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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슈+] 지난해만 260팀 찾았다⋯ 전북은 지금 전지훈련 '후끈'

2025시즌을 앞두고 전국 선수단이 본격적인 전지훈련 일정에 돌입했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가 전지훈련 유치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익산시·순창군 등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전지훈련지로 인정받고 있다. 12일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가 제공한 2024시즌 전북에서 전지훈련한 전국 선수단은 총 257팀(4861명·1일 기준)이다. 종목은 유도·씨름·태권도·축구·야구·육상·배드민턴·소프트 테니스·펜싱·역도·근대 5종·스쿼시·산악·카누·수영 등 모두 제각각이다. 꿈나무 대표부터 초등·중등·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 체육회, 대표팀, 상비군 등 다양한 팀이 전북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시즌에도 많은 선수단이 전북을 찾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익산시에는 이달 육상(투척) 국가대표 상비군·청소년·꿈나무, 펜싱 국가대표 후보 선수,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고교 야구단 등이 찾는가 하면 순창군에는 고교 야구, 유소년 야구단, 소프트 테니스 꿈나무, 중·고등 테니스팀 등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에 익산시·순창군에서 전지훈련이 예정돼 있는 선수단만 총 25팀, 1600여 명에 달한다. 해마다 전북을 찾는 선수단이 늘어나면서 시·군 곳곳에는 새로운 전지훈련 시설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선수단을 수용하면서도 전지훈련 중에 불편을 느끼지 않게끔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제시는 생활 밀착형 국민체육복합센터, 전지훈련센터 조성 등을 추진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스포츠 활력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2026년까지 도비 18억 원을 포함해 예산 50억 원을 들여 전지훈련을 오는 선수단이 묵을 숙박·편의 시설인 전지훈련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익산시는 매립장 부지를 활용해 일반·리틀야구장을 추가로 1면씩 조성하고 순창군은 전지훈련팀을 위한 지상 3층 규모의 트레이닝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전북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가 전지훈련 등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은 '지역경제' 때문이다. 오랫동안 머무는 선수단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규모가 크다 보니 예산 10을 들이면 지역경제는 50, 100까지도 뛴다는 게 각 시·도의 설명이다. 단순히 훈련뿐만 아니라 장기간 지역에서 지내면서 숙박·식사 등을 동반하는 만큼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는 것이다. 김종신 순창군 체육진흥사업소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전지훈련이나 유소년 대회 등이 온다고 하면 순창군 내 읍·면에 있는 펜션까지 꽉 찬다. (경기장과) 거리가 있는 면까지도 다 숙박시설이 만실이다"며 "평균 6일을 이곳에서 머무는 데 지역이 들썩들썩할 정도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11 10:06

[전북 이슈+] "이곳만한 곳이 없어요"⋯ 익산·순창, 최상의 훈련환경 제공

전국에서 최적의 전지훈련지로 부상한 익산시·순창군은 1월부터 선수단 발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2025시즌 준비를 위해 이달 익산시를 찾는 선수단은 총 10팀, 순창군은 15팀이다. 지금도 전지훈련이 한창이다. 지난 7일 주목받고 있는 전지훈련지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익산시종합운동장. "하나! 둘! 셋!" 우렁찬 목소리가 운동장 밖까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을 시작한 서울 대치중 야구부 선수들이다. 동계 전지훈련을 위해 익산을 찾은 것도 벌써 3년차다. 지난 7년 동안 전남 영암에서 전지훈련을 해 온 대치중 야구부 선수들이 익산으로 담금질을 하게 된 것은 이동 시간·날씨 영향이다. 전남과 비교해 날씨가 크게 춥지 않은 데다 영암은 편도 5시간이 걸려 선수·학부모 등이 불편함을 겪었다는 것이다. 박철홍 감독은 "익산에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부족한 것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다른 시·도로 가면 모텔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 익산은 유스호스텔도 있고 가장 중요한 음식이 너무 좋다. 전체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운동장 시설도 좋다 보니 서울에 있는 팀들이 서로 오고 싶어 할 정도다. 야구장이 없어서 못 오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도보 3분 거리에서는 육상(투척) 종목 전지훈련도 진행되고 있었다. 육상(투척) 종목 국가대표 상비군 역시 3년째 익산을 찾고 있다. 김순윤 감독은 "제가 감독을 지내는 동안에는 계속 익산으로 전지훈련을 올 생각이다.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해 시설·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는 편인데다 대여도 어렵지 않아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익산시는 전국대회를 통해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있다. 보통 전국대회를 위해 익산을 찾았던 팀이 당시 기억 속 익산이 좋아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산종합운동장에 전지훈련이 가능한 야구장·운동장 등이 밀집돼 있다 보니 팀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점이 선수단 감독의 마음을 끌고 있다. 음식이 맛있고 숙박비도 큰 부담이 없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전지훈련 최적지로 꼽힌다. 익산시는 더 많은 선수단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익산종합운동장 내 매립장 부지를 활용해 일반·리틀야구장을 1면씩 추가로 조성한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완공할 계획이다. 지난 8일 폭설이 내린 순창에서는 고교 야구 전지훈련이 한창이었다. 장안고 야구부는 5년째 방문 중이다. 실내 연습장이 있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안고를 순창으로 끌어들였다. 박건민 감독은 "다른 선수단을 보면 비가 오네 눈이 오네 이야기하지만 순창군은 실내 연습장이 너무나도 잘 돼 있다 보니 별 걱정 없다. 반팔 입고 운동해도 될 정도로 따듯한 온도가 유지돼 있다. 올해 웨이트장도 조성한다고 해서 지금보다도 더 많은 선수단이 순창을 찾으려고 할 듯하다"고 전했다. 순창군은 지역 특성상 눈이 많이 내리다 보니 실외 연습장의 경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제설 작업까지 완벽히 처리해 야외 훈련도 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준다. 또한 선수들이 추위를 녹여가며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직접 따뜻한 어묵을 제공하는 등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펼쳐 박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팀당 전지훈련비를 지원하고 실내다목적구장, 실내야구연습장, 야구장 등 체육 시설을 무상으로 빌려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전지훈련 유치 확대를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기본 경기장 사용료 외 경기장 조명, 냉난방기 등 부대 사용료도 모두 무료다. 또 산악지역으로 눈이 자주 내리고 춥다 보니 전지훈련 유치에 불리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설을 조성했다. 실내구장과 실내야구연습장을 건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해 가고 있다. 동시에 스포츠 마케팅 지원팀을 운영하는 등 선수단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순창군은 오는 2026년까지 순창공설운동장 부지 내 선수단을 위한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한다. 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지상 3층 규모(1층 휴게실, 2층 체력단련실, 3층 경기운영본부·실업팀 사무실)로 조성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11 10:06

[전북 이슈+] 전지훈련 유치에 '왜' 열광하나⋯ 이유는 "지역경제 활력"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단 덕분에 지역경제에 수억 원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일 순창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지훈련을 위해 전국에서 15개 팀 242명의 선수와 코치진이 찾아왔다. 이들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식사비, 숙박비, 간식비 등을 합하면 1인당 약 4만 7000원이다. 여기에 선수단의 수까지 합해 하루 동안 발생하는 지출 비용만 계산해도 1137만 4000원에 달한다. 선수단이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머무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도 올해 전지훈련 기간 동안 6개 종목 1296명의 선수와 코치진을 유치해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선수단이 하루 동안 익산시에서 지출하는 비용을 계산하면 6091만 2000원에 이른다. 실제로 익산시는 지난 2023년 3개 종목에서 1077명의 선수를 유치해 1억 9300만 원의 경제효과를 봤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조금 늘어난 4개 종목 1324명의 선수가 찾아와 3억 4800만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찾아오는 선수는 1000명대이지만 학부모 등 부대 인원까지 더하면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2000~3000명 정도가 익산을 찾는다”며 “이들까지 합하면 경제효과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하루만 있다가 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2주는 머물다 간다. 그러면 최대 10배 이상의 지역경제 효과가 있어 전지훈련 유치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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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11 10:05

[전북 이슈+] "스포츠팀 모십니다"⋯ 타 지역도 전지훈련 유치 ‘사활’

전국 17개 시·도가 동계 전지훈련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북은 전북체육회에서 전지훈련지·관광지 등을 담은 홍보 책자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겨울철 전지훈련은 지역경제에 훈풍을 불어넣는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수십에서 수백 명의 선수단이 훈련을 위해 지역에 머무르며 식사비와 숙박비 등 다양한 비용을 지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는 선수단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은 이번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3057개 팀 51만 명 선수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선수단이 경남을 택한 이유는 다양한 인센티브와 체계적인 홍보 효과로 추정된다. 실제로 경남은 매년 전지훈련지 정보를 담은 홍보 책자를 전국 선수단에 제작·배포해 왔다. 책자에는 시설사용료 면제 혜택 등 경남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할 경우 선수단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정리돼 있다. 각 시군마다 특화된 전지훈련 종목과 스포츠센터 위치, 인근 관광 코스도 함께 들어있어 선수단이 정보를 한눈에 보고 결정할 수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은 재활 훈련, 윤리 프로그램 등을 받을 수 있는 스포츠센터와 재활훈련센터도 있어 전지훈련지로 많이 찾는다”며 “대표적으로 축구 선수단이 많이 훈련하러 온다. 그런데 다른 스포츠 종목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관계자가 있어 책자로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전남도 동계 전지훈련지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은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전지훈련지 홍보를 위한 관계자 초청 설명회와 답사여행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감독과 코치진들을 초청해 팔마종합운동장, 하니움스포츠센터 등 전남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전지훈련시설을 관계자들이 직접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또 매년 전지훈련 유치에 노력한 시·군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4시즌 전지훈련 유치실적 평가 결과, 최우수상은 강진군이 받았다. 해당 시즌 동안 17개 종목 2만 2511명의 선수와 감독이 강진에 머물며 숙박, 식사, 관광지 방문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지훈련 유치에 성공하면 그에 따른 경제효과가 매우 크다”며 “유치에 노력한 시군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등 지역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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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11 10:05

[전북이슈+] "장보기 힘들어"⋯ '식품사막' 전북이 가장 심각하다

'클릭' 한 번에 음식·농축수산물 할 것 없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이 왔지만 오히려 농촌지역에서는 신선식품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전북특별자치도 내 농촌은 거주지 주변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어 기본적인 식품조차 구하기 힘든 이른바 '식품 사막화' 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 내 마을 10곳 중 8곳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어 '식품 사막화'에 노출돼 있다. 4일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이슈 브리핑 농촌 지역 '식품 사막화'의 의미와 과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북 행정리 5245곳 중 4386곳(83.6%)이 마을 내 식료품을 살 만한 점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도내 전체 행정리 중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의 비율이 높은 시·군은 정읍시(93.3%), 진안군(89.8%), 남원시(87.8%) 등 순이다. 특히 이중 정읍은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기초자치단체 1위로 꼽혔다. 정읍 행정리 555개 중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이 무려 518곳(93.3%)이다. 진안도 행정리 315개 중 283곳(89.8%)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어 7위를 기록했다. 거주지에서 식료품 소매점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도 7곳에 달했다. 매년 농촌지역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보다 현재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연구원은 교통 약자가 많고 교통 체계가 열악한 지역일수록 '식품 사막화' 현상이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지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주민들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북은 이러한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 '내 집 앞 이동장터'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식품의약품안전처·BGF리테일 CU와 협업해 매주 목요일 식품 구매가 취약한 도내 4개 마을(진안 상가막·평촌, 임실 학암·급동마을)에서 이동장터를 꾸렸다. 전북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동장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농협과 협업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필품을 실은 특장 차량이 농촌에 방문해 생필품 구입을 지원하는 생활 서비스다. 농식품부·지자체·농협이 협업해 식품 사막화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식품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농촌 노인의 경우 영양 불균형, 사회적 소외, 낮은 사회 서비스 접근성·질로 이들의 심신 건강과 삶의 질이 저하된다"며 "농촌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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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04 11:11

[현장] 식품 사막에 시원한 물 한 모금⋯ 오아시스 된 '이동형 장터'

"설탕 큰 거 하나만 줄 수 있을랑가?"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트럭 한 대가 임실 학암마을 경로당 앞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린 관계자가 한쪽 면을 열자 우유·콩나물·참기름 등 식료품이 진열된 작은 규모의 편의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 앞은 '내 집 앞 이동장터'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이동형 장터 설치가 끝나자마자 경로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나왔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천천히 줄지어 나와 이동형 장터 앞에 섰다. 한 어르신은 주머니 안쪽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만 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운 설탕을 사기 위해 이동형 장터가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설탕을 시작으로 짜장 라면부터 다진마늘까지 삽시간에 팔렸다. 세 사람이 올라서면 가득 차는 정도의 규모지만 물건을 구입하러 온 주민, 구경하러 온 주민 등이 모이면서 순식간에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명옥(83) 씨는 "여기서 장보러 가려면 차를 타고 못 해도 30분은 가야 하는데 버스는 하루에 네 번만 온다. 휴지처럼 크고 설탕처럼 무거운 건 들고 오기도 어려워서 이동형 장터가 와야 살 수 있다"면서 "이 나이에 한 번 장보려면 힘든데 집 앞까지 와 주니 너무 좋다. 동네 사람도 많이 모였는데 이동형 장터 온 김에 장도 보고 놀고도 간다"고 말했다. 이동형 장터 앞에서 만난 마을 주민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 했다. 동시에 물건이 다양하지 않아 정작 필요로 하는 물건이 없다는 점에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의 아쉬움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기자가 이동형 장터에서 물건을 살펴 봤다. 작은 이동형 장터에 올라 살펴 보니 신선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콩나물, 두부, 양파, 돼지고기가 전부였다. 과일은 귤·바나나뿐이었다. 박남옥(91) 씨도 "여기서 장 보려면 차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이동형 장터가 오니까 너무 편하다"면서 엄지를 치켜 세웠지만, 이어 "살 게 많지 않다. 짜장 라면이나 하나 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 순서인 4번째 마을에서는 재고가 부족한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그동안 이동형 장터가 지적받아 온 문제점 중 하나다. 한정된 공간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정해져있다 보니, 마을 주민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U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다음 장터 때라도 최대한 구비해 놓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품목이 달라져 수요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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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04 11:11

[현장 인터뷰] "밖에 나가는 것부터 일이여"⋯ 시골 어르신들 '한숨만'

"아유, 나가는 것도 일이여. 아들놈이 내려올 때 먹을 것 사다 주면 먹고 말지. 다리 아픈디 어떻게 나가서 장을 보겄어. 장 봐도 못 들고 와서 말짱 도루묵이여." 한 달간 진행된 '내 집 앞 이동장터' 마지막 날, 임실 학암·금동마을 현장에서 만난 농촌마을 어르신의 목소리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집에서 마을 경로당까지 이동하는 데도 보행 보조기는 필수다. 이미 마을 경로당 앞에는 보행 보조기가 줄서 있을 정도다. 읍내까지 버스로 15분이면 가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서 나가려면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읍내에 나가면 장 보기뿐 아니라 병원·약국 등 볼 일을 한 번에 다 보고 돌아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보행 보조기를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90)는 "버스가 있어도 불편하다. 자식들이나 며느리가 사 오면 먹지 아니면 못 먹는다. 집에 있는 거나 농사 지은 걸로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고 했다. 장 보기가 어려운 탓에 한두 끼 굶거나 대충 집에 있는 김치로 한 끼 때우는 일이 다반사다. 농촌마을 어르신들의 발이 돼 주는 버스가 있어도 생수·화장지 등 부피가 큰 것은 꿈도 못 꾸고 한 끼 차릴 수 있는 양만 장을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나갔다 오는 것부터가 농촌마을 어르신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의미다. 금동마을에 사는 할머니(88)도 "생수 같은 게 필요한데 물은 무거워서 읍내에서부터 들고 오기가 쉽지 않다. 몸이 불편하니까 왔다갔다 하는 데 하루 걸린다"고 토로했다. 장 보기는 포기한 지 오래다. 버스는 있지만 마트·병원·약국 모두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까지 가는 거리를 보면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4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지역 농어촌마을 생활 모습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료 소재지 및 소요시간별 마을 분포에서 보건진료소(89.8%), 보건소(89.1%)는 대부분 같은 읍·면 내 위치해 있지만 종합병원(96.7%)은 대부분 다른 읍·면에 위치했다. 많이 이용하는 일반 병·의원(56.7%), 약국(40.5%)도 같은 지역에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학암마을에 산다는 한 할머니(81)는 "버스가 있어서 읍내에 나갔다 올 수는 있다.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 가기는 힘들어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니까 병원 간 김에 마트도 가고 싶다. 나중에 시간 내서 가는 것보다 낫지만 장봐도 다리 아프고 팔 아프고 해서 들고 올 수가 없다. 보행 보조기라도 있으면 실어서 오겠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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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5.01.04 11:11

[전북이슈+] 전국 곳곳 오아시스 찾아 삼만리⋯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전국에서 '식품 사막'의 대안으로 '이동형 장터'를 꼽는 가운데 전북은 전북만의 이동형 장터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7개 시·도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타 지역 선진 사례를 참고해 '전북형 이동형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난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국가 기관 사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지자체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북형 이동형 장터는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지역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정책으로 '이동형 장터'를 추진하는 경우 정권이 바뀌고 예산 편성이 달라지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밝지 않기 때문에 결국 또 마을 주민들이 기본권을 침해받는 일이 생기는 등 악순환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 의원은 "이동형 장터는 단순히 식품 사막 대안의 역할만 가진 것이 아니다.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면서도 커뮤니티 역할을 가지고 있다. 전북은 (어르신들이 많아) 커뮤니티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동형 장터는 인건비·지속가능성 문제로 중도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진을 위해서 철저한 수요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이동형 장터에 대한 마을 주민의 호응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이동형 장터를 통해 식품 사막이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식품사막 해소를 위한 정책 연구회가 지난해 12월 말 개최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식품 사막 해소 정책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정책 자문 세미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날 송춘호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역시 "실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실태에 대해서도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며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요구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지자체 차원의 의지와 각 지자체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제를 맡은 최한별 군산대 교수도 "식품 사막 문제는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구조 변화, 교통 인프라, 사회적 지원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북 내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개발 전략과 연계해 다각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면사무소 내 미니 슈퍼 설치 △이동 수단 지원 △하나로마트 무료 배송 사업 확대 △협동조합 식료품점 운영 지원 △식료품 바구니 운영 △지역자활센터 연계 운영 △동네 빈집 활용 무인화 점포 시스템 구축 △식품 포함 의료, 미용 등 복합적 서비스 설계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서 의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거나 사회적 약자에 이동형 장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면서 "의회는 현재 의약품까지 포함해서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의약품은 관련법을 같이 검토하고 있으며 이동형이 아니더라도 (식품 사막 포함) 의약품 소외 지역을 해결할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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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5.01.04 11:11

[전북 이슈+] 고등학생이 시속 156km 강속구?… 전주고 출신 정우주 투수 정체는

"성인이 되니 제가 책임져야 할 이름의 무게가 느껴져요. 그래도 해내야죠." 올해 전주고 야구부 전국대회 3관왕의 주역으로 꼽히는 정우주(19) 한화 이글스 선수가 지난달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인·프로선수가 된 소감을 전했다. 걱정은 되지만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이날 만난 정우주 선수는 "아직 무대에 서지 않아 프로선수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도 "확실히 훈련 분위기·체계는 고등학교 시절과 달라 '내가 프로가 됐구나!'를 조금씩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마산 용마고와 치렀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3관왕의 물꼬를 텄다. 전국체전에서도 3⅔이닝을 깔끔하게 방어하는 등 올해 KBO 신인 드래프트 ‘고교 최대어’다운 재능을 보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된 그는 지난 10월 말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통해 프로선수로서의 첫 발걸음을 뗐다. 고교 시절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번 훈련에서도 시속 154km를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본인이 잘하는 강점을 키우면서도 약점을 보완하는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정 선수는 "그동안 변화구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강속구뿐 아니라 변화구 연습에도 집중한 이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커브와 슬라이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완성형 고교야구 선수로 불렸던 정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일고(서울)에서 전주고로 전학 왔다. 어린 나이지만 활활 타오르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전학을 결정하게 됐다. 당시 야구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정 선수는 주창훈 전주고 야구부 감독의 설득에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주창훈 감독님이 직접 서울까지 찾아오셔서 아버지와 저를 설득했다. 그때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전주고 야구부 전략과 전주고가 야구를 하기 좋은 시설·기숙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주고가 야구부 선수를 위한 기숙사와 실내 훈련장, 프로 야구장과 같은 조건을 가진 실외 야구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정 선수의 적응은 누구보다 빨랐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같은 야구부 친구들끼리 빠르게 친해졌다. 부끄럼 많은 정 선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른 학교 야구부 선수들과도 서스럼없이 지냈다. 그는 전주고에서도 예의 바르고 열심히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전주고 야구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에 "훈련은 힘들어도 야구부 분위기가 엄격하진 않다. 감독·코치님의 말만 잘 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정 선수는 한 팀에서 계속 야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추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한화이글스 소속 프로 야구선수로서 팬들에게 '가을 야구'를 선물하고 싶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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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4.12.31 08:24

[전북 이슈+] "한국 야구 미래 책임지겠습니다"… 전주고 6인방에게 듣는다

올해 고교 야구 전국대회를 석권한 전주고 야구부가 2025 프로야구(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6명의 지명자를 배출했다. 시속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정우주는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우주와 원투펀치로 활약한 전주고의 에이스 투수 이호민은 2라운드 15순위로, 전주고 전국체전 우승을 이끈 엄준현은 9라운드 85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게 됐다. 주전 포수로 맹활약한 이한림은 3라운드 30순위로, 주전 외야수 서영준은 5라운드 44순위로 LG트윈스행이 결정됐다. '5툴 플레이어'로 불리는 최윤석은 6라운드 58순위로 SSG 랜더스의 부름을 받았다. 전북일보는 전주고 야구부 '황금 세대' 6명의 입단 소감·포부 등을 들어봤다. △정우주 "한화 이글스에 뽑히고 싶었는데 제 기대대로 부름을 받게 돼서 더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마운드 위에 안 서서 실감은 안 나는데 훈련할 때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청룡기 우승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같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던 것도 다 추억이 됐습니다." △이호민 "높은 순위에 불렸다는 것에 저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동기와 선배님보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전주고 야구부에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올해 3관왕입니다.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딜 가든 전주고가 자랑스러울 것 같고 후배들이 이 흐름을 잘 이어 나가리라 믿습니다." △엄준현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딛게 돼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청룡기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24년 전주고의 첫 전국대회 우승이었고 강팀을 이기고 올라가면서 더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힘을 알려 주는 대회였습니다." △이한림 "LG트윈스라는 좋은 구단에 들어오게 돼서 너무 큰 영광입니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LG 안방마님인 박동원 선배님을 이어서 안방마님 이한림이 되고 싶습니다. 청룡기 우승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39년 만에 첫 우승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그 뒤로도 봉황대기·전국체전 등 2번이나 우승해서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됐습니다." △서영준 "어릴 적부터 꿈꾸던 프로 선수가 됐으니 빨리 올라가서 전주고 명예를 드높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돼서 많은 업적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LG의 레전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9년 만에 우승했던 청룡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봉황대기, 전국체전 금메달까지 전부 떠오릅니다. 행복한 추억이고 실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최윤석 "어렸을 때부터 야구 선수를 꿈꿔왔습니다.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 밑에서 열심히 해서 좋은 팀에 입단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해 경기가 많았는데 다 좋은 경험이었고 추억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래도 봉황대기 결승이 제일 기억에 남고 잊을 수 없던 하루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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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4.12.31 08:24

[전북 이슈+] 기생충부터 오징어게임2까지⋯전북이 '촬영 맛집' 된 사연은

천만 관객 영화인 <기생충>과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가 전주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북이 K-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도 아닌 비수도권인 전북이 어쩌다 영화로 이름을 날리게 됐을까. 전북 영화의 출발은 한국전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영화사>, <전북의 재발견> 등 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영화사는 한국전쟁 이전 군산에서 시작됐다. 군산은 '항구도시'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이 몰리고 외래문화까지 빠르게 들어온다. 영화 등 여가 문화가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전북 최초의 공연장인 군산극장과 영화관인 희소관 모두 군산에서 문을 열었다. 또한 전북에서 처음으로 영화가 제작된 것도 군산이다. 1948년 군산신문의 편집장이자 일본대학 영화과를 졸업하고 일본 신코키네마에서 근무했던 이만흥은 16mm 영화 <끊어진 항로>를 제작했다. 지금은 필름이 소실됐지만 전북 영화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영화다. 이후 분단 상황으로 전북 영화인들이 부산, 대구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전북 영화판'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이만흥 감독의 <애정산맥> 등이 촬영되면서 흩어졌던 향토 영화인들을 다시 전북으로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됐다. 전북은 1950∼60년대 한국 영화 제작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한미 합동 제작 영화인 <아리랑>, 이만흥 감독의 <탁류>를 비롯해 <약진하는 전북>, <선화공주>, <피아골> 등 흥행작이 잇따라 제작됐다. 당시 영화계를 이끌던 인기 스타·대배우가 전주를 찾는 등 전북 영화의 황금기가 찾아왔지만 황금기도 잠시. 1960년대에 들어서 전북 영화인들이 서울로 상경해 영화를 제작하면서 전북 영화의 맥도 끊겼다. 1970∼90년대 침체기를 겪다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면서 전북이 다시 영화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제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라 대안·독립적 영화를 정체성으로 삼으며 한국 영화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 현재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 찾는 전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뒤이어 2001년 4월에는 전주영상위원회가 출범했다. 2008년에는 지자체가 설립해 위탁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촬영소인 전주영화종합촬영소도 문을 열었다. 첫 작품은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인 영화 <쌍화점>이다. 최근 전주는 '한국판 할리우드'를 꿈꾸며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수도를 선언했다. 단순한 '촬영 도시'를 넘어서 영화·영상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전북이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쓸지 이목이 쏠린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글로벌 OTT의 성장, K-영상 콘텐츠 확산 등 급변하는 세계 영상산업 환경 속에서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획기적인 산업 전환에 나서야 하는 시기다"면서 "전주에서 탄생할 제2의 오징어게임, 기생충이 100년 후에도 전주의 경제가 되고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세계 시장과 손을 맞잡고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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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4.12.28 07:22

[전북 이슈+] 한국판 할리우드 성공할까⋯전주 '영화 수도' 꿈꾼다

전주시가 2034 영화·영상산업 비전을 발표하고 전주를 명실상부한 영화·영상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전주는 대작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다수의 작품이 촬영돼 '영화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동안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세트장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 촬영 후에는 세트장이 철거되면서 전주에서 제작된 사실조차 잊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전주시는 '촬영 도시'를 넘어 영화·영상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펜타곤 벨트'다. 시는 상림동, 전주 북부권, 고사동, 전주역, 만성동을 특화 구역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상림동과 전주 북부권에는 영화영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특수 촬영장이 들어선다. 상림동에 있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인근에는 가상현실·수중 촬영이 가능한 탄소 중립 영화영상촬영단지를 건립한다. 전주 북부권에는 세계적 영화 촬영소인 쿠뮤 필름 스튜디오의 '제2 아시아 스튜디오'가 설립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전주에 '제2 아시아 스튜디오'가 들어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작기업을 유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밖에 고사동, 전주역, 만성동 일대는 영화영상 콘텐츠 발굴 및 인재 양성을 위한 중심지로 개발한다. 고사동에 위치한 영화의 거리에는 한국영화기술아카데미, 독립영화의집 등 콘텐츠 교육 시설이 포함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 전주역에는 실감형 콘텐츠 전문가를 양성할 미래 영상기술 융복합소, 만성동에는 방송·미디어 영상 콘텐츠 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림동과 고사동은 이미 시설 조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는 드라마·영화 제작에 특화된 '버추얼 스튜디오'가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 옛 옥토 주차장 부지는 독립예술영화 제작을 지원할 독립영화의집 건립이 한창이다. 특히 펜타곤 벨트를 통한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일자리·경제적 효과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영화영상산업 관련 사업체 74곳이 매출 532억 원을 창출하고 있다. 향후 사업체 200곳이 매출 2000억 원을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자리는 직접 일자리 1000개, 간접 일자리 6000개 등 7000개까지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작사뿐 아니라 외국에 있는 영화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에게도 매력적인 지역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당장 내년에는 영화영상산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영상진흥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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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4.12.28 07:21

[전북 이슈+] 여기에서 찍었다고?⋯전북에 영화촬영소 어디 있나

영화·드라마가 끝나도 시청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촬영 장면에 머문다. 영상 속 명소를 찾아 떠나는 이들은 촬영지의 매력을 직접 경험하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전북은 오래된 고택과 한옥이 많아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전북 곳곳의 주요 촬영 장소를 소개한다. △인재고택 학인당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인재고택 학인당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택문화재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정년이>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가 부모를 죽인 양반에게 총구를 겨누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정년이에서는 주인공 정년이(김태리)가 활동하는 매란국극단의 연습실로 활용되며 극 중 주요 장면의 무대로 자주 등장했다. 현재 학인당은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뿐만 아니라 단청문양체험 등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크로싱 게스트하우스 크로싱 게스트하우스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나희도(김태리)의 집으로 유명해졌다. 드라마 속 무대는 1998년 서울 마포구 아현동이지만, 촬영지는 전주다. 오목대 아래 자리한 이곳은 나희도가 백이진(남주혁)을 기다리던 나무계단과 그들을 비추던 가로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 사유지로 출입이 자유롭진 못하지만, 가까이 남천교가 있고 멀리 모악산 송전탑이 한눈에 들어와 시원한 전망을 누릴 수 있다. △경기전 전주한옥마을 안에 있는 경기전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연모> 등 사극의 단골 촬영 장소다. 영화 광해에서는 주인공 광해(이병헌)와 중전(한효주)이 서로를 마주 보는 장소로 경기전의 담벼락이 등장해 애틋함을 더했다. 드라마 연모에서는 전주사고(실록각)가 주인공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주사고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장소로 경기전 본전 동쪽 구역에 배치돼 있다. 이곳의 대나무숲과 오래된 은행나무는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익산교도소세트장 익산에는 국내 유일의 교도소 촬영장인 익산교도소세트장이 있다. 폐교를 개조한 이곳은 영화 <7번방의 선물>, <내부자들>부터 드라마 <아이리스>,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200편 이상의 작품이 촬영된 장소다. 익산교도소세트장은 촬영 장소로 사용되지 않을 땐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세트장 내부에는 그동안 찍은 영화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 운동장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여름에는 교도소 촬영장이라는 특색을 활용해 공포 콘텐츠를 주력으로 한 ‘호러 홀로그램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한다. △부안영상테마파크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시대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한 사극 촬영장으로 유명하다. 영화 <명량>, <관상>과 드라마 <킹덤> 등 많은 사극의 주요 장면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부안영상테마파크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 조선시대 궁궐은 물론 저잣거리, 초가집 등 일반 길거리 모습까지 재현돼 있다. 특히 서원, 서당 등 양반가와 도예촌, 주막 등 평민의 생활 모습이 함께 갖춰져 있어 각종 영화 및 드라마 촬영장으로 인기가 많다. 현재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촬영장 외에도 조선시대 사람들의 주거 생활을 보여주는 역사 교육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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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8 07:21

[전북 이슈+] '흥행 보증수표' 오징어게임도?⋯찍었다 하면 '천만 관객'

10년 전부터 전북에서 촬영하면 '천만 관객' 공식이 통했다. 과거 <왕의 남자>, <명량> 등 사극 영화를 중심으로 흥행 소식이 들렸지만 지금은 장르를 불문하고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개봉 한 달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부터 시청률 16%를 기록한 드라마 <정년이>, 여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소년심판>까지 전북에서 찍은 영화·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북에서 찍은 영화중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다. 연산군 시대 조선 최초 궁중 광대 이야기로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등이 주연을 맡았다. 관객 수가 1051만 명에 달하는 이 영화는 부안영상테마파크와 고창읍성에서 전체 분량의 80% 넘게 촬영했다고 전해진다. <명량>도 빼놓지 않고 거론된다. 당시 한국 영화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무서운 영화 중 하나였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20일 만에 한국 영화 최초로 관객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왕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했다. 이밖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도 전북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며 오스카 4관왕의 쾌거를 이룬 영화 <기생충>도 전주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박 사장(이선균) 저택이 있었던 곳이 바로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 세트장이었다. 지금은 철거해 없지만 당시 주목을 받으며 저택 복원 검토가 논의되기도 했다. 무려 10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뿐 아니라 각종 드라마도 큰 인기를 얻었다. 최고 시청률 16%를 기록한 tvN 드라마 <정년이>가 대표적이다.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남원 광한루원, 전주 학인당 등에서 촬영됐다. 1950년대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정년이>는 떡목이 돼 국극단에서 나온 주인공 정년이에게 어머니가 국창 정정렬 선생의 이야기를 해 주는데 국창 정정렬 선생도 익산 망성명 출신의 명창이다. 또한 수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OTT 드라마 촬영지로도 전북이 떠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OTT인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인 <수리남>은 전 세계 82개국에서 톱1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는데 이 드라마 역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만성지구·혁신도시 일대 등 전북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올랐던 김혜수 주연의 <소년심판>도 전북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조명을 받았다. 지방법원 소년부 우배석 심은석(김혜수) 판사와 좌배석 최태주(김무열) 판사가 근무한 곳이 전주지방법원이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소년 범죄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장소 등으로 나왔다. 전주대, 군산대 등에서도 일부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26일 공개된 <오징어게임2>도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공개 전부터 들썩이기도 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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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4.12.28 07:21

[전북 이슈+] 올겨울 역대급 한파인데⋯또 기부 한파 올까

첫눈과 함께 사회 취약계층에 혹독한 계절인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 전북 '사랑의 온도탑'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를 넘기지 못한 가운데 내년에 또 기부 한파 악몽이 되풀이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62일 동안 희망 나눔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의 상징이자 이웃사랑의 지표인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해 목표 금액의 1%가 기부되면 온도탑 수은주를 1℃씩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25년간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넘겨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진행된 온도탑의 나눔 온도는 89.8도에 그쳤다. 1999년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금액은 104억 3000만 원이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모금액 116억 1000만 원보다 10억 원 이상 부족했다. 모금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못해 도움의 손길이 줄어든 것 같다. 매년 나눔 온도가 100도를 돌파해 모금 목표를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지난 캠페인에서 모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이번 모금 목표는 지난번과 똑같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인당 기부액·현물 기부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온도탑에만 '기부 한파'가 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회복지시설 등에 따르면 물품 후원도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곳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익산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곳은 기업 후원보다 개인 후원자의 소액 기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기부와 모금회·정부 등에서 지원하는 보조사업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줄어들어 규모가 작은 시설들을 중심으로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취약계층의 난방 필수품인 연탄마저 기부가 줄어드는 실정이다.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야 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10∼11월 각각 3만 장, 4만 장의 연탄이 기부됐다. 최근 3년(2022∼2024년) 같은 기간 중 가장 적은 수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각각 1만 장, 2만 장이 줄었다. 2022년 10월에는 4만 1000장, 11월 4만 3255장, 12월 18만 5222장 등 모두 26만 9477장이, 2023년 10월에는 4만 장, 11월 6만 장, 12월 15만 2000장 등 모두 25만 2000장이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매년 연탄 기부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 때도 이 정도까지 줄지는 않았다. 다들 먹고살기 어렵다 보니 나도 힘든데 이웃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듯하다. 올해 나눔이 저조하다면 내년에도 마찬가지고 내후년에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다"면서 "사람의 체온은 36.5도다. 연탄 한 장은 3.65kg이다. 연탄 한 장이 사람의 온도와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 2025 나눔 캠페인' 성금 모금 대장정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사랑의 열매는 2일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한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정식 캠페인에 돌입한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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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외(1)
  • 2024.11.30 08:40

[전북 이슈+] 기부의 꽃 '아너소사이어티'⋯전북엔 누구 있나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국내에 설립된 지 5년째가 되던 지난 2012년 전북 1호 아너가 탄생했다. 1호 아너 탄생 후 불과 1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전북에 100명이 넘는 아너가 나타났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 원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의 모임을 의미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와 지원을 통해 내일을 여는 사회 지도자들이 모인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 전북의 나눔 문화를 선도하고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북에서 활동 중인 아너는 97명이다. 1호 아너가 탄생한 지난 2012년 3명을 시작으로 올해 106명까지 가입했지만 기부액 부족 등을 이유로 9명이 자격을 상실했다. 1호 아너는 김제에서 인삼 농사를 짓는 농부 배준식 씨다. 그의 아내인 황순이 씨도 50호 아너로 가입돼 있다. 100호에는 지난해 11월 백종일 전북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전북지역 아너 가운데는 부부 아너 14호, 부자 아너 6호, 패밀리 아너 4호도 포함돼 있다. 전북 1호 부부 아너는 2013년 4월, 패밀리 아너는 2019년 10월, 부자 아너는 2019년 11월에 탄생했다. 전북 14개 시군 중 아너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주시(47명)다. 군산시(15명), 김제시(10명), 익산시(9명), 완주군(3명), 남원시와 장수·임실·순창군(2명), 정읍시와 부안군(1명) 순이다. 아너가 한 명도 없는 곳은 진안·무주·고창군 등 3곳이다. 전북 14개 시군 곳곳에 아너가 있다는 의미다. 아너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전북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은 2014년 1월 발족됐다. 제1대 대표는 김동수 ㈜참프레 회장(전주고 총동창회장)이 맡았다. 2018년 3월 2대 대표에 정대영 삼흥종합건설㈜ 대표이사, 2022년 10월 3대 대표에 신동식 유복ENG대표가 선출됐다. 아너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농부부터 기업·기관 대표, 자영업자, 금융업 종사자, 경찰 공무원, 의사, 병원장, 대학 교수 등 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아너들은 하는 일도, 사는 지역도, 나이도 다르지만 '나눔'이라는 가치로 하나가 됐다는 의미다. 아너들은 뜻을 모아 기부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김장·연탄·삼계탕 나눔 등 봉사활동도 하며 함께 나눔에 대한 뜻을 실천해 나가는 중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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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30 08:39

[전북 이슈+] 전북 1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정체는⋯국내 최초 농부 아너

"혼자만 잘 살아서 뭣하게요." 전북 1호 아너 소사이어티인 배준식(72) 씨의 1억 원 기부 결심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연히 전북에 아너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배 씨는 "왜 다른 데는 다 하는데 전북은 안 하지? 내가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너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지만 사실 배 씨의 선행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루아침에 1억 원 기부를 결심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쌓여온 '기부의 내공'이 있었다. 백두산 여행 중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를 보고 어릴 적 배고파했던 본인이 떠올라 쌀 1억 6000만 원어치를 북한에 전달한 적도 있다. 그는 "지금도 북한에 쌀 전달하던 때가 생생히 기억 난다. 빡빡 깎은 머리를 한 어린이들이 배고파했는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북한으로 전달하는 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잘한 선택 같다"면서 "그때가 가장 힘이 있었던 나의 모습이다"고 했다. 배 씨가 선행을 베푼 것은 본인이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낸 만큼 굶주림·부족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다. 배 씨는 "옛날보다 먹고살기는 풍요로워졌지만 사회는 각박해졌다. 어릴 때부터 봉사가 익숙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내가 배고파서, 돈이 없어서 추웠을 때가 떠오른다. 돈 때문에 힘들고 울었던 시절이 떠오르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조금더 가진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가까운 이웃부터 둘러보면 된다"고 기부하는 이유와 기부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이외 아들과 함께 돼지저금통을 깨어 7만 원을 방송국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가 하면, 셋째 아들의 결혼 축의금 5000만 원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역 이웃을 위해 도서배달차량과 신간 도서, 연탄 등도 지원하고 있다. 전북에서 기부왕이 된 배 씨는 무일푼으로 타지에서 김제로 건너와 인삼농사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전북 1호인 동시에 국내 최초 농부 아너인 배 씨는 전북 사람이 아닌 충남 금산 사람이다. 20대 때 이모부 일을 도우러 김제시 용지면에 왔다가 지금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 당초 1∼2개월만 머물다 다시 금산으로 가려고 했지만 아내를 만나 용지면에 살림살이를 차리게 됐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한 기부·봉사도 다 아내가 했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함께 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기부·봉사도 힘들다. 옆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해 준 아내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아내와 주변 이웃 덕분이다.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예나 지금이나 배 씨는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이웃을 사랑하는 사회, 싸움 없는 사회를 꿈꾼다. 돌아가신 배 씨의 어머니도 같은 꿈을 꿨다. 배 씨의 어머니는 자식이 못 먹을지언정 더 못사는 남을 돕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배 씨처럼 나보다 더 못사는 사람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배 씨는 "내 힘이 닿는 한 꾸준히 기부·봉사를 하고 싶다. 가래떡을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참고, 군대 휴가 때도 돈이 없어 어머니에게 부담이 될까 봐 휴가를 포기하고 군대에 있었던 적도 있다. 이렇게 돈 때문에 힘들어 봤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지, 더 베풀면서 살아야지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남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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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30 08:39

[전북 이슈+] 마음만큼은 나도 아너소사이어티⋯기억해야 할 기부자는

겨울 한파에 몸이, 경기 불황에 온정의 손길이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세상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 생활도 녹록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못 사는 이웃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우리의 곁에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네 명의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단칸방에 살면서도⋯기초연금 모아 기부 수년 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살면서 한 번은 꼭 기부하고 싶다"는 전화 한 통이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익산의 한 마을에서 일평생 살아온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었다. 기초연금에서 생활비를 제외하고 매달 조금씩 모아온 성금을 전액 기부했다.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먹을 돈, 입을 돈 아껴 1000만 원을 모았다. 모금회 관계자는 "어르신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1만 원도 안 되는 짜장면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데 이 돈을 모으시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소중한 성금 1000만 원이 더욱더 따뜻하고 무겁게 느껴졌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고사리손'에서 성인으로⋯17년째 기부 중 엄마 손을 꼭 잡고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고사리손으로 성금을 내밀던 꼬마 기부 천사들이 어엿한 성인이 됐다. 바로 2008년부터 기부해 온 유민준(23)·유채영(20) 남매다. 남매는 지난 17년 동안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면 한 해 동안 모은 용돈·공모전 등에서 받은 상품 등을 기부해 왔다. 첫 시작은 2008년 겨울 어머니 손에 이끌려 사생대회에서 받은 문화 상품권 2장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마다 기부하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둘 다 기부에 진심이 된 것이다. 유민준 씨는 군대에 있을 때도 겨울 방학 시기에 맞춰 휴가를 내고 기부를 했다는 후문이다. △'동네 기부 천사' 된 익산 붕어빵 아저씨? 수년째 동네 기부 천사로 불리는 붕어빵 아저씨가 있다. 올해로 20여 년째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는 김남수(66) 씨다. 매년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치고 따뜻한 붕어빵이 생각 나는 겨울이 찾아오면 기부하는 김 씨다. 붕어빵 장사를 하며 십시일반 모아온 돈을 익산시와 사회복지시설·단체 등에 전달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저앉으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그는 "어려웠던 시간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후 매년 기부를 해 왔다. 전북대 지하보도에서 장사할 때부터 익산에서 장사하는 지금까지도 기부를 하고 있는 그는 본인만의 루틴이 생겼다. 매일 1만 원씩 꼬박 1년을 모은 365만 원을 연말에 기부하는 것이다. 연말 기부뿐 아니라 지역에 큰 피해가 생길 때마다 성금을 지정 기탁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한 달 소득 훌쩍 넘지만⋯폐지 어르신 사연은 폐지를 수집해 모은 돈으로 5년째 기부를 이어온 어르신이 있다. 중앙동에 거주하는 홍경식(81) 어르신의 이야기다. 홍 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재난지원금 40만 원에 폐지 줍고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모은 돈 60만 원을 더한 성금 100만 원을 전주시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폐지 수집 노인의 월 평균 소득이 76만 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홍 씨는 한 번 기부할 때마다 한 달 소득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전달한 셈이다. 홍 씨는 평소 이웃들에게 김장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 등 따뜻한 정을 받아왔다. 이 정을 다시 돌려 주겠다는 마음에서 기부를 시작했다. 이웃에게 받은 정을 돌려 주기 위해 지금도 아침이면 집을 나서 일하러 간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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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30 08:39

[전북 이슈+] 한국인 밥상 책임지는 '장'⋯유네스코도 엄지 척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전망이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오는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개최되는 제19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22일 국가유산청·유네스코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 신청한 장 담그기 문화를 포함해 총 57건에 대해 등재 권고, 1건은 정보 보완을 권고했다. 평가기구가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그간의 사례를 보면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등재가 확실시됐다. 장 담그기 문화에는 한국 음식의 기본 양념인 장을 만들고 관리·이용하는 과정의 지식과 신념, 기술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한국의 장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책임져 왔다. 대부분 가족 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내려와 한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부터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만들고 나눠 먹으면서 집안의 음식 맛을 공유하는 데 의미가 있다. 평가기구 측은 장 담그기 문화와 관련해 "고추장·된장·간장과 같은 발효 장류는 한국 식생활의 근간을 이룬다. 밥, 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이다"면서 "장 담그기 관련 지식과 기술은 가족 내에서 전승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장 담그기 문화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북 14개 시군 중에도 전국적으로 장 담그기·장류로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순창이다. 순창은 '고추장' 하면 순창, 순창 하면 '고추장'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80명(전통식품 분야·8월 기준) 중 순창고추장 명인은 제64호 강순옥, 제36-가호 조종현 등 2명이다. 조종현 명인의 어머니는 순창을 고추장의 주산지로 우뚝 서게 만든 고 문옥례 명인이다. 이외 순창군이 지정한 순창고추장 기능인은 200여 명에 달한다. 순창고추장은 순창만이 가진 제조 비법이 있어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른 장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순창고추장이 고추장의 대명사로 거듭나게 만든 비법이다. 솜씨와 최적의 자연환경, 장류전문연구기관 보유 등 타 지역과 비교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순창군은 최근 장 담그기 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원제를 개최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장류 문화 보존을 위해 전통 장류 문화 계승에 힘써왔다. 순창고추장민속마을을 중심으로 전통장문화학교, 발효아카데미 등을 통해 장 담그기 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일 순창군수는 "순창군은 앞으로도 장 담그기 문화의 보존과 전승, 세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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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3 08:05

[전북 이슈+] "유네스코 등재는 당연"⋯강순옥 명인의 이야기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으면서 전국이 떠들썩하다. 고추장, 장류의 고장으로 알려진 순창에서 만난 순창고추장 명인들은 이 소식에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전통 장의 명맥이 끊기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 만큼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8월 기준 대한민국 식품명인(전통식품 분야) 80명 중 장 담그기 식품 명인은 12명이다. 이중 장류의 고장에 있는 순창고추장 명인 64호 강순옥·36-가호 조종현 명인을 만나 장 담그기 문화의 과거·미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치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는데 전통 장 문화가 안 되면 쓰겄어요?" 지난 19일 순창고추장 제조 기능인이 모인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만난 대한민국 전통식품 강순옥 명인(64호·순창고추장)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와 전통 장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장 담그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결혼 후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본격적으로 장 담그는 비법을 배웠다. 이후 강 명인은 시누이의 사업장에서 고추장 제조 기능인으로 일하며 전통 장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이후 시누이가 사업을 접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강 명인이 30여 년 전 사업장을 열었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장을 담그면서 보냈다. 그래도 힘든지 모른다는 강 명인이다. 그는 "매일 낮이고 밤이고 일을 하지만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만약에 몸이 안 좋으면 못 했을 텐데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수십 년간 전통 장을 담가온 강 명인은 누구보다 빠르게 전통 장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계속 전통 장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에게는 전통 장의 명맥을 이어 나가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콩·천일염 등 전통 장에 들어가는 재료와 비닐봉지, 박스 등까지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한다. 국내 기업과 함께 상생하고 싶은 게 강 명인의 목표다. 그는 "장 담글 때 참기름, 참깨 하나도 일체 수입산을 안 쓴다. 국산 제품 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가격을 따지면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수입산 안 쓰고 잘 지켜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만 고집하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원재료 가격이 부담되는 실정이다. 특히 전통 장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라도 가격이 오르면 당장 어려움이 생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강 명인만의 차선책이 생겼다. 고추장 담그는 일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된장·장아찌 등 다른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면서 영업을 이어왔다. 그는 "재료 가격이 오르면 적자 날 때도 있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다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지만 앞으로도 전통 장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 남은 삶을 쏟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 명인은 "명인이 됐다고 해서 엄청난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마을에 사는 고추장 제조 기능인만 해도 수십 명인데 나만 도와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은 먹여 살려야 하니까 대표인 내가 나서서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있다. 끝까지 최고의 제품을 만들며 꿈을 이뤄갈 것이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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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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