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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위한 교육

이주영 울산과학기술원 조교수(미국사·한미관계사 전공)
이주영 울산과학기술원 조교수(미국사·한미관계사 전공)

몇 해 전 EBS에서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의 ‘강아지 장난감 실험’을 재현한 결과를 방송했다. 펜과, 텀블러, 카메라 부품, 그리고 (고무로 만들어서 지우개로도 쓸 수 있는) 강아지 장난감을 두 팀의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한 팀의 학생들에게는 단정적 언어로, 예를 들면, “강아지 장난감이다”라고 설명하고 다른 팀 학생들에게는 “강아지 장난감일 수도 있다”라고 여지를 두어 설명했다. 이후 참가자들이 설문에 연필로 의견을 작성하도록 한 다음 갑자기 작성한 내용을 지워야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실험의 핵심은 설명을 다르게 들었던 학생들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여지를 둔 설명을 들었던 12명 중에서 절반인 6명이 강아지 장난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자신들의 필기를 지웠던 반면, 단정적 설명을 들었던 12명 중에서는 단 한 명만이강아지장난감을지우개로활용했던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절대적인 하나의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더 확장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과 함께 정답 찾기 중심의 교육을 받은 한국 학생들이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실험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육의 주요 목표는 사고력 증진이었다. 고대 그리스 교육은 자유시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었고, 오늘날 대학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세 유럽의 대학들도 “자유” 학문(Liberal Arts)이라는 과목들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들 교육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것이 “자유”였으며 이는 사고력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여겼다는 사실이다. 거꾸로 말하면, 위의 실험에서도 확인했듯이, 사고력 교육이 아닌 주입식 교육은 우리의 사고를 기존 틀에 가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틀과 체계를 벗어난 새로운 관점과 방법이 중요해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고력 증진은 더욱 더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사회 구조와 연결된 교육 시스템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 해결책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교육과 학습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을 실천해 보는 것이다. 교사들은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들을 개발하여 시도하고 학생들은 기본적인 지식 습득에 더해 다양한 역량 증진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교육 과정을 마치고 사회활동중인 성인들도 독서와 글쓰기 등을 통한 사고력 증진 훈련을 하고 부모들 또한 자녀들에게 훈계 대신 질문을 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상에서의 여러 과정들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고 변화를 포용하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면, 그 때 비로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우리나라 교육에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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