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야기지만 노래마다 잘 어울리는 가수가 따로 있지요.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노래가 되어버리기도 하지요. 시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던가요, ‘봄날은 간다’는 서른 명도 넘는 가수가 불렀다고 합니다. 음색도 리듬도 창법도 다른, 서른 몇 개의 봄날이 갑니다.
가시가 찔러서 ‘찔레’랍니다. 백난아의 ‘찔레꽃’은 1941년에 만들어졌답니다. 양지바른 돌무더기나 개울가 무넘기에 잘 자란다는 찔레꽃, 야장미(野薔薇)라고도 하지요. 꽃잎을 따먹고 또 연한 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던, 배고픔이 먼저 생각나는 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모내기 철 가뭄을 ‘찔레꽃 가뭄’이라고 한다지요. ‘찔레꽃’도 여러 버전으로 변주되었습니다. 가방끈이 짧아서 직접 쓰지는 못해도 시(詩)를 즐겨 부른다는 장사익과 이원수의 동시를 개사해 부른 이연실의 ‘찔레꽃’이 유독 따끔거립니다. 카센터 직원이었다는, 부러 다방 레지도 해봤다는, 두 사람 모두 인생을 배우고 난 후에 불러서일 겁니다. 탕약처럼 쓰다는 노래 ‘찔레꽃’이 콕콕 가슴을 찌릅니다. 찔레꽃은 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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