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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우석상'에 코모딘 감독〈자코모의 여름〉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상'우석상'은 이탈리아 알렉산드로 코모딘 감독의 〈자코모의 여름〉에 돌아갔다. 〈자코모의 여름〉은 청각 장애를 가진 자코모와 여자친구 스테파니가 보낸 어느 여름 날, 소소하지만 반짝였던 모든 감성과 기억의 편린을 포착한 영화. 전주영화제가 우석대의 후원을 받아 전 세계 신인 감독들의 영화 중 현대 영화의 폭과 깊이를 넓힌 작품에 수여하는 '우석상'을 타게 된 감독은 미화 1만 달러와 제작지원금 5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고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도중에 수상 소식을 접한 감독은 이메일을 통해 벅찬 소감을 전했다."이 멋진 소식을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 첫 영화 〈자코모의 여름〉 수상은 나와 같은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작고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것. (영화를 통해) 그것과 조우했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여서 충분히 행복했다."또한, JJ St☆상과 JIFF 관객상을 한꺼번에 받게 된 〈잠 못 드는 밤〉의 장건재 감독은 "30대 후반 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나의 고백이기도 했다. 연출을 맡아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이제부터 아기도 열심히 제작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JIFF의 관객상을 받은 독일의 얀 차바일 감독은 "밤 늦게까지 고생하면서도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하는 JIFF지기들을 위해 내 영화라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올해 한국단편경쟁은 부문별(극다큐, 애니메이션, 실험영화)로 우수작 1편씩 총 3편을 선정하는 것으로 변신했다. (주)휴림이 후원하는 최우수 작품은 'JIP & 상'(대상)과 상금 500만원을, 다른 2편은 우수상과 250만원이 수여됐다. 이화정기자hereandnow81@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우석상 = 〈자코모의 여름〉 (감독 알렉산드로 코모딘〉△ 전은상(심사위원 특별상) = 〈엑스 프레스〉(감독 제트 B.레이코)△ JJ St☆상 = 〈잠 못 드는 밤〉(감독 장건재)△ JIP & 상 = 〈오목어〉(감독 김진만)△ 우수상 = 〈너에게 간다〉(감독 신이수), 〈바람이 부는 까닭〉(감독 이행준)△ 이스타항공넷팩상(최우수 아시아 영화상)= 〈플로렌티나 후발도〉(감독 라브 디아즈)△ 관객평론가상 = 〈아버지 없는 삶〉(감독 김응수)△ JIFF 관객상 = 〈강은 한때 인간이었다〉 (감독 얀 차바일), 〈잠 못 드는 밤〉 (감독 장건재) △ CGV 무비꼴라주상 = 〈파닥파닥〉 (감독 이대희)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2.05.07 23:02

관객 점유율 80.1% 예년수준…사회적 이슈 담은 영화들 파장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4월26일~5월4일)가 노린 나비 효과가 증명됐다. 여기엔 '공감 &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전주영화제의 긍정적부정적인 면 모두 해당된다. 국내외 심사위원감독들은 올해 유난히 악재가 많아 지쳤던 전주영화제에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최고'라는 상찬을 내놓았다. 특히 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룬 상영작의 경우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전주영화제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2'에 참여한 중국의 잉량 감독이 내놓은 정부의 비인간적 사법 과정을 고발한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은 중국 당국이 영화제에 저작권 100억을 제시하며 영화 상영 금지를 요청하고 압력을 행사해 파장을 일으켰고,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은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참여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며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반면 매년 영화제 곳곳에서 잘 활동해오던 자원봉사자 JIFF지기들이 올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점이 많았다. 또 일부 프로그램 변경이 공지되지 않거나, 상영 도중 자막이 잘리거나 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 사고가 예년에 비해 빈번했다는 점도 영화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신경써야 할 대목으로 지적됐다. △ 전 섹션 고른 매진신설 섹션 관심 아쉬워 올해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는 42개국 184편(장편 137편단편 47편). 지난해 38개국 190편(장편 131편단편 59편)에 비해 6편이 줄었으나,'비엔나 영화제 50주년 특별전','게스트 큐레이터','되찾은 시간' 등 3개의 새로운 섹션을 신설해 '자유독립소통'의 정신을 이어간 실험적인 영화들이 관객들과 교감했다. 올해 유료 관객수는 6만7144명으로 지난해 6만7095명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좌석 점유율과 매진 횟수가 각각 80.1%, 140회(지난해 86%, 179회)로 지난해 보다 다소 줄었다. 이는 일부 상영작 상영 횟수가 2회에서 3회로 늘어나 전체 극장 좌석수가 6287석이 증가한 데 기인한 결과로 예년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자평했다. 오히려 전주영화제는 유동 인구수가 지난해 38만 명에 비해 2만 명 더 늘어난 40만 명으로 추산했다.특히 올해 한국영화가 전 섹션에 걸쳐 선전하면서 인기 섹션으로 떠오른 반면 신설 섹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고 인기작 베스트 10(개폐막작과 경쟁 부문 제외)의 12위(〈MB의 추억〉, 〈개들의 전쟁〉)가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 나왔고, '시네마 스케이프'(〈관용의 집〉, 〈나나〉)와 '시네마 페스트'(〈나도 너처럼〉,〈르 타블로〉)'포커스'(〈새들의 노래〉, 〈영자의 전성시대〉) 등에 출품된 작품들이 인기작 반열에 고르게 올랐다. △ 웹진'온감'신설 등 관객 맞춤 서비스 호평올해 전주영화제는 상영작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제 홈페이지에 웹진'온감'을 신설해 호평을 받았다. 전주영화제는 비주류낯선 영화를 상영하다 보니, 관람객 입장에선 영화를 잘못 선택하고 들어갔다가 졸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 이런 불상사(?)를 줄이기 위해 전주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섭외된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직접 보고 쓴 리뷰를 올리도록 해 관람객들이 상영작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또한, 지프 라운지 내 다음 라운지(Daum Lounge)에서 '제2회 폰 필름 페스티벌' 본선 진출작을 감상하도록 했고, 다음 홈페이지에 스페셜 페이지와 모바일 메신저'마이피플'을 열어 상영시간표, 전체 상영작 정보 등을 제공했다. 지난해 전주영화제 평가 공청회에서 지적된 축제성 강화를 위해 올해 전주영화제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33회 공연을 마련하고, 관객 파티를 확대시켜 3000여 명의 관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와 비교해 관객과의 대화(GV)가 144회에서 125회로 줄어 진지하고 학구적인 전주영화제 마니아들의 즐거움이 다소 줄었다. △ 생산하는 영화제 위상 강화저예산독립예술 영화의 제작유통배급을 돕기 위한 제4회 전주 프로젝트 마켓(JPM)은 생산하는 영화제로 관심을 모았다. 영화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총 1억1000만원의 상금과 3000만원 상당의 현물 지원 등으로 대폭 확대 돼 영화 산업 관계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전주영화제가 영화진흥위원회와 해외 진출과 국내외 배급을 위해 한국영화 신작을 상영하는'인더스트리 비디오 라이브러리'(필름 마켓 자료실)에서는 지난해 213편 보다는 출품작 수가 대폭 줄어든 156편이 선보였다. 전주영화제는 "영진위가 제작년도에 상관없이 한국영화들을 소개해왔다가 올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작되어온 신작들로 추리다 보니 작품 편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우 감독의 〈지옥화〉,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 박상훈 감독의 〈앙코르와트〉 등 한국경쟁 섹션에 관심이 집중됐고, 발레리 마사디앙 감독의 〈나나〉, 마에다 데츠 감독의 〈스키야키〉 등 '시네마 스케이프'와 '시네마 페스트' 등에 출품된 작품도 인기를 모았다. △ JIFF지기 교육 강화돼야전주영화제 프로그램은 올해도 훌륭했지만, 영화 상영 도중 빚어질 수 있는 사고가 예년에 비해 많아 JIFF지기와 스태프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외 모든 영화제가 부러워할 정도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JIFF지기는 전주영화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얼굴. 하지만 프로그램 전반에 관한 이해가 낮은 JIFF지기들이 관람객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 데다 변경된 일정에 관한 공지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상영 도중 자막이 잘린다든가(〈파멸〉) 소리가 나오지 않는(〈낯선 곳에서의 2주〉) 등의 실수가 있었다. 전주영화제의 인기 프로그램인 '불면의 밤'을 찾았던 2층 관람객들은 일부 JIFF지기가 잘못 안내해 간식료를 따로 부담한 사람만 받는 서비스로 오인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 전주 이외 관람객 미흡32곳 지역 상권과 연계해 전주영화제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10~5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With Jiff'는 인기를 누린 반면 전주영화제가 코레일과 협약을 맺어 내놓은 1박2일 투어 프로그램'전주영화제, 한옥마을, 새만금 마실길 기차여행'은 실적이 없었다. 홍영주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전주영화제를 찾는 젊은 관람객들의 문의는 쇄도했으나, 실제 영화제를 본 뒤 다른 지역까지 돌아보는 데에는 흡인력이 낮았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주영화제가 전주고속버스터미널과 전주역에 한해 운영하고 있는 셔틀버스와 JIFF지기 안내 서비스 등을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2.05.07 23:02

9일간의 시네마 잔치 '마지막 밤' 김영호·문정희가 빛낸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9일간의 시네마 여행을 뒤로 하고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4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폐막식은 배우 김영호 문정희가 사회를 맡아 피날레를 장식한다. 배우 김영호는 뮤지컬 '명성황후'와 '아가씨와 건달들' 외에 드라마 '야인시대', '장길산', 영화 〈유령〉, 〈블루〉, 〈미인도〉 등을 넘나들며 주목 받아온 연기파 배우.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쌓은 기본기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 문정희는 드라마 '연애시대', '천추태후', '사랑을 믿어요', '천일의 약속'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날 제작지원금 1만 달러가 주어지는 최고상 '우석상'이 수여되는 국제경쟁을 비롯해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부문 시상이 수여된다. 특히 한국경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선정해오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축제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장식하기 위해 폐막작을 별도로 선정, 홍콩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를 선보인다. 유운성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허안화 감독은 1960년대 초 왕성한 활동을 벌였으나, 1990년대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에 작지만 내밀한 영화를 제작해오면서 위상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런 노력이 정점을 이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전주영화제가 내건 '자유독립소통' 아래 영화 예술의 다양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면서 관객과 시민, 영화인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역동적인 영화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주영화제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전주를 알리고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생산하는 영화제이자 세계적인 영화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2.05.04 23:02

전주 영화 발전 가늠자 '로컬 시네마, 전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은 '로컬 시네마, 전주'다. 전주영화제가 2006년부터 전주 지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그 성과를 국내외에 소개하기 위해 신설했던 코너로 최근 단편에서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맹수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전주에서 만들어지는 장단편이 그저 전주에서 만들어진 지역 영화이기 때문에 보호받는 차원을 넘어서 작품의 수준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5편의 상영작은 송영화 감독의 9분짜리 단편 〈장〉부터 이은상 감독의 30분짜리 장편〈복날〉까지 제각각 독창적인 영상 미학을 보여줬다.이수유 감독의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은 김제 화동마을의 들판과 바람햇살이 영화가 되는, 한 편의 시(詩)를 연상케 하는 영화다. 중년의 아들과 사는 노모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 죽음이 다가왔음을 안 어머니는 꽃단장을 한 뒤 어디론가 떠나며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삶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 차분한 호흡으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반면 〈복날〉은 마초들의 원초적 본능에 관한 오마주(?)다. 해병대 전우회 출신 주인공은 선배들의 부르심으로 복날에 잡을 개를 데려오다가 사고가 난다. 여기서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옛 친구를 만나 잃어버린 개를 찾으러 다니다 옥신각신한다. '진짜 남성'의 강박관념이 무엇인지 재치 있게 보여준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릴 법한 작품. 지난해 전북영화제작 인큐베이션 지원작이다.〈장〉과 〈1/75'〉은 10분 안팎의 단편에 전혀 다른 미학을 응축시켰다. 어둡고 비좁은 철조망 안에 갇힌 이들이 이유 없이 불안해한다. 순간 누군가 사라지고, 뒤이어 칼로 손질을 당하는 생닭이 나온다.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작품. 이지송 감독의 〈1/75'〉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서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한 눈부신 설경을 쫓는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장면 장면이 끊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흠이나, 곧 영원이 되는 순간이 기록됐다.임경희 감독의 〈구토〉는 바이러스에 감염 돼 아들이 게이가 됐다고 여기는 어머니의 공포를 집중력 있게 보여준 작품. 공포와 공포를 야기시키는 요인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배우 권남희의 열연이 돋보였다. 전북독립영화제작스쿨 2기 선정된 작품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5.03 23:02

"'독립영화 = 재미없는 영화' 편견 깨졌죠"

Q =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은.R = 프로그래머. 딩동!Q = 그 다음으로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은.R = 자막팀. 딩동!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하기 2개월 전부터 자막팀이 가동됐다. 자막가들은 올해 초청된 상영작 42개국 184편의 영화들을 나누어 본 뒤 음성을 추출해 장면 장면에 맞게 자막을 넣고, 영화제 기간 사고 없이 자막 상영을 돕는 일. 이를 위해 적게는 10편 안팎의 영화들을 안 좋은 비디오 화면으로 수십 번 반복해서 봐야 하지만, 이들의 고충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좋은 경험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가 영화를 수없이 본 덕분에 빨간 토끼눈이 되고야 만 국성호(28) 오신애(24) 홍아라(24전북대 행정학과 4)씨는 올해 처음 전주영화제 자막팀에 합류한 '용감한 녀석들'이다."맨 처음 자막을 넣을 땐, 한글 자막 없이 하거든요.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고, 두번 째 봐도 이런 뜻인가 싶고, 번역이 와서 보면 '아! 그런 말이었구나!'하게 돼요."(웃음) 국성호씨의 이야기에 홍씨도 "대사가 없는 영화도 있지만, 빠른 대사가 나올 경우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하는 세심함이 많이 요구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보면서 견문이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오씨는 자막팀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으로 "남들보다 영화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내가 자막을 넣은 영화는 '내 영화'라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오씨가 꼽은 잊을 수 없는 영화는 〈나는 너의 것〉. "초반에 받은 영화인 데다, 가장 오래 봤고, 가장 많은 공이 들었다." 이 영화는 20대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법한 사랑과 상처, 치유의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음악이 너무 좋았지만 영화제 개막 전 극장에서 자막 상영을 연습해보면서 실수가 나와 애증이 담긴 작품이 돼 버렸다." 국씨는 "남자라면 갖기 쉬운 로봇에 대한 환상 혹은 열광을 담은" 〈로보-G〉에 애착이 가장 많다. 로봇 탈을 쓴 할아버지가 전하는 좌충우돌 코미디는 영화제 기간 매진 행렬을 이뤄 스스로도 뿌듯했다. 〈불가의 앉아〉를 통해 "내가 결혼해서 40~50대가 되면 저런 부부의 모습이었으면" 생각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 영국의 신예 벤 리버스의 첫 장편 데뷔작〈바다에서의 2년〉은 홍씨의 뇌리에 남는 작품이다. "단조로운 노인의 일상을 흑백영화로 표현해내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마치 노인을 몰래 지켜본 것 같은 기분이 오래토록 남는다"고 했다. 이들이 영화제를 통해 함께 배운 것은 뭘까. 낯선 영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삼총사'는 "무엇보다 '독립영화 = 재미없는 영화'라는 편견이 완전히 깨졌고,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여러 번 보면 재밌는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남은 기간 관람객들이 전주영화제를 마음껏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사소한 실수는 너그러이 눈감아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5.02 23:02

'시티:홀' JIFF가 찍은 될성부른 다큐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프로젝트 마켓'을 열어 '싹수'있는 곳에 매년 투자를 해오고 있다. '전주프로젝트 프로모션'(JPP) 이라는 이름으로 공모를 통해 영화제 기간 지원작을 발표한다. 지난 주말 진행된 올 JPP 행사는 총 90개 회사 350명의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듀서 피칭, 다큐멘터리 피칭, 워크 인 프로그레스 3개 부문으로 나누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날 단연 돋보인 평가를 받은 작품은 다큐멘터리 피칭 분야에서 정재은 감독의 '시티:홀'. 건축이라는 시대적, 대중적 코드와 서울시신청사 건축과정의 부조리를 고발하겠다고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1000만원의 제작지원금과 영화자막 현물지원, SJM문화재단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금 5000만원, 그리고 관객상까지 휩쓸었다.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실력있는 신진 프로듀서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의 프로듀서 피칭에서는 오가음 프로듀서의 '얼룩'이 지원작에 선정됐다. 또 전주영화제와 함께 해온 감독과 프로듀서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제작 진행중인 참신한 독립영화 기획들을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 선보이는 '워크 인 프로그레스'에서는 마티아스 피네이로 감독의 '비올라'가 지원작에 선정됐다. 독창적인 미학적 컨셉이 작품의 제작과정과 형식에서 충분히 제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평가받았다. 지원작 선정은 3개 분야별 심사위원단을 구성하고, 분야별 본선에 진출한 5편의 작품에 대한 피칭과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선정한다.다음은 수상작.〈프로듀서 피칭〉△기획개발지원금=얼룩(오가음) △JJCA지원상=괴물들(양명숙) △관객상=미확인거주물체(윤경돈)〈다큐멘터리 칭〉△제작지원금,(주)프르모디티 제작지원, 관객상 =씨티:홀(정재은 감독) △JJCA지원상=철의꿈(박경근 감독) △SJM문화재단 제작지원금=시티:홀, 만신(박찬경 감독)〈워크 인 프로그레스〉△제작지원금=비욜라(피네이로 감독) △JJCA지원상, 관객상=탐욕의 제국(홍리경 감독)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5.01 23:02

버스파업 등 악재 속 무난한 성적표 티켓 점유율 주말 평균 90%…개·폐막작 매진에 한국영화 선전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중간 성적표를 받았다.전주영화제는 초반 4·11 총선과 여수세계박람회로 홍보가 밀린 데다, 전주영화제 개막식이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과 겹치는 바람에 스타 참석률이 저조해 축제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더구나 민노총 전주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이유로 전주영화제를 향해 협박과 폭언까지 서슴없이 해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펼쳐진 전주영화제는 전 섹션에 걸쳐 주말 평균 90% 티켓 점유율을 보였고, 야외 공연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30일 전주영화제 조직위가 밝힌 티켓 점유율은 26일 100%, 27일 66.3%, 28일 92.8%, 29일 89.7%. 올해 일부 상영작 상영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리면서 전체 극장 좌석수가 6,287석이 증가했기 때문에 조직위는 "이만하면 선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개막작 〈시스터〉와 폐막작 〈심플 라이프〉가 1500석이 넘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꽉 메우는 매진 행렬을 시작으로 〈불면의 밤 : 두번째 밤〉과 〈로보-G〉, 〈스키야키〉 등이 90% 이상 점유율을 보였고,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한국영화 쇼케이스' 등은 99%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땀〉과 〈경찰관〉, 〈흙〉 등을 비롯해 전작을 소개하는 '우치다 도무 회고전'은 전주영화제 이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부 상영될 예정이어서 티켓 점유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28~29일 진행된 베짱이사운드 등이 참여한 관객 파티는 30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려 인기를 확인했고, 영화전문가 뿐만 아니라 강신주(철학자) 이현우(인문학자) 등이 참여해 폭넓은 소통의 장을 이룬 '오프스크린' 등도 진지한 열기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영화제 기간 진행될 140여 회 관객과의 대화(GV) 외에도 감독이 영화제에 불참한 특별전의 경우 프로그래머나 평론가 등이 감독을 대신해 설명을 곁들이는 '인트로덕션'이 신설 돼 11회 추가 진행됐다. 하지만 전주영화제의 또 다른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지프지기'들은 일부 미숙한 진행 능력을 보였다. '인트로덕션'에 대한 공지가 원활하지 않았고, 영화 〈파멸〉 상영 도중 자막이 일부 잘렸으며, 영화 〈자이언츠〉는 화면의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조직위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제 전까지만 해도 마대자루를 뒤집어쓰고 거리투쟁에 나선 일부 버스 노조원들은 영화제가 시작되자 앞쪽엔 '한국 노동자 총력 투쟁!'이라고 적고 뒷쪽엔 외국인을 위해 관련 영문까지 친절히 적은 피켓을 들고 다니면서 비교적 조용하게 시위를 진행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5.01 23:02

가족 통한 속시원한 조롱과 은유

"어제 도착한 따끈따끈한 작품입니다. 식사 시간을 앞두고 관람하기 적당한 작품일 것 같습니다."지난 27일 전주 메가박스 7관에서 열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의 '숏!숏!숏!2012'의 시사회.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김곡김선 감독(예명 '곡사')의 〈솔루션〉과 박정범 감독의 〈일주일〉을 소개했다. 올해 '숏!숏!숏'은 전주영화제와 KT&G 상상마당, 인디스토리가 공동 제작해오던 시스템이 종료되면서 전주영화제가 독자적으로 '숏!숏!숏!'을 제작배급하게 됐고, '세 명의 감독, 세 작품'을 소개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두 명의 감독이 빚어낸 중장편 프로젝트로 변화됐다. 국내 독립영화계 가장 주목받는 감독들이 초대되면서 기대를 잔뜩 모은 영화. 역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전주영화제를 처음 방문해 관람한 이들에겐 'X'씹은 표정이 됐고, 전주영화제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이들은 "역시 전주영화제 답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독립영화계의 '코엔 형제'라 불리는 '곡사'가 내놓은 〈솔루션〉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코미디. 영화는 대한민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 문제해결 프로그램 '솔루션'을 통해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식변증'에 걸린 아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가족의 붕괴를, 더 나아가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했다. 영화는 "국가의 축소판인 가족"을 통해 "똥을 똥으로 부를 수 없는 사회"를 향한 따끔하고도 속 시원한 조롱과 정치적인 은유를 시도했다. 너무 혐오스럽지도 사실적이지도 않아, 편안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수위. 박정범 감독이 내놓은 〈일주일〉은 사회의 온갖 부조리함을 다 건드려놓고 봉합이 안 된 채 끝나 버려 불편함을 주는 영화다. 영화는 배우를 꿈꾸며 대리 운전을 하는 누나 진이가 외제차와의 접촉 사고로 380만 원을 빚을 갚기 위해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동생 철이와 보낸 불행한 1주일을 응시한다. 전작 〈무산일기〉와 〈일주일〉 모두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던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일주일〉은 주인공의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다. 시간에 쫓겨 연기를 감행하고, 뒷부분을 넣지 못해 아쉽다는 박 감독은 "그러나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재 모습"이라고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30 23:02

전주 '시네마 천국' 13번째 설렘 시작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의 나비 효과가 시작됐다. 26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주영화제 개막식에는 '제48회 백상 예술대상 시상식'으로 발길을 돌린 영화계 스타들로 레드카펫은 다소 심심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국내외 저명한 영화 평론가감독 등이 대거 참석했다. '배우보다 감독들이 더 선호하는 영화제'라는 현실을 반영하듯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디지털 삼인삼색 2012'은 상영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 '디지털 삼인삼색 2012'에 참여한 중국의 잉량 감독이 비인간적인 사법제도의 폐해를 다뤄 전주영화제가 중국 정부로부터 영화를 개봉하지 말아달라는 상당한 압력을 받아왔다"면서 "전주영화제가 의도했던 나비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전주영화제 개막작 '시스터' 홍보 행사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프랑스계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은 동영상으로 "나의 작품이 전주영화제에 초청 돼 영광"이라고 전했다. 한국 영화계 거장 임권택, 나이에 상관없이 매력적인 배우 강수연예지원 등이 섹시함 대신 우아함을 입고 전주영화제를 찾았으며, 전주영화제 얼굴인 임슬옹손은서는 블랙으로 커플룩을 완성해 세련미를 연출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4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42개국 184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7 23:02

"상영시간 길고 고약한 영화, 돈 안 되지만 다른 가치 있죠"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유운성(38) 조지훈(37) 맹수진(41)씨는 '자본주의가 깜빡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자본과 제도와 시간의 폭력에 선택받지 못한, 돈이 안 되는 영화를 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주영화제는 유독 3시간이 넘는, 긴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많은 티켓을 팔고, 더 많은 관객들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쓴다면, 3시간이 넘는 영화를 상영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없고, 러닝 타임을 할애해야 하고, 영화가 길다고 티켓 가격을 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3시간 이상 되는 영화가 7편이나 된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올해 각별한 애정을 쏟은 불면의 밤(첫번째 밤)에는 최초로 뮤지션들에 관한 화제 음악 다큐멘터리 2편(<조지 해리슨>, <말리>)과 독일을 대표하는 중견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도미닉 그라프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 등의 옴니버스 영화(<드라이레벤>)에 기대가 남다르다. 반면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올해 누구나 보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던 '우치다 도무 회고전' 예매율 성적이 아직 좋진 않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재일 한국인 문제를 맨 처음 다룬 감독이기도 하거니와 모든 일본적인 장르를 건드리면서도 다 뒤틀어놓아 이렇게까지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러나 숨은 거장"이라고 '강추'했다. 지난해보다 6편이 줄어든, 그러나 4개국이 늘어난 올해 상영작은 총 42개국 184편. 올해 전주영화제는 '되찾은 시간', '비엔나 영화제 특별전', '게스트 큐레이터' 등 세 섹션을 신설하면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영화는 언짢고, 또 어떤 영화는 고약하다. 소위 '짜증 지대로'인 캐릭터나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세 프로그래머들의 개성 강한 취향이 의외로 장르를 초월해 쉽게 합의된다는 점에서 영화제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다만 몇 가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곤 말이다. "가령 너무 귀엽거나 어른스러운, 아이 같지 않은 아이가 나오는 영화는 미치도록 싫어하는" 유 프로그래머는 "아이들의 살인 미소만 나오는 영화만 보면 '껌뻑' 죽는" 조 프로그래머와는 평행선을 달린다. 2010년 폐막작 <알라마르>는 두 프로그래머가 옥신각신한 끝에 조 프로그래머에 의해 소개된 영화. "더러운(?) 영화를 좋아한다"고 충격 고백한 맹 프로그래머는 "똥이 나오는 영화를 이유 없이 좋아한다."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심리 상태를 깨부숴 어떻게든 길을 잃게 만드는 메타 영화 <비밀의 문>(국제 경쟁)가 올해의 화제작이라고 한다면, 맹 프로그래머의 독특한 취향 또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어쩌면 그는 고향별과 교신하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일 수도 있겠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7 23:02

개막작 '시스터' 리뷰…결국 믿을 건 혈육 뿐이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프랑스계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시스터>는 전작인 <홈>과 같이 비대칭으로 싹둑 잘린 앞머리처럼 갑작스레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매력적이다.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한 스키장에서 누나 루이와 남동생 시몽이 주인공이다. 그는 어렵게 구한 스키장의 출입증을 이용해 스키장에 놀러온 관광객들의 가방과 옷, 스키 장비를 훔쳐 팔아 살아가고 있다. 도둑질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몽의 아슬아슬한 삶은 벼랑 끝에 매달린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시몽은 늘 용돈을 주고 돌봐야 하는 철없는 누나 루이를 다독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시몽의 도둑질이 발각되고, 평온할 것만 같았던 시몽의 삶에 위기가 찾아온다.영화 속 어린 시몽의 삶은 마치 사력을 다해 훔친 물건들로 가득 찬 썰매만큼이나 버거워 보인다. 어른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어른 아이가 된 소년은 사랑을 요구하는 감정표현 또한 서툴다. 스키장에서 만난, 엄마를 연상시키는 얀센 부인과 하나 뿐인 혈육인 누나에게 마저 애정을 계산하려 드는 시몽의 모습은 기형적이다 못해 가엾다. 영화는 이렇게 어두운 성장 터널을 통과하는 시몽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런데 어째서 제목은 <시스터>일까. 그것은 시몽에게 있어 끝없는 결핍의 원인이자 이 힘겨운 삶을 이겨내는 힘이 바로 누나 루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이면서도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영화는 이들이 깊숙이 숨겨놓은 상처를 들춰내고 그것을 마주하는 남매의 모습을 덤덤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대한 음악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숨소리로 채워지는 화면.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알프스의 설경과 시몽이 사는 황량한 아파트 사이의 간극만큼이나 멀고 건조한, 그래서 관객마저도 이들의 상처에 무관심한 세상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카메라의 시선. 일상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내는 감독의 화술과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편집, 환상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 안에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4: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얼굴을 알린 프랑스의 주목 받는 신인 여배우 레아 세이두와 유년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애정과 욕망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시몽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한 케이시 모텟의 연기는 이 영화를 서글프지만 비참하지 않게, 절망적이지만 희망적이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전 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드 시리즈 'X파일' 시리즈의 스컬리 요원, 질리안 앤더슨의 모습도 반갑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7 23:02

'불면의 밤' 음악 다큐·공포물…잠을 잘 수가 없네

밤새 영화를 보고 싶다면, 무조건 '불면의 밤'이다. 잠을 쫓을 만큼 신나는 혹은 괴이한 혹은 반전에 깜짝 놀라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밤은 전설의 뮤지션에 관한 화제의 음악 다큐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국의 전설적인 4인조 밴드 '비틀즈'의 멤버이자 일찍 세상을 떠난 조지 해리슨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조지 해리슨〉과 자메이카 출신 레게의 제왕 밥 말리의 생애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말리〉가 상영된다. 두 번째 밤은 태국, 필리핀, 프랑스에서 제작된 3편의 장편 장르 영화. 〈헤드샷〉은 태국을 대표하는 감독 펜엑 라타아루앙 신작이자 범죄와 부패 등을 엮은 필름 누와르 〈헤드샷〉, 사회적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를 교배시켜 필리핀 슬럼가를 때론 매혹적이고, 때론 폭력적으로, 때론 기이하게 담아낸 〈몬도 마닐라〉, 소름 끼치는 페티시즘을 가진 살인자가 되는 실뱅을 다룬 호러 영화〈라스트 스크리닝〉 등이 이어진다.세 번째 밤은 독일의 크리스티안 펫졸트, 도미닉 그라프, 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가 엮은 옴니버스 영화〈드라이레벤〉이 장식한다. 한 편이 완결한 내러티브를 가지면서도 각각의 내러티브를 연결한 270분.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뒤 최고의 독일영화이자 역사상 가장 잘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중 한 편이라는 격찬을 받았다.불면의 밤 작품 상영관시간〈말리〉4/27 밤 12시 CB, 5/3 오후 8시 C2 〈조지 해리슨〉4/27 밤 12시 CB, 5/1 오후 2시30분 M4〈헤드샷〉4/28 밤 12시 CB, 5/2 오후 2시30분 C3, 5/4 오전 11시 M10 〈몬도마닐라〉4/28 밤 12시 CB, 4/30 오전 11시30분 M6〈드라이레벤〉4/30 밤 12시 M4, M5, 5/3 오후 5시30분 M6〈라스트 스크리닝〉4/28 밤 12시 CB, 5/2 오후 8시 J5

  • 문화일반
  • 이지연
  • 2012.04.27 23:02

국제경쟁, 영화제 최고상 '우석상'은 누구에게

당신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 경쟁'은 이같은 질문을 던진 영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재능과 새로운 영화의 발견을 시도했다. 총 10편 중 9편이 데뷔작으로 지역별로는 유럽 6편, 아시아 3편, 남미 1편 등이 포함됐다.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의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을 초대된 데 이어 올해는 이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파닥파닥〉이 초대됐다. 감독이 5년에 걸쳐 제작한 〈파닥파닥〉은 비좁은 횟집의 수족관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생선은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팍팍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프로그래머가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은 러시아의 안젤리나 니코노바의 〈비밀의 문〉도 눈길을 끈다. 여러 명의 경찰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아동 심리상담사 마리나가 범인을 찾아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 그러나 이것이 복수인지 사랑인지 모호하게 그려져, 여성의 시선으로 보든 남성의 시선으로 보든 다소의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는 폴란드 출신 미술가 빌헬름 사스날과 아내 앙카 사스날이 공동 연출한 이 영화는 과감하게 생략한 역사적 시간 뒤 은밀하게 숨겨진 공포를 폭로하는 방식. 〈이곳은 달이 아닌 지구〉 역시 포르투갈 신성 공살루 토샤가 제작한 것으로 사라져가는 것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한 영화다. 영국 영화계의 주목을 이끈 벤 리버스의 장편 데뷔작 〈바다에서 2년〉,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로 코모딘의 〈자코모의 여름〉, 독일의 얀 차바일의 〈강은 한때 인간이었다〉는 시네마토그래픽 시도를 한 독창적인 단편들이다. 일본 고바야시 게이이치의 〈핑크빛 하늘〉은 사춘기 소녀의 경쾌한 발걸음을 디지털 미학으로 풀어내고, 브라질 이두아르두 누네스의 〈남서쪽〉은 헝가리 거장 벨라타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엄하고 매혹적인 롱테이크(long take쇼트가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의 미학을 보여준다.심사위원단은 영화제 기간에 제작지원금 1만 달러가 주어지는 최고상 '우석상'을 선정한다. 전북은행이 후원하는 '전은상'(심사위원 특별상)은 부상 700만원이 수여되며, 관객 투표로 선정되는 작품에는 SONY가 부상을 수여한다.〈강은 한때 인간이었다〉5/1 오후 5시 M10, 5/3 오후 5시 M10〈남서쪽〉4/28 오후 2시30분 M9, 4/30 오후 8시30분 C3〈멀리서 보면 아름답다〉4/28 오후 8시30분 C3, 5/2 오전 11시30분 M9〈바다에서 2년〉4/30 오후 2시30분 C3, 5/3 오후 2시30분 C3〈비밀의 문〉4/27 오후 5시30분 C3, 5/2 오후 8시30분 C3〈엑스 프레스〉4/29 오후 5시 M8, 5/2 오후 8시 DC, 5/4 오전 11시 M8〈이곳은 달이 아닌 지구〉4/27 오후 8시30분 M9, 5/1 오후 8시 M10〈자코모의 여름〉4/29 오후 2시30분 C3, 4/30 오후 5시30분 M9〈파닥파닥〉4/29 오후 8시 M10, 5/1 오후 2시30분 M9〈핑크빛 하늘〉4/28 오후 5시30분 M9, 5/2 오후 5시 M10CB=전북대삼성문화회관, DC=디지털독립영화관, M=메가박스, J=전주시네마타운, C=CGV, OS=야외상영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6 23:02

개막작 '시스터'는 어떤 영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은 프랑스계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사진)의 두 번째 영화 〈시스터〉다. 10대 남매의 어두운 성장 터널을 건조한 시선으로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 또한 무관심한 세상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영화는 알프스 한 자락에 위치한 한 스키장이 배경이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오빠 같은 남동생 시몽은 여동생 같은 누나 루이와 함께 산다. 스키장에 놀러온 관광객들의 옷, 가방 등을 훔쳐 팔던 시몽은 도둑질이 발각 돼 경찰에 끌려가면서 삶에 위기가 찾아온다. 클레어 드니 감독의 동지인 아네스 고다르 감독과 편집을 맡은 넬리 퀴티어는 인물과 거리를 유지해 감정 이입을 차단시키면서도 미묘한 고립감, 미세한 감정을 잘 잡아냈다.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4 : 고스트 프로토콜〉에 출연한 프랑스 영화계 신인 여배우 레아 세이두(누나 역), 케이시 모텟 클레인(동생 역)의 연기 호흡이다. 철없는 누나와 성숙한 여인을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레아 세이두의 연기력과 삶의 욕망을 거세당한 채 고단하게 살아가는 외로운 아이의 내면을 표현한 케이시 모텟은 아슬아슬한 일상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관객의 감정 이입을 차단한다. 감독은 1971년 프랑스 브장송 출신으로 프랑스와 스위스 국적을 갖고 있다. 그는 벨기에 방송예술학교에서 영화와 텔레비전을 전공했으며, 알랭 타네의 〈요나와 릴라〉를 비롯한 몇몇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장편 데뷔작 〈홈〉은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상영된 바 있다. △ 〈시스터〉 = 4/26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4/28 오후 2시 전북대삼성문화회관, 5/2 오후 2시 전주시네마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6 23:02

전주국제영화제, 3개 섹션 신설 깊어진 공감…42개국 184편 '영화 성찬'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섹션을 신설해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관객들과 더 깊어진 공감을 시도한다. 자유, 독립, 소통의 정신을 잇기 위한 영화제의 새로운 변신은 26일부터 5월4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상영작은 총 42개국 184편(장편 137편단편 47편). 개막작은 프랑스계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의 〈시스터〉, 폐막작은 홍콩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이다. 올해는 축제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단평경쟁 수상작 대신 폐막작을 별도로 선정, 영화제 기간 주말에 상영된다. 일부 상영작 상영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린 결과 전체 극장 좌석수가 6,287석이 증가했다. 전체 프로그램은 JIFF 프로젝트, 경쟁부문, 시네마 스케이프, 시네마 페스트, 영화보다 낯선, 포커스 등 6개 섹션으로 꾸려진다. 포커스에 비엔나 영화제 50주년 특별전, 게스트 큐레이터, 시네마 스케이프 에 되찾은 시간 등 3개의 새로운 섹션이 신설됐고, 일부 섹션은 성격이 재조정됐다.올해 영화제는 한층 강화된 특별전회고전으로 포커스가 풍성해졌다. 남미 영화로는 스페인 카탈루나의 젊은 신성알베르트 세라 특별전과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이자 영화감독 에드가르도 코자린스키 특별전으로 힘을 실었고, 아시아 영화로는 일본 고전기의 거장으로 꼽히는 우치다 도무 회고전과 영화적 혁신을 추구하는 젊은 영화인들의 동인운동을 조명한 영상시대와 이장호 특별전이 준비됐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비엔나영화제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영화적 지향과 이상이 비슷한 전주영화제에서 특별전을 열고,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에딘버러 영화제 집행위원장)가 파열 : 고전영화의 붕괴를 주제로 직접 선정한 영화들을 소개강연하는 게스트 큐레이터에 초청됐다.되찾은 시간에서는 김기영 감독 데뷔작 〈죽엄의 상자〉 등 최근 재발견되거나 복원된 고전을 비롯해 민다 마틴의 〈프리 랜드〉 등 최근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미국 독립영화 등이 상영된다. 일부 섹션의 성격은 재조정됐다.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디지털 삼인삼색이 올해 처음 30분 분량의 단편이 아닌 중장편으로 제작됐다. 올해 주인공 중국의 잉량 감독, 스리랑카의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 필리핀의 라야 마틴 감독은 젊은 감독의 패기와 열정으로 2편의 장편(잉량라야 마틴)과 한 편의 중편(비묵티 자야순다라)을 내놓았다. 60분 이상의 장편영화를 선정해오던 한국장편경쟁은 40분 이상의 중편까지 포함시킨 한국경쟁으로 확대개편됐다. 미개봉작과 개봉작 구분 없이 상영해오던 한국영화 쇼케이스는 신작들을 내놓는 자리로 바꿨다. 이렇듯 한국영화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따끈따끈한 최신작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는 지난해 TV 맛집 프로그램은 조작된 것이라고 고발한 〈트루맛쇼〉를 내놓은 김재환 감독이 선보인 코믹 다큐멘터리 〈MB의 추억〉가 주목을 모은다. 독특한 영화를 골라보는 즐거움도 크겠지만, 영화 감독이나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폭넓게 소통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오프 스크린에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쓴 강신주(철학자), 로쟈의 인문학을 저술한 이현우(인문학자), 강 헌(음악평론가) 등이 함께 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4.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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