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감한 회사 눈치 보기, 아이 보느라 연차 소진
거리두기 탓에 갈 곳 마땅치 않아…휴포자·집콕족 늘어날 듯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는 직장인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회사 분위기를 살펴야 하거나 개학이 늦어지면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이미 연차를 다 써버리는 등 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씨(42)는 벌써 코로나 휴포자(휴가포기자)가 됐다. 회사가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해 직원을 대폭 줄였기 때문. 평소 2~3명이 하던 업무를 혼자 도맡다 보니 휴가계획은 아직 세워보지도 못했다. 이 씨는 “대체인력이 없으니 새로운 업무가 2배로 생긴 거나 다름없다. 일이 벅차 휴가는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유치원 교사 최모씨(43)는 코로나19로 아들 방학이 8월 중순 1주일뿐이라 고민이다. 유치원 일정과 아들 방학기간이 맞지 않아 거의 포기 상태다. 집콕을 하거나 가까운 곳으로 캠핑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한의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최모씨(35)는 코로나 때문에 따로 휴가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직장인 김모씨(40)는 아이들 개학이 늦어지면서 연차를 이미 다 써버린 경우다. 무리를 해서라도 휴가를 갈 수는 있지만 거리두기 탓에 조심스럽고 선택지도 좁아 집콕을 결정했다. 아이들이 원하면 근처 캠핑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거리두기 탓에 갈 곳이 마땅찮다는 이들도 있다. 물리치료사 박모씨(48)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아서 어딜 가더라도 불안하다”면서 “독채 펜션은 비싸기도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박모씨(43)는 “친정엄마가 9월에 팔순이셔서 가족여행을 가려 했는데 연세들이 있다 보니 불안하고 어찌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인력을 줄여 여력이 없는 회사 대표는 직원들 여름휴가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유모씨(45)는 “매출 급감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직원들이 휴가 갈 경우 대체인력 충원은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전주상공회의소 이선홍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힘든 것은 근로자나 사용자나 마찬가지”라며 “상호 힘을 합쳐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알찬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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