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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바꿀 키워드] '명품도시' 골격 갖춘 전주시…이제는 '본격 성장'이다

2016년 전주시정의 핵심사업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2017 FIFA U-20 월드컵 개최 준비, 2025 전주푸드플랜사업 활성화, 도시재생사업이 그 것들이다. 이 사업들은 전주시가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도시를 성장시킨다는 의도를 담고있다.■ U-20 월드컵- 경기장 시설보수교통대책 / 문화월드컵 목표 준비 만전전주시가 오는 2016년에 가장 먼저 시작하는 사업은 2017 대한민국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비다. 대회는 2017년 5월20일부터 시작된다. 국내 6개 도시에서 23일간 치러지는 U-20 월드컵의 개막전은 전주에서 열린다. 또 조별예선과 결선 토너먼트 전체 52경기 중 A조 조별 1~2라운드 전체경기와 16강전, 8강전, 4강전을 포함한 총 9경기가 전주에서 열린다.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해 전주시가 U-20 월드컵 개막도시로 확정된 직후 가장 한국적인 개막전을 열어 세계 축구팬들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전주시는 이번 대회의 개막전을 전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릴 수 있는 문화월드컵으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U-20 월드컵이 전주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현재 전주시는 U-20 월드컵 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지역문화와 지역축제를 연계시킨 월드컵을 이끌어나갈 구상이다.이를 위해 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한지문화축제, 무형유산포럼 등 전주를 대표하는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를 U-20 월드컵 기간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주의 문화축제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적도 담고 있다.전주시는 월드컵 경기장 시설 보수 예산으로 30억원을 국비로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장 시설보수 계획을 수립한 뒤 전광판과 조명, 음향설비를 교체할 계획이다. 또 송천동에 조성중인 U-20 월드컵 훈련장 공사를 모두 완료하고, 숙박시설과 교통대책 마련 등 대회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이외에도 시는 전북현대프로축구단 클럽하우스 방문과 축구경기 관람, 한옥마을 관광, 숙박, 소리문화의전당 기획공연 등을 연계한 U-20 월드컵 관련 패키지 관광 상품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전주푸드- 시민들 밥상에 지역먹거리 / 매장 추가개설 등 본격 추진올해 시민들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 첫 선을 보인 전주푸드 2025플랜. 사업 시행 2년차를 맞는 올해는 운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전주시는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의 대도시 먹거리 전략인 전주푸드플랜 10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4년에는 현재 시민들의 밥상에 올라가는 식품 중 5%에 불과한 지역먹거리 공급비중을 25%까지 끌어올려 연 2000억원 규모의 먹거리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전주 독립경제 실현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전주시는 올해 전주푸드플랜의 최우선 과제로 지속가능한 생산체계를 확립해나갈 계획이다. 농업의 생산구조를 다품목 소량생산 연중 공급체계로 개편하고, 다수의 가족소농을 직매장과 연결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전주푸드 직매장을 2개소 추가 개설한다. 전주푸드 직매장에는 전주의 전체 7000여 농가 중 1000여 농가를 참여시킬 계획이고, 향후 10년 내에는 5000여 농가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이와 함께 생활권 거점매장 3곳 개설과 전주푸드센터 4곳 개설, 슬로푸드 레스토랑 2곳 개설, 학교급식 연계 강화, 영유아어린이노인 급식, 엄마의 밥상 등 시민먹거리 접근성 보장을 위한 계획도 수립해 나간다.제휴푸드 연결망을 구축한 도내 다른 시군과의 공조체계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전주시는 전주에서 생산이 어려운 품목들을 인근 지역에서 제공받아 시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완주진안을 비롯한 도내 7개 군과 지역자립선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휴푸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도시재생- 원도심 전주마을 프로젝트 시행 / 북부권 팔복동 철길 명소화 사업구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도시재생사업도 본격화된다. 올해에 추진되는 도시재생 분야의 신규사업은 주민과 함께하는 원도심 전주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와 전주시 도시계획활성화계획 수립 등이다. 전주시는 성장위주와 개발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에 나설 계획이다.우선, 시는 중앙동과 풍남동노송동완산동진북동 등 원도심의 주거지는 전주마을이라는 고유한 느낌이 있는 장소로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 또는 마을이 지니고 있는 자원과 가치를 재생한다. 기존의 전면 철거식 재개발에 대응하는 새로운 주거지 재생 모델을 제시한다는게 전주시의 설명이다.이를 위해 오는 2021년까지 원도심 3~4개 마을을 선정해 정비기반시설 및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고, 주택 재개발보다는 보전정비개량을 유도할 계획이다.또 문화, 예술, 축제 등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북부권에서는 팔복동 철길 명소화 사업 등의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주민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팔복동 철길 명소화 사업은 전주시가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국비 25억원이 확보된 데 따른 것이다.올해 연말까지 팔복동 옛 쏘렉스 건물 등 폐 산업시설이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된다. 이곳은 오는 2017년 1월 문화예술 창작 공간과 체험 공간, 전시 공간, 교육 및 회의 공간 등의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가칭 팔복예술공장)으로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또 옛 동산동 주민센터에는 공연연습실 4곳과 소품뱅크, 예술가 휴게 공간 등을 갖춘 공연연습장이 조성된다. 시범운영을 거친 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이외에 동산동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16년도 도시활력증진사업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4년간 마을 주민들이 주도해 지역공동체 회복과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을을 변화시키는 마을가꾸기 사업이 추진된다.

  • 기획
  • 김세희
  • 2016.01.04 23:02

[원로와의 대담]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 "잘못된 정치문화 바꾸는게 우선, 변화는 유권자 몫"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선언하면서 지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과 시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전북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무시할 수 없는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도민들은 현재의 상황을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따라 전북일보는 2013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냈고 안철수 의원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를 찾아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6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연(현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에 서울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사무실에서 실시됐다. 한 교수가 다음날 중국 북경 출장이 예정돼 있어서 인터뷰를 서둘렀다. 그 뒤 이메일을 통해 매우 제한적으로 일부 내용을 보완 수정했음을 일러둔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도민들이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할까.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탈당 과정은 매스컴을 통해 지켜봤지만, 탈당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저는 현재 국면을 새로운 전환기라고 봅니다. 우리는 긴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산업성장에 성공했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 외환위기가 닥쳤고 여러 위험들이 폭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엄청난 위험사회가 도래했어요. 청년실업, 노인자살 심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박탈감 하늘을 찌릅니다. 가계는 부채에 시달리고 국민 다수의 삶은 갈수록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러면 응당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국민들에게 삶의 안정을 보장해 줄 것인가 즉, 민생문제가 정치의 최대 관심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불행하게도 여야 거대 정당이 이끄는 정치는 민생에서 완전히 멀어졌습니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양극화로 분해되어 적대적 공존의 양당체제가 됐습니다.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지만 서로 돕고 민생을 외면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갈망이 밑에서 분출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새정연에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안철수 의원의 결단과 역할이 중요하지만, 원래 국민의 갈망이 안철수 현상을 만든 겁니다. 안철수 개인의 능력은 미지수였죠. 그렇지만 안철수라는 인물이 갑자기 등장해서 도덕성을 실천하고 양보할 줄 알고 화합하려는 신선한 모습을 보이니까 이것이 사람들에게 팍 하고 다가온 것입니다. 이 신드롬은 현재도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지난 3년간 그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안철수 의원은 아직 초선 의원이고 권모술수로 이권을 챙기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품성이 있습니다.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어요. 극도로 위험한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큰 틀의 시각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총선이 얼마 안 남은 상태서 야권 분열했을 때 총선 결과가 비관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불안하고 괴롭기도 할 것 같은데요.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위태로운 면이 확실히 있어요.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어렵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최종 결정할 때, 그 딜레마가 상당히 컷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이젠 선택이 불가피합니다. 이걸 잘 응시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펑하고 터지는 탈바꿈이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겨냥했건 안 했건 간에 그 소용돌이 안으로 팍 들어가는 결과가 됐습니다. 새정연이 현재의 리더십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당의 패권정치가 너무 심해요. 호남 대중은 이미 당을 떠났다고 봅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다시 한 번 당을 밀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유권자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유권자들로서도 어려운 선택이고,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권자의 최우선적 판단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기존의 양당 체제로 가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있는 50% 이상의 대중은 끊임없이 방황하게 됩니다. 상식을 갖춘 침묵 하는 대중이 설 공간이 없어요. 이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중도 개혁의 정당이 나와야 합니다. 야권 단합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정치구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아요. 저는 이런 유권자의 가치판단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나리오로 해석합니다. 제1야당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뻔히 보이는 총선패배의 길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이 때 단기적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서 변화의 물꼬를 트기는 어렵죠. 2보 전진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생각 안에 새로운 윤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야권분열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어떤 분은 제가 총선포기를 주장했다고 하는 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이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아요. 무엇보다 적대적 공존의 양당체제를 불변의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변화될 것으로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불변의 것으로 단정하고 신당을 야권분열의 눈으로만 보는 것은 좁은 시각입니다. 눈을 뜨고 보면, 국민 분열에 앞장 서는 양당 체제의 한계가 이미 분명해졌어요. 정치적 전환기가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힘은 유권자에서 나옵니다. 저는 우리 정치도 이제 유권자 중심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침묵하는 대중을 잘 보아야 해요. 새정연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여당을 지지했지만 실망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50% 이상이 여기에 속한다고 봅니다. 이 지형을 응시하고 대변하는 것은 통상적인 야권분열과는 다른 차원의 정치발전을 추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직 의원이 얼마나 가세하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힘이고 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한지 여부를 떠나서 그것이 현실입니다.맞습니다. 우선 원내 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있죠. 그래서 탈당을 머뭇거리는 제1야당 국회의원의 합류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출신이 더 그렇지요. 우선 당장은 제1야당이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심거리 입니다. 문대표가 마이웨이를 고수한다면 추가 탈당이 불가피하겠죠. 저는 결국 유권자의 지형변화가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신당이 뚜렷한 정체성으로 정계개편의 선두주자로 부상한다면 여기에 몸담는 것이 국회의원에게도 이익이 될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적대적 공생의 양당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려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철수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당선자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실패한 후 열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놀랍게도 제1당이 됐습니다. 진보가 다수당이 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그때 정치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당선 됐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민심의 폭풍이 일어난 거예요. 현재도 비슷한 기류가 있습니다. 금수저 출신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커요. 사람들은 진보가 좋으냐 보수가 좋으냐에 관심 없습니다. 삶이 고달프고 불안하니까 삶의 현장을 잘 알고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을 요구합니다. 이런 인재를 발굴하여 새정치의 이름으로 총선에 내보내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아까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그 쪽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을 말씀을 하셨는데, 한때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에는 이른바 오너가 있고 오너가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사정은 다릅니다. 그러나 빅뱅의 소지는 있습니다. 만일 신당이 야권의 일부라고 인식되면 오기 어렵죠. 반면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제3당으로 인식되면 오기가 다소 쉬워집니다. 어느 경우이건 저는 뺄샘 정치는 반대합니다. 과거의 경력을 문제 삼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를 도식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누구건 과거를 진솔히 소명하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면 이것이 불러오는 대중의 공감에 따라 동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 지지가 수도권과 호남에서 높습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저는 호남의 대중심리를 특이하고 흥미로운 탈바꿈 양상으로 이해합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경선 때 노무현 후보가 광주에서 1등을 했습니다. 당시 노무현의 정치 경력은 별 것 없었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훨씬 막강했죠. 그는 1997년 대선 때 결과적으로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사변이 난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하는 데 저는 약간 의문입니다. 뛰어난 판단력이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요? 사람들의 집합심리에는 무의식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일종의 꿈이죠. 노무현의 선택에는 광주 시민의 꿈이 작용했어요.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한 변화를 이어가는 아이콘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부산의 노무현을 향해 날아가는 의식의 탈바꿈이 생겼습니다. 현재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번의 탈바꿈은 전통적인 지지정당, 새정연에 대해서 날카롭게 주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묻지마 투표로 대변되는 심리, 유권자가 당에 예속돼 있는, 그리고 당이 무조건 자기편이라고 간주하고 자기편이라는 생각에 함부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예속,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특별한 자각의 산물은 아닙니다. 이른바 친노 집단에 대한 분노, 배신감이 깔려 있죠. 여기에 안철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얽혀서 펑하고 터지는 탈바꿈이 전통적인 지지정당을 버리는 돌연변이로 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그 것이 호남과 수도권에만 머문다면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총선을 넘어서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생각한다면 전국 정당이 되어야 하는데요, 전국적인 성공 가능성은 있습니까?그건 100번 옳은 이야깁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신당에 대한 지지가 전국적이고 확장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도 호남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데 앞으로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현실을 보면 정치 지망생은 많은데 입구가 제한되어 있어서 많은 인재들이 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호남유권자의 변화를 중시합니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풍토에서 좋다 손해 보자 그렇지만 대의를 향해 가자 이런 윤리가 표현되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정당에 예속되지 말자. 자유의 깃발을 올리자, 이런 돌연변이가 호남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 안에 윤리의식이 있기에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는 것이 저의 명제입니다. 양당 제도가 있고, 유권자는 거기에 오랫동안 매어 있었습니다. 이걸 끊어야 합니다. 호남과 영남에서 끊어야 하는데, 똑 같이 끊을 수는 없습니다. 한쪽이 끊으면 나중에 다른 쪽도 끊어집니다. 그런데 먼저 끊는 쪽은 손해를 봐야 합니다. 손해를 감수한다는 생각 안에 사회 미래를 끌고 가는 귀중한 윤리 의식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안철수 의원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까?저는 안 의원을 돕는 자문단의 한 명입니다. 오늘의 새정연은 민주당 전통으로부터 너무 멀어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안철수 의원을 돕는 것이 민주당 전통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는 완화되고, 수도권만 비대해지는 것에 대해 도민들은 힘들어 합니다. 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모든 자원들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외연을 넓혀서 수도권을 말하면 이런 자원집중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습니다. 참담한 현실이죠. 수도권 집중을 막는 지방연대의 큰 틀을 짜야 합니다. 아울러 경제가 중요한 데, 요즘 농업은 첨단기술에 연관된 건강산업 입니다. 제가 베이징대에서 강의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요. 전북이 농업 관련 첨단산업 벤치마킹을 잘하면 국내만 아니라 중국에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경험을 보면, 청정산업, 녹색경제, 이런 것들이 중요한 성장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상진 교수는] DJ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15년 이상 오랜 신뢰 관계 '安의 멘토'1954년 임실군 삼계면 어은리에서 태어나 전주 풍남초와 전주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南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독일 빌레펠트대, 베를린과학원 초빙교수, 미국 콜럼비아대와 프랑스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초빙교수, 그리고 아태평화재단 감사와 한국방송공사 이사를 거쳤다. 2010년에 서울대 명예교수가 됐다.한 교수가 안철수 의원을 만난 것은 DJ정부 때인 2000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이다.한 교수는 (안철수 의원이)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로 참여했는데, 가장 젊고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그는 또 지난번 대선 때 안철수 의원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 중에서도 떠난 사람도 있고 남은 사람도 있지만 저는 15년 이상 오랜 신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 난 떠날 사람이 아니다고 들고 안철수를 떠난 사람들도 그의 정치적 품성만은 높게 평가 한다고 덧붙였다.

  • 기획
  • 이성원
  • 2016.01.04 23:02

[4·13 총선 관전포인트] 신당 '용틀임' 속 '野 對 野' 치열한 혈투 예고

중앙무대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땀 흘릴 일꾼을 뽑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해가 밝았다. 이번 선거는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동시에 집권 4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다.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도민들은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선거와 달리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여 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정당 후보자가 전북에서 금배지를 달기란 쉽지 않았지만 올 해 만큼은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야권을 개편할 새로운 전국정당 창당을 위해 자신을 정계로 이끈 ‘신드롬’의 진원지인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은 물론 수도권과 영남 등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야권 신당 ‘돌풍’ 될까? 대안 야당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세력은 4곳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주선 의원의 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당 등이다.최근의 여론동향을 살펴보면 이들 신당 세력 중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 제1야당을 대체할 세력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서로 출발은 다르지만 야권의 신당 추진 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의 신당과 힘을 모으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천정배·박주선·박준영 신당이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안 의원의 신당과 과연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한 상황이다.그러나 일단은 결합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전북 지역 민심이 사납기는 하지만 야권 신당이 세를 합하지 못해 각자의 정당을 대표할 후보를 내게 되면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제1야당의 아성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세력을 합한다고 해서 돌풍이 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야권의 후보가 난립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보다는 인물본위의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서다.때문에 신당 세력들이 얼마나 참신하고, 실력을 갖춘 인물을 내놓을지가 ‘돌풍’을 일으킬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 지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4개 세력이 힘을 합치면 전북지역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하지만 일부 신당 세력에 합류의사를 나타낸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거나 종전의 선거에서 낙마한 경험을 갖고 있어 참신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3-40대의 정치참여 필요성을 호소한 바 있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올 총선은 종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로 치러질 것이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광주와 전남에 비해 신당의 세가 무섭게 상승세를 탄다고는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도민들의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 텃밭 사수 가능하나?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는 지방선거 등과 달리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졌다. 15대부터 19대까지 20여 년 동안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열린우리당 등이 아닌 정당의 당선자는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와 유성엽 의원이 유일하다. 강 전 지사는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유 의원은 무소속으로 18대와 19대 금배지를 달았다.이를 제외하면 제1야당은 단 한자리도 타당 후보에게 금배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야권 신당들이 무서운 기세로 용틀임을 하고 있어 공천장을 받더라도 본선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제1야당의 필패를 예견하긴 이르다. 전북에서 야대야 구도가 형성된 만큼 이번 선거는 인물 본위의 평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이 내놓을 후보들의 면면이 향후 결전의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특히 총선의 경우 지방선거와 달리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특정정당의 기호에 대한 쏠림 투표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투표를 앞두고 제1야당과 신당 중 어느 쪽에 바람이 불지가 초미의 관심이다.△현역 물갈이 얼마나?매회 총선 때마다 ‘물갈이’ 바람이 불어 닥쳤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을 위해 인위적으로 현역의원 20%에 대한 물갈이를 예고하고, 이를 위한 의원평가를 진행 중이다. 오는 15일께 나올 평가결과에 따라 1차로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역 의원들은 당의 1차 관문(20% 물갈이)을 넘어섰다고 해서 공천 탈락의 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다. 향후 진행될 선거구 획정을 통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최소 1곳 이상에서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들과 맞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이런 두 차례의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도 현역 의원들에게는 험로가 예상된다.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곳곳에서 발현하고 있는 신당의 후보들과 본선에서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현역 의원이 얼마나 물갈이 될지 예측이 불허하다.그러나 종전 전북지역의 물갈이에 대한 도민들의 표심과 신당의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 닥친다면 사상 초유의 물갈이 사태도 가능할 것으로 정치권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새누리당 이번에는 성공할까? 새누리당 도당은 중앙정부 출신의 고위직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전북지역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구성해 전북에서도 금배지를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제1야당이 분열하기 이전에는 전북지역의 이번 총선에서 만큼은 여당의 후보가 금배지를 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야권의 분열로 전북에서 야대 야의 선거구도가 형성되면서 새누리당의 위세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단행된 장관급 인사에서 전북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져 가면서 도민들의 여론도 악화하고 있어 새누리당 도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진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반 여당 정서에 따라 무조건 야당에 투표를 했던 도민들이 제1야당, 신당, 새누리당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또 제1야당과 야권 신당의 경쟁구도에서 이들이 참신성과 개혁성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반대급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기획
  • 박영민
  • 2016.01.04 23:02

[4·13 총선 예상 선거구와 구도] 지역구 253석 '최상'…246석땐 '최악'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구 무산사태가 현실화 됐다.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 2대1 결정(2014년 10월)이 내려진 이후 1년 2개월여의 시간 동안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여야의 끝 모를 힘겨루기는 선거구 획정에서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출범시킨 선거구획정위원회 활동을 무력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시험과목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깜깜히 선거운동을 이어가야만 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관위가 1월 1일부터 잠시나마 예비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 단속을 유보키로 한 점이다. 연 초부터 초래될 수 있었던 극도의 혼란 상태는 피했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현역 의원들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도 종전처럼 선거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단속 유예라는 한시적 조치가 끝나면 예비후보자들은 손발이 묶인다. 현역과 예비후보들의 공정한 게임을 위해 선거구 획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향후 진행이 가능한 전북의 선거구 예상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구도를 살펴본다.△지역구 246석 - 전북 9석 ‘최악’ = 헌재의 2대1 결정으로 전북의 의석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1석이 줄어드느냐 2석이 줄어드느냐다. 1석이 줄어들게 되면 그나마 선방을 하게 되는 것이고, 2석이 줄어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현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구 무산사태를 ‘비상사태’로 규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0시를 기해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에 현행 의석비율(지역구 246석·비례 54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획정위가 현재를 기준으로 만든 획정안을 1월 8일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예정이다.이렇게 되면 전북지역 선거구의 급변이 예상된다. 전주와 익산, 군산 등은 종전의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제와 완주 선거구에 임실과 순창이 합구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또 정읍과 고창·부안, 무주·진안·장수·남원이 하나로 묶일 가능성이 있다. 또는 김제·완주·임실, 정읍·고창·부안·순창, 무주·진안·장수·남원 등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러면 2곳의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 간 대결구도가 형성된다. 3선의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고창·부안)과 무소속 유성엽 의원(정읍)이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동원 의원(남원·순창)·박민수 의원(진무장임실)은 당내 경선에서 격돌한다. 이 같은 안은 현역의원은 물론 예비후보자 모두 피하고 싶은 안이다. 예비후보자들의 경우 전북이 10석이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선거를 준비해왔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46석 안의 경우 농어촌 의석이 급감할 수 있어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 안이 8일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정 의장이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253석 안을 다시 상정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통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현역 의원 다수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출신인데 이들이 농어촌 의석수 감소를 고려하지 않고 지역구 246안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경우만도 보면 도시 지역 의원들이 농촌 의석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지 않냐”며 “농촌의석 감소 문제는 해당지역 의원들만의 문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정 의장이 246안을 직권 상정하면 통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지역구 253석 - 전북 10석 ‘최상’ = 국회의원 정수가 현재와 같은 300석인 상황에서 전북이 의석을 1석만 잃는 것으로 획정이 마무리된다면 이는 최상의 카드다. 전북은 현재 전주(3석)와 익산(2석), 군산(1석), 김제·완주(1석)를 제외한 4개 지역이 8월말 기준 인구 하한선(13만 9473)에 미달한다. 전북이 10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1차적으로 제시할 246석 안이 1월 8일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2번째 직권상정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안을 직권 상정카드로 사용해야 한다. 정 의장이 이 카드를 직권 상정한다는 가정 하에 선거구를 나누면 전주와 익산, 군산을 제외한 지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한에 미달하지 않은 김제·완주 선거구 분리를 통해 5개 선거구에서 4개 의석을 지켜낼 수 있다. 김제와 부안, 완주·무주·진안·장수, 정읍·고창, 임실·순창·남원이 묶이는 방안이다.이렇게 되면 전북지역 2명의 3선 의원인 최규성(김제·완주)·김춘진(고창·부안) 의원이 4선 고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부터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나머지 지역들은 신인들과 경쟁을 통해 재선 또는 3선을 내다볼 수 있다. 그러나 신당의 출현으로 본선전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 기획
  • 박영민
  • 2016.01.04 23:02

[연변을 가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보루서, 남북통일로 가는 교두보로

연변은 두 얼굴이었다. 외국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과 똑같은 모습도 아니었다. 굳이 정리한다면, 한국의 어느 한 외딴 도시 같았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연길공항부터 그랬다. 공항 이름이 한글 연길 로 쓰여 있고 한국어가 통하는 곳이지만 외국인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다. 길거리의 모든 간판이 한글을 중심으로 한자와 병기돼 있지만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한글과, 중국말을 한글로 옮기면서 도시 전체가 친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섦이 공존했다. 조선족자치주로서 연변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연길시 전국 100강현 뜀박질전북일보 경영진과 취재팀이 지난달 7일 찾은 연변 조선족자치주 주도(州都)인 연길시는 활기에 차 있었다. 도로마다 자가용이 넘쳐나고, 상가들의 불빛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인구 60만 도시의 연길시는 외형상 전주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1992년 한국과 국교를 튼 후 중국경제가 급성장했습니다. 그 상징이 자가용의 급속한 보급입니다. 2008년 북경올림픽 이후 거의 모든 가정에서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이상 가진 중산층도 많습니다.한국에서도 10년가량 생활했던 서일범 연변대학교 인문대 학장은 최근 5~6년 사이 자가용이 크게 늘면서 교통체증을 빚는 곳이 많다고 했다.연길시의 급속한 성장은 올 발표된 몇몇 지표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 7일 전북일보와 자매결연한 연변일보에 따르면 연변시는 올 전국100강현 중국10대생태강현(시) 중국생태매력현(시) 2015중국녹색경쟁력10강현에 뽑혔다. 연길시가 길림성에서 유일하게 7년 연속 계속해서 순위가 올라 전국 100강현 중등수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연변조선족자치주의에 속한, 북한 나선직할시와 맞대고 있는 훈춘시는 포스코현대물류단지 등 한국을 비롯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에너지광산가공, 목제품가공, 해산물가공, 방직의류가공, 상업무역물류 등을 아우르며 연변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도시경쟁력연구회가 발표한 2015년 중국현역성장경쟁력순위에서 훈춘시는 47위의 자리에 올랐다.△민족 자긍심 기념관 곳곳에 새겨연변이 우리에게 더 특별한 데는 일제강점의 민족 수난기에 모국의 최후의 보루였다는 점이다. 일제의 압박을 피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우리 땅으로 삼아 재충전을 했다. 청산리항일전승지봉오동 항일전승지일송정 등 독립운동의 근거지로서 많은 유적을 보유한 곳이 바로 연변이다. 연길시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용정시가 그 중심에 있다. 일본 유학 중 항일운동 혐의로 투옥돼 옥사한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기념관이 그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용정 명동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는 1900년대 조부가 지은 집으로, 1981년에 허물어진 집을 용정시정부가 1994년 복원했다. 재봉틀과 솥, 맷돌 등 몇몇 생활도구들만 덩그러니 놓인 생가에서 윤 시인의 채취를 찾기는 어려웠다. 생가 정문에 조형적으로 설치된 대표작 서시를 비롯해 생가 곳곳에 새긴 100여편의 시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생가와 한 울타리에 있는 명동역사전시관에서 윤동주를 비롯해 명동학교 출신의 문익환나운규 등 낯익은 초상화와 용정에서 훈련으로 거사를 준비했던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상을 만날 수 있었다. 윤동주 생가는 현재 명동 마을에서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으며, 입장료 수입(2000원)에 의존하고 있다. 명동촌은 한 때 100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으나 현재 20호 남짓으로 줄었다. 민족교육의 산실로 일제에 의해 소실됐던 명동학교도 2010년 복원됐으나 학생이 없어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을 뿐이다. 생가 관리자는 윤동주 시인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등의 행사를 가졌다며, 2017년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려는 노력은 용정중학교 역사전시관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용정의 이주초기 모습들의 사진과 민족교육의 뿌리인 서전학숙 학생들의 모습, 용정을 중심으로 연변의 민족 학교들의 모습, 3.13만세 운동 등 항일투쟁사를 소개하고 있다.△한국과 일체감 날로 높아져우리에게 연변의 중요성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연변 교포들이 노무송출대로 모국으로 오고, 한국인들이 투자이민 등을 통해 새로운 조선족으로 편입되면서 연변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실제 연변 사회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 이야기가 주 화젯거리다. 연변일보 문화부 기자는 우리도 잘 모르는 신인 가수의 새로운 곡을 평가할 정도였다. 연변일보 김천 부사장은 전북에서 새마금사업이 진행되는 상황도 알고 있었다. 그는 중국이었다면 포동지구 개발처럼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로, 더딘 새만금개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북한을 고향으로 둔 교포가 많고 북한과의 밀접성,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어느 정도 문화적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의 성장과 발전에 교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이 2002년 월드컵축구 4강에 올랐을 때 한국 국민들과 똑같이 일체감을 갖고 응원했으며, 많은 교포들이 그 감동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단다.한국에서나 연변현지에서 한국인들이 연변조선족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족은 대 중국인민이라는 자긍심이 있고, 일제 항일 투쟁과 중국 공산당혁명에 크게 공헌한 소수민족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전주 신흥고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20년간 중국 연변에 살았던 정옥동 전 연변대복지병원 이사장은 수많은 소수민족이 한화되고 말았지만 동북동토에 살고 있는 우리조선족은 인동초 처럼 정체성을 갖고 살아남아 있다며, 우리가 한국에서나 중국 현지에서 조선족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고 수용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예외 없이 조선족이 가이드 역을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 남북통일에 있어서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정 이사장은 기대했다.

  • 기획
  • 김원용
  • 2016.01.04 23:02

[연변은 어떤 곳] 80만 조선족, 전통 풍습 지키며 살아가

연변은 중국 길림성 산하 조선족자치주다. 연길용정도문혼춘화룡돈화 등 6개 시와 왕청안도 등 2개 현으로 구성됐다. 자치주의 주도(州都)는 연길시로, 전주와 비슷한 6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연변 전체 인구는 227만명이며, 조선족 인구는 80만명으로 대략 35%를 차지한다. 이전에는 북간도로 불렀으며,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우리 민족이 대거 이주하면서 중국 교포들이 집단으로 거주해온 곳이다.1952년 자치구가 설립되고, 1955년 자치주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치주 주장은 간접선거로 선출하고 있으며, 당위원회와 행정의 투톱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그동안 한국에서 힘들었던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 중국 연변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건산업, 쌍방울, 인삼공사, 백산생수 등 규모 있는 기업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목포 출신의 정영채 성보그룹 회장은 호텔과 백화점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연변의 신화다.올 한 해 연변의 화제는 단연 연변을 연고로 한 축구팀의 1부 리그 진출이다. 박태하 전 국가대표 감독이 이끄는 연변팀이 갑급리그에서 우승하며 연변 교포사회를 축구로 똘똘 뭉치게 했다.전북일보와 교류 협약을 한 연변일보가 중국 교포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1948년 창간된 연변일보는 중국내 최초의 조선족 종합일간지며,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위원회 기관지다. 60여년에 걸쳐 우리겨레의 역사를 기록했으며, 중국 전역에서 민족의 활강을 집중조명해왔다. 중국어판과 별도로 한글판을 내고 있는 이 신문사 현관에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조형으로 새긴 것이 인상적이었다.연길시에 있는 연변박물관도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중국의 100대 중점 박물관이기도 한 이곳은 중국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풍속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3000여점의 민속문물이 보여준다.연변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도문시는 민족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눈물 젖은 두만강 의 배경지인 도문공원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둔 북한 땅이 바로 눈앞에 들어온다. 이번 방문에서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 속에서 지게를 진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 중에는 이곳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통곡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 기획
  • 김원용
  • 2016.01.04 23:02

[정옥동 대륙복지회 사무총장이 돌아본 '연변생활 20년'] 황량하던 곳에 번듯한 아파트

내 삶의 제2고향인 연변에 가게 된 것은 1955년 전주신흥고 2학년 당시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 거부를 당하고 학교에서 강제 휴학을 하면서다. 625와 토벌작전으로 피어린 전적지인 고향에 들어가 절망 가운데 투병하게 된다.이웃들에게 혐오감을 주며 집안에 머물기가 염치없어 빨치산이 출몰하는 산속에 들어가 야생하며 깊은 명상에 빠졌다. 왜 이러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왔는가?깨닫기는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툼과 싸움, 전쟁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은 참사랑이 없기 때문임을 절감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기회가 주어지면 오직 물질이라는 생각에 처한 곳에 가서 참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랜 세월 기다리는 중 가까운 북한은 문이 닫혀 있지만, 이웃나라 중국이 문이 열려 북한과 가까이 이웃하고 있는 우리 동족이 살고 있는 연변에 가서 함께 살고 싶었다.△의료사역1990년 현지답사를 가보니 가장 절실한 문제가 의료였다. 우선 먹고 사는 문제는 풀려가고 있었지만 인민의 건강을 돕는 의료문제는 너무 낙후되어 있었다. 낮선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정감을 주고 사랑할 수 있는 통로가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10여년 병원업무에 종사했기에 쉽게 의료봉사를 선택할 수 있었다.중국 대외무역법에 따라 최상한인 20년을 약속하고 중한합작연변대학 복지병원을 책임지고 설립 운영하게 되었다. 병원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700여명의 심장수술을 했던 병원으로 중국 21개 성 중에서 18개 성 환자가 내원하는 한때 소문난 병원이기도 했다. 접경 지역이었기에 강 건너 우리 동족들이 우리 병원을 찾아와 치료도움을 받곤 했다.함께 간 30여명의 의료일꾼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꽤 많이 드는 치료비를 도와주고 치료받은 어린이들을 방문하여 장학금을 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의료사역을 하다 보니 1차 의료인 예방적 차원의 지역보건사업이 부실한 점이 문제였다. 공산주의혁명기간보다 개방되면서 보건의식이 더 많이 해이해졌다. 그래서 농촌지역보건사업, 도시지역보건사업에 참여하여 보건개발을 중심으로 노인복지와 소외된 어린이 복지사업을 연관시켜 지역사회개발을 돕게 되었다.당시 의료실정의 단면을 몇 가지 예로 들어보면 언청이 수술을 하려고 지역보건사업지역을 조사해보니 환자가 없다. 그 원인을 물어보니 출산시 이런 불구애기가 나오면 부모가 산파(접생원)에게 물속에 잠겨 넣어 질식시켜주기를 요청하면 보건소(위생원)장 재가를 얻어 절명시켰기 때문에 언청이 같은 장애아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또한 예로 우리 병원에 등록되어 투약 치료하는 500여명의 간질환자의 경우를 보면 간질에 걸리면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퇴학되고, 직장인이면 직장에서 퇴직되고 가정을 이룬 어른들이면 이혼당하는 처지이기에 가정에 갇혀 살고 있는 딱한 실정이었다, 지금은 전 인민의 의료보험이 실시되어 발병되면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 수 있었지만 1990년대만해도 지역주민들 말에 의하면 심장병 같은 어려운 병에 걸리면 치료비가 없어 집에서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한글 독서사역특히 연변은 전 세계에서 한반도와 같이 한글 문화권에 살고 있는 유일한 외국이다. 1994년 병원을 개원할 당시 한국에서 그곳에 간 우리 자녀들 대부분이 한글로 교육하는 조선족학교에 들어갔지만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은 사상교육이었다. 그래서 급히 한국 어린이들을 위한 무궁화초등학교를 개교하게 되었다. 4년이 지나 중국내에서 최초로 한국국제학교가 허가되어 연이어 교장을 역임하였다. 우리학교에서 전교적인 독서교육을 하다 보니 같은 한글 문화권에 있는 조선족어린이들에게 한글 독서를 시켜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어 친구 두 명과 함께 연변조선문독서사를 열고 독서교사 양성 반을 지도해서 많은 독서지도자를 배출했다.그 가운데 연변조선족 학교 언문교사(국어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조선족학교마다 전교아침독서운동이 확산되면서 소수민족인 조선족학교의 위상이 향상되어 가고 있었다.마무리하고 되돌아 올 때는 병원은 연변대학에 기증하고 복지관은 복지단체인 애심어머니협회에 시설을 기증하고 빈 마음으로 못다 한 일에 아쉬움을 가지고 돌아왔다.△20년간 변화상1990년 처음 방문했을 때 연길시를 비롯한 자치주 도시들의 중심가 외에는 거의 도로포장이 되어있지 않았고 거주하는 가옥들이 평방집(땅집)이어서 집집마다 생석탄을 연료로 썼으며 중소공장들 역시 석탄연료를 사용하고 있어서 도로의 먼지와 함께 매연이 도시를 휘덮어 세탁물을 밖에서 건조시킬 수 없을 정도였다.과거 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채소밭 밑거름이 인분을 주어서 기생충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서 구충제를 공급하는 일이 우리들 몫이기도 했다. 그곳 화장실 문화가 옥외 공중화장실이어서 집안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 구조는 남녀 구분만 되어있고 출입문이나 칸막이가 전혀 없는 개방식이어서 처음엔 참 어색했다. 우리가 병원을 지으며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지을 때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답답해서 볼일을 보지 못하겠다고 호소해 와서 할 수 없이 개별 칸 문짝을 50cm정도로 맞추는 해프닝도 있었다.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를 타면 해바라기 씨, 호박 씨 등 온갖 쓰레기가 밑바닥에 쌓여있고, 차내 흡연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거리, 야외 어디고 비닐봉지 등 휴지와 쓰레기들이 버려져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놀이동산에는 방변을 하여 악취가 나고 발 디디기가 조심스러웠다. 정화시설이 없어 생활오물이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되는 시냇물에서 여름이 되면 남녀가 겨울 동안 씻지 못한 때를 벗기려 완전 나체로 남녀 구별 없이 마치 해수욕장처럼 목욕을 하고 있는 낯 뜨거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그런 연변지역은 2000년 중반부터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거리게 완전 포장이 되고 주택개량이 되어 아파트가 들어서고 거점 적으로 집중보일러가 생겨 어느 도시 보다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 오수를 정화시켜 하천마다 맑아지고 식수원이 개발되어 마음 놓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국가가 농가 지원을 하여 유기비료, 무기비료를 싼값에 지원하여 매년 풍작을 이루게 되었다. 한국에서 중국 농산물하면 공해식물로 우려하지만 연변지역 농산물은 한국농산물 못지않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연변에 더 많은 관심을내 고향 전북이 연변과 어떤 모양의 인연을 갖는다면 한국에 진출해있는 연변 동포들의 일자리를 타 지역에 비해 더 많이 주선해주고 법적인 보살핌에 신경도 써주고 지역병원과 연계하여 치료혜택도 알선해주고 접근하기 쉬운 곳에 고충상담소도 마련해주며 가능하면 명절을 기해 나그네의 설움을 달래주는 위로회도 열어주면 좋겠다.또 우리 전북에서 연변에 진출한 기업을 챙겨주고 자치주관련 정부기관과 연계하여 전북 기업인들을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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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서일범 연변대 인문대 학장 "조선족 아닌 중국 교포로 불러주세요"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연변의 교포들이 많다. 서일범 연변대 인문대 학장(54)도 그렇다. 이민 4세대인 서 학장은 단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변대 서울사무소장 등으로 활동하며 10년간 한국생활을 했다. 중국에서 한국고대사 박사학위 1호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고구려성곽 조사를 위해 북한을 드나들어 남북한 모두에 대한 이해도 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스스로 홍어 마니아라고 했다. 연길에서 만난 서 학장으로부터 연변 교포들의 삶을 들어보았다.-한국과 북한, 연변을 오가면서 느끼는 소회가 많을 것 같다. “남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 민족적 전통이 대부분 없어졌다. 한국에 우리 뿌리인 전통들이 많이 남아있어 고마운 마음이었다. 연변에 전통 민속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통명절 보다 크리스마스 등 서구의 기념일을 선호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중국 내 50여개 민족이 사는 다민족사회에서 어떤 문화로 대응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요즘은 한족과의 결혼을 더 이상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족 공동체가 바뀌고 있는 현실과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우리의 언어를 잊더라도 조선족임을 기억하라고 한다. 그런 민족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한국과 교류 과정에서 갈등도 겪었을 텐데.“교류 초기 갈등이 많이 있었다. 한국인에 대한 경계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노무진출이 많아지고 드라마 등을 통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거의 없어졌다.”-모국에 대한 서운한 점이 있다면.“한국매체에서 연변 조선족이라고 할 때 서글프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부르는 명칭이다. 한국에서 조선족이라고 하면 다른 민족처럼 느껴진다. 조선인이라고 할 때와 또 다른 어감이다. 연변의 중국동포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또 하나가 정부나 대기업에서 연변의 역사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다. 투자 이익만을 따져 연변을 외면하는 상황이다.”-연변대학이 지역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을 텐데.“연변대는 중국 최초의 소수민족 대학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연변대가 없으면 2만명의 젊은이들이 상해나 북경으로 갔을 것이다. 대학이 있어 연길의 중요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38%가 교포다. 92년 중외합작대학으로 설립된 연변과학기술대에도 유학생이 많다.”-중국 전체적으로 한국드라마가 인기라고 알고 있다. “중국문화가 한류의 본류인데, 지금은 한국의 문화가 대세다. 2000년부터 위성 TV를 통해 한국의 문화침투가 이뤄졌다. 중국의 드라마를 싱겁고 어색하게 여긴다. 2000년대 초 한국의 인기드라마에 빠져 밥을 차려주지 않아 부부싸움까지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같은 역사에 대한 회상, 미련,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동질성을 한국 드라마에서 찾는 것 같다. `대장금`드라마에서 나오는 한약 관련 대사를 보며 중국 한의들도 깜짝 놀라 어떤 감독이냐고 물었다. 주 배경지가 이곳 용정이었던 `토지`도 인기 드라마였다. 한국인들이 뛰어난 문화적 감성을 가진 것 같다.”-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연변 교포들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 높아진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체감을 갖는다. 교류 초기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면서 갈등을 좁혔다. 이 문제는 남북통일로 하나가 될 때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다. 그 점에서 북한과 같은 체제에 산 연변 교포들이 화해와 중재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통일된 조국의 문화적 완충지대로 연변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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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01.04 23:02

[전북을 바꿀 키워드] 전북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판'

2016년 전북도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2015년이 예행연습이었다면, 2016년은 실전이다.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으로 전북 금융타운 조성 등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전 타당성 용역과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으로 새만금 내부 개발이 본격화되고, 올해 3월 메가 탄소밸리 구축사업 예비타당성 결과에 따라 탄소산업이 제2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식품클러스터 기업지원시설이 완공되고, 산업단지 조성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국내외 식품기업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 올해 8월까지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조성해 종자산업 메카로 발돋움하고, 전북도 토탈 관광의 시발점인 전북관광자유이용권을 14개 시군으로 확대해 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전북 금융타운- 기금운용본부 신축 사옥 9월 완공 계기 / 여의도부산 이어 '제3 금융 허브' 육성서울 여의도, 부산에 이어 전북 금융타운을 국내 제3의 금융 허브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500조원대의 세계 3대 연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하반기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전이 완료될 경우 기금운용본부 관련 금융기업의 전북 이전 또는 지점 개설이 예측된다.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신축 사옥 공사는 지난해 4월 착공해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1만 8700㎡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8층, 기숙사 5층 규모로 들어서고, 총 공사비 492억원이 투입된다.이와 관련 전북도는 지난해 9월 전북 금융산업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전북도의회 최진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북 금융산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10월 제정해 전북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12월에는 2016년도 본예산에 부지 매입비 157억원을 확보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지역본부와 전북혁신도시 내 전북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부지(3만 6453㎡) 매입 가계약을 체결했다.올해 초에는 전북 금융타운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용역을 발주해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서울 여의도 금융기관 대상 기업설명회(IR) 및 팸투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은 2024년까지 단계별 과제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전으로 전북지역 지역내총생산(GRDP)은 317~3522억원, 소비는 242~2590억원, 투자는 1846~5534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상하는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전 타당성 용역비 확보 / 동서 2축 도로 착공SOC 확충 착착새만금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새만금 동서 2축 및 남북 2축 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이 윤곽을 드러냈고, 새만금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사전 타당성 용역비를 확보하면서 최대 현안 사업인 공항 건설의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 국가 예산에 새만금 국제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비 8억원이 반영되면서 새만금 국제공항 입지 선정을 포함한 사전 타당성 용역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항공대에 의뢰한 전북권 항공수요조사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북권 항공 수요는 402만 명으로 판단됐다.지난해 3월에는 새만금 남북 2축 기본 설계가 완료되고, 7월에는 새만금 동서 2축 공사가 착공됐다. 새만금 신항만 방파제는 총 3.1㎞ 중 1.5㎞가 완료됐고, 나머지 1.6㎞는 공정이 90%에 이르는 등 새만금 개발을 위한 SOC 확충 사업이 차례로 진행되고 있다.또 지난해 7월 24일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국무총리실 내 새만금사업 컨트롤 타워인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을 설치하고, 투자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앞서 지난해 6월 말 새만금 산단이 한중 FTA 산업협력단지로 공식 지정되면서 새만금은 대중국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부는 전체 7개 공구 가운데 2개 공구 1.9㎢ 면적을 산업협력단지로 조성했고, 2018년까지 5공구 지역 1.8㎢ 면적을 산업협력단지로 추가 조성할 방침이다.전북도는 올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해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2017년에는 새만금 국제공항 유치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사업을 추진하고, 새만금~대아 등 4개 철도 건설 사업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미래 먹거리 탄소산업- 자치단체 지원 조례 전국 첫 제정 / '탄소융합산업 연구조합' 공식 출범전북지역 전략산업인 탄소산업은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탄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1단계 탄소밸리 구축사업(2011~2015년)은 마무리되고, 2단계 메가(MEGA) 탄소밸리 구축사업(2016~2020년)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메가 탄소밸리 구축사업은 국비 2177억원, 지방비 175억원, 민자 2733억원 등 총 5085억원 규모다. 전북도와 경북도는 시도 공동 사업으로 1조원 규모의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으로 신청했고,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올해 3월께 최종 결과가 도출되면 메가 탄소밸리를 통해 소재부터 성형, 부품,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1단계 탄소밸리 구축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농건설기계, 조선해양, 신재생에너지 등 전북도 핵심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신산업이 창출되고, 사업화가 촉진될 전망이다.지난해 12월 전북 탄소산업 협력 네트워크 탄소융합산업 연구조합이 공식 출범하면서 전북 주도의 탄소산업 육성 조직이 형성됐다. 탄소융합산업 연구조합은 전북권 90개, 서울경기권 38개, 경남경북권 13개, 충청권 9개 등 전국 150개 탄소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한다.또 전주시, 완주군, 정읍시 등 3개 시군 일대에 16.3㎢ 규모의 전북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되면서 탄소 융복합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됐다. 전북연구개발특구는 탄소, 농생명 융복합산업의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지난해 전북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정한 탄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전북도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될 경우 국가 차원에서 탄소산업을 육성하는 제도적인 근간이 마련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임대형공장 등 기업지원시설 올해 완공 / 한중 교류 활성화로 긍정적 경제효과 기대올해 익산에 소재한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부지 조성 등 기반시설이 구축으로 민간투자가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현재는 하림식품, 조은건강, 원광제약, 에이젯시스템, BTC, 네오크레마 등 6개 업체가 국가식품클러스터 분양 계약을 맺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외국인투자지역에는 체코 프라하의 골드, 미국 햄튼 그레인즈웰스프링, 케냐 골드락인터내셔널, 중국 차오마마위해자광생물과기개발 등 6개 해외 식품기업이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국가식품클러스터의 산업단지,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품질안전센터임대형공장 등 기업지원시설은 2014년 11월 기공식 이후 올해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지장물 이전과 문화재 조사 완료 지역을 중심으로 부지 조성이 진행 중이고, 30%의 공정률을 보인다. 올해 6월 완공 예정인 기업지원시설은 바닥공사, 구조물 철골 공사가 진행되고 80%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다.지난해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 제2공구 부지 11만 6000㎡가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외국 기업 유치에 탄력을 받게 됐다.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식품 산업 문제점 및 육성 방안을 통해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국 칭다오 지역과 연계한 한중 식품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8월 칭다오에 한국농수산식품 물류센터가 개소했고, 칭다오조리엔 그룹 등 중국 선도식품 기업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지역 간 활발한 교류에 따른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중 식품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각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통관절차 간소화 및 비관세 장벽 완화로 양국에 긍정적 경제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종자산업 메카- 민간육종연구단지 20개 기업 입주 예정 / 골든시드프로젝트 2020년 2억달러 수출전북도가 종자산업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정부와 전북도는 올해 8월까지 김제시 백산면 옛 축산시험장 일대 54.2㏊에 733억원을 투입해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한다. 종자산업진흥센터, 첨단육종연구시설, 시험온실 등 최첨단 육종 시설과 장비를 갖추게 된다. 민간육종연구단지가 완공되면 20개 관련 기업이 입주해 본격적인 신품종 개발에 나서게 된다.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이 공동 기획해 추진하는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도 민간육종연구단지 완공으로 한층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해 2020년까지 수출 2억 달러, 2030년 3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는 고부가가치 종자 개발 사업이다.특히 농촌진흥청이 2014년 본청과 국립농업과학원을 전북혁신도시로 옮기고, 지난해 국립식량과학원국립원예특작과학원국립축산과학원 등 나머지 산하기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종자산업 메카 조성 작업이 본격화됐다. 농식품부는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농진청, 정읍 방사선육종연구센터 등 종자산업 관련 산학연관을 연계하는 삼각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또 2014년 12월 도내 26개 농생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전북 농생명 연구 협의체가 출범하면서 공동 연구과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생태 토탈관광 본격- 1시군 1대표 관광지 패스라인 확대 / 2024년까지 1008억 들여 생태관광도전북도의 1시군 1대표관광지, 1시군 1생태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토탈 관광이 본격화된다.전북도는 토탈 관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시군 1대표관광지와 1시군 1생태관광지를 선정하고, 전북관광자유이용권(관광 패스) 구축 용역 결과에 따라 전주시완주군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올해는 14개 시군으로 전북 관광 패스라인을 확대해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1~2월께 14개 시군과 전북 관광 패스 발매 업무협약을 맺고, 1~6월께 시군 주차장 및 관광시설 관련 조례 할인 조항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맛집숙박카페공연 등의 특별 가맹점 모집도 병행한다.7월부터는 14개 시군 전북 관광 패스라인을 전면적으로 구축한다. 대표관광지를 연계한 콘텐츠 개발, 버스주차장관광시설 정산 프로그램 개발, 단말기 설치,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 제작, 온오프라인 방식 관광 패스 제작 등을 진행해 도내 관광지를 관광 패스로 묶겠다는 구상이다.1시군 1대표관광지는 2024년까지 1시군당 140억원씩 총 1400억원을 투입해 전북만의 차별화된 관광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주시 덕진공원, 군산시 근대문화도시, 익산시 보석테마관광지, 정읍시 내장산 국립공원, 남원시 광한루원 등을 거점 관광지로 선정했다.또 1시군 1생태관광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1008억원(지특 504억원, 도비 252억원, 시군비 252억원)을 투입해 도내 각 시군마다 1개의 생태관광지를 육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생태관광지는 지질공원형 1개, 생물군락지형 3개, 경관자원형 5개, 생태관광기반형 5개로 이뤄져 있다.

  • 기획
  • 문민주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서랍 속 블랙홀 - 이덕래

어,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내 첫 인사를 듣고, 넌 내가 실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넌 그만큼 민감한 녀석이었으니까. 넌 잠깐 내 눈을 바라보았지만, 곧 시선을 아래로 거두었다. 난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못 알아들었나? 혹시 일본인인가? 너는 왜소한 체구에 좁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딱 군대를 안 갔다 온 꾸부정한 스무 살처럼 보였다. 너의 모습은 알파벳 c 같았다. 대문자 C도 아닌 소문자 c. 삐쩍 마른 체격에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굽히지 않고 뻗어 꼽은 너의 모습은, 정녕 c였다. 나는 너보다 컸고, 말년 병장의 군복이라도 되는 양, 키부츠(이스라엘 집단 농장)에서 제공한 낡고 색 바랜 군청색 작업 잠바와 통 넓은 회색 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난 당당한 한국 예비역 남자답게 홀로 각종 종교 성지인 예루살렘의 구석구석을 일주일간 순례하다 막 돌아온 길이었다. 도보 행군하듯 예루살렘 인근 지역을 열심히 내 두 발로 누비고 다니다 이제 막 돌아온 참이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길거리에서 딱딱한 빵으로 세 끼를 해결했고, 각종 성지 입구에서는 여행 책자를 보면서 갈등하곤 했다 - 입장료를 지불할 만큼 합당한지 판단해야 했다. 그렇게 여행자용 싸구려 팔 인실 숙소를 전전했다. 일부 숙소에서는 그 와중에 디시워싱(설거지) 아르바이트까지 뛰다 왔다. 숙소 로비에 죽치고 앉아 있다가 로비의 전화벨이 울리면, 다른 녀석들보다 더 빨리 전화를 낚아채서는 간단히 페이만 확인하고는 빵값을 벌러 나갔다. 물론 실망한 다른 녀석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날리는 걸 잊지 않았다. 나는 알파벳으로 치면 대문자 I와 같이 당당한 남자였다.이제 막 피곤함에 찌든 몸을 끌고 돌아와 숙소 현관을 연 것이다. 그리고 널 발견했다. 난 새 룸메이트가 누린내 나는 양놈일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키부츠 발런티어(키부츠 자원노동자 프로그램) 인사 담당인 조엘에게 분명하게 얘기했기 때문이다.아이 원트 룸메이트 위드 옐로우 헤어.그런데 새 룸메이트임이 분명한 너는 검은 머리였다. 게다가 양놈도 아니었다. 난 양놈을 원했다. 왜냐하면, 양놈 친구를 사귀고 싶었으니까. 양놈 친구를 사귄다면, 다음번엔 그 녀석 나라로 배낭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지난번 룸메이트는 여기서 영어 배우기는 글렀다고 늘 불평만 해대던 흔하디흔한 한국 녀석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놈은 결국 갓 한 달이 되자마자 짐 싸서 비행기 타고 집으로 돌아간 참이었다. 아마 한국에서 빡세기로 소문난 어학원에 등록할 것이다. 난 널 보자마자 조엘에게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실망한 내색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난 예의 바르고 매너 좋은 대한민국의 예비역 병장이었으니까. 생긴 것으로 보면 넌 일본인은 아니었다. 일본인은 일본인처럼 생겼다, 일본인은 그들만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조엘도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정도의 상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조엘의 세상에선 마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룸메이트로 짠 것과 같은 맥락일 수도 있으니까. 키부츠 발런티어 프로그램이란 국제 평화와 관계 회복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조용히 일 잘하다 가게 만들면 되고, 덤으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홍보하면 되는 것이니까. 나처럼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는 숙박이 제공되고,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저렴한 프로그램이자, 덤으로 영어도 좀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졌었다.그나저나 생긴 건 분명 한국인인데, 혹시 나처럼 똑같이 내가 한국 놈이라서 이놈이 실망한 게 아닐까? 내가 복잡한 셈을 하며 내 야전 침대에 배낭을 내려놓자, 넌 내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엄... 쑤어리, 엄 넛 커리언.이 세련된 발음은 뭐지. 넌 한국인이고 따라서 발음이 제법 후져야 마땅했다. 그러나 너의 발음은 어리즈널 냄새를 풍겼다.암 드에늬시 메딘 크어리아.뭐라는 거지? 난 탁자 위에 있던 메모지를 내밀었다. 너는 이렇게 휘갈겨 썼다.Danish, made in Korea.너는 윌리 팍 소푸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너는 한국에서 박수남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덴마크로 가서 윌리 팍 소푸스라는 사람이 되었다.너는 어려서부터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특히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알쏭달쏭했다. 너는 다른 친구들과 너무나 생긴 것이 달랐다. 코펜하겐 같은 큰 도시도 아니었다. 덴마크 한쪽의 쏜더라는 도시 외곽에서 자라게 되었다. 젖소 목장이 많은 그런 도시였다. 그리고 넌 태생적으로 별로 활기찬 성격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너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그들은 왜소한 검은 머리 아이에게 그러나, 별로 호의를 보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넌 일찍이 무존재를 지향하게 되었다. 호기심은 무반응이 이어지면 잊히기 마련이다. 또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동화되면 휘발된다. 너는 그들과 일체가 되기에는 너무 내성적인 성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도 조용하고 집에서도 조용했다. 어디에서나 공기와 같은 그런 아이가 되었다. 아니, 그런 아이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넌 아무리 조용히 있어도 잘 숨어지지 않았다. 너처럼 새까맣고 빳빳한 머리털을 가진 남자애는 학교에 없었고, 그 지역 사회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너는 점점 c처럼 꾸부정하게 변해 갔다. 고개를 숙이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조그만 체구를 가진 검은 머리 덴마크인으로 알고 지나쳐 가길 바랐다. 얼굴을 들키지 않으면 너의 우울하고 심란한 표정을 읽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너는 점차 무표정한 얼굴을 만들어 갔다.너에겐 누나가 있었다. 누나의 이름은 제니 송 소푸스였다. 누나는 너와 달리 사교성이 좋고 활발한 아이였다. 넌 너의 누나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 전교생 중에서 동양인 외모를 가진 학생은 너희 둘뿐이었다. 너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조용히 있고 볼품없고 또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녀도 늘 사람들의 눈에 너무 잘 띄었다. 그들의 호기심이 빨리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제드 소푸스 씨의 아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너는 말을 거의 안 했지만, 그래도 말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가끔 그들 중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너는 어쩜 그렇게 덴마크 말을 잘하니?너는 별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어떤 아이들은 너에게 이런 말도 했다.넌 어쩜 누나랑 성격이 그렇게 다를 수 있니?너는 가끔 주먹을 쥐기도 했고 더러는 엉켜 싸워보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또래 아이들은 늘 너를 내려다보았고 덴마크에서 나는 세계 최고의 우유와 치즈, 그리고 빵을 먹고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넌 그들의 아래에서 코피 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쿵후 영화 같은 걸 보면서 심취해서 한동안 열심히 따라 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번 실전 경험을 쌓아 보고는 포기했겠지. 절도 있고 근사한 타격과 방어 동작, 적들의 쓰러짐과 줄행랑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넌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의 아름다운 어떤 선진국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꼬마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질문이 예닐곱 살 때부터 늘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너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무언가에 골몰하지 않을 때마다 컴퓨터의 배경화면처럼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나는 왜 여기 있을까?이 질문은 그런대로 봐 줄 만했지. 그런데 그 질문은 금세 확대되었다.나는 누구일까?이런 질문은 사람을 돌아버리게 한다.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후천적으로 병상에 오래 눕게 되는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리나, 아파트 난간에 서서 잠깐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 종교인과 철학자들의 평생 질문이라고 볼 수 있지. 보통 사람이라면 사십 줄에나 들어서야, 점점 무용한 삶에 접어들면서 때때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 어쨌거나 이런 질문은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심각하게 갈구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한 질문이었다. 너는 머리털을 양손으로 쥐어뜯으며 어떻게 이 질문을 떨칠 수 있을까 번민하곤 했지. 그러나 이 질문은 네 어깨 위에 틀어 앉아 이미 머리털을 그러쥐고 있었지. 넌 자살을 생각했을 거야. 손목을 긋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하는 거 말이야. 그러면 너의 육신과 함께 그놈도 영원히 사라져 버릴 테니까.제드 소푸스 씨와 마리아 소푸스 씨는 다행히 좋은 부모였지. 그들은 널 안아 주고 다독여 주고 남들처럼 좋은 유제품을 주었지만, 너의 근본적인 질문을 해결해 줄 순 없었지. 물론 그들도 너나 누나의 성장기에 일어나는 흔한 사고들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들은 자식이 없었고, 초보 부모였으므로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들은 다른 부모보다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했다. 이게 동양인과 서양인의 근본적인 차이일까? 아니면 그 나이 때 아이들이 흔히 치는 사고일까? 다행히 그들은 덩치만큼이나 느긋하고 약간은 둔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네가 잠든 사이에 서로 이렇게 질문했을지도 몰라.왜 우리 윌리는 남들처럼 잘 먹여도, 이렇게 작고 꾸부정한 걸까?그리고 넌 그들에게 점점 본질적인 질문을 할 용기를 잃어 갔다. 너와 누나와 함께 가족이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하는 부모에게 왜 내가 여기에서 자라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물론 너는 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그들에게 자신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부지불식간에 하곤 했다. 그건 혼잣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너는 탁자에서 밥을 먹고 있었고, 신문을 읽고 있던 소푸스 씨는 그 말을 그냥 흘려 들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여덟 살짜리 아이가 학교 가기 전 아침 식사를 하는 평화로운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윌리가 세수를 하고 식탁에서 잼 빵을 먹다가 처음으로 입을 떼어 하는 말이 그런 것이라니일상적인 풍경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소푸스 씨는 입양 서류와 당시 네가 입고 있던 배냇저고리와 손에 쥐고 있었다는 빨간색 딸랑이를 옷장 깊은 곳에서 꺼내 보여 주었다. 넌 입양 서류에 적힌 너의 한국 이름과 출생지를 보았다. 너의 성별과 너의 생일도 보았고, 어렸을 때 성격과 특성이 간략하게 기록된 것을 보았다. 잘 웃는 아이였고, 몸무게가 또래보다 좀 적은 아이였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너는 입양기관의 이름을 외웠고, 그게 모든 비밀의 열쇠임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양부모는 한국의 고아나 다름없는 불쌍한 두 아이를 입양해서 잘 키워주고 있었다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넌 큰 기와집 대문 앞에 너를 두고 흐느끼며 멀어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너는 어머니가 쪽 찐 머리에 한복을 입고 있었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녀는 보육원에 너를 맡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어린아이였으므로, 너는 늘 그렇게 상상했다. 부잣집 대문 앞에 버려진 너는 경찰서로 넘겨지고, 그곳에서 입양기관으로 인도되었다고 상상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여전히 왜 한국이 아닌 해외로 보내져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제가 한국에서 태어난 건 알겠는데요, 그런데 왜 지금은 한국에 없나요?너의 누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했지. 넌 누나에게 자신들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책에서 본 얘기를 했지만, 누나는 너와는 달리 너무나도 밝은 아이였지. 누나는 모든 상황을 이미 잘 정리해서 서랍 속에 넣어 두었어. 덴마크인의 외모 다양성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너의 누나는 너를 바라보며 얘기했지.덴마크는 한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야. 난 이곳에 있는 게 행복해.너는 누나를 이해할 수 없었지. 어떻게 이런 중요한 질문을 어떻게 그리 쉽게 접어둘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너는 누나를 여러 번 괴롭혔고 결국, 그녀는 폭발했지.난 덴마크인이야!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너는 누나가 서랍 속에 깊이 넣어둔 질문을 꺼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너는 그 이후로 그녀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넌 네가 누나와 다르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것을 축복으로 여겼을 거야. 멀지만 같은 한국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난 사람도 성격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깨달은 거지.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피부색처럼 성격도 여러 가지이고, 어떤 사람은 너처럼 까다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조용한 무존재 아이에게도 시간은 평등하게 주어졌다. 넌 점점 책과 친해졌다. 책은 돈이 들지도 않았다. 넌 복지국가 덴마크의 어느 소도시, 그곳의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많은 책을 읽었고, 배경화면이 떠오르지 않도록, 열심히 그 안에 침잠했다. 책이 눈앞에 없을 때도 문장들을 떠올리고 복기하는 것으로 머릿속을 늘 복잡하게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은 소푸스 씨의 아들이 방과 후에 항상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넌 그 안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약간의 어렴풋한 답변을 얻기 시작했지. 소도시의 도서관에서 넌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야. 좋은 책도 있고 독약 같은 책도 있었지만, 넌 그 안에서 시간과 버무려 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거를 줄 알게 되었지.나는 왜 여기 있을까? 나는 누구일까?그리고 넌 너의 누나보다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게 그 질문을 서랍 속에 넣어둘 수 있었지. 하지만 너의 서랍은 누나의 서랍보다 덜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 분명해. 넌 그 서랍을 가까이 두고 점점 더 덜 두려운 마음으로 열어볼 수 있게 되었지. 자주 쓰는 서랍은 미끈하게 열리곤 하지. 그러다가 넌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거야. 이제 대학생이 되어 코펜하겐으로 떠날 때가 되었지. 너의 누나는 이미 간호 직업학교에 다니면서 결혼할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인사시키고 있을 무렵이었어. 넌 대학교 입학 전에 이스라엘 키부츠 발런티어로 올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대학교 가기 전에 외국에 가 보고 싶었던 거야. 거기서 넌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인 나를 만나게 된 거고. 넌 너처럼 동양인의 외모를 가진 남자 녀석을 실제로는 거의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 거지. 그놈은 배낭을 메고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혔지.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어.Uh, Annyeonghaseyo! Bangaweryo.넌 그 말이 한국의 인사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도서관에서 한국어에 대해 공부했었거든. 하지만 넌 연습했던 한국말을 차마 써먹을 수 없었어. 물론 조엘이 너의 룸메이트가 한국인이라고 미리 말해 줬고, 한국말로 인사할까 하고 발음 연습도 해봤지만, 막상 닥치니 말할 수 없었지. 넌 Um이라고 말했지만, 생각했던 인사말을 마저 발음하지는 못했다. 외계의 말과 다름이 없는 낯선 언어, 모국어가 아닌 말을 띄엄띄엄 발음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너는 그날 나의 존재에 대해 일기에 이렇게 썼지.I met a Korean, made in Korea.한낮의 사막 열기를 피하고자 새벽부터 닭장에서 닭 예방 접종 일을 하고 피로와 불평으로 버무려진 닭털들을 마음속 여기저기 얹어둔 채, 터벅터벅 식당으로 향하다가 조엘을 만났지. 조엘이 룸메이트가 맘에 드느냐고 물어봐서, 난 OK, 라고 말해 줬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양놈은 아니지만, 덴마크로 놀러 갈 수는 있겠다 싶었다고나 할까? 네가 양놈인지 동양놈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사려 깊고 노련한 조엘은 혹시 맘에 안 들면 바꿔주겠다며 재차 나의 의중을 떠봤다. 나는 OK라는 말을 조엘의 입술 주위로 네 번 정도 떨어뜨린 것 같다, 높게 낮게 무겁게 약하게. 복잡한 표현을 조엘에게 할 자신도 없었고, 윌리를 바꾸고 새 룸메이트를 받을 정도로 깐깐한 성격도 못되었다. 시시각각 상황은 변하고, 당당한 예비역은 불평보다는 적응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난 네 속도 모르고 어쩌면 널 신기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초등학교 때 너의 학급 친구들보다 훨씬 더 희한해 했을 수도 있어.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 신기한 한국인 같았거든. 어쨌든 넌 만만했다. 마치 말년 병장이 신입 이병을 맡은 격이랄까? 난 너에게 날 이렇게 부르라고 했지.Hyeong나는 내 멋대로 너를 bro라고 불렀지. 난 그때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은 때가 없었다. 너의 얘기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내 토익 점수가 900점이었어도, 너와 제대로 얘기하기는 힘들었을 거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넌 그만큼 저 너머 세상에서 사고하고 있었지. 넌 책에서 읽어온 어려운 문어체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너도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았던 거지. 난 네가 늘 얘기하고 인용했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와 일리아드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지. 그리고 네가 존경한다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와 같은 작품을 이해할 턱이 없었지. 차마 포도가 왜 화가 났느냐고 네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얘기 정도에는 그럭저럭 맞장구를 쳐줄 만했지. 난 네가 말하는 걸 단어로 뜨문뜨문 유추하면서, 너와 나 사이에 놓인 이 부조리한 언어의 장벽과 너에게 내려진 운명의 장난이 혼란스러웠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놈이 한국말을 못한다는 게 짜증스러웠다. 넌 유럽의 철학과 역사에 대해, 그리고 그런 얘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근원적인 결핍에 관해 얘기했지. 난 동양인 아이가 양놈들의 철학과 역사와 문학에 관해 얘기하는 걸 늘 신기해했다. 넌 네 서랍 속 질문을 너에 국한된 얘기가 아닌 전 인류의 문제로 확장했던 거야. 넌 범지구적 인간으로 진화한 것이었어. 한 세대 안에서의 놀라운 진화! 운명이 만들어낸 초인류, 또는 특이 괴물로의 변태, 혹은 그 징조. 어쩌면 넌 말이야, 그래서 수줍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었던 거야.Danish, made in Korea그곳 키부츠에도 멍청이는 있었지. 영국인 발런티어 앤디는 알파벳으로 치면 A와 같은 녀석이었지. 덩치도 크고 눈도 부리부리했고, 항상 양다리를 쩍 벌리고 서 있었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를 공식 후원하는 움브로(Umbro) 티셔츠를 늘 입고 다니고, 손엔 캔맥주나 싸구려 보드카 온더록스 글라스를 들고 있었지. 녀석은 늘 취해 있거나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이었지. 휴게소에 설치된 TV 앞 소파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채널을 고정해 두고는 누가 리모컨 주위를 어슬렁거릴라치면 큰 눈을 부라리고는 했지. 녀석의 룸메이트인 불가리아인 조이는 졸린 눈을 가졌지만, 머리는 생쥐처럼 기민한 녀석이었지. 그 녀석은 알파벳으로 치면 소문자 z 같은 녀석이었지. 그 녀석들은 늘 쉬운 일을 했어. 영어가 되니까 대화가 필요한 일을 했던 거지. 아,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여기에 쓸 말은 아닌 것 같아. 내가 닭 솜털이 뿌옇게 섞인 먼지를 마시면서 닭장 안에서 반나절 씨름한 얘기는 자랑거리도 아니고 너저분하게 늘어놓을 만한 것도 아니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닭장에서 닭똥 냄새를 맡으면서 장닭들의 따뜻한 허벅지 안쪽으로 잽싸게 손을 뻗어 잡아채는 거야. 이 종자닭들은 무게가 4kg이 기본이고 부리와 발톱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지. 그놈들을 반나절 동안 3만 마리씩 잡아채서는 고리에 양다리를 걸쳐 놓는 거야. 그러면 놈들은 거꾸로 매달린 채 주사를 맞지. 그리곤 다시 풀어 놓는 거야. 그래, 말이 필요 없는 작업이지. 그냥 코안에 털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작업이야. 입을 벌리면 바로 입속에 닭털들이 꼬이거든.난 대한민국의 예비역 복학생답게 독해는 좀 됐지만, 생활 회화는 젬병이었어. 그래서 늘 몸으로 때우는 일을 배정받았으니까. 앤디나 조이 같은 녀석들은 유창한 영어로 불만 사항을 조리 있게 설명했고 결국, 대화가 필요한 식당 같은 데서 일했지. 난 묵묵히 일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어. 하지만 예비역이 말이지, 여자애들처럼 닭털 핑계나 대면서 징징대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런 것보다도 더 날 괴롭힌 것은 앤디나 조이가 스웨덴이나 스페인, 일본, 그리고 한국 여자 발런티어들을 유창한 영어를 미끼로 자기들 방으로 끌어들여 파티를 열었다는 거야. 놈들은 때로는 그 애들 방을 급습하고 싶어 했지. 그래, 그냥 그저 그런 멍청이들이었는데, 부러웠다고.너는 키부츠에서도 일할 때 외에는 대개 조용히 방 안에 붙어 있었지. 그냥 처음으로 덴마크 외의 나라에 가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 봐, 네 녀석은 옆 방의 한국 여자애들에게 관심이 있었을 거야. 넌 아무리 범지구적으로 인식의 영역을 확장했어도 연애만은 어머니의 정서가 묻어나는, 혹은 묻어날지도 모르는 한국 여자에게 본능적으로 끌렸을 거야. 특히 원산지뿐만이 아닌, 자국에서 자라난 한국 여자를 원한 거지. 내 장담하건대, 넌 한국 여자와 결혼할 거야.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어쩌면 이미 한국 여자와 결혼했을 수도 있어. 내가 프로이트도 모르고 칼 융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야.넌 어느 일요일 아침 숙소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가 죽은 고양이를 밟게 되지. 고양이의 옆구리가 움푹 패었어. 네가 나에게 그 얘기를 해 줬을 때, 난 화가 났지. 그리고 누가 그런 고약한 장난을 했을지 금방 떠올릴 수 있었지. 그건 스웨덴의 여자애들이 할 만한 일이 아니었지. 그 애들은 아바(ABBA)의 나라에서 온 천사들이었고, 지난밤에 밤새도록 춤을 추고 놀았을 테니까. 한국에서 온 여자애들은 지난밤에도 카세트를 들으며 밤새도록 영어 공부를 했을 거야. 일본에서 온 마나부가 할 만한 일도 아니었지. 그는 내 면상에서 고양이를 던질 수는 있어도, 슬며시 문 앞에 놓을 만한 녀석은 아니었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얀 일당이 할 만한 일도 아니지. 그러기엔 그 녀석들은 너무 새파랗고 약해 빠진 백인 아이들이었지. 멕시코에서 온 유대인인 키브릴 일파가 할 만한 일도 아니지. 그 녀석들은 귀족 교육을 받는 최상위 계층이니까. 결국, 할 만한 녀석들은 앤디와 조이 뿐이었지. 내 소중한 형제를 건드린 녀석들을 응징하기로 맘을 먹었지.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인 나는 야전 침대에서 작업화 끈을 단단히 조이면서 너에게 말했어.아 윌 힛 뎃 바스타즈.이 비장하고 의미심장한 영어가 난 정말 맘에 들었지. 너에게 예비역 병장의 실전 태권도 실력을 뽐낼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어. 사실 난 앤디 앞에 서면 대문자 I가 아닌 소문자 i가 될지도 몰라. 영국의 지붕 수리공인 앤디는 대문자 A이면서도 정말 빅 A였거든. 난 무조건 선빵을 날릴 참이었어. 그러면 승률은 반반일 거야. 녀석은 아직 술과 잠에 떡이 되어 있을 테니까. 조이 녀석이 문제긴 한데, 조이는 아마 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어. 그 녀석은 교활한 놈이니까 정면 승부에 나서진 않을 거야. 하지만 어찌 될지 몰라. 내 머릿속이 이런 생각들로 복잡할 때 너는 웃으면서 말했지. 그럴 필요 없다고,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라고. 난 아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말했지. 그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저 주먹을 쥐고 양쪽을 맞대면서 씩씩댔겠지. 여하튼 너는 나를 말렸고, 난 분을 식혔겠지. 어쩌면 식히는 척을 했다는 것이 더 맞겠지. 어쨌든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 정도 되면 그 정도 액션은 취해 줘야 하는 거거든. 넌 성경의 한 구절을 읊었고, 아마 그건 예수가 다른 쪽 뺨도 내미는 장면이었을 거야. 그리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영문 버전도 펼쳐 보여 주고, 읽어 줬지. 넌 정말 신기한 녀석이었어.우리는 고양이 사체를 숙소 옆 황무지 한쪽에 묻어 주었지. 돌이켜 보면, 그 장례식은 내가 여태껏 본 장례식 중 가장 성대하고 근사한 장례식이었던 것 같다. 내가 구덩이에 죽은 고양이를 내려놓자, 너는 영혼을 달래는 시를 읽어 주었지. 그 시는 로버트 브리지스의 On a dead child라는 시였다.Perfect little body, without fault or stain on thee, / With promise of strength and manhood full and fair! / Though cold and stark and bare, / The bloom and the charm of life doth awhile remain on thee네가 시를 다 읽자 나도 한 마디 덧붙였지.윌리가 옆구리 밟은 거 미안해하니까 이해하고.나중에 이별 파티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앤디에게 그 얘기를 꺼냈지. 술을 마시면 영어가 좀 더 잘 되거든, 혀가 잘 굴러.유, 유 데드 캣 쉐~ㅅ앤디와 조이가 노린 것은 윌리, 너만이 아니었다. 앤디는 동양인인 너와 나를 동일하게 소문자 i와 c라고 인식한 것이었다. 예비역 병장인 늠름한 I인 나를 그렇게 깔보았다니 열불이 날 일이었지만, 내일이면 떠날 것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다. 그 자식은 발견한 고양이 사체에 대한 실용적인 활용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리 숙소 앞에 두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술김에 재미로 그런 거였다고,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다고. 그 날 나는 앤디와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런던에 놀러 가면 연락하겠다고.넌 한국인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고 싶다고 말했었고, 분명히 그간 한국에 한 번은 왔었을 거야. 그들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었지. 그것은 꽤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너의 시작은 지구 상에 흔하디흔한 불행한 아이 중 하나였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이 너를 머나먼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게 했는지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다. 넌 여전히 한국이 해외로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놀랐을 거야. 그 시스템은 지구 위 한반도에 꽂힌 슈퍼 Y 새총이 되어 너와 같은 아이들을 쟁여서 지구 반대편으로 쏘았고, 지금도 쏘고 있다. 물론 예전보다는 덜 열심히 쏘고 있고. 그 아이들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는 어느 순간, 입양증서를 보면서 자신의 블랙홀을 깨닫게 되지. 거기엔 낯선 문자로 너의 또 다른 이름이 쓰여 있을 거야.그 블랙홀은 모든 현재를, 너를 송두리째 빨아들일 만큼의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어. 그걸 일단 가둘 수는 있어도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어. 어떤 아이들은 이 성가신 블랙홀을, 너무나도 성급히 다른 우주로 가는 웜홀로 사용하기도 하지. 그냥 빠져 버리는 거야. 운 좋은 아이들이 마음속 서랍 한쪽에 그걸 넣어 두고 자물쇠로 채운 후, 유년기를 보내기도 해. 일단 현재를 살기 위해서지. 천성적으로 명랑한 소수의 아이는 열쇠를 아예 잃어버리기도 할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 때때로 자기만 가지고 있는 블랙홀을 떠올리게 되지. 궁금해서 살짝 서랍을 열어보면 어느새 블랙홀은 더 커져 있고, 그 검은 구멍은 나선형으로 배배 꼬며 더 깊어져 있어. 누가 이 블랙홀을 너에게 주었을까? 너는 이 진드기처럼 떼어낼 수 없는 블랙홀을 증오하게 된다. 이 블랙홀에 먹히고 말 거야. 넌 두려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짐이자 굴레임이 분명해.어쩌면 시스템 Y가 더 좋은 출발점을 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래서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살찐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출발점으로 돌아온단다.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Y를 좇아 떠날 것이고 Y에서 블랙홀 탐사를 시작할 거야. 그들은 기와집이나 초가집이 아닌 마천루가 즐비한 서울에서 길을 잃지. 자기를 닮은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충만한 자유와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반쪽임을 곧 깨닫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걸 깨달아. 하지만 용기 내어 덴마크어로, 영어로, 프랑스어로, 독일어로, 벨기에어로 묻게 될 거야.제 블랙홀은 어디서 왔나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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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입양아 자존 독특한 개성미로 표출”

예선에서 올라온 6편 중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이덕래의 <서랍 속 블랙홀>과 김바울의 <지구인>, 김지원의 <붉은 토트백을 미자에게>였다. 3편을 놓고 숙의 끝에 큰 이견 없이 고른 작품이 <서랍 속 블랙홀>이었다.일반적인 신춘문예 수준으로 보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이 작품은 그동안 외면당한 소수자로서만 여겨지던 해외 입양아의 정체성 혼돈을 주제로 특유의 개성있는 문체와 구성으로 집대성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여기서 개성있는 문체와 구성이라 함은 신춘문예 양성소로 지칭되는 소설교실의 천편일률적인 세련미가 아닌 독특한 개성미를 의미한다.입양 당사자를 너라고 호칭한다. 너는 덴마크 입양아다. 따라서 그 사회에서는 무존재를 지향하지만 거꾸로 잘 숨어지지 않는 희귀한 존재이다. 어느날 나는 이스라엘 키부츠 발런티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룸메이트로서 너를 만난다. 이와같이 정체가 궁금한 인물이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을 지칭하는 방법으로 너를 택한 것은 이채롭다.너를 왜소한 체구를 가진 검은 머리 덴마크인이라 하고, 나를 대한민국의 예비역 병장으로 설정하여, 정체성이 확실한 인물과 불확실한 인물로 대조시킨 점도 특별했다. 이러한 대조를 통하여 나는 마치 너의 머릿속을 들어간 본 사람처럼 해외입양아의 정체성 혼돈을 실감한다. 너의 서랍 속에는 언제나 나는 왜 여기 와있는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 들어있다.작중인물의 캐릭터를 영어의 알파벳 기호로 표기한 점도 이 작가의 탁월한 고안이다. 너는 소문자 c. 나는 대문자 T. 영국인 앤디는 대문자 A. 불가리안 조이는 소문자 z. 이런 방법으로 위축된 민족과 당당한 민족, 또는 굴곡진 캐릭터와 겁 없는 캐릭터를 표현함은 흥미롭다.대조적인 두 한국인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담당하는 언어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한국인이면서 한국말을 모르는 덴마크인에게 모국어는 외계의 말과 다름없는 낯선 언어이다. 이때 처음 부딪치는 안녕하세요의 동질감과 이질감. 그날 밤 일기장에 쓴 I met a Korea의 친근함과 생경함. 이러한 미묘한 감정을 이 소설은 흥미롭게 포착하고 있다.죽은 고양이 사건을 설정하여 소설의 반전을 꾀하는 수법도 우수하다. 어느 날 백인 청년 앤디와 조이가 너의 현관문 앞에 죽은 고양이의 시체를 던져 놓아 밟게 만든다. 나는 내 소중한 형제를 건드린 녀석들을 응징하기로 맘먹는다. 그러나 너가 나에게 성경과 코란을 읽어주며 복수하지 못하도록 말리고 나의 분을 삭여준다. 한국말은 하나도 못하는 신기한 한국인이고, 그래서 어쨌든 만만해 보였던 너가, 나를 달래다니, 위대한 너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항해를 시작한 이 작가의 미래가 매우 궁금한 것은 이 작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특수분야, 예컨대 탁월한 언어장치로 씌워지는 다음 작품이 그만큼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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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내 운의 유통기한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

멈춰 선다. 뒤돌아서서 그림자를 쳐다본다. 내 곁을 사람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불안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은 설렌다. 그림자를 바라본다. 나는 예전처럼 평범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지만, 아주 조금 다르다. 그림자를 좇아 발길을 떼어본다.고등학교 시절 독서실에 앉아 끄적이기 시작했다. 창가의 화분처럼 늘 자리에 앉아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이해하지도 견디지도 못했다. 소극적인 반항이었다. 참신한 뻥을 치고 싶었다. 밤에 친구의 어깨를 밟고 컴퓨터실의 쪽 창으로 넘어들어가 타이핑하고 출력했다. 도트프린터가 한 줄씩 활자를 인쇄하는 것을 가슴 졸이며 바라봤다. 다행히 몇몇 친구들이 읽어 주었다. 읽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재미있다고까지 말해 주었다. 참 착하고 어른스러운 친구들이었다. 녀석들의 칭찬이 없었다면 글쓰기를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도 청소년기는 버거웠다. 해외입양인의 청소년기는 말 그대로 태풍일 것이다. 이제는 그만 보냈으면 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 우리 사회의 수준이고 업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폭력적이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된다. 해외입양인 친구인 일리(소설 속 윌리)와 그의 가족에게 안부 인사와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충북대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창문학동인회 써클룸의 문을 연 것이었다. 바닥과 천장, 사방 벽에는 막걸리 냄새가 배어 있었고 늘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선배들의 언어는 전투적이었고 술 마시는 것이 고역이었지만, 내 시를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십수 년이 흘렀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소설가 김현영 선생의 강좌를 들었다. 글 쓰는 즐거움과 재회했고, 함께 글을 쓰고 읽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행운이었다. 과학 웹진 크로스로드와 포스텍 박상준 교수께도 감사한다. 내겐 매우 소중한 게재 기회였다.부모님과 가족에게 고맙다. 수필 작가이신 장모님께서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가장 기뻐해 주셨다. 아내는 철없는 나를 잘 보듬어주고 아들은 더 나은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수상쩍었을 나를 이해해준 학과 친구들과 전 직장 동료들도 고맙다. 무엇보다도 전북일보와 송하춘, 백시종 심사위원께 감사한다. 부족한 글을 너그러이 봐 주셨다. 나처럼 글쓰기로 위안과 몰입의 기쁨을 느낀 다른 응모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은 내 차례였다. 나는 내 운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음은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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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이중주 - 손훈영

눈부시게 환한 햇살이 초록 숲 위로 투망처럼 드리워져 있다. 베란다 창 앞으로 바투 다가와 있는 산은 이제 마악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창을 열어두고 다가오는 여름을 바라본다.팡, 팡. 열어 둔 창으로 테니스공이 라켓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공 부딪히는 소리 사이사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섞여든다. 힘껏 내리친 공이 빗나갔는지 안타까운 탄식이 터지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공을 받아쳤을 때의 환호성이 높다랗게 들려오기도 한다.베란다로 나가 테니스장을 내려다본다. 높푸른 히말라야시다의 호위를 받고 있는 테니스장은 치외법권 지역인양 아늑하다. 알맞게 다져진 맨 흙바닥이 정갈하고 높다란 심판석 의자의 진초록 덮개가 새뜻하다.연두색 공들이 네트 위를 빠르게 오간다. 황토빛 흙을 박차고 하얀 운동복이 튀어 오른다. 튕겨 오르는 공을 따라 공기를 가르는 사람들의 그을린 허벅지 위로 햇살이 작열한다. 약동하는 생명력이 라켓 한복판에서 전율하고 터질 것 같은 율동성이 코트를 가득 메우고 있다.운동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소리로 흥건한 테니스장을 벗어나 시선을 조금 오른편으로 옮긴다. 봉긋한 봉분 세 개를 감싸 안고 있는 야트막한 동산이 보인다. 조밀한 숲을 병풍처럼 두른, 나무 없는 낮은 구릉은 푸른 풀들이 융단을 깐 듯 부드럽게 펼쳐져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공기 중에 보랏빛 풀꽃들이 고요하다. 이따금 비롱비롱 산새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날아든다.투명한 햇살 아래 둥그렇게 누워있는 봉분은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생로병사의 긴 여로를 마감한 삶은 이제 비로소 진정한 안식이다.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훼손시킬 수 없는 견고한 평화다. 살면서 늘 갈구하던 그것을 이윽고 품안에 안고 흔들림 없는 침묵으로 고요하다.봉분은 하나의 메시지다. 비등점에 이를 때까지 열렬히 살라고, 그리하면 마침내 이런 확실한 것 하나 안겨 주겠다는 신의 약속이다. 약속은 적요한 햇살 아래 명확하게 빛나고 있다. 저 약속들은 이미 도처에 새겨져 있었다. 다만 두려워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네 삶의 공간으로부터 멀리 추방시켜 놓았었다. 죽음에 등을 기대고 살아가지만 삶이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어야만 우리들은 살아갈 수 있었다.얼마 전 중병을 선고받음으로써 죽음과 좀 더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 투병의 시간이란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나와는 별 상관이 없던 그것이 이제 불가분의 관계로 가까워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어둠이 더 무서워지듯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죽음을 바로 볼 수밖에 없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바로 죽음이다. 죽어있는 상태로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는 없다.그런 마음이어선지 요즘 들어 잔치에는 잘 가지 않아도 죽음의 장소는 열심히 찾아다닌다. 가까운 친인척 장례식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먼 친척까지 문안을 간다. 정기 진료일이면 병원 장례식장을 서성대다 오기도 한다. 쇠락의 냄새와 죽음의 기미에 점점 익숙해지고 마침내 그것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무엇으로 내 일상에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며칠 전 시백부 상을 치렀다. 입관을 지켜보았다. 입관실은 삶과 죽음이 아무런 갈등 없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주검 옆에 싱크대와 세제가 천연덕스럽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에 익숙한 세제와 핸드크림이 삶과 죽음과의 거리를 빠르게 단축시켜주었다.전통적 예법에 준한 절차로 구순을 넘긴 백부는 봉인되었다. 딸들의 흐느낌이 백부의 감긴 눈 위로 흩어졌다. 차가운 테이블 위에 일자로 누운 백부의 한 줌 몸뚱아리를 겹겹이 싸매고 묶는 절차가 당연한 수순을 밟는 듯 자연스러웠다.장례관리사들의 일상적인 표정과 직업적 몸짓이 한 사람의 죽음에 압도당해 있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럴 거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살아있음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죽음이 저 먼 곳에 있는 무엇이 아니라 누수로 얼룩진 천장이나 수도꼭지만큼이나 우리들 삶 속에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과실 속에 씨가 들어있듯 삶이 시작될 때 이미 죽음도 함께 잉태되었다는 릴케의 말이 생각났다. 삶 속에 죽음이 있다는 말이 하나의 관용어구가 아니라 생생한 느낌으로 피부에 와 닿았다.삶과 죽음은 서로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라 표면과 이면이었다. 삶이 끝난 다음에 비로소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시작되면서 죽음도 함께 시작되었다. 삶이 무르익으면 죽음도 함께 무르익었다. 사람은 삶만 사는 게 아니라 죽음도 함께 살아야 했다. 결국 잘 산다는 것은 잘 죽는다는 것이었다. 잘 죽을 수 있으려면 잘 살아야 함이 전제되었다.죽음의 절차를 지켜보며 살아갈 일을 생각하는 나를 보았다. 죽은 자를 보내는 시간 속에서 산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했다. 그것은 어떤 진실한 약속 하나를 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떠나는 자에게 남아있는 자가 할 수 있는 약속은 무엇일까. 당신 곁으로 갈 때까지 더 멋지게 살아가겠다는 새김질이 아닐까.막 죽음의 문으로 들어가는 자에게 하는 약속은 신에게 하는 약속이나 진배없었다. 혹 이것이 죽은 자에 대해 산 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조문행위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염을 하고 입관을 하고 성복제를 지내는 의식들이 이어지는 그 시간만큼 나 자신이 삶에 대해 열렬해지던 때가 또 있었을까. 명확한 죽음 앞에서 삶도 명확해졌다.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자의 육신을 눈앞에 두고 삶에 대해 열심을 다짐하는 오롯한 시간이었다. 내 다짐이 더 뜨겁고 간절할수록 장례의 의미는 깊어지고 죽은 자와의 관계는 더 두터워졌다.우리 집 베란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망을 안고 있다. 왼편 테니스장은 살아있음을 음미하기에 좋고 오른편 봉분은 죽음을 명상하기에 더 할 나위 없는 풍경이다. 생사가 원래 같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곳이다.삶의 충동인 테니스장과 죽음의 집인 봉분이 환한 햇살 아래 거리낄 것 없이 어우러지고 있다. 귀를 열면 약동하는 생명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고 눈을 돌리면 언제나 고즈넉한 봉분을 마주 볼 수가 있다. 삶과 죽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망이 이 공간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십년 넘게 이 집을 지키고 있다.산책길일까, 테니스장과 야산 사이의 작은 오솔길로 초로의 할아버지와 예닐곱 손자가 손을 맞잡고 올라간다. 호기심 많은 손자의 해찰에 할아버지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호흡을 고른다. 그들 속에 삶이, 또한 죽음이 있다. 삶과 죽음의 두 얼굴이 사이좋게 그들의 등 뒤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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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유려한 문장, 숙련된 내공 느껴져"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7사람의 14편이었다. 각기 주제가 다른 작품들로 특정한 공간, 사물, 상념의 세계를 사유의 깊이로 짚어내어 준 보편성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삶의 체험을 중심축으로 확고한 주제와 다양한 소재를 결합하여 의미를 형상화시켜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당선작 한 편을 선하여야하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심의가 필요했다. 무엇을 말하려하고 그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에 관점을 두었다.본심 2차 심사에서 김응숙의 <마당>, 양태순의 <두레>, 조현미의 <민달팽이의 노래>, 손훈영의 <이중주> 수필작품을 선정하여 놓고 이들 작품들이 지닌 단점을 골라내는데 시선을 모았다. 수필문학이 문학작품으로 승화되는 데는 일상적 사실체험에 대한 심도 깊은 사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어떤 사실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실에 대한 필자의 사고를 천착하는데 있다. 최종심에는 <이중주><민달팽이의 노래>를 두고 당선작을 선별하다가 수필 <이중주>를 당선작으로 정했다.수필 <이중주>는 아파트 베란다를 열면 테니스장이 보이고 테니스장을 조금 벗어나면 봉긋한 봉분 세 개를 감싸 안고 있는 야트막한 동산이 보인다. 활기찬 호흡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죽은 이들의 안식처가 생멸의 크기로 공존하는 이중주의 연주가 이 수필의 주제이다. 유려한 문장으로 펼쳐내는 이 수필은 필자의 숙련된 내공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문장은 의미를 담는 그늘이다. 한 문장 한 문장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문장들의 조합은 감동의 크기로 독자의 감성을 흔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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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소감] "나날의 기록, 끊임없이 쓰고 싶어"

의식의 진공상태는 언제 오나? 신춘문예 당선통지를 받았을 때 온다!소식을 받고 극장으로 간다. 극장 안 어둠만큼 혼자 울고 웃기에 적당한 장소가 있을까. 나에게 극장 안 어둠은 언제나 진통제였다. 부드러운 벨벳 같은 어둠에 오두마니 안겨 당선의 희열을 온전하게 궁굴린다. 감당할 수 없는 황홀감이 새나가지 않도록 어금니를 꽉 깨문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홀림의 순간.그 순간을 사무치게 각인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않는다.나의 글쓰기는 언제나 회의와 열정의 길항작용이었다. 재능에 대한 회의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정이 하루하루를 이어 나갔다. 문학이 아니라 단지 발설에 가까웠던 내 글쓰기였다. 기적과도 같은 일은 지치지도 않고 이어지던 그 발설로 인해 내 존재가 새로워졌다는 것이다. 증오와 고통의 거친 누더기를 벗어던지고 평온이라는 깨끗한 순면 옷으로 갈아입게 되었다.물은 99도씨에서는 끓지 않는다. 반드시 100도씨에서만 끓는다. 그러니 100도씨까지 가려면 끊임없이 쓰는 수밖에 없다. 그저 하루에 정해진 양을 묵묵히 쓰는 수밖에 없다. 기쁨도 슬픔도 없이 매일 조금씩 쓰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신이 내려 준 글쓰기 재능은 없는 것 같다. 허나 재능이란 열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나는 분명 재능이 있다. 나날이 저물어가는 눈동자이지만 시력이 작동되는 한 쉬지 않고 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숨을 쉬고 밥을 먹듯 그냥 나날들을 기록하고 싶다. 이 사실이 내가 가진 유일한 진실이다.글 판 주변에서 쭈빗거리고 있던 나를 발견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밀실에서 홀로 시들어버리지 않게 해준 나의 광장, 수필사랑 문우들과 두 분 선생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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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삶에서 희망 발견하는 시각 뛰어나"

신춘문예라는 제도는 한 편의 작품을 뽑는 일이지만 한 사람의 시인을 문단으로 불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한 작품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응모자가 습작에 쏟아 부은 훈련의 흔적까지 읽으려고 한다. 시와 그 시를 쓴 사람을 같이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다.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판별할 때, 구태의연한 서정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시를 꿈꾸고 있는지, 시에 끌어들인 특수한 성격의 언어들이 이 세계의 보편적이고 균형적인 감각을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발설하고 싶은 개인의 일과 발언해야 하는 집단의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것은 모두 9명의 작품이다. 말을 다루는 솜씨들이 뛰어나 다들 오랜 습작을 거쳤으리라 짐작되는 작품들이었다. 그렇지만 내면의 울림이 느껴지는 중량감은 대체로 부족해 보였다.우리는 그 중 5명의 작품에 주목하였다. 정재돈의 <산낙지>, 이시윤의 <4분의 3박자로 반달이 지나간다>는 낯선 이미지를 충돌시켜 새로움을 구하고자 하는 작품들이지만 아직은 덜 익어 어색한 느낌이 강했다. 서귀옥의 <망중한>은 안정된 호흡으로 주제를 의도대로 차분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의식의 찌 생의 잔해들과 같은 낡은 표현을 하루바삐 걷어낼 줄 알아야 새로운 시의 나라에 당도하리라 생각한다.이동한의 <사과>는 깜찍하고 활달한 상상력, 군더더기 없는 언어 운용 기법이 매혹적이어서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어깨를 겨루었다. 그런데 시의 뒷부분이 공허한 말장난으로 마무리되는 점이 결정적인 흠이었다.그리하여 결국 당선작은 김상현의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으로 결정되었다. 죽은 두더지의 몸에 깃들어 사는 벌레를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길어 올리는 시인의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오밀조밀한 감각의 배치도 뛰어났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에서도 우리는 만만찮은 필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죽음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당선작의 온기가 이 냉랭하고 삭막한 세계의 불꽃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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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글쓰기로 혼 뺏겼던 한 해 소망 이뤄"

내가 글을 쓰면 잘 될 것 같으냐, 점집에 가 물을 때마다 그쪽 사람들은 말한다. 글 쪽과는 잘 맞습니다만, 그냥 취미로만 쓰라고, 쓰면서 행복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그런데 지난해 참 이상하다. 9월에 3일 간격으로 문학상을 받았다.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과 근로자 문화예술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 대상을 역시 시를 통해 받은 것이다. 정부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그저 생계의 길 위에서 줍는 법만 익힌 개미, 그런 개미 한 마리가 구름 위의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그 옛날 우체국 계단에서 글 봉투를 품고 있던 한 아이의 눈망울을 생각하였다. 개미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은 그 아이의 반짝이는 까만 눈망울을 닮았을 거라고 상상해보았다. 콧날이 시큰해졌다.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나는 전화를 끊고서, 신문에서 오려 벽에 붙여놓은 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사진을 바라보았다. 2년이 흘렀고, 사진 속에 한 자리에 내가 앉아야 할 일이 생긴 것. 웃다가 울기를 반복하였다. 고백하건대, 사진 속의 저 현장 속으로 간절히 들어가고 싶었었다. 올 여름방학 기간에만 시 50편, 동시 35편, 단편소설 1편을 쓴 게 사실이었다. 혼을 빼앗겼다는 표현이 맞다. 혹시 내가 이렇게 창작에 홀려 내 정해진 팔자를 바꿔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기호지세, 호랑이를 탄 기세로 끝까지 몰아가야 한다는 생각. 도중 내려오면 호랑이에게 먹힌다는 생각을 하였다.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 사에 감사의 말씀 올린다. 글눈을 뜨게 해주신 우석대 문창과 교수님들과 제 옆을 지켜준 문우들께 우체국 계단에서 망설이던, 낯 잘 가리는 그 아이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고 거듭 감사의 말씀 올린다. 글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점괘는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나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 끝으로 (달려라 검정분필) 제자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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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23:02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아기들쥐와 허수아비 - 이명준

텅 빈 들판에 늙은 허수아비가 혼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북풍이 불어와 빈 들판을 한 바퀴 휘돌고 지나간 뒤였습니다.벌써 이렇게 추운걸 보니 올 겨울 동장군도 꽤나 극성이겠군.허수아비가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립니다.할아버지! 윗도리 잘 여미세요.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참새들이 허수아비에게 소리쳤습니다.그때, 논두렁 돌 틈 사이에서 들쥐 두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한 마리는 아직 어린 아기 쥐였고 또 한 마리는 제법 쥐 꼴을 갖춘 큰 들쥐였습니다.빨리 따라 와!먼저 돌 틈을 빠져나온 큰 놈이 뒤따라 나온 작은 쥐를 돌아보며 소리쳤습니다.오빠! 무서워!작은 들쥐가 허수아비를 가리키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야! 저건 허수아비야! 사람이 아니라고!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 몸을 돌린 아기들쥐가 할아버지 차림의 허수아비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오빠! 저 할아버지 눈 좀 봐. 나를 노려보고 있어.괜찮아! 이 바보야. 할아버지 얼굴은 그림이야!오빠의 큰소리에 안심이 되는지, 동생들쥐가 오빠 뒤를 살금살금 따라 걷습니다.며칠 전, 들쥐남매는 황조롱이에게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되었습니다. 엄마를 잃은 들쥐남매는 무섭고 슬퍼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울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었습니다.다음 날, 보다 못한 옆집 왕쥐 아주머니가 찾아 왔습니다.얘들아! 그렇게 운다고 엄마가 돌아오니? 쯧쯧!왕쥐 아주머니는 어린 남매가 불쌍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습니다. 들쥐남매는 왕쥐 아주머니를 보자 엄마가 생각나 더욱 슬펐습니다.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너희들도 엄마 따라 가고 싶니?왕쥐 아주머니의 말에 아기들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엄마 따라 가고 싶다고?왕쥐 아주머니가 눈을 더 크게 뜨고 묻자 아기들쥐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엄마는 갔지만 어린 너희들은 어떻게든 살아야 될 거 아니야!살아야 한다는 왕쥐 아주머니의 말에 아기들쥐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하늘나라에서 엄마가 너희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실거야.왕쥐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오빠들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어떻게든 많이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해. 이렇게 울고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뭣이든 찾아 먹어.왕쥐 아주머니가 가고 난 뒤, 들쥐남매는 다시 기운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들쥐들의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배고픈 들쥐남매는 어떻게든 벼 낟알을 주워 먹어야 했습니다. 논둑 아래 골을 따라 조심스럽게 오빠를 따라 가던 동생이 걸음을 멈췄습니다.오빠! 이제 그만 가! 여기서 찾아도 되잖아!처음으로 바깥세상에 나온 아기들쥐는 허수아비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무서워 오빠를 다시 불러 세웠습니다.너, 배 안 고파?배고파.그러니까 허수아비 밑에 가야 먹을 게 많단 말이야.왜?참새들은 허수아비 가까이 안 가거든. 그러니까 허수아비 밑에는 벼 낟알이 많이 남아 있다고.오빠의 말을 들으니 그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기들쥐는 무섭게 생긴 허수아비 가까이 가는 게 못내 찜찜했습니다. 허수아비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기들쥐는 오빠 뒤에 바짝 다가붙었습니다.오빠! 이젠 됐어! 그만 가!오빠들쥐는 하는 수 없이 허수아비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벼 낟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이런 곳을 잘 살펴보라고.오빠들쥐는 지푸라기를 들춰 보이며 동생에게 벼 낟알 찾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추수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논바닥에는 제법 많은 낟알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들쥐남매는 열심히 낟알을 주워 먹었습니다.맛있지?응, 맛있어.오빠의 말에 어린 동생이 벼 낟알을 오독오독 씹으며 대답했습니다.들쥐남매가 한창 벼 낟알을 까먹고 있을 때였습니다.얘들아! 얘들아! 어서 숨어!논 가장자리에 서 있던 허수아비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오빠들쥐가 고개를 돌리자 논두렁 아래에서 들고양이 한 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야! 뛰어! 빨리 뛰어!놀란 들쥐남매는 무작정 앞으로 뛰었습니다.얘들아! 이리 들어와!허수아비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들쥐남매는 허둥지둥 허수아비의 바짓가랑이로 들어가 기둥을 타고 올라갔습니다.됐어. 이젠 안심해도 돼.허수아비는 가슴까지 올라 온 들쥐남매를 가만히 끌어안았습니다.할아버지, 고마워요.무작정 오빠를 따라 올라온 아기들쥐는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오빠! 여기가 어디야?허수아비 할아버지의 품속이야.할아버지 품속이라고?아기들쥐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괜찮아. 할아버지는 너희들을 미워하지 않아.허수아비가 조용히 말하자 그때서야 아기들쥐가 마음을 놓았습니다.할아버지, 춥지 않으세요?할아버지, 여기 언제까지 서 있을 거예요?들쥐남매는 앞 다투어 허수아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얘들아, 조용히 해라. 들고양이가 듣고 있어.오빠들쥐가 허수아비의 허리춤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들고양이가 허수아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아무래도 너희들 냄새를 맡은 모양이야.들쥐남매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들고양이가 할아버지 몸속으로 올라오면 어떻게 해요?오빠, 우린 집에 어떻게 가?아기들쥐가 겁을 잔뜩 먹고 울먹였습니다.걱정마라. 그럴 일은 없을게다.허수아비가 들쥐남매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는 바짓가랑이를 단단히 여몄습니다. 하지만 들고양이는 쉽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허수아비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불쌍한 들쥐남매들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걱정 할 것 없다. 내 품속에 있는 동안은 걱정할 것 없어.허수아비는 어린들쥐들을 꼭 보듬어 안았습니다.차가운 소슬바람이 마른 지푸라기를 한 차례 쓸고 간 뒤였습니다. 허수아비 주위를 맴돌던 들고양이가 천천히 논둑길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얘들아! 이젠 들고양이가 돌아갔어. 마음 놓고 내려가서 놀아도 돼.허수아비는 자신의 발밑에 수북이 떨어져 있는 벼 낟알을 보았습니다.멀리 나갈 필요 없어. 내 발 밑에도 낟알은 많이 있으니까.들쥐남매는 기둥을 타고 내려와 허수아비의 바짓가랑이 밑으로 나왔습니다. 허수아비의 말대로 발밑에는 벼 낟알이 소복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들쥐남매는 허수아비 발밑에 있는 벼 낟알을 열심히 주워 먹었습니다.오빠! 이제 배불러.벼 낟알을 실컷 먹은 아기들쥐가 꼭 작은 밤송이 같았습니다.아이! 추워!해가 서산에 걸릴 때 쯤 허수아비가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할아버지! 추우세요?그래, 이제 추워지기 시작하는구나.여름 내 입고 있던 허수아비의 낡은 저고리가 겨울바람에 떨고 있었습니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우리가 도와 드릴게요.들쥐남매는 마른 지푸라기를 허수아비의 몸속으로 물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어깨, 가슴, 팔, 허수아비의 몸속 구석구석 마른 지푸라기를 채워 넣었습니다.아이구! 얘들아 급하게 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해. 천천히.허수아비의 몸이 두툼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허수아비 몸속에 지푸라기가 채워질수록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너희들 덕분에 올 겨울은 춥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구나.낮게 깔린 구름이 금방이라도 굵은 눈송이를 뿌릴 것만 같았습니다.얘들아, 올 겨울은 내 품속에서 지내는 게 어떻겠니?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들쥐남매가 허수아비의 허리춤을 비집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들판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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