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6:1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돕지 말고 함께 하자

이윤애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이윤애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냐? 오빠 살림 아냐? 애는 오빠 애 아니냐구?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육아에 가사일에 찌들어 동분서주하는 지영이 대현에게 쏘아붙이며 하는 말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남편 대현은 지영을 끔찍이 생각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아이 목욕시키려고 일찍 퇴근했고 명절 때 설거지를 해주기도 하는 등 육아나 집안일을 돕겠다고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은 항상 아내는 집안일을 하고 있고 남편은 그 옆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쉬고 있다. 영화 속 지영이는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겹고 우울하고 가끔 베란다에 나가 멍하게 있으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다.

힘겨워 하는 지영의 복직을 위해 대현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하자 급기야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아들의 앞날을 망치는 일이다’며 상처주는 말을 한다.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남편이고 따뜻하고 좋은 시어머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나 집안일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전폭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힘입어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점차 상승하고는 있으나 사용빈도나 기간에서 낮고 부차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시어머니처럼 사회인식의 문제는 요원하다. 여전히 여성들은 독박육아를 면치 못하거나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일을 그만둬야 하는 절박한 문제이다.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경력단절여성 비중이 19.2%로 지난해 20.5%에서 1.3%포인트 하락했으며 이는 정부의 일·가정양립정책과 경력단절예방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일에 관여하는 사람으로서 이 통계발표에 잠시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통계에 반전이 있었다. 올해 3분기 출생아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관련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다고 한다. 통계청의 발표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인구절벽이라며 대서특필한다.

두 통계치는 연동되어 설명이 가능하다.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여성들의 경력단절요인이 사라진 셈이다. 그동안 결혼과 출산과 육아는 여성 경력단절의 주요인이었다. 특히 올해 통계에서는 처음으로 결혼과 출산보다도 육아가 경력단절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육아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부정책에도 ‘함께 하면 든든하고 행복하다’는 슬로건에도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영화 속 남편과 시어머니처럼 의식의 변화는 더디다. 돕는 사람은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객체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의 위치는 공동의 책임자이고 주체가 된다. 아이 키우는 일에 정부도 국민도 남편도 돕지만 말고 함께 하자.

 

/이윤애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