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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상습 성폭행, 끝나지 않은 익산의 목사 이야기

수십 년간 신자들 상대 성추행·폭행 저질러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 해
사건 관련자 "목소리 내지 못한 피해자 더 있다"
지난달 1심서 징역 8년형 선고, 목사 항소

수십 년간 교회 신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익산의 한 교회 목사 A씨(64)가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자신이 피해받았던 시간에 멈춰 고통과 분노,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수십년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봤다.

 

약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 작은 마을에 자리잡은 교회는 주일이면 이웃 마을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찾을 정도로 유명했다.

지난 1989년 3월 A목사가 이곳에 부임했고 뛰어난 언변과 신앙심에 곧바로 신자들에게 인정받는 목사가 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 년 지나지 않아 목사의 다른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목사는 자신의 권위와 지위를 이용해 부임 몇 해 뒤부터 신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몇 명의 신자가 목사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사건이 쉽게 종결됐다. 당시 교회 신자와 장로들 역시 “목사 같은 권위 있는 사람이 그럴 일 없다”며 지나쳐 금세 묻히게 됐다.

이후 목사의 범행은 더욱 대범해져 남편이 있는 여성부터 미성년자, 장애가 있는 여성 등 가리지 않고 표적이 됐다. 범죄 장소도 교회, 별장, 차안 등 다양했다.

그는 저항하는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해야만 천국을 간다”는 발언부터 “주님의 사랑”, “목사니까 괜찮다” 등 목사라는 신분을 이용하며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피해자들은 고소했지만 처벌받지 않는 목사를 보고 피해를 숨겨가며 피폐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한 피해자는 목사가 두려워 연고도 없는 산속으로 도망가 비닐하우스에 거주하기도 했고, 다른 피해자는 가정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목사에게 저항을 하고 싶어도 침묵해야만 했다.

이런 피해를 당한 신도 중에는 아직까지도 약물에 의존한 채 살거나, 끔찍한 기억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9명. 그러나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는 더욱 많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그동안 숨어지냈던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교인 중 자신도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자가 10여명에 달하고,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자도 10여명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사는 여전히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은 일부 피해자와 내연관계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거나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강제 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모습에 피해자들은 그의 더욱 엄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각오하고 있다”면서 “목사는 그런 적이 없다는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고 분개했다.

이어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도 목사는 ‘피해자들이 자신을 음해하려고 한다’고 하거나 ‘꽃뱀’이라는 등의 소문까지 내면서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부디 이러한 목사가 다시는 목회자로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분노했다.

한편 지난달 1심에서 징역 8년형이 선고된 A목사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엄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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