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3:11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청춘예찬
일반기사

쌓여가는 일상 속, 느리지만 지속가능하기

박세진 디자인에보 대표
박세진 디자인에보 대표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로 신산업, 신도시 위주의 집중 개발은 많아졌지만, 구도심은 그 역할과 기능을 빼앗겼다. 이에 도나 시, 군은 공공 중심의 도시재생을 통해 구도심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단, 공공 중심의 공간재생 사업은 공간별, 지역별 스토리를 찾기 위한 적극적 탐색보다는 국내외 유명 사례를 무조건적인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 특성이 없는 획일화되고 유명무실한 사례들로 전락했고, 인프라 구축 이후에는 임대료 및 주거비용 상승, 또다른 공동화 현상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수반한 많은 사회적 이슈들만 남긴 채 책임은 온전히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되었다.

우리가 한 번 해보면 어떨까? 그들보다 느린 건 괜찮아.

필자 부부는 4년 전 지역의 젊은 사업초년병들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소규모 공간재생 사업을 진행하였다. 말이 공간재생이지. 회사의 공간을 남들과 공유하겠다는 단순한 공간무상대여서비스였다. 그러나 무리한 기획, 예산 부족, 콘텐츠의 부재, 신뢰 및 커뮤니티 형성의 실패 등으로 약 1년 만에 중도포기하였다. 패인은 월세살이하는 우리가 남에게 공간을 제공한다는 거 자체가 남들 눈에는 무척이나 철없어 보인 것이다.

실패 1년 후, 필자 부부는 서신동의 건물 한 동을 매입하였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 부부와 지인들이 직접 건물 공사에 참여하였다. 그렇게 1년 간의 처절한 준비 끝에 서신동 공간재생은 완성되었다. 그리고 온전히 우리 것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문화 전시 및 행사, 콘텐츠 교육 등의 노력에도 민간의 공간재생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들을 유입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다. 미디어 전공자인 필자는 지역 내 미디어아티스트의 지원 방안 부재에 주목하였고, 전북 최초의 미디어아티스트 육성지원을 위한 전문레지던시라는 공간 브랜딩에 성공했다. 2018년 (재)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창작공간활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작가들에게 창작공간 및 창작지원금 등 일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고, 이에 힘을 얻어 2차 공간재생 프로젝트인 ‘팔복오길’을 기획하였고, 2019년 동사업에 선정되어 지역 내 신규 미디어아티스트를 위한 새로운 창작공간 만들기를 현재 진행 중이다. 3~40년 전 가난한 공장 근로자와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던 좁은 골목과 작고 허름한 집, 그러나 오래된 향수를 간직한 전주의 대표 낙후지역인 팔복동의 낡은 주택이 바로 그 곳이다.

지역 아이들과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일상공간 ‘서신동 공간재생’과 긴 시간 ‘우리’ 히스토리를 간직한 친근한 일상공간 ‘팔복동 공간재생’.

비록 공공의 공간재생이 가진 사업적 안정성은 부족하지만, 민간의 공간재생은 ‘팔복오길’과 같이 정책이 닿지 못한 더 낙후된 주거지역으로 직접 들어가, 보다 진실된 스토리 발굴과 같은 향수를 공유한 주민들과의 깊은 유대감 등을 형성할 수 있어 해당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여전히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기존의 다양한 예산 지원 외에도 전라북도나 시, 군 차원의 민관합동형 공간재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간 행사, 전시,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일관성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공존을 위한 공간으로써 그 역할을 다하게 되지 않을까

‘할머니, 시끄러울 거에요. 죄송해요.’

“괜찮아. 사람 소리만 들려도 좋지 머”

/박세진 디자인에보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