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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면 추석

대면으로 맞은 추석이다. 그동안 거리 두기로 빼앗겼다 다시 찾은 추석이라 그런지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심정일까. 음력으로 8월 15일 추석은 흩어져있던 가족이 모여 추수 감사의 제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요로운 날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는 반월을 상징하는 송편을 먹으며 소원을 띄우는 날이기도 하다. 추석을 명절로 지내기 시작한 것은 신라 때부터라고 한다. 신라 유리왕(儒理王) 때 길쌈놀이인 가배(嘉俳)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한가위 한 달 전 전국의 여인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베를 짰다. 그동안 짠 베를 전부 모아 상대편보다 더 많이, 더 고운 베를 내놓은 편이 이기는 것이다. 가배라는 베 짜기 명칭을 이후 한가위로 불렀는데 여기서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옛말이다. 즉, 한가위 추석은 부족함을 크게 꽉 채우는 명절이다. 일상에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와 감사, 이웃 간의 따스한 정으로 채우자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우리 고유의 추석 풍경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각지에 흩어졌던 혈연들이 모여 조상의 제의에 참여하고 정을 나누기보다 개별적 시간에 더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에게 추석이 뭐냐고 물으면 “학교 가지 않는 날”,“그냥 쉬는 날”이라는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달라진 의식구조 속에서 명절에 대한 변화를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명절은 “그냥 쉬는 날” 그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림 동화를 통해 새삼 추석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억배), 『추석에도 세배할래요』(김홍신, 임영주), 『달이네 추석 맞이』(선자은), 『분홍 토끼의 추억』(김미혜), 『추석 전날 밤에』(천미진) 등은 전통적인 추석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중 『솔이네 추석 이야기』는 30-40년 전 우리의 추석 풍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솔이 가족은 할머니 집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버스 정류장에서 긴 줄을 선다. 겨우 버스를 올라탔지만, 도로는 꽉 막혀 더디 간다. 어렵게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 음식 냄새가 풍기고 친척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차례를 지낸 후 성묘에 다녀와 할머니가 싸준 추석 음식을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밤늦게야 솔이네 가족은 집에 도착했다. 교통이 꽉 막히고 고향 가기가 힘들어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이동이 이루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따뜻한 정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감사와 나눔의 미덕, 고마운 덕담과 격려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소외감과 외로움, 불안감을 호소하고, 사람 사이 소통의 어려움이 많아진 것도 가족 간의 단절, 공동체 의식의 결여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 이후 대면으로 맞은 소중한 추석이다. 추석에는 우리 전통을 지키면서도 과하지 않는 추석맞이로 힘들었던 어제를 다독이고 위로가 넘치는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간소한 상차림과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에게 반갑고 기다려지는 추석이 되기 위한 성숙한 의식이 앞서야 할 것이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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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2 14:36

꼰대문화와 지역 경쟁력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꼰대인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꼰대라는 말은 노인이나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은어였지만 지금은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통틀어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단순히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옛날에는 사랑이나 미덕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이러한 문화가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거나 단순히 의견을 주장하는 것마저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꼰대에서 벗어난 사람일수록 후배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더 나아가서는 그 사람의 인품까지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보니 오히려 서로 소통이 줄어들고 가식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오히려 꼰대문화가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단순히 나의 자유의지를 침범하면 그 불편함을 저격하는 표현의 무기로 쓰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와 후배, 사장과 직원 등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관계에서는 자주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예를들어 하나의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협력하여 일을 진행하고 대부분 리더 한 명이 지시한다. 큰 꿈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수도권에서는 수많은 경쟁 속에서 지시에 대해서 스스로 성장의 과정이라 받아들이고 이겨내려고 노력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은 같은 상황에도 오히려 부탁하듯 진행하는 과정을 자주 봤다. 업무를 지시하는 리더는 더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게 아니라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꼰대가 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하게 돼버린 거 같다. 조금 억지 논리일지 모르겠지만 꼰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지역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성공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역에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이 떠나면서 많은 회사가 고충을 겪고 있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직원들에게 잘 맞춰줘서 동기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익이 불안한 대부분의 문화예술 관련 직종의 회사나 단체들은 직원을 고용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필요한 시기에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인력을 찾기 위해 매번 고생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특히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공연같은 경우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 인력을 잡기 위해 일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권위주의적 사고방식과 조언이나 소통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어떠한 일을 진행할 때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불편함을 바로 꼰대라고 이야기 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존중하고 노력한다면 오히려 꼰대라는것도 좋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소멸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향상을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 와전된 꼰대문화의 무분별한 쓰임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고민해봤다. 지역 인구감소가 일할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었고, 오히려 인재를 잡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비지니스 경쟁력을 향상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꼰대가 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상황들을 보면서 재미있는 생각들이 해봤다. 꼰대문화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생각할 게 아니라 전체를 보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서로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낙중 카피바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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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5 14:33

뭣이 급허고 중헌디?

‘만5세 입학’이라는 졸속 정책으로 자리를 내놓은 박순애 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의 자유자재 서울대 복귀가 ‘그들’만이 누리는 신이(神異)한 능력(?)으로 느껴져 씁쓸하다. ‘만5세 입학’이 그다지도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을까? 정책 제시의 즉흥성과 졸렬성도 문제지만, 교육부장관이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상당부분 ‘헛짓’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 안의 글자는 읽지만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시험문제를 받고서도 묻는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 속출하기 때문에 ‘헛짓’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한’이 ‘심심한(甚深:매우 깊은)’인 줄을 모르고서 왜 사과를 ‘심심하게(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없게)’ 하느냐고 따지고, “네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자 ‘십분’이 ‘십분(十分)’ 즉 ‘100%’라는 뜻인 줄을 모르는 학생은 “왜 이해를 10분(minute)만 하고 마느냐?”고 시비를 건다. 상당수의 초등학생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국’이 ‘나라 국(國)’자 임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외우기만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OECD의 「국제 성인 문해력(文解力:문장을 이해하는 능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문맹률은 75%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라고 한다. 영상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책을 읽는 기회도 줄고 독서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헛짓’을 하고 있다. 국어 중에 한자어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번연히 알면서도 한자교육을 금지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학생과 국민들이 한글로 쓴 글자를 읽기만 할 뿐 무슨 뜻인지를 모른다. 한자를 알면 안중근의사를 지칭하는 ‘안의사’를 ‘안과 의사’라고 하는 일은 없을 테고,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지도 않을 것이며, 병역이 ‘兵役(군인으로 일하는 것)’임을 배웠다면 코로나로 인한 격리휴가의 이유를 ‘병역’으로 택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미 군정시대에 시작하여 사실상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글전용’ 때문이다. 한자어가 대부분인 국어 교육을 한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이 ‘속뜻’은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일찍이 최현배가 주장한대로 단어를 현시적(눈에 보이는 대로), 평판적(판에 찍힌 대로)으로 읽게만 하고 있으니 글자는 읽어도 뜻을 모르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자가 영어보다 어렵지 않음에도 한자는 어렵다는 말을 세뇌하듯이 반복하니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한자를 기피하고 있다. 수 만개의 단어를 일일이 외워야 하는 영어에 비해 한자는 낱글자 1000자만 알아도 학습(學習), 학생(學生) 등처럼 수만 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214개 부수(部首)만 익히면 대부분 한자의 뜻을 짐작할 수도 있고 글자꼴을 쉽게 익힐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소리글자 한글과 뜻글자 한자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복 받은 나라인데 ‘한글전용’이라는 잘못된 어문정책으로 인해 문해력이 형편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우선 생각하여 교육의 방향을 바로잡고 질을 높이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뭣이 급하고 또 중한지’를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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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9 13:44

문화를 만드는 도시의 생김새

사람이 나고 자란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푸른 쪽빛 바다를 품은 곳, 광활한 들판이 펼쳐진 곳, 굽이굽이 깊은 산골 속에 들어앉은 곳. 우리는 이렇듯 참 다양한 환경에서 같은 해를 바라보고 일어나 같은 달을 머리에 이고 눕는다. 하지만 과연 같은가. 만경 들녘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유독 크고 열렬하다. 우주의 기운이 김제에 모여들기라도 하듯 벼를 가까이서 익히고 부안 바다로 수줍게 저문다. 부귀에서 운해를 뚫고 올라온 해는 산을 가뿐히 넘는다. 해가 뜨고 나면 인삼 그득한 밭에 물안개가 살랑이며 내려앉고, 확실히 서쪽보다 동쪽 진안의 아침은 빠르다. 자연은 어느 마을엔 이른 아침을, 어느 마을엔 깊은 밤을 공평한 듯 기울여 나누어준다. 그래서 마을마다 그리고 도시마다 ‘다른 삶’ 들이 생겨난다. 판소리도 동쪽과 서쪽이 다르다. 지리적으로는 섬진강을 기준으로 호남의 동쪽과 서쪽의 판소리를 구분 지어 둔 개념인데,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렇게 단순한 지리적 특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음악적 논리가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호남의 갖은 양념과 풍족한 식재료. 그리고 남도의 볕과 사계절. 이것은 우리의 식문화를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듯 역사적으로 줄곧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동편제, 서편제와 같은 판소리 개념의 문제는 아니며, 전라도의 맛에 관한 것도 아니다. 지역의 환경이 예술과 예술가 그리고 나아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시의 생김새가 입고 먹고 사는 곳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저마다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처럼 도시도 각자의 얼굴을 띄고서 말이다. 도시의 생김새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적 감수성에 큰 영향을 준다. 나는 이것을 문화적 사투리라고 부르고 싶다. 사투리야말로 다양한 관점에서 큰 쓸모를 갖는다. 언어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그야말로 지역의 문화를 담아내는 총체이지 않은가. 이러한 사투리와 문화적 사투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역이 가지는 환경에서 비롯된다. 작은 천, 좁은 골목, 낮은 지붕들. 비록 큰 쓸모가 없어 보일지라도 그 자리에서 켜켜이 세월이라는 역사를 쌓아온 것들 말이다. 전국의 다양한 한옥마을을 제치고 사람들이 전주의 한옥마을을 찾는 이유는 그곳이 전주의 생김새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크고 화려한 빌딩 속 도시가 아닌 작고 소담한 담장 넘어 전주 시민들이 그들만의 생활 모습을 가지고 생생히 살아가는 곳. 이렇듯 도시의 생김새가 특별할수록, 그곳의 문화가 다양할수록 사람들은 큰 관심과 흥미를 갖는다. 무분별한 개발은 더 이상 인류에게 큰 효용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쩌면 개발을 멈추고 뒤를 잠시 돌아볼 시간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처럼 편리한 시대도 없었다. 이미 우리는 지나치게 편리하고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의 생김새를 유행하는 무엇인가처럼 성형하는 관점은 매우 위험하다. 전주는 서울이 될 수 없다. 될 필요도 없다. 그 도시만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읽어내고 그것을 우리가 사는 지금 모습에 반영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것이야말로 맛과 멋의 고장이라 불리는, 문화로 풍부한 전라북도 곳곳의 생김새는 아닐까. / 송봉금 (소리꾼·동문창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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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2 18:37

시원한 그림책

찜통 같은 여름에는 시원한 그림책이 제격이다. 『파도야 놀자』,『여름이 온다』,『달샤베트』,『수박수영장』,『3초 다이빙』,『팥빙수의 전설』은 제목만 봐도 시원하다. 요즘 그림책 열기가 뜨겁다. 그림책이란 그림으로 내용을 알 수 있게 만든 책을 말한다. 이러한 그림책은 크게 그림만 있는 그림책, 글과 그림이 섞여 있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그림동화는 후자를 가리킨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열풍을 일으킨 것은 백희나와 이수지이다. 2020년 백희나는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2021년 볼로냐 라가치 스페셜멘션(우수상) 수상에 이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수상은 그림책에 관한 관심을 폭발시켰다. 그가 받은 상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의 그림책 시장을 소개하며 이수지와 백희나를 아주 비중 있게 다뤘다. 한국의 그림책 또한 수많은 국가에 번역 소개되었다. 현재 비중 있는 출판사 공모전에 그림책이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대중적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걸 반증한다. 색과 선, 놀이로 상징되는 이수지의『파도야 놀자』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상상 놀이 그림책이다. 그의『여름이 온다』는 음악과 그림, 이야기를 결합한 생명력 있는 그림책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아이들의 귀로 듣고 이미지로 표현했다. 음악에서 느꼈던 감흥과 아이들의 여름날 물놀이를 절묘하게 접목한다. 음악에서 표현된 자연 속 여름과 아이들 실생활에 다가온 여름 그 접점에 싱그러운 이미지 놀이가 시작된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멋지게 깨뜨린 작가다. 그의 그림책은 그림자, 파도, 선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며 현실과 환상 세계에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에는 문방구와 놀이터, 목욕탕과 골목, 지붕 위, 건물에서 바라본 전경 등 한국의 친근한 풍경이 소환된다. 그의 그림책에서는 아프거나 외롭거나 혼자 남은 어린 주인공에게 놀라운 선물을 준다. 『달샤베트』는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과 선풍기와 냉장고가 뿜어내는 열기에 달이 똑똑똑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반장 할머니는 큰 고무 대야에 달 물을 받아 달샤베트를 만든다. 더위로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눠 준다. 달샤베트를 먹은 이웃들은 더위를 잊고 곤히 잠들 수 있었다. 올해는 더욱 시원한 달샤베트를 먹고 싶다.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이다. 작은 미술관에는 단순함과 반복성, 상상력과 어떤 것과도 연결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 수박수영장에 가볼 수 있는 여유도 준다. 그림책이 주는 놀라운 힘이다. 우리 전주에도 삼례문화예술촌에 그림책 미술관이 있다. 또 2022년 5월에는 전주에서 제1회 국제그림책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제 그림책은 아이에서 100세 어른에게도 읽히고 사랑받는 장르가 되었다. 정서적인 허기를 느낄 때, 더위를 피하고 싶을 때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그림책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K 팝, K 영화에 이어 K 그림책이 전 세계를 주름잡을 날도 기대해 본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회장·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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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5 14:10

지역소멸위기 문화정책과 리더쉽

우리나라 큰 기업의 수장이 21세기에는 탁월한 한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인재경영의 시대, 지적 창조력의 시대가 열린다고 이야기 했었다. 다양한 가치를 현실적 수치로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는 어느 혼자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함께 즐기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질때 큰 시너지를 낼수 있다. 요즘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들이 소멸이라는 큰 이슈를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역이 사라지는 소멸이라는 말의 어원적 의미보다는 인구가 줄어서 마을에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통폐합되는 과정들의 포괄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소멸 위기를 벗어나고자 각 지역마다 문화관광산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소멸기금이라는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예산을 세웠을 뿐이지 누구도 정답을 모른다. 결국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전문성있는 몇몇 리더들의 의견에 따라 명분을 확보하고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바와 같이 문화 정책들은 소수의 전문성있는 의견이라고 해서 더 뛰어나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현장에 부딪히고 땀흘리는 관련 직종의 사람들의 의견에 전문성을 더했을 때 지역의 지속성있는 문화가 형성되고 이게 관광산업까지 이어질수 있다. 전문성을 가진 리더들의 주도로 이루어졌던 각 분야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시작은 자신감으로 시작하지만 결론은 과정의 중요성에 만족을 하는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과 같이 누군가의 자발적 투자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국민과 도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예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고 반성하는 자세들이 필요하다. 시도와 과정의 가치를 폄훼하는게 아니라 만족을 하기보다는 반성을 통해 좋은 결과를 위해 나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예산투입이 실적을 내기 위한 단기적 성과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속성을 가질수 있도록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적고 낙후된 지역일수록 문화 관광 도시를 통해서 지역의 경쟁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곳이 많다. 우리도 문화와 예술을 통해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를 추진해왔지만 결국 반복하여 숲만 그릴뿐 나무를 만들지 못했다. 현재 대부분 지역의 한계상 문화예술, 관광이 지방소멸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있는 무기라는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매년 1조원을 편성하여 10년간 광역에 25%, 기초에75%를 배분하고 인구감소지역에 95% 관심지역에 5%를 지원한다. 전라북도내 11개 시군에 2년간 560억원이 지원된다고 한다. 이에 지방소멸기금투자계획 수립을 위한 인구감소 대응 추진단을 구성하여 일자리경제산업, 도시인프라환경, 농업농촌해양, 의료건강다문화, 문화관광체류인구, 교육등 크게 6개분야로 나누어 투자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방 소멸위기속에서 무엇보다 문화관광시장 방향이 더욱 중요하고, 더불어 포용의 리더쉽이 필요할때다. 지방소멸기금이라는 예산을 기회로 문화예술,관광관련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함께 고민하며 위기를 이겨낼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낙중 카피바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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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8 14:23

금산사 회랑(回廊)은 바다로 이어져 있고

도솔암이 장엄하단 말 옛날부터 들었는데/ 봉래산의 조용한 모습 이제야 보네/ 천 걸음 되는 회랑은 물 불어난 바다로 이어져있고/ 백 층 누각은 물위에 뜬 뭇 봉우리를 감싸고 있네/ 세상을 잊은 해오라기는 종소리 속에서 잠들었고/ 불법을 듣던 용은 탑 그림자 사이에 서려 있네/ 난간마루에 걸터앉아 있자니 해질 녘 어부들의 노래 소리 들리고/ 물결은 비로 쓴 듯이 잔잔하며 달은 활처럼 굽은 모양으로 떠오르네.(舊聞兜率莊嚴勝, 今見蓬萊氣像閑. 千步回廊延漲海, 百層飛閣擁浮山. 忘機鷺宿鍾聲裏, 聽法龍蟠塔影間. 雄跨軒前漁唱晩, 練波如掃月如彎.) 고려 말 문호였던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1287~1367)선생이 김제의 「금산사」를 제목으로 삼아 쓴 시이다. 시 안에 놀랄 만한 구절이 있다. “천 걸음이나 되는 회랑은 물 불어난 바다로 이어져있고”라는 구절과 “난간마루에 앉아 있자니 해질 녘 어부들의 노래 소리 들리며”, “비단 물결은 비로 쓸어 놓은 듯 잔잔하다”라는 구절이다. 김제 금산사의 회랑이 바다로 이어져 있고, 금산사 난간마루에 앉아서 어부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발아래로 바다 물결을 바라보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금산사는 고려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고 하니 이 시를 통해 고려 말까지만 해도 금산사 코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포은(浦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 선생도 금산사 앞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시를 남겼다. 푸른 물결 사이로 금산사의 모습이 완연하네/ 산 아래 조각배에 몸을 맡겨 이곳으로 돌아왔더니/ 눈 아래로 금산사의 참모습이 다 펼쳐 있으니 /다리 힘들여 더 올라야 할 게 뭐있으랴.(金山宛在碧波間, 山下扁舟信往還. 眼底已窮眞面目, 不須脚力更登攀.) 이 시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왔더니 금산사의 전체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고 읊고 있다. 역시 금산사 앞이 바다였음을 말해 주고 있다. 최근 연구자들 사이에 김제 벽골제(碧骨堤)를 두고 ‘인공으로 판 저수지 둑’이라는 주장과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라는 주장이 나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살펴본 이제현, 정몽주 두 선현의 시를 통해 고려 말의 상황을 유추해 본다면 벽골제는 인공 저수지 둑이 아니라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일 가능성이 많다. 금산사 코앞까지 바다라고 했으니 말이다. 부안군 주산면은 한자로 ‘舟山(주산)’이라고 쓴다. ‘배를 대었던 산’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이름이다. ‘배매산’이라는 산도 있으니 ‘배를 매어 둔 산’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평야인 주산면이 옛날에는 배가 드나드는 해안이었던 것이다. 이제현, 정몽주 두 선현의 시를 통해서 우리는 고려말기만 해도 주산면으로부터 김제 원평 들을 지나 금산사에 이르는 지역이 바다로 이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전국에 금산사라는 이름의 절이 여럿 있다. 그 중에는 인천과 부산 등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자리한 금산사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금산사는 최근에 세워진 신흥사찰이다. 이제현, 정몽주 두 선현이 시로 읊은 금산사는 당연히 김제의 금산사이다. 선현이 남긴 한시 두 수가 김제 벽골제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와 한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글전용’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한자교육 강화를 추진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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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1 13:45

경험의 힘

소리꾼으로 살아가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판소리를 시작하게 됐어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전주에서 자랐기 때문에요.’라고 대답한다. 모든 전주 사람이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고 판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전주 사람이라 판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쯤 엄마 손을 잡고 풍남문 근처에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의 판소리를 보러 갔다. 그리고 다음 해 가장 친했던 학교 친구 중 한 명이 아쟁이라는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도 국악을 해야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학교의 방과후 수업으로 처음 판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이 길로 들어선 건 지금의 스승님을 만나서부터다. 지역에서 소리꾼 선생님을 소개받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20여 년을 판소리를 해오게 됐다. 나에겐 판소리가, 그리고 국악이 낯설고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여느 동네마다 있는 피아노 학원과 같았다. 자주 접할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배울 수 있는 음악. ‘판소리는 익숙한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경험’이 어른이 된 나를 지금껏 이 길에 있게 했다. 대학 2학년. 판소리만 할 줄 알던 내가 제대로 된 창극을 처음 접했던 건 주호종 연출님을 만나고 나서부터다. 선생님께서 소리꾼으로 다니던 국립창극단을 나와 창극 연출가로서 대학교에 출강을 하기 시작하셨던 해다. 나는 운이 좋았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이십대 초반의 소리꾼들과 자신의 작업을 마음껏 하게 된 소리꾼 출신 연출가와의 만남이었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하자고 하는 작품은 모두 했다. 선생님과 함께 창극을 만드는 작업이 신나고 재밌었다. 얼마나 재밌었던지 밤새는 줄도 날이 가는 줄도 몰랐다. 창극실에서의 순간들이 행복했다. 춘향이도 심청이도 오롯이 다 자신의 몫이던 소리꾼들이 모심는 농부들 속 한 명이 되어도 용왕님 옆에서 파초선을 부치는 수궁 선녀가 되어도, 온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저마다 뿌듯한 존재감이 있었다. 작업을 완성해가는 과정들 속에 충만했다. 오로지 무대만을 바라보고 무대만이 전부인 줄 알던 지난날 들의 내가 무대로 가는 길과 숱한 연습의 시간 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과정인지를 깨달았다. 커튼콜의 인사를 위해 달려가는 장면 장면이 창극이면서도 인생 같았다. 이렇듯 창극의 세계를 발견하는 재미로 나날이 새로웠다. 그때 그 ‘경험’으로 지금의 나는 판소리를 극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호종 연출님은 연출가 이전의 소리꾼으로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 어린 학생 소리꾼들을 보듬으셨다. 그 그늘 안에서 모두 차근히 성장했다. 그래서 오늘날 창극 배우가 되기도, 창극 연출가가 되기도 하였다. 부모님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치지 않으셨지만 매일 아침 차려주신 아침밥을 마주하며 ‘이게 사랑이구나’ 하고 느끼게 하셨다. 판소리 스승님은 나에게 기술을 가르치지 않으셨지만 토해내듯 울부짖는 춘향의 이별가로 ‘이게 바로 소리구나’ 하고 깨닫게 하셨다. 연출님은 나에게 연기를 가르치지 않으셨다. 대사 한마디, 서로가 함께하는 연습의 가치 속에 삶이 무엇인지를 바라보게 하셨다. 훌륭한 스승은 이렇듯 경험하게 한다. 예술적 경험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혹은 그 자체로 이끄는지 내가 이렇듯 내 인생을 걸고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경험’의 힘은 무섭다. 인생 자체를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데리고 간다. 창극이라는 어쩌면 다른 이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을 만들어가며 결국 내 인생을 발견하게 됐다. 그 과정 속에서 예술적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정서적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를 깨닫는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삶에 경험 제공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故주호종 창극연출님의 1주기를 추모하며. /송봉금 소리꾼․동문창창 대표 △송봉금 대표는 모던판소리 대표를 겸하고 있으며 전북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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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25 14:03

도서관 여행

도서관이 그저 책을 읽거나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란 인식은 이제 옛말이다. 전주의 시립도서관들이 지역문화공동체의 중심이자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멋지게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6월 초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이 개관했을 때 그곳을 찾았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 도서관 여행이었다. 한옥의 고풍스러운 건축미를 잘 살린 연화정은 ㄱ자 형태의 단층 건물로 연화당과 문화 공간 쉼터인 연화루로 나뉘어 있다. 마침 사방이 시원하게 뚫린 연화루에서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작가의 초청 강의가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웠다. 달라진 도서관을 찾는 것은 설렘과 놀라움 그 자체였다. 카페처럼 아름다운 곳, 모든 공간이 열려있는 중화산동 꽃심 도서관은 전주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손색이 없었다. 화산체육공원과 어우러진 이곳은 창밖을 보며 사색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곳에서 열린 국제 그림책 전시전에서 자연과 생명, 평화를 사랑하는 다시마 세이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팝나무 철길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한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 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마침 황금빛 색채 화가 클림트 레플리카 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의 작품 빙글빙글 생명의 나무에 스티커를 붙이며 동심 속으로 풍덩 빠지는 즐거움이라니! 개방형 창의성을 표방한 금암도서관 1층 책 놀이터에는 푹신푹신 매트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2층 지식 마루에서는 여럿이 책 모임을 할 수 있는데, 하이라이트는 3층이다. 나무로 꾸민 옥상 테라스에 서면 전주 시내뿐 아니라 모악산도 볼 수 있어 가슴까지 뻥 뚫렸다. 송천도서관은 가족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1층은 캠핑하듯 책 놀이를 즐길 수 있고 2층에서는 책과 책 사이를 오가는 유랑(?)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카메라와 편집·송출 컴퓨터, 크로마키 스크린, 음향믹서, TV 등 각종 방송 장비가 구비 되어 있어 미디어 창작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만하다. 책 마중 여행자도서관은 여행자를 위한 휴식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전주에 관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낡은 책을 재생한 리커버북, 정기 간행물 등이 비치되어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미술 자료집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외 학산 숲속 시립도서관은 시와 자연을 조화시킨 특화된 장소로,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하나 되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주 시청 로비의 책 기둥 도서관은 독서 생태계 상생을 위한 큐레이션을 표방한다. 주제에 맞는 책을 선별해 안내하는 것이 특징인데, 내 삶을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통찰의 기회가 되었다. 이렇듯 각각의 도서관마다 책 진열과 소품 하나에도 담당자들의 정성과 수고를 느낄 수 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감성을 깨우고 다양한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는 우리 지역 도서관의 변신은 무죄다. 앞으로도 몇몇 도서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한다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언제든지 찾아가면 즐거움을 얻는 카페 같은 도서관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건 분명 커다란 축복이고 자랑거리다. 앞으로 전주의 도서관이 시민에게 더 친밀하고 문화 충족의 여행 장소가 되도록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준비해주길 기대해 본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 회장 △김자연 회장은 동화창작연구소 대표로 있으며 <동화마중> 발행인,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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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8 13:44

4차산업시대 전라북도 문화 정책 방향과 기대

새로운 정부 출범과 민선8기 시대가 열렸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 대 전환기라는 중요한 시기속에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큰 과제를 가지고 각 지역마다 다양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 지역도 새로운 전라북도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과 5대 목표, 20대 핵심전략 통해 혁신과 성장을 통한 실용주의 시대를 예고 했다. 전체적인 도정 방향은 경제 대 도약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지역 현안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각 지자체 마다 문화정책의 방향도 산업화에 집중하고 VR, AR 등을 활용한 4차산업에 대비한 경쟁력있는 지역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전라북도도 문화, 체육, 관광 거점 조성이라는 큰 목표속에 일자리와 경제적 관점에서 많은 정책들이 추진된다고 들었다. 단순하게 지역 문화를 산업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재화나 서비스와 같이 하나의 경제 객체로 볼수 있고, 크게 생산과 소비로 나눌수 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글로벌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화, 예술, 관광은 대부분 지역의 강점을 살려 생산이 이루어지고 외부에서 소비가 이루어지게 된다. 문화와 예술을 생산하고 가공해서 소비 되어지는 선순환구조를 통해 일자리 제공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경쟁력과 지속성이 없다면 결국은 공장만 지어놓고 성공 할지 모르는 기대감에 대한 첫 설렘으로 끝날수도 있다. 마냥 좋은 상품만 나오기를 기다리며 실패 앞에서는 서로의 책임만 전가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지역 인구감소라는 심각한 문제속에서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고 다양한 정책의 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할 사람이 없이는 공장은 돌아갈수 없다. 조직 개편뿐만아니라 인적 자원에 대한 부분도 깊숙이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문화, 예술, 관광관련 다양한 정책과 지원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역의 관련 기관, 기업, 단체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 힘들었던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지역인재 부족의 어려움이 제일 컸다고 한다. 현재에도 많은 문화관련 산업의 기술적 부분은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도 시장분석을 통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기회와 위협을 찾아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전라북도 문화정책도 산업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우리 지역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치밀한 분석을 통해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세우고 나아갔으면 한다. 시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지역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의 역할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4차산업 시대 경험을 미리 했을수도 있다. 다시 일상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이전의 삶을 지내고 있지만 이제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비를 해야하는 과제를 가지게 되었다. 디지털을 통한 다양한 삶의 부분의 변화가 문화와 예술, 관광에도 큰 영향을 가져왔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문화 소비적 부분에 있어서 현재와 미래의 방식이 동시에 가게 될것이고, 변화의 차이는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메타버스 시대를 가지고도 많은 이슈들이 있지만 결국은 지금까지 삶을 살펴보면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문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가공되어지고 소비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과 인구 감소, 지역소멸이라는 어려운 위기속에서 무조건적인 변화보다는 우리 지역에 맞는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잘 어우러질수 있는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전라북도를 기대해본다. /윤낙중 카피바라 대표 △윤낙중 대표는 예술IN애먼 대표를 겸하고 있으며 비보이팀 이스트기네스 대표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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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1 13:49

‘마약○○’과 ‘국뽕’의 어두운 그림자

언제부터인가 ‘마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 이름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이제는 일상의 용어로 정착하였다. 인터넷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만두, 마약 치킨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들과 관련업체가 검색된다. 한번 먹어봤다 하면 너무 맛있어서 마약처럼 끊을 수 없고, 한번 사용했다 하면 너무 편리해서 마약에 빠져들듯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음식에도 생활용품에도 ‘마약’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술이고 마케팅이다. 급기야 학부모들이 나서서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이나 편리한 상품에 마약이란 말을 사용하다보면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마약을 ‘맛있고 좋은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런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진즉 했어야 할 캠페인이다. 상표법은 도덕관이나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고를 위해 음식이나 생활용품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당연히 도덕관념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처사이다. 특허청은 최근에야 비판을 받아들여 상표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단다. 답답할 정도로 늦은 조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마약과 관련된 비속어가 또 하나 있다. ‘국뽕’이라는 말이다. ‘국뽕’의 ‘국’은 ‘국민’, ‘국가’‘애국’ 등의 의미를 담고 있고, ‘뽕’은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의 일본어 발음을 딴 속어 ‘히로뽕’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국뽕’은 국가나 국민을 마치 필로폰에 빠진 사람이 필로폰을 갈구하듯이 좋아하는 애국적인 사람을 조롱하여 부르는 말이다. 음악, 무용,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형성된 한류의 세계적 유행과 세계무대에서 보인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맹활약에 편승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환상에 도취된 나머지 맹목적 찬양 행태를 보이는 일부 국민을 비꼬는 인터넷 신조어로 시작된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당연한 애국심마저도 국뽕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국민, 국가, 애국, 민족 등의 말만 나와도 고개를 돌리며 ‘국뽕’이라는 야유를 보낸다. 도를 넘은 자국혐오 행태이다. 망국적인 비아냥거림이고 매국노적 언행이다. 정상적인 애국심에 대해 반발하고 비아냥거리는 그들은 도대체 어떤 심보를 가진 것일까? 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극도의 부정적 시각으로 매도하면서 일제 강점기가 오히려 살기 좋은 시대였고, 일본의 식민통치 때 닦은 산업 인프라(infrastructure) 덕에 우리나라가 오늘날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며 일본을 찬양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속셈에 의해 남북이 갈라지게 된 내력은 모르는 채, 오직 미국을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준 은인으로 여긴다. 노예여도 좋으니 밥을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잘 섬겨야 한다는 노예적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마약○○’도 ‘국뽕’도 다 하루 빨리 퇴치해야할 언어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헛소문과 신조어가 난무하다보면 거짓이 오히려 진실을 몰아내는 억울한 상황이 속출하게 된다. 우리사회는 이미 그런 양상을 짙게 보이고 있다. 거짓말과 자극적이고 조소적이며 폭력적인 언어를 SNS 상에서 퍼 나르는 일을 삼가야할 이유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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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4 13:46

오늘의 교육을 다시 들여다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의 예술철학을 이야기하면서 통치자의 조건으로 체육과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 (The Republic, 기원전 380년경)>에서 국가를 올바르게 통치 운영하기 위해서 정치 수호 계급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음악은 성장기 이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바람직한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고, 통치자의 정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체육과 더불어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우주의 질서를 반영한 하나의 초월적인 세계, 완벽한 이상의 세계였다. 오늘 학교교육의 현장에서 음악이나 체육 같은 예체능과목은 교과과정 속에 구색 맞추기 위해 편성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어린 시절부터 젊은 날에 이르기 까지 인격형성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정서와 신체발달을 위해 예체능교육이 꼭 필요한 것은 고대 철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과거나 현재나 변함이 없다고 본다. 예체능 교육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면적이 작고, 자원도 빈약하고, 자본 같은 기반도 없던 나라가 단 시간에 세계에서 알아주는 선진국의 대열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힘이고, 그것은 남다른 교육열, 교육 시스템이 있어서 훌륭한 인재를 많이 양성했고, 그들이 각 분야에서 능력발휘하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세상이 말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은 심각하다. 특히 대학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 10여년 가까이 반값등록금이니 등록금 동결이니 하면서 대학들의 숨통을 틀어막았고, 대학들은 설상가상으로 해마다 입학생이 줄어들어 교수들이 학생모집에 나서야 할 정도이다. 이러다 보니 대학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B) 조사 결과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64개국 중 47위로 추락했다. 유럽경영대학원의 ‘2021 세계 인적 자원 경쟁력 지수’에서도 한국의 고등교육 1인당 정부 지출 규모는 577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회원국 가운데 31위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과 고급 두뇌 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세계적인 대학이 나온다. 올해 81조원으로 급증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학 등 고등교육에도 배분돼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에 쓰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교육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나라를 위한 백년의 대계는 교육에 있고, 또 그 교육을 통해 능력 있고 훌륭한 품성을 지닌 인재를 많이 길러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데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읽으며 생명을 구하는 그림이 진정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숨 가쁘게 변해가는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년기부터 인격함양을 위한 정서교육으로서 문화예술교육과 학교교육의 최종단계인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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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7 13:40

한국형 소리자산 축적의 중요성

한국영화가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에서 잇따라 최고상을 휩쓸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우수한 작품성과 대중성, 예술성을 갖춘 한국영화들이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화려한 이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훌륭한 한국의 영화도 음향(소리)은 많은 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국내 제작 음향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외산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영화제작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해외 음원을 활용하여 제작된 영상은‘수입 원단으로 전통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격’이다. 그만큼 한국형 소리자산의 축적과 활용이 컨텐츠 경쟁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향은 영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컨텐츠의 품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흔한 예로 바람소리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최대한 현장감 있게 느끼게 하려면, 영상에 음향마스터링 이라는 덧작업이 필수인데, 필요에 따라 직접 제작도 하지만 많은 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음향 데이터를 불러와서 영상에 덧붙이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글로벌 OTT의 컨텐츠를 보면, 영상품질은 국내와 큰 차이가 없으나 음향 품질은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실제로 미세한 음향품질 차이가 컨텐츠 전체의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펜데믹으로 영상회의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지만 영상은 중간 중간 끊기거나 안보여도 그럭저럭 참을만 하지만, 음성에 문제가 생기면 그날 일은 망치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콘텐츠 품질에서 음향은 절대적이다. 우리고장은 예로부터 ‘소리의 고장, 전북’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영화효과음원 DB구축 사업을 추진하여 올해말이면 총 33,000여건의 효과음원이 구축될 예정이지만 글로벌 수준에 비하면 수량면에서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전통소리, 자연음, 환경음 등이 구축되면 일부분 수입대체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행히 정부도 영화 음원을 넘어 한국의 고유 소리의 국가 자산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여, 올해부터 ‘한국형 영화 효과음원 사운드댐’이라는 사업으로 10만건 이상의 음원을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하여 2025년 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산재된 효과음원을 집적화하고 이용자들이 쉽게 검색 할 수 있도록 통합검색 기능도 제공한다. 향후 블록체인 기반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 시켜 누구든 쉽게 활용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특정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원 생태계의 구축이 필수이다. 특히 공간에 대한 배경음(환경음)은 영화 전체의 색깔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영화의 세계적 흥행을 위해서는 영화음향 분야 투자를 통하여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소리를 국내 자산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의 고유 정서가 담긴 한국형 효과음원은 영화․영상 뿐만 아니라, 게임, 개인미디어, 광고, 메타버스 등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우리지역이 영화뿐만 아니라 음향분야에서도 중심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곧 소리자산의 중요성과 가치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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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0 14:19

병 주고 약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새만금환경생태단지가 문을 열었다. 총공사비 557억 원을 들여 785,892㎡에 습지, 야생동물서식지, 자생종군락정원, 전망대,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매듭지음으로써 개장하게 된 것이다. 2단계 생태환경용지 조성사업도 2,288억 원을 투입하여 2027년까지 3.57㎢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공사 시작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장밋빛 희망을 제기하는 측에 대해 환경파괴와 오염을 낳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섰다. 논란 속에서 2010년에야 방조제를 완공했으나 이후에도 개발은 지지부진이고, 환경파괴 논란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2012년에는 새만금특별법을 제정했고 2013년에는 새만금개발청을 설립했으나 여전히 획기적인 진척은 없다.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가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개장한 새만금환경생태단지가 앞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만금환경생태단지 홈페이지에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 동물과 식물, 현재와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새만금환경생태단지…”운운하는 홍보영상이 올라와 있다. 막무가내로 파괴해 놓고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기를 기대하며 환경생태단지를 조성했다는 설명의 이율배반성 때문에 적잖은 허탈함을 느꼈다. 환경생태단지 개장을 반대하거나 비판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잘한 일이기 때문에 축하하고 지지한다. 다만, 본래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삶의 터전이었던 풍요로운 갯벌과 바다를 없애고, 자생하던 온갖 식물과 동물을 다 쫓아낸 후에 다시 557억 원이나 들여 환경생태단지를 조성했다는 아이러니가 허탈할 뿐이다. 완전히 ‘병을 주고서 약을 주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는 개발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왕에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추진한 사업이니 번영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도 그 옛날 청정했던 해창 갯벌에서 캐던 바지락과 위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리던 참돔이며 농어, 조기 등 싱싱한 생선과 아름답기 그지없던 변산 해수욕장의 은빛 백사장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착공 당시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개발보다 자연을 보존하는 게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줄 것이다.”라고 했던 주장에 더 수긍이 가는 건 나만의 잘못된 계산일까? 새만금 개발의 득실 계산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업의 상당부분이 병을 주고 난 후에 약을 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부의 섣부른 정책입안과 개발이익의 환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대중심리가 이런 ‘병 주고 약 주는’ 사업을 낳았다. 2022년, 대통령도 바뀌고, 지자체의 장들도 새로 뽑혔다. 위정자는 역사에 자신의 흔적을 크게 남기려는 과욕을 버리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국민들도 당장의 이익이나 ‘사이다 속 풀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처’의 속내도 주의해 봐야 한다. ‘단호한 대처’의 상승작용은 자칫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데 전쟁이라는 병에는 약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 나라에 ‘병 주고 약 주는’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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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3 13:49

남원제일고등학교, 2022년 KICC 국제요리&제과제빵 경연대회 석권

남원제일 남원제일고등학교(교장 김한태)의 조리제빵과 학생들이 2022년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제빵 경연대회에서 전원 수상했다. 9일 남원제일고는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회에 총 9팀 28명이 출전했다고 밝혔다. 대회에는 라이브요리 금메달 및 기관장 최우상 1팀, 라이브요리 금메달 1팀, 라이브요리 은메달 3팀, 제과 디저트 전시부문 금메달 2팀, 제과 디저트 미지팬케이크 은메달 1팀, 세계요리전시 레스토랑 부문 은메달 1팀이 수상했다. 또한 KICC국제요리경연대회 상위 20팀 결승전 3위 입상으로 기관장상 및 우수상을 수상해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라이브요리 금메달 및 기관장 최우수상 수상자들은(오동윤·이유비·주도훈·박건우 학생) "요리에 자신감을 가지고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ICC국제요리경연대회 상위 20팀 결승전에 참여한 학생들은(박성경·이하늘·이호진·임현준) "군특성화반 학생으로 수상하게 돼 군대에 입대해 조리를 하게 될텐데 이번 수상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남원
  • 신기철
  • 2022.06.09 14:30

성창순 명창의 부채

여름이 오면 성창순 명창이 생각난다. 아주 무더웠던 그해 여름에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자신이 그동안 여러 형태로 출반했던 모든 음반자료를 책보에 싸서 내게 건네주셨다. 오래된 음반, 카셋트 테이프, CD 음반까지 망라한 것이었다. 당신의 예술세계를 하나로 묶어서 종합음반으로 정리하시고 싶다고 했다. 그때 선생은 내게 우전(雨田) 신호열 선생의 ‘적벽부’ 글씨가 담긴 부채를 선물해 주셨다. 선생이 내게 주신 부채는 우전 선생의 글씨로 소동파의 ‘적벽부’가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우전이 세필로 단아하게 써서 직접 성창순 명창에게 준 것이다. 우전 선생은 빼어난 한학자이자 섬세한 글씨를 잘 쓴 분으로 이름이 나있다. 나도 대학 다닐 때, 이분에게 <고문진보>와 <시경>을 배운 바 있는데, 선생의 가르침에 수업 때마다 감탄했었다. 선생은 토를 달지 않고 한문을 읽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선생은 네 글자씩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낭송하셨다. 지금도 부채를 펼치면 스승이신 우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경이롭다. 성창순 명창은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가졌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소리로 그려냈다. 명창이 소리할 때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소품은 부채다. 성창순 명창에게는 탐낼만한 부채가 많았는데, 이당(以堂) 김은호 선생의 장미그림 부채가 기억에 남는다. 성창순 명창은 소리판에서 늘상 장미 그림 부채를 들고 판을 이끌어갔다. 이 그림은 원래 이당이 김소희 명창에게 선물한 것이었다고 한다. 김소희 명창은 이 부채를 두고두고 아꼈는데, 어느날 성창순 선생을 불러 부채를 물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끼던 놈인디 결국 자네에게 주네. 잘 간직허고 좋은 소리허시게”. 성창순 명창은 귀한 <춘향가> 소리판에서만 장미그림 부채를 들었다. 부채를 강하게 펼치면, 붉은 장미에서 내뿜는 진한 장미향이 순식간에 주변에 퍼졌다. 김은호 화백은 20세기 전반기부터 활약한 당대 최고의 화백으로 화조도와 인물 그림에 능한 분이었다. 남원 광한루의 춘향사당에 모셔진 춘향 영정이나, 진주의 촉석루에 모셔진 논개의 초상도 이당의 단아한 화풍의 산물이다. 이당은 우리 음악을 애호하였고, 우리 음악에 대한 조예도 대단히 깊어 인연이 닿은 예술가들에게는 멋진 그림을 선사했다고 전한다. 성창순 명창이 <심청가>를 할 때면 소정(小亭) 변관식 선생의 복숭아꽃밭 그림 부채를 꺼내들었다. 심청이가 살던 곳은 도화동이고, 장승상 부인이 살던 곳은 무릉촌이다. 소정 선생은 바로 그 도화동 무릉촌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그려, 성창순 선생에게 증정했다. 소정은 산수화에 특히 빼어난 분이다. 그이의 복숭아 그림은 도원을 지향하는 도가적 세계와, 복숭아밭이 가진 관능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소정의 산수화 부채는 명창이 펼쳐만 보아도 시원한 바람이 일어났다. 부채에는 소리꾼의 교양이 담겨 있다. 성창순 명창은 우전 선생에게 서예를 배워 단아한 글씨를 남기기도 했다. 선생은 특히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세로 소리판에 임했다. 선생은 부채를 펼쳐 보이는 자태마저도 우아했다. 선생이 직접 소리하는 장면은 이제 다시 만나기 어렵다. 하지만 선생이 남겨준 부채와, 책보에 싸서 내게 건네준 음원자료는 내게 남아있다. 음원으로 만들어 선생께 전해드리지 못한 것이 여전히 내게는 부채다. 그렇지만 이제 선생이 남기는 음원자료를 모두 정리했다. 이 소중한 음원을 국악방송 아카이브에 담아두고, 선생의 예술세계 전모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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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6 13:57

언제쯤 편견과 차별 없는 평등세상은 도래할 것인가

올해의 봄은 느낄 겨를도 없이 우리의 곁을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특히 아름다운 5월은 선거 유세차량의 확성기소리와 현수막에 가리어서 그렇게 지나갔다. 출마한 후보들은 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면서 봄을 앗아갔다. 그런데 자치단체장이든 지방의원이든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신분에 관계없이 차별 없고 평등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잘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어느 시대든지 이유 없는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하는 갈망을 가지고 살아왔다. 다만 그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서 정치적인 억압, 경제적인 억압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과 연관 지어 문득 며칠 후, 6월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막을 올리는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가 떠올랐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열린다. 이 오페라는 베르디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만든 작품으로 1282년 부활절에 일어난 만종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 지금의 이탈리아 남서부인 시칠리아는 프랑스 양주 가문의 혹독한 지배를 받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시칠리아 인들을 난폭하게 억압하였고, 프랑스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해오던 시칠리아 인들이 부활절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독립을 외치며 투쟁한 작품이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41)는 “인간은 정치적 견해나 인종, 직업, 경제력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우위에 서기도하고 열위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오페라의 주 이야기인 두 민족 간의 전쟁은 인간이 우열을 나누면서 벌어진 편견과 배제. 차별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적 투쟁에 가깝습니다. 관객 여러분은 작품 속 식민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 대립에 스스로 투영해 볼 기회를 얻을 겁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하는 편견과 차별, 배제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표적인 예로 문화예술계만 살펴보더라도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는 사회에 많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배제되어 수년간 작품 활동을 못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해 결국 문화예술계를 떠나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 지방선거가 한창이다.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편견이나 차별을 하지 않을 사람, 즉 인품과 능력이 뛰어난 후보를 선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지방분권과 관련이 큰 국정과제는 국정목표 6(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이라고 할 수 있어 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여. 야를 떠나 특정지역에 대한 그 어떤 편견이나 차별, 배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방 분권은 헌법에서 규정한 지방자치의 이념,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을 위해 보장해야 할 필요불가결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뽑히는 단체장들이나 지방의원들도 편견과 차별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기대해 본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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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30 14:21

전주국제영화제, VR영화의 가능성 확인하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상업성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으로부터 또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예술의 독립을 지키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면서 독립영화, 대안영화들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제작자들의 창작정신을 일깨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양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 열흘간 57개국에서 출품한 217편(해외123편, 국내 94편)을 상영하였고, 입장관객도 지난해 보다 3배가량 늘어 5만 여명이 영화제를 찾았다. 여러 행사 중 산업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제14회 전주프로젝트’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전주프로젝트는 영화를 매개로 한 네트워킹 플랫폼으로써 총25편의 초기작품을 선정하여 멘토링과 기획개발비를 제공한다. 독립, 예술영화에 직접 투자하고 제작을 지원하며, 디지털 시대 XR기술을 적용한 작품 등 창작자들이 원하는 실험이나 도전적 시도를 어떠한 간섭도 없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콘텐츠 시대: 영화 XR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전주컨퍼런스는 기존의 영화산업에 VR/XR 기술의 접목 시도와 그 가능성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진아 감독의 VR 영화인 <소요산> <동두천>은 큰 인기를 끌며,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VR(Virtual Reality) 영화는 특정한 환경과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고 사용자가 마치 실제 상황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관객이 가상공간 안에 구현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영화가 표현하는 연출이나 줄거리를 따라가며 감상하게 되며, 관객이 때로는 배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영화가 스크린이라는 2차원 공간에 한정되지만, VR영화는 전방위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객은 시선의 움직임을 통해 이동하며 관객이 원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VR은 실제 현실과 차단되어 있어서 몰입을 강화 시키고 스크린 범위가 제한이 없다는 점이 VR영화가 갖는 차별점이다. VR영화가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HMD(Head Mounted Display)나 손에 쥐는 콘트롤러와 같은 장치가 없다면 작품 감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니, 현재 VR로 제작되는 작품은 많지 않다. 미래 영화의 가능성을 보면서 관련 기술 개발 및 제작환경 제공 등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영상기법을 대하는 관객의 적응속도 등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도 지속되어야 한다. VR영화만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VR만의 고유한 특성과 기존 영화의 흥행요소를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VR과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은 결국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관객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가에 달려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주만의 차별성과 흥행을 이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래 영화의 새로운 발견을 위한 이번 전주프로젝트는 XR 기반의 영화의 미래를 논의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 인력양성 및 제작 지원이 예정되어 있다.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다양하고, 보다 완성도 있는 VR 영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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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0:24

‘기린원(麒麟苑)’과 ‘전주동물원’의 사이에서

1978년 6월 10일에 개원한 전주동물원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희귀동물, 천연기념물을 포함하여 각종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등 1,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개원 당시, 한옥형태를 갖춘 정문에 건 ‘기린원(麒麟苑)’ 현판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중후한 필치로 쓴 명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현판은 사라지고 한글로 새긴 ‘전주동물원’이라는 현판이 내걸렸다. 일부 시민이 ‘기린도 없는데 간판은 왜 기린원이냐’라는 지적을 했고, 기린을 들여온 후에는 “동물원에 기린만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기린원이냐?”라고 물었으며, 혹자는 한글이 아닌 한자로 쓴 간판이니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결국 한자 현판 ‘麒麟苑’을 내리고 ‘전주동물원’이라는 한글 간판을 걸게 되었다고 한다. ‘간판(看板:보는 판)’은 개화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서 상가의 영업내용을 알리기 위해 써 거는 판을 말한다. 간판이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 시장에는 간판이라는 게 따로 없고 ‘약(藥)’, ‘주(酒)’ 등 파는 물건 이름을 벽에 써 붙이거나 깃발에 써서 거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장에 벌여놓은 물건 자체가 간판 역할을 했기에 굳이 간판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현판문화가 발달했다. ‘현판(懸板“달아 놓는 판)’은 집의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써서 건 것으로서 건축의 한 양식이었다. 현판을 걸어야만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된 것으로 여겼다. 경복궁의 정문에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의미의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이라는 말에서 ‘光’과 ‘化’ 두 글자를 따서 ‘광화문’이라는 현판을 걸었고,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리는 집에는 ‘믿음을 펼친다(普信)’라는 의미를 담아 ‘보신각(普信閣)’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궁궐이나 사우는 물론 개인의 집에도 깊은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고 현판을 제작하여 걸었다. 전주 동물원도 건축양식의 완성과 함께 깊은 의미를 담기 위해 ‘기린원’이라는 현판을 건 것이다. 현판 ‘기린원’의 기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목이 긴 동물 즉 쥐라프(giraffe)라고 부르는 그 기린이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서 말하는 기린은 상상의 동물로서 수컷은 기(麒), 암컷은 린(麟)이라고 한다.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 소의 꼬리에 말의 발굽과 갈기가 있으며 린(麟)은 이마에 뿔이 하나 있고 기(麒)는 뿔이 없다고 한다. 쥐라프를 기린으로 명명한 것은 중국 명나라 때 아프리카로부터 쥐라프를 들여온 이후의 일이다. 전설상의 기린은 덕이 높은 성인의 출현을 알리는 전조(前兆:조짐)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 역사에도 기린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데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은 건국의 대업을 완성한 후 기린을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기린원’은 덕망 높은 지도자가 나올 조짐을 전주에서 기린이 나타나 온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금 우리는 한자를 도외시함으로써 참으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깊은 의미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문해력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전주동물원에 다시 ‘기린원’ 현판이 내걸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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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3

세 장면

해마다 7월 열 엿새, 할아버지 생신날이면 시골집에 이름난 광대가 와서 소리판을 벌였다. 마당이 넓었고, 김매기도 끝나 이제 농한기였다. 소리판은 밤 여덟시 경,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300명 정도가 잔치집 마당에서 펼쳐졌다. 명창은 풍채가 좋았다. 키가 1미터 80이 넘는 명창이 마당에 서노라니, 윤기 나는 까만 갓과 한산 세모시 두루마기가 도드라졌다. 나는 어려서 그분의 소리를 들었는데, 그 분이 소리하는 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첫 번째 장면 : 명창은 ‘범피중류’를 불렀다. 심청이 남경장사 선인배에 올라 인당수에 이르는 도저한 장면, ‘범피중류’를 그야말로 유장하게 소리했다. 고요한 바다를 한참 가다가, 배가 인당수에 이르자, 갑자기 고요한 바다가 심하게 요동친다. 심청은 도사공에게 도화동이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심청이 도화동을 향해 합장배례를 하며 말한다. ‘아버지 부디 편안하시오’라고 절을 한다. 큰 키의 명창이 갑자기 심청이처럼 작아졌다. 심청이 ‘아이고 아부지’라고 외치면서 바다로 떨어진다. 키 큰 광대가 부채를 딱 떨구더니 앞으로 꺼꾸러지며 물에 빠지는 형용을 했다. 관중들이 모두 ‘우~’ 탄식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마을의 처녀와 부인네들이 흐느꼈다. 어린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울었다. 두 번째 장면 : 한식경이 지났다. 명창은 이번에는 <박타령>을 불렀다. 흥보는 첫 번째 박을 아내와 함께 톱질을 하면서 탄다. 한 많은 흥보씨 집에 경사가 생겨났다. 박통 속에서 쌀과 돈이 많이 나온다. 흥보가 돈과 쌀을 부어낼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깨를 들썩이면서 좋아했다. “돌아서다 돌아보면 쌀도 도로 하나 가득,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도 도로 하나 가뜩”. 휘모리는 판소리 장단 가운데 가장 빠르고 숨 가쁘다. 큰 키에 세모시 두루마기를 입은 명창은 팔을 딱 걷어 올리더니, 흥보가 되질하는 모습을 형용하면서 노래불렀다. 영낙없이 궤 속에서 돈과 쌀을 되아 내는 형용이었다. 사실 이 노래는 지금은 이 대목을 2분 정도 불러, 돈과 쌀이 그득한 흥보집을 그려낸다. 그런데 명창은 이 대목을 20분 정도 불러서 돈과 쌀을 되아냈다. 자식은 많고 형님에게 쫓겨나서 그렇게 굶주렸던 흥부 내외가, 돈과 쌀을 만났으니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명창은 노래로 돈과 쌀을 부어냈다. 명창은 팔이 부러질 정도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도까지는 되아낸다는 그런 느낌으로 노래 불렀다. 휘모리로 돈과 쌀을 부어냈다. 명창이 쓴 갓은 뒤꼭지에 늘어붙어 있고, 속적삼 밖으로 두루마기까지 땀이 철떡철떡 젖어있고, 목이 탁 쉬어서 소리가 안나오고, 기진맥진할 정도까지 되어내다가 주저앉았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도 기진맥진할 지경이 되었지만, 눈앞에 쌀과 돈이 솟아올라 산을 이루는 장면에 흡족했다. 세 번째 장면 : 한식경이 지났다. 명창은 이번에는 ‘적벽강 불지르는데’를 불렀다. 적벽강에서는 주유와 조조 선단 사이에서의 격전이 막 시작되었다. 황개 선단은 북을 울리고 불화살을 쏘아대며 조조의 선단으로 진격했다. 마침 동남풍이 불어왔다. 조조 진영의 모든 배들이 연환계로 묶여서 화염이 충천했다. 명창은 빠른 속도로 불타오르는 적벽 장면을 그려냈다. 명창의 불타오르는 적벽을 따라, 좌중의 얼굴도 모두 지지 벌겋게 익어갔다. 강물은 불빛 천지로 변화했고, 글깨나 읽은 관객들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명창은 자신이 적벽강에 질러놓은 불길을 끌 생각도 않고, 좌중과 함께 술을 마셨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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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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