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안전지대 아니었다“…617건이 드러낸 주거위기 피해자 4명 중 3명은 청년층…전주·군산·완주지역 집중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3년째. 정부는 피해자 인정과 공공매입 확대, 금융·법률 지원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세사기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는 5월 말 기준 3만9121명에 달하며, 전북에서도 617건의 피해가 공식 인정됐다. 전국 10번째 규모다.
전주를 중심으로 군산·완주 등에서도 피해가 잇따랐고,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피해주택 공공매입 제도가 시행됐지만 전북의 LH 매입 실적은 45호에 그쳤다. 전국 9033호 가운데 0.5% 수준이다.
전북일보는 전북 전세사기 실태를 진단하고, 반복되는 피해의 구조적 원인과 대책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전주시 완산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30대 직장인 A씨는 아직도 보증금 2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은 이미 잠적했고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회수 가능 금액은 불투명하다. A씨는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돈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가 더 이상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건수는 3만912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북은 617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번째 규모다. 광주(666건)와 비슷한 수준이며 충북(427건), 강원(405건), 울산(240건)을 크게 웃돈다.
전북도 집계에서도 피해는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전체 피해의 약 64%가 전주에서 발생했고 군산 16%, 완주 11%, 익산 6% 순으로 나타났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다세대주택과 원룸 밀집지역이 주요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피해자의 상당수가 청년층이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전국 기준으로 피해자의 75.9%가 40세 미만이다. 20대가 25.5%, 30대가 50.4%를 차지한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가 전세사기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전북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빌라와 다세대주택, 오피스텔에 입주했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전주에서는 지난해 신용불량자 신분의 임대인이 다수의 빌라를 이용해 170여명으로부터 1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청년이었다.
문제는 피해가 단순한 금전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은 대부분 서민과 청년에게 사실상 전 재산과 다름없다. 전세사기를 당할 경우 결혼 계획이 미뤄지고 주거 불안이 장기화된다. 대출 상환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삶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지역소멸 문제와 연결해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북은 이미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역이다. 어렵게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이 주거 사기까지 경험할 경우 결국 수도권 이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617건은 단순한 사건 수가 아니라 무너진 삶의 숫자”라며 “전세사기는 개인 피해를 넘어 지역 정착 기반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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