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중앙일간지 그리고 내 고향 전북의 소식을 전해주는 전북일보를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탐독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인터넷 세상이 되다보니 가능한 혜택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나이가 들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진다. 서울에 앉아서도 고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고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바로 내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소식에 이어 또 다른 이해 못 할 소식이 들려온다.
명문대에 매년 200명 이상 진학시킨다는 상산고등학교 이야기이다. 명문 고등학교가 전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자부심을 느끼곤 했는데, 이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불공평한 평가기준과 지표에 의해서. 상산고와 같은 구(舊) 자립형 사립고가 있는 타 시·도에서는 70점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는데 유독 상산고등학교에만 80점의 잣대를 들이대고,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지표도 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0점으로 낮춰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과 똑 같은 기준과 지표로 평가해달라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또 다른 전북 죽이기, 또 다른 전북 홀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산고는 왜 공평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지 못해야하는가!
인구는 줄어들고 경제 규모는 전국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라북도가 장차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중요한 게 ‘인재양성’의 길 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절감하고 또한 오래 동안 도민들 사이에 회자된 이야기이다.
서울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한 세계적인 경제지리학의 대가인 현 상산고등학교 교장 박삼옥 박사도 정년퇴임 후 내로라하는 기관들이 서로 영입을 다투었지만 오로지 고향에 내려가 인재를 양성하고자하는 일념으로 상산고에서 후학 양성에 투신하고 있다. 전북의 살길은 인재양성밖에 없다는 그의 평소의 신념에 따른 선택이었다.
상산고등학교의 설립자 홍성대 박사는 세대를 뛰어넘어, 할아버지 세대부터 손자 세대까지 사랑받는 ‘수학의 정석’의 저자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홍박사는 젊은 시절 요즘 말로 소위 ‘흙수저’를 대표하는 삶을 산 인물이다. 또한 그는 한 때 여·야 정치권 모두로부터 전국구 국회의원 1번을 제시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오로지 교육만을 위해서 살아온 이 시대의 사표(師表)이다. 그는 지금까지 학교에 사재 등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붓는 등 헌신적인 애정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친인척은 단 한명도 학교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엄격함과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상산고는 김대중 정권 때 교육의 다양성, 특수성, 수월성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권고 받아 자사고로 설립되었다. 세월이 흘렀다 하여 그 가치가 변하거나 줄어들었다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전북처럼 인재양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상산고는 현재 전국의 인재들을 전북으로 끌어들이는 인재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들이 앞으로 전북을 살리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출향민들로서는 이번의 80점 기준과 불합리한 지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왜 다른 지역보다 10점이나 높은 80점일까. 이것은 의도적인 전북 죽이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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