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많은 시민들의 우려 속에 지난 3월부터 진행되어온 상산고의 자사고운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조만간 발표된다고 한다. 이 평가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평가결과 평가기준점에 미달할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상산고의 자사고지정을 취소하겠다고 김승환 교육감이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기준 자체가 자의적이어서 만약 이번 평가에 바탕하여 지정취소를 하는 경우 그 처분은 위법하다는 견해가 벌써부터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의적인 평가기준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른 10개 시·도교육청은 평가기준점을 70점으로 정한데 반하여 오직 전북교육청만이 80점으로 정하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대부분의 논자는 들고 있다. 필자도 위의 견해에 동조하는 입장인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김교육감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재량행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재량행위라고 해서 처분청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정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이 부여한 권한 밖의 재량권의 행사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 그리고 재량행위가 위법하게 되는 사유, 즉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사유는 다양한데 그 가운데 전형적인 사례가 처분에 대하여 사전에 예단(豫斷)을 하는 것이다. 즉,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처분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산고 평가에 있어서도 이러한 징후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평가기준점을 다른 10개 시·도교육청과는 달리 왜 전북교육청만이 80점으로 정했는가에 대한 김승환 교육감의 답변이다. 즉, 김교육감은 “70점은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고는 80점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량권행사에 관한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답변이다. 평가기준은 오로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여부에 초점을 두고 세워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교육감이 불쑥 법규정의 내용과 동떨어진 답변을 하였다는 것은 이미 특정한 결과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만약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평가에 바탕하여 처분을 한다면 이것은 전형적인 예단에 의한 처분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취해질지도 모를 후속조치로 인하여 전북교육계가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교육감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하면 설령 평가점수가 80점에 미달한다고 해서 상산고가 자동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행령은 교육감에게 별도의 지정취소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상산고 평가결과에 대하여 모두가 상생하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유진식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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