‘돈 고픈’노인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0만 원은 홀몸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고 부부 노인들은 20% 감액된 1인당 16만 원씩이었다. 확대되는 복지사업과 따라주지 못하는 재원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만만한 노인 몫에 칼을 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는 말이 없었다. 그 흔한 사과 한마디 없이 넘어간 것은 노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난 9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려 줄 때도 차등 지급(부부 노인 20만 원)은 여전했다. 이 또한 유감된 일이다. 다른 복지지원금과 마찬가지로 기초연금도 앞으로 계속 인상될 것이다. 어쩌면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1년 후쯤 또 인상될는지도 모른다. 요즘 매체에 등장하는 정부의 ‘돈 다발’을 헤아려보면 부부 노인도 홀몸 노인과 같은 대접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1년 후든 그 이후이든 개개인이 등 수혜자가 되는 시책으로 바뀌는 걸 바라는 것이다.

세상을 진정성 있게 사는 사람들은 내심 많은 욕심을 품고 살면서도 때론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뜻깊어야 할 세밑 남에겐 하찮게 보일 것도 같은 기초연금에 천착해서 중언부언하는 내가 한없이 초라하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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