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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승마

송태규 원광중 교장 뱀 사(蛇), 노끈 승(繩), 삼 마(麻)를 쓴다. 어떤 나그네가 달밤에 길을 걸어갔다. 갑자기 길 가운데에서 시꺼먼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급히 돌아서 도망가다 넘어졌다.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프고 놀라서 주저앉아 울었다. 얼마 후 지나가던 사람이 왜 우느냐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사정을 들은 그가 뱀이 어디 있는지 가보자고 했다. 등불을 들고 가서 자세히 보았다. 조금 전 그것은 뱀이 아니라 끊어진 노끈의 한 부분이었다. 나그네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눈여겨보았다면 뱀(蛇)이 아니라 삼(麻)으로 만든 새끼(繩)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고, 무릎도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혹한 우리가 마음속에 뱀에 대한 불안과 공포라는 잠재의식(선입견)을 키우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착각과 허상에 놀라고, 화내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이 뒤얽히고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린다. 담임을 맡았던 시절이었으니 벌써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우리 반에 2년 전 졸업생과 이름이며 얼굴이 비슷한 학생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친형제였다. 공교롭게 내가 형제의 담임을 맡았다. 형은 예의가 바르고 단정한 흔히 말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동생이 학기 초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그와 몇 차례 상담했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동생과 형을 비교했다. 동생은 서서히 열등의식이 생겼다. 밤늦도록 인터넷 게임에 정신을 팔았다. 당시 내 눈에는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어느 날 이야기를 나누는데 녀석이 공부는 도저히 관심이 없고, e스포츠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이쪽에 흥미가 있으면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함께 진로를 고민하자고 했다. 공부야 하고 싶어질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 뒤로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유분방했다. 편견을 버리고 틈날 때마다 그의 진로에 관심을 보이며 격려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인지 차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3학년 2학기를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원서를 넣었다. 다행히 원하는 게임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그 학생이 지닌 성품(본질)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는 단지 그 자체일 뿐이다. 앞서 형의 담임을 맡았던 내 편견이 걸림돌이었다. 애초에 내게 형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그를 왜곡해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데 선입견이라는 상(편견)에 가려 해석하고 대했다. 내 마음 한구석에 다른 감정의 찌꺼기가 고여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그 순간 이미 내 마음이 요란해진 것이다. 사람을 대하면서 먼저 판단(주관)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다그치기보다는 스스로 경험하고 깨우치도록 기다려야 한다. 한동안 미로 안에서 헤매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길을 찾고 지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태 사람의 속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어두컴컴할 때 새끼 토막을 뱀으로 보는 그런 시각을 떨치지 못했다. 사승마(蛇繩麻)라, 오늘도 새끼 토막을 뱀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예쁘다 밉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 말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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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1 18:15

모빌리티 시대의 의미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정보기술(IT)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기사를 통해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차량 및 승차공유, 차량호출 서비스 등과 함께 길거리에서도 공유 자전거, 공유 전동 킥보드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서비스형 모빌리티 이른바 MaaS(Mobility as a Service)라 불리우며, MaaS는 모든 교통수단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최적의 방법을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MaaS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자동차의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자산에서 서비스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용자에게는 편리함과 비용 절감을 그리고 도시 차원에서는 교통혼잡 저감, 대기질 향상, 교통사고 감소, 주차 공간 부족 등의 교통문제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에 미래형 모빌리티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모빌리티는 사전적으로는 유동성 또는 이동성기동성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모빌리티 산업은 하나의 고유 명사화되어 인간과 사물, 혹은 원하는 대상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디바이스, 서비스 알고리즘과 플랫폼 연구개발(R&D),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의 설계, 운영 및 유지 보수, 폐기 등의 전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 속에서 모빌리티를 단순히 이동의 편리성과 산업적 영역에만 한정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움직임을 뜻하는 모빌리티는 인문학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비행기기차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은 물론, 인터넷과 모바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문학의 관심도 정주(定住)에서 이동(移動)으로 변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학적 영역에서 이전까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국가지역 등으로 고정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영역과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모빌리티 즉, 이동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교통 인프라 같은 정책적 연구뿐 아니라 역사문학사회 등 인문학에서도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모빌리티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영국 사회학자인 존 어리(John Urry)교수로, 그는 2007년 저서 모빌리티를 통해 사회학적 관점에서 사람뿐 아니라 물건의 이동과 정보의 전송,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각종 장치와 인프라, 제도들까지 모두 모빌리티에 포함시킨다. 또한 사람, 물건, 기계, 정보, 생각, 이미지 등 모든 것의 이동이 모두 모빌리티 개념에 들어간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모빌리티 인문학은 교통통신 발달에 따른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촘촘한 네트워크로 구성된 복잡한 사회에서 모빌리티는 사회 전 분야에서 걸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매개이며, 이를 통해 도시 및 지역이라는 각각의 공간은 사회적 확장과 발전을 위한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모빌리티 시대에는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산업적 영역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영역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모빌리티의 역할과 영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의 지역 내 수용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지역 간 주요자원의 연계협력 및 융복합을 위한 유무형 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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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5 17:48

“생존자, 배우 윤여정이 세계에 보여준 희망의 힘”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저를 일하게 해준 두 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수상소감이다. 그녀는 항상 입버릇처럼살기 위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은 이 수상을 그녀의 생애와 연결하여 그야말로 인간승리로, 심지어생존자라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재 배우로 조명받으며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던 여배우가 은퇴했다가, 이혼 후 복귀하여 40여년에 걸쳐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는 그야말로 생계가 아니었다면 포기할 만큼 어려운 길이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 거친 피부, 할 말 다 하는 드센 여자 캐릭터. 배우 윤여정이 브라운관에 다시 나타났을 때, 시청자들은 그녀의 모습을 불편하게 여겼다. 심지어 배우 교체를 요구하는 전화까지 빗발쳤다고 하니, 마음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그래도 견뎠다. 그녀의 수상소감처럼, 두 아들을 위해서다. 내 새끼 둘을 먹여 살려야 했다는 담담한 회고가 슬프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맹목적인 목표가 그녀를 강인하게 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꺼려했을 술집 작부, 바람난 엄마, 매 맞는 아내 역할도 걱실걱실 해냈고, 까다로운 며느리, 딴지 거는 친구, 돈만 좇는 부호, 매춘여성 등에도 과감히 도전하더니, 끝내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독립영화 <미나리>로 전세계에서 총 42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대본을 성경처럼 여겼던 정성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적 같은 성과에 우리 사회가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윤여정이라는 한 인간이 자신의 생애에 닥쳐온 고난과 상처에도 굴하지 않고,그럼에도 불구하고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실업난, 부동산 블루 등 사회적 우울감이 깊어지는 시대에, 그녀가 걸어 나간 길은 우리의 깊숙한 바람과 희망을 정곡으로 찌른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절망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꿈꾼다. 그것이 절실할수록 어쩌면 짐짓 포기하는 것처럼 구는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그래서 더 아프다. 많은 것들이 더욱더 혼란하고 복잡해지는 다양성의 시대다. 경제적 빈곤은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사회적 이념이나 사상 또한 어제와 오늘의 반향이 전혀 다르다. 작은 뉴스 하나가 SNS를 통해 확대되기도 하고 코로나19처럼 뜻밖의 사회재난이 세계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희망도 좌절도 쉽게 말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 윤여정의 유명한 어록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누구나 자기의 생 앞에서 처음이며,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 상처도 실패도 생의 일부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 암울한 시대도 결국 지나간다. 처음이니까 힘든 것이 당연하겠지만, 배우 윤여정 식으로 생존하겠다는 단순한 명제로 놓고 보면 우리는 결국 희망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오늘 하루의 최선이 찬란한 미래를 앞당길 것을 믿으며, 봄빛 같은 희망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오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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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1 17:40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필요하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179만8000명, 학생수 4000명 감소, 합계출산율 0.91명. 전북 인구의 현주소다. 1966년 252만2000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북의 인구는 2001년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10년이 지난 2021년 3월, 179만800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 55년간 73만명이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2006년 이후 15년 동안 유지해 오던 180만명 선마저 무너뜨렸으며 도내 14개 시군 중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전북인구 이동현황에 따르면 도내에는 24만9000명이 전입했으나 25만8000명이 전출된 것으로 나타나 8000여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20~30대 청년인구 유출이 1만명을 넘어서 전북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청년인구 감소는 출산인구, 그리고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노동 공급을 줄여 지역의 성장잠재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도내 출생아수 역시 지난 2011년 1만7000여명에서 2019년 9078명, 2020년에는 831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합계출산율도 0.91명에 불과해 경기도 다음으로 낮은 상황이다. 또한 출생아수 감소는 학생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1년 이후 최근 10년간 초중고교의 학생수는 7만3000여 명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도내 대학 입학정원 미달사태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전북대 등 도내 4년제 대학은 3000여 명의 신입생을 추가로 모집했다. 반면 지난 2016년 이후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도 굳어졌다. 2011년 도내 사망자수가 1만3216명으로 출생아수 1만6439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출생아수 1만2913명보다 사망자수가 1만3976명으로 앞질렀다. 인구 감소 문제는 저출산이 뿌리내리면서 이미 예견됐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20~30대 청년인구 유출은 지방소멸의 주요 지표여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제는 전북형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으로 청년인구 유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 청년층 등 세대 맞춤형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과거 저출산 해소에만 집중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인구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인구 늘리기를 위한 출산 장려나 귀농귀촌 등 지원 우선 정책으로 인구 유출을 억제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청년인구 유출 해소를 위한 괜찮은 기업 유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역경제 안정 성장세 유지 등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간 임금격차 해소 방안, 근무환경 개선, 공공부문 취업 알선 프로그램 강화를 통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거와 문화, 복지 등 정주 여건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해 청년들이 도내 소재 기업에 취업할 확률을 높여야 한다. 도 집행부가 최근 출산 장려를 통한 기존의 인구증감 정책을 청년 중심의 인구 유입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예고한 상태다. 지켜볼 일이다. 정책을 바꾸고 조직을 개편하더라도 10년 전, 20년 전과 같은 인구정책이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에 불과하다. 인구구조 변화, 특히 청년인구 유출은 전라북도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위협요인이다. 지금이야말로 인구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가야 할 때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인구정책으로 인구절벽 대비가 절실하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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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7 17:52

작은 날갯짓

송태규 원광중 교장 그러니까 지난달 일이다. 모처럼 도 교육청에 볼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이른 점심때였다. 도 교육청 마당 건너편 콩나물국밥집으로 갔다. 처음 가는 집이었다. 들어서자 벽에 간단한 메모와 함께 자석에 붙들려 있는 지폐들이 눈길을 잡았다. OO아! 맛있게 먹고 가. 힘이 필요한 분들, 맛있게 드시고 힘내세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은 지인이나 실직한 가장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지폐가 마음을 나누는 소박한 식사 티켓인 셈이다. 자리에 앉는 것도 잊은 채 쪽지를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했다. 나눔 릴레이는 후원자의 마음도 기쁘지만 받는 사람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순기능 작용을 한다. 주인의 이야기를 보태자면, 후원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식사 티켓을 전달하는 소박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한 끼 밥을 해결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의 행동 하나가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그가 베푼 선행은 그 자체로 귀한 것이다. 설령 남에게 보여주기 일지라도 이마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문득 나비효과라는 말이 떠올랐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Lorenz, E.)가 주장한 것으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변화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과학이론에서 발전했으나 점차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 등에서도 널리 쓰고 있다. 올해 초, 한겨레 신문에서 실었던 화보와 기사가 많은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달구었다. 커피 한 잔 부탁한 노숙인에게 점퍼와 장갑을 벗어 건네고 사라진 시민. 그날의 눈은 이미 녹아버렸지만, 소낙눈 쏟아지던 서울역 출근길에 찍은 이 사진 한 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녹은 것은 눈이 아니었다. 꽁꽁 얼었던 우리 마음이었다. 내가 하는 작은 선택이 모여 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조동화의 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수첩 안쪽에 붙여 놓고 애송하는 시다.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활 /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피어). 헌혈을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초기 몇 년 동안은 1년에 두어 차례가 고작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혈액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다행히 건강하다. 이것을 나눌 기회가 생겼다. 올해 초 300회를 넘겼다. 100회, 200회를 넘기면서 우쭐했다. 사실은 지금도 은근히 그렇다. 다행히 주변에서 헌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었다.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에 헌혈차가 오면 학생들이 다투어 헌혈 대열에 섰다. 내 작은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켜 주위를 조금씩 바꿔 갈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교실 안에는 많은 나비가 있다.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방향을 잃고 퍼덕이는 나비의 삶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듣는다. 어느덧 30년 이상 교단에서 살았다. 제자들이 힘차게 날갯짓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해주었는지 되돌아본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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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0 17:48

대도시의 시대와 초광역 협력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초광역 메가시티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심화에 따른 지방 소멸의 위기감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초광역화 및 초광역 연계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3+2+3 메가시티 전략, 즉 3개의 국제경쟁력을 가진 독자적 메가시티인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과 2개의 행정통합형 메가시티인 대구경북, 광주전남 그리고 3개의 강소권역으로 전북권, 강원권, 제주권을 제시한 바 있다. 초광역 메가시티는 과거의 광역경제권과 같은 중앙정부의 하향식 전략이 아니라 지역주도의 상향식 전략으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주도의 움직임 속에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과 세종, 대전, 충북, 충남의 충청권은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라북도 역시 초광역 시대의 지역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독자권역 설정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기원전 4000년전경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도시적 정착지가 출연한 이래, 도시는 대규모의 정보와 물건의 교환의 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사람들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활발하게 교류함에 따라 각종 종교 및 문화 관련 사상, 정치 및 경제적 혁명과 혁신이 발생하는 등 역사적으로 도시는 항상 인류의 거대한 실험장으로의 역할을 해 왔다. 도시는 18세기 후반부터 기계와 전기기술 등의 발달에 따른 두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점점 더 몸집을 키워 왔으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와 환경오염 등 다양한 도시문제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이러한 산업화 및 도시화의 폐해와 함께 자동차, 전화, 금융, 인터넷 등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의 활동반경이 자유롭고 넓어지면서, 한때 세계적인 주요 대도시들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오히려 세계경제는 국가간 경쟁이 아닌 도시간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시가 점점 더 거대해 지고 있다. 특히 지식경제와 초고속 통신망은 사람들의 분산을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창의적인 노동자 등의 도시로의 집적을 유도하고 있다. 인류는 도시화라는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대면적 환경과 정보의 흐름을 촉진하는 장소에서 서로의 지식 공유를 통해 상호 협력과 경쟁할 때 번창해 왔음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도시들은 대규모 공장을 유치하거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지식자본과 고급두뇌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전세계적인 거대도시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주도의 상향식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은 향후 국가 및 지역 경쟁력에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대도시권에 대한 획일화된 인식 혹은 도시공간에 대한 중심-주변 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밀한 공간적 연계전략 없이 초광역권의 강조만 이루어질 경우 지역간 격차는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 산업혁명 이후 도시가 더욱 거대화되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는 수평적 연계와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광범위한 상호연결형 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외연적 확장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바로 지금이 21세기 대도시의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내 연계뿐만 아니라 다른 초광역권과의 대외적 연계협력을 위해 다양한 정체성을 포용할 수 있는 지역여건을 만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할 때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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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3 17:52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어린것들에게서는 좋은 향이 난다. 막 움튼 쪽빛의 잎새에서도 신선한 향이 나고, 꼬물거리는 새끼 고양이에게도 늘 달콤한 향이 난다.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씻기지 않아도, 땀을 좀 흘려도, 그토록 사랑스러운 향기가 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존재의 향기라는 건, 물론 상대적이다. 아마도 어린것들에게서 나는 모든 향기는,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사랑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막 뻗어난 그 나약한 생명을 기꺼이 사랑하고 보듬고 지켜주려 한다. 그것이 인류와 자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가장 가치 있는 본능일 것이다. 그 본능이 흔들리는 사회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희망 또한 함께 흔들리는 것이리라. 최근 극악무도한 아동학대 사건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백골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빈집에 갇혀 있던 구미의 보람이 사건은, 슬프다 못해 치가 떨릴 지경이다. 입양 후 결식, 폭행 등 학대를 일삼은 정인이 사건, 조카를 물고문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작년엔 계부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 지붕을 건너 극적으로 탈출한 소녀도 있었다. 얼마 전 전주에서도 생후 7개월 된 딸을 상습 폭행해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가 살인미수로 송치됐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물론 아동학대는 어느 사회나 내재해 있던 사회문제다. 다만, 현대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학대나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함께 대응해줄 가족 외의 존재, 즉 공동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가족, 1인 가구, 재혼 가구, 입양가정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다 보니, 아동의 보호 울타리가 더욱 낮아진 게 사실이다. 모든 부모들은 양육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남긴다고 한다. 다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이 조부모, 형제, 친인척이라는 혈연의 울타리였고, 또 옆집이나 앞집으로 이어진 마을의 공동체였다. 현대사회에 아동학대, 친족간 강력범죄 등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가족의 울타리와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2452건이다. 이 중에서 아동학대 사례로 판명된 건 무려 2088건에 이른다. 단순한 신체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정서학대, 방임 등 신체적정서적 복합 사례가 1075건이나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세상에 드러난 사건 외에도,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아동학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감정이 담긴 폭언이나 정서적 학대 또한 분명한 아동학대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든 보호자는 자녀의 소유나 권리 주체가 아니라, 다만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심히 지나친 어느 창문 아래 울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이웃과 지역공동체의 따뜻한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전주시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을 채용하는 등 선도적인 아동보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촘촘한 사회 안전망 마련과 아동학대 예방정책으로 아이들이 먼저 웃는 행복한 전주를 만드는데 모두의 뜻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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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6 18:28

지방대 육성 해법 시급하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코로나 시국이 엄중한 가운데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학교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나지만 깊은 시름에 잠긴 곳이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교다. 전북지역 주요 4년제 대학은 올해도 신입생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현상,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유학생 유치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이제 지방대는 누구나 갈 수 있게 됐다.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씁쓸한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고3 학생수는 44만5479명으로 전년에 비해 5만6137명 줄었으며, 실제 수능 응시인원은 42만1034명으로 50만명을 밑돌았다. 교육부는 2024년 대입가능자원이 37만3470명까지 줄어 정원의 25%를 채울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2060년에는 621세 학령인구가 42.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방대 정원미달 사태는 점점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방대 정원미달은 지방대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 지방소멸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익산 젊음의 거리는 40년 동안 인구가 25% 이상 감소했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대학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의 인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북은 미래먹거리로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수소산업과 관련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남아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 특성화 분야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진로 및 취업 컨설팅을 강화하거나 창업을 도와주는 것도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복지분야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노인 전용 복합주거단지 구축과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위한 돌봄서비스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노인 전용 복합주거단지는 24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일손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또한 돌봄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양육환경이 나아져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대가 노인복지나 돌봄분야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안전한 환경에서의 삶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다면 굳이 수도권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지방대에서 갖출 필요가 있다. 지역의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찾고 정착과정을 돕는 인력양성과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지방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지방대학이 살아남아 지역에 훌륭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도의회에서는 지방대가 자구책을 찾아 지역의 인재양성기관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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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0 18:29

나부터 제로 웨이스트

송태규 원광중 교장 코로나19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만하게 인간의 능력을 믿었다. 이를 비웃듯 한번 기울어진 환경은 오히려 우리를 변종 바이러스로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겪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감염병일 수도 있다. 이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 세계보건기구는 기후위기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대면 활동을 억제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회용품을 재활용하지 않고 묻거나 태운다는 것이다. 이때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신종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한다는 것이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답은 화석연료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를 열었다. 학교장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리 책을 골라 한 권씩 전달했다. 나도 꼼꼼히 자료를 준비했다. 영상 하나가 눈길을 잡았다. 소녀의 절절한 목소리에 마음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2019년 9월 23일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이 소녀가 울먹이면서 호소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여러분이 공기 중에 배출한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알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단호한 메시지였다. 이렇게 경고하며 끝을 맺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는 참지 않습니다. 2003년 스웨덴에서 출생한 이 작은 소녀의 울림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앞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 행동인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에 관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2019년 3월에는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을 이끌었다.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선생님들께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 사소한 것부터 내가, 우리가 앞장서자고 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기분 상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꾸준히 다가갔다. 며칠 전, 실무사 선생님이 전체 교직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환경을 지키는 마음으로 교무실 싱크대에 안 쓰는 컵은 치우고, 오늘부터 종이컵은 비치하지 않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개인 컵을 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 쓴 학생을 볼 때마다 미안함을 느끼는 참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코로나19는 자연이 보낸 경고이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늦지 않았다. 이제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를 흘려듣는다면 더 혹독한 재앙이 숨통을 조일 것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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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3 17:45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가까운 미래에 있어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무조건 혁신이라 할 수는 없으며, 새로움이 시대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고, 없던 것 혹은 좋지 않은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다. 이렇듯 혁신은 넓은 의미에서 가치 창출의 활동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혁신이라는 기술 변화를 통해 공장과 사무실, 병원, 학교, 집 그리고 모든 사회기반시설에 수십억 개에 달하는 컴퓨터와 센서, 로봇 기술이 투입되는 세상을 만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달과 변화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업의 스마트팜과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자동화된 설비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대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두려움도 준다. 이처럼 혁신은 파괴와 창조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리켜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하였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특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몰아내는 영향력 모두 시장경제가 가진 빛과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차 산업혁명인 이른바 농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새로운 파괴와 창조는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바꿔왔으며, 이는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 성장을 위해 우리가 늘 경험해 온 일반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이 제안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다.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이 시장경제하에서 가지는 공통점은 기존 기업과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지만, 창조적 파괴가 우월한 기술에 의한 시장 창출을 지향하는 것인 데 비해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대와 전혀 다른 기능이나 내용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에서 그 추구하는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소비패턴을 만들어 기존의 소프트웨어 유통산업 및 셀룰러폰의 퇴장가져왔다는 점에서 창조적 파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스마트폰을 제조원가 수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성장한 샤오미와 DVD 대여 업체에서 온라인 기반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넷플릭스 등은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을 위한 파괴와 창조의 과정이 비록 오늘날의 새로운 현상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그리고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파괴와 창조에 따른 변화가 누구는 기회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따른 양극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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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6 18:09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매화가 피었다. 별 같은 꽃송이가 멀리서도 선명하고, 달콤한 향내가 바람을 타고 봄이 왔다고 속삭인다. 영원할 것만 같던 겨울도 이렇게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봄볕에. 봄바람에. 봄 노래에. 참으로 길고 힘든 겨울이었다. 지난 석 달 뿐 아니라 작년 한 해가 온통 겨울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모두에게 그랬을 것이다. 사회와 경제가 마비되고, 공공시설과 학교는 물론 개인적 접촉도 모두 차단되었다. 가족 간의 만남조차 쉽지 않았던 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횟수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를 넘어섰고, 우리나라 또한 1단계 접종대상자인 요양시설 및 코로나19 관련 병원 종사자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는 9월까지 전 국민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 뒤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되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의 종식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자칫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PC방과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발 빠른 지자체의 대응으로 더 이상의 집단감염이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위생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통제 가능한 시점이 올 때까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더딜지언정 오고야 만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겨울이 우리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상처의 흔적만은 아니다. 오히려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의 흔적이다. 우리 시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앙 앞에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전주라는 지역 가치의 눈도장을 찍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였던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추구하는「착한임대료운동」,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선결제운동」은 막막한 시민들의 마음을 비추는 하나의 등불이었다고 자부한다. 전주시의회 또한「임대료 인하 동참」촉구,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추경예산 증액 의결, 「착한 선결제 운동 선언」등 적극적인 의정추진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난제(難題)의 실마리를 풀어왔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사회의 연대의식과 이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천마스크 기부, 의료진에 대한 응원, 임대인들의 임대료 인하 동참, 선결제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 등, 우리 사회가 결코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만 쌓아온 것이 아님을 입증하였다. 우리 시는 천사의 도시답게, 이러한 선행에 너나없이 동참했을뿐더러, 최근 전주사랑상품권의 캐시백 기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익명의 기부가 이어지는 등 그 따뜻한 명성에 빛을 더하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자연 앞에 어쩌면 우리는 한 포기 풀처럼 연약한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중지동천(衆志動天), 많은 사람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잠재력과 연대의 힘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봄이 되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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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9 17:59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서 만들어진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국토 균형발전의 시금석은 도로와 철도 교통망의 불균형적 개발을 해소하는 것이다. 근대화부터 시작된 지역 간 불균형과 수도권 중심의 개발은 지방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운 국가교통망 계획은 불균형적 국토개발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지역 간 균형적인 광역교통망 구축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국가교통망 건설계획을 담은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과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및 고속도로 건설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국가계획에 동서 교통망 구축사업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이 사업은 새만금에서 경북 포항을 연결하는 282.8㎞ 구간이며, 3개 구간으로 나눠 추진 중이다. 지난 2004년 포항~대구 구간은 개통됐으며, 새만금~전주 구간은 2018년 착공,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주~성주~대구를 연결하는 86.1㎞ 구간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 2016년 제1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수립 당시 동서 3축의 전주~무주 구간은 익산~장수, 통영~대전 노선과 중복돼 불합리하게 반영됐다. 현재 수립 중인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에 전주~장수~무주 구간을 전주~무주 직격 노선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이 노선은 당초 75㎞로 45분이 소요되지만, 직결노선으로 조정되면 42㎞, 25분으로 33㎞, 20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전주~김천간 철도는 전주~진안~무주를 지나 경북 김천을 잇는 길이 101.1㎞의 단선철도로 사업비는 2조3894억 원이 예상된다. 이 구간은 새만금에서 영남권을 연결하는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다. 새만금 신항만 건설에 따른 물류 수송 연계 네트워크 및 중부내륙과 남부내륙 철도를 연결하는 십자형 철도망이 구축되면 영호남간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가교통망 계획에 동서 교통망 구축사업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그동안 막혀있던 동서내륙간 교통망이 구축되면 환서해, 환동해, 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 신경제벨트를 형성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전북과 경북 간 연결 교통망 구축은 수도권 및 중부내륙권, 남부 해안권 연결 교통망과 비교해 한참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경제, 인구, 국토개발 등 모든 면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극심해졌다. 이제 정부가 나서 지역균형발전과 국가차원의 신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동서 교통망 구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가 국토의 불균형 해소와 국가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북(전주)-경북(김천)간 철도를 신규사업으로 반영하고,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및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전주~무주~성주(경북)~대구금호JCT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신규사업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동서 교통망의 완전 연결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 동서화합의 상징성과 지역 균형발전, 영호남 상생발전을 의미함과 동시에 교통망 구축을 통해 새로운 경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철도와 고속도로의 조속한 개통으로 동서화합의 대역사를 넘어 국가 전체의 조화롭고 균형 있는 성장을 기대해 본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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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2 17:59

공감한다는 것

송태규 원광중 교장 어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데 눈에 익은 글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찬찬히 읽다 보니 지난해 일이 떠올랐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당시 코로나19라는 뾰족한 통증에 상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학교라고 아픔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학생이 없는 개학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빠진 영화처럼 선생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학생 얼굴을 못 본 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을 넘겼다. 직원회의를 앞두고 선생님들께 메신저를 통해 글 한 편을 보냈다. 우리는 여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우뚱거리고 있다. 이럴수록 지혜를 모으고 서로 배려하자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은 선생님이 답을 보냈다. 모든 국가의 유기적인 시스템이 마비되고 붕괴하면서 허둥대지 않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런 판국에 학교 현장의 혼선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고민을 담은 진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읽었습니다. 단번에 공감해서 읽자마자 교장 선생님도 힘내시라고 얼른 몇 줄 보냅니다. 때로 교장은 학교 안에 떠 있는 고도(孤島)에서 산다. 이따금 의견이 분분한 사안은 교장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교장은 책임질 뿐 불평해서는 안 된다. 답장을 읽는 짧은 순간 눈시울이 노을처럼 벌겠다. 외롭지 않았다. 고마웠다. 이 글을 출력해서 직원회의 시간에 읽었다. 회의를 마치고 선생님이 교장실을 찾았다. 세상에! 제가 쓴 글을 읽으실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첫 마디 듣는 순간 얼마나 민망하고 당황스럽던지. 누가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행여 알까 부끄러워 나 아닌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 관리하느라 혼났어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 난 그저 공감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대상과 하나 되는 가슴으로 글을 쓰고 싶다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는 마른 고추도, 빻은 고추도, 파란 고추도, 빨간 고추도 아니다. 눈에 들어간 고추다라고. 눈에 들어간 고추라니. 순간 그 아리고 매운 감각이 그대로 느낌으로 전해왔다. 대상과 내가 하나 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강도와 신경통』에는 신경통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강도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그가 들어간 집에서 주인이 신경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도둑질은 안 하고, 밤새 주인과 마주 앉아 신경통 치료 이야기만 하다가 새벽에 그 집을 나온다. 이 또한 공감의 문제이다. 서로 고통과 약점을 나눌 때 강도는 어느새 강도가 아니었다. 공감하면 도둑놈도 친구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말했다. 21세기에 최고의 강자는 공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세상을 사는 데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알고 보면 그만큼 일상에서 공감 능력을 내면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따금 교장실에 찾아와 마음의 상처를 하소연하는 선생님이 있다. 내 한마디에 위로와 희망이라는 새순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 선생님의 입장으로 다가가 건네는 내 추임새가 그의 마음에 구구절절하게 닿는 것, 이것이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나갈 능력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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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3 17:33

국가균형발전의 꿈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을 보낸 2020년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심각한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계속해서 제시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2만여명이 줄어 사상 처음 감소하였으며, 수도권의 인구는 2천596만명, 비수도권의 인구는 2천582만명으로 사상 최초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또한 2020년 5월 기준으로 인구소멸위험 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으로 사상 처음으로 세자리수를 넘어섰다. 특히 비수도권 전체 162개 시군 중에서 전라북도의 11개 시군을 포함해 약 60%인 97곳이 인구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되는 등 지방소멸의 위기감은 농어촌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 권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 자체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은 우리나라 헌법 제122조와 제123조에 각각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의 국가적 의무로 제시되어 있으며, 대통령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책공약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비롯한 국가균형발전에 지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지역간 균형발전, 상생발전 정책이 구호로만 외쳐졌을 뿐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진척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국가균형발전사업으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사업이 있으며, 그에 따라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전국 10개의 혁신도시 건설로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있어 미약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혁신도시 건설 이후 잠시 멈추었던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2017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였으며, 지방의 낙후와 수도권 집중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 몇 년 간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무엇인지, 눈에 잘 띄질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포함한 혁신도시 시즌2가 제시되었으나, 최근에는 언급조차도 드문 상황이 되었다. 반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GTX와 3기신도시 건설, 판교테크로밸리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전 지역 고르게 잘사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실현가능한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의 경우 수요중심의 예비타당성조사로 인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데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일반화되어 지역발전을 위한 기반다지기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들 간에는 중앙부처의 공모사업 선정을 위하여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전 지역 고르게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보다 과감한 정책적 전환이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 출발점은 지방분권을 통한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분권으로 지역별로 보유하고 있는 각각의 특색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쟁력과 차별성 확보, 그리고 지역간 연계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의 동력을 만들어 냄으로써,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주택 등 지역에서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삶의 질과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국가균형발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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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6 16:48

입춘대길(立春大吉), 회복과 도약이 함께하기를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입춘대길(立春大吉), 봄의 시작인 입춘을 맞이해서 길운(吉運)을 기원하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봄이 되면 입춘방(立春榜)이라 하여 이 글귀를 대문마다 붙였다. 올해도 벌써 입춘이 지났다. 겨울이 언제 왔나 싶게 오더니 떠나는 것도 속전속결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난해는 전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매우 혹독한 한해였다. 작년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래, 신천지 사태와 이태원 발 집단 감염, 그리고 지난 11월 있었던 코로나19 3차 대유행까지 쉴 새 없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춘(立春), 우리에게도 봄은 오고 있다. 시인 이상화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노래한 바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단절과 상처 속에 유난히 쓸쓸했던 겨울 속에 이 봄을 기다렸다. 봄은 새 하늘을 보고, 새 땅을 보고, 새 사람을 보는 계절이다. 우리는 흐드러진 벚꽃이 날리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을, 그 희망을 기다린다. 발명가 에디슨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일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고 하였고, 미국의 소설가 앤 라모트는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싹이 튼다. 꺾이지 않는 희망을 가지고 정말로 드러내놓고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새벽이 오게 마련이다고 하였다. 꼭 이런 명언을 들지 않더라도, 희망은 세계의 시작이고 또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우리는 넘어져도 또 일어나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희망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하루하루 기약 없는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고 있다. 코로나 쇼크는 지역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고 수많은 실업자와 구직포기자를 양산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명절날 가족 간의 정을 나누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유로웠던 지인 간의 교류, 보다 나은 세상을 보기 위한 관광 명소 방문 등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는 더이상 돌아가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대미문의 재앙은 과거 사스가 그랬고 신종 플루가 그랬듯, 언젠가는 우리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여태껏 그래왔듯 우리가 할 일은 단단한 사회적 연대 속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희망의 내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주변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코로나라는 허물을 벗고 부활의 날갯짓을 활짝 펴고 저 멀리 비상할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신축년은 흰 소의 해이다.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 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말처럼,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푸르른 희망이 전주의 내일을 깨우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코로나19의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잘살아가는 사람 사는 사회, 서로를 사랑하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희망찬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희망의 새봄, 코로나19 극복의 원년(元年)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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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9 14:01

‘상용차 종가(宗家)’마저 내줄 텐가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상용차산업의 주요기지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물차와 버스 등 중대형상용차 10대 중 9대가 전북산이다. 전북이 우리나라 상용차산업을 이끌어온 것은 1995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타타대우상용차 군산공장(당시 대우상용차)이 잇따라 들어서면서부터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용차생산시설임을 내세우며 대형트럭과 버스를 만들어왔고, 타타대우는 중대형트럭을 생산했다. 두 회사는 대한민국 상용차의 상징이다.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가 전북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독보적이다. 전북제조업 생산의 20%를 차지하며, 수출을 주도했다. 두 회사의 상시고용 인원만 지난해말 기준 6357명이며, 1차 협력업체만도 70여 곳에 달한다. 20년 넘게 전북제조업 경기와 수출 지표가 되었던 두 기업은 2014년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전주공장 생산량은 2014년 6만9577대에서 지난해 11월 현재 3만3153대로 급감했다. 수출도 3만1700대에서 7451대로 떨어졌다. 타타대우군산공장도 생산량이 2014년 1만1173대에서 3661대로, 수출은 3678대에서 947대로 곤두박질쳤다. 상용차산업이 이처럼 위기를 맞은 것은 상용차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친환경시장을 선점한 유럽업체들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산업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어 혁신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현대차전주공장이 지난해부터 수소전기버스와 수소트럭을 생산해 수출에 나선 점이다. 현대차는 2023년까지 내연기관 상용차라인 상당부분을 친환경수소상용차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라북도도 지역 자동차산업구조를 친환경미래차로 전환하기 위해 군산과 완주를 중심으로 전기차클러스터와 수소상용차생산기반 구축에 돌입했다. 정부가 지난해 정책기조로 선언한 그린뉴딜에도 상용차산업 혁신계획이 담겨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관건은 속도전이다. 업계에서는 수소전기차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타타대우군산공장은 이미 지난해 150여명이 희망퇴직을 하거나 전환배치됐다. 현대차전주공장도 2018년 300여명을 울산공장과 사무직으로 돌렸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지만 지표가 보여주는 상용차산업의 현실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북에는 한국지엠군산공장의 뼈아픈 교훈이 있다. 연간 1만2000여명을 상시고용하고, 전북수출의 30%까지 차지했던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전북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전북상용차산업이 존속할 수 있는 길은 빠른 체질개선과 전환기를 버틸수 있는 먹거리다. 최근 우리 전라북도의회는 전북상용차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중앙정치권,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정부는 국가기간산업 육성차원에서 친환경상용차 연구개발과 생산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하며, 고용안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친환경전문공장으로의 집중적인 투자와 함께 로봇산업과 플라잉카 등 신산업 전진기지로의 활용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조에서 요구해온 픽업트럭 같은 전략차종의 물량이관도 시급하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경남과 울산은 지역정치권과 관계기관, 노조가 한마음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도 더이상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머뭇거리다간 수많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또다시 수렁에 빠지게 된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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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2 16:54

보이지 않는 선물

송태규 원광중 교장 TV 시청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기예보는 챙겨보는 편이다. 따뜻한 옷차림을 한 아나운서가 오늘 수은주가 곤두박질할 것이라고 했다. 출근길에 아내가 겉옷 하나를 더 챙겨주었다. 현관문을 나서니 찬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부로 느끼는 추위보다 더한 마음속 추위를 안고 살았다. 새 학년을 맞이하려면 신임 부장과 담임 선생님을 정해야 한다. 선생님들과 줄다리기한 지 십 년이 넘었다. 교사들 사이에 12월 한 달만 교장교감과 등 돌리면 1년이 편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때만 피하면 1년간 어려운 업무를 벗어난다는 말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올해 우리 학교에 적잖은 변화가 올 것이다. 신입생 학급수를 감축한다. 당연하게 교원 정원과 부장 수도 줄어든다. 정원에서 2명을 감축해야 한다. 수업시수가 적은 한 과목은 순회 교사를 지원받기로 했다. 다른 한 과목은 열심히 근무하는 기간제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추운 겨울에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선생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어느 날 해고노동자가 되어 혹한의 거리에 나앉았다. 복직을 요구하는 피눈물 나는 투쟁 소식이 가슴을 후벼판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작업을 떠맡은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현주소는 결코 이웃집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님 한 분이 교장실에 들어왔다. 담임이나 복잡한 업무를 피하기 위한 하소연 때문일까 생각했다. 그가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는 기간제 선생님이 떠나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전했다. 전주 모 학교에서 기간제를 모집하는데 혹시 그 학교 교장 선생님과 인연이 닿으면 추천해 달라는 청이었다. 자기 일처럼 간곡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교장인데, 그런 일은 내가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조금 전, 개인 사정을 부탁하러 온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끈끈한 동료애가 속물 같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다행히 잘 알고 지내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바로 전화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 온 기간제 선생님에 대해 있는 대로 전달했다. 충분히 참고해서 소식을 주겠다고 했다. 면접을 마치고 답이 왔다. 이 선생님이 일단 올겨울 추위를 피할 수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위험과 기회, 위기를 일컫는 또 다른 얼굴이다. 다가올 학교의 상황이다. 일부 부서는 업무변경이 불가피하다. 교감 선생님과 퍼즐 조각을 맞추었다.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생님을 한 분씩 교장실에서 만났다. 따뜻한 차 한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툭 터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모두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성능 좋은 블루투스처럼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선생님들과 마음이 오갔다. 한 달만 교장교감과 얼굴 붉히면 일 년 농사가 편하다는 속설은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들 수 있는 것만이 선물은 아니다. 잡히지 않지만 매운 추위를 뚫고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선물이 최고다. 오늘 선생님들에게서 푸짐한 선물을 받았다. 방구들 아랫목처럼 따끈한 선생님들 선물이 아내가 입혀준 겉옷을 뚫고 왔다. 덕분에 2021학년도에도 우리 학교는 내내 훈풍이 불겠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송태규 교장은 교육학박사로, 전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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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6 17:51

겨울 한파와 생태문명의 시대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인류는 현대 문명에 대한 위기를 실감하였다. 게다가 올 겨울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북미와 유럽지역은 물론 지구촌 곳곳이 북극한파와 폭설, 겨울철 코로나19 바이러스 대확산으로 인류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힘든 고난과 위기의 시기를 겪고 있다. 북극한파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기온이 올라 극지방에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위치한 소용돌이 기류인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약화되면서 북극의 한기가 북반구의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매년 지속되고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북극한파 등 전 인류적 위기 속에서 산업문명에 대한 대안적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위기, 금융위기, 전염병위기 등 위기상황이 계속되면서 산업문명에 대한 대안적 미래의 하나로 제시되어 온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생태문명은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고, 물질적 번영을 넘어 정신적 풍요의 가치를 전파하는 개념으로 기후위기와 동식물의 멸종, 빈곤과 양극화를 일으킨 산업문명을 지탱해온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생태문명의 개념이 철학적인 부분에 기인하고 있으나 본질은 산업문명이 주는 산업자본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명친화적인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체계로의 전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며, 신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존 캅 교수는 인간을 자연에 온전히 포함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문명의 기초라고 언급하며, 근대화로 인해 변화된 세계를 물려받은 현재의 우리는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고 자연을 착취하던 과거 시대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통합이 모든 인류의 활동에 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라북도 송하진 도지사는 2021년도 신년사에서 신축년(辛丑年)을 생태문명시대를 선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라고 새해 도정운영 계획을 밝히며, 코로나19 극복, 기후변화 대응,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생태문명시대로 가는 길을 전북이 선도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등 산업문명에 따른 위기에 대한 충분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으로 한 걸음씩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인류의 활동 중 하나인 경제와 생태의 통합은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들어 가기 위한 중대한 선택이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예외 없는 재난으로 인해 충격과 위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생태문명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간과 자연의 통합과 문화라는 인류의 가치 위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자원순환과 로컬푸드, 자치분권 등의 상호 유기적인 작동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절약과 재활용 분리수거 참여,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 등 나로부터 시작하는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구 연구위원은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이사와 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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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9 17:19

자치분권 실현의 원년을 기대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새해를 맞이한 데 대한 기쁨과 희망의 기운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 대신 아쉬움과 허전함의 기운만이 남았고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재래시장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겨 냉기만이 가득했다. 매년 해맞이를 위해 새벽잠을 줄이면서까지 강원도 바다로 달려가던 이들 또한 올해는 보기 어려웠다. 되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끊임없는 희생과 인내의 연속이었다. 코로나 발 경제위기로 지역경제 또한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 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고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우리에게 좌절과 슬픔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 위기는 물질만능주의 세태에 화합과 상생, 즉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전주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불을 당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노사민정간의 사회적 대타협인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코로나 위기 극복 모범 사례와 함께 지난 경자년은 전주시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확보했던 뜻깊은 해였다. 그동안 전주시는 전통문화, 예술진흥, 경제발전, 신도시 개발 등 큰 발전을 거두어왔으며, 시민의 삶 깊숙이 개입하여 모두가 함께 꿈꾸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소산업 선도를 위한 지역 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을 뚫고 수소시범도시로 당당히 선정되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린 뉴딜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수소 경제구현이기에 지역의 미래가 더욱 기대가 된다. 관광 분야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지역관광거점도시 선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라는 도시 브랜드 구축과 전주 관광 저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쾌거였다고 자부한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전주시의회 또한 민의의 대변인으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발로 뛰는 현장 의정을 펼쳤으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32년 만에 통과되었다. 주민 주권이 크게 강화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 또한 커졌다. 주민이 지역의 비전과 정책을 스스로 발굴책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며 그 권한과 책임을 다해내는 지방분권 국가가 가까워진 것이다. 특히,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비롯한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던 정책지원 전문 인력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어느 때보다 의회 내 자치분권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예산편성 자율화가 여전히 실현되지 못했고 온전한 의정활동을 위한 정책지원 인력 또한 의원 정수의 절반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과 함께, 주민에 의한 전주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지역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까지도 변화시켜갈 수 있다고 믿는다. 신축년(辛丑年) 새해, 자치분권의 중심지로 거듭날 새로운 전주 시대의 원년(元年)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강동화 의장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부회장과 전북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1.12 16:32

신축년(辛丑年), 새 희망을 노래하자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코로나 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을 뒤로하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도의회는 지난 한 해 책임과 의무로 도민께 사랑받는 의회, 번영하는 전북의 기틀을 다졌고,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 강화는 물론 의원 모두가 청렴 실천 의지를 다짐했다. 후반기 출범 이후 4차례의 정례회와 임시회 기간 78건의 민생 조례 제개정, 46건의 건의결의문을 발표하며 도정 현안에 즉각 대응했다. 도와 도 교육청 대상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해 715건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 요구 등 도정 및 교육행정의 기준도 제시했다. 꽉 막힌 현안은 선제 대응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전북 몫을 찾았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지정과 수해 피해로 남원만 지정됐던 특별재난지역은 의회의 강력 대응에 힘입어 6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홍수피해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책도 마련됐다. 또한 전북도에 직간접 지원 방향을 제시하며 코로나19 지원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했고 식품영업자 위생교육 연장 및 과태료 부과 유예 등 크고 작은 성과도 거뒀다. 전라북도의회는 새해 4차산업혁명 시대 전라북도가 뉴노멀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위한 선제 대응과 함께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와 탄소, 수소와 전기차, AI와 로봇, 드론 분야에서 전북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선점하도록 기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경자년에 해결하지 못한 현안 해결도 시급하다. 의료계 집단 반발에 멈춘 국립공공의료대학법과 새만금에 입주하는 기업의 세제를 지원하는 새만금사업법 개정,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 내 지역의 균형 있는 재원을 지원하는 지방세법 개정도 도의회가 올해 해결해야 할 목표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4월 확정될 예정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도 중요하다. 전주~김천 철도와 전라선 고속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새만금~목포 철도 건설 등은 지역발전을 넘어 영호남 화합과 서해안 신경제시대를 열어가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에 올해 4차 계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특히 메가시티 육성에서 소외된 전북은 독자 권역을 지키면서 행정수도 세종의 배후 거점지역 전략은 물론 경북과 철도고속도로망 연결사업 공동 협력 체제 구축을 통한 동서간 연계로 전북만의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전북형 뉴딜사업, 공공기관 추가 이전, 지방의원들의 전담 교육기관인 지방의정연수센터 설치 등 도정과 의회 현안 해결을 위해 도의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트롯 가수 진성의보릿고개첫 소절이다. 산업화에 소외됐던 전북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1950년대 보릿고개를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도약과 후퇴를 결정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3차 산업화까지 뒤처져 일자리가 없어 전북을 떠나는 현실에서 경제적 낙후를 후대에 물려줘선 안 된다. 신축년 전라북도의회는 더는 산업화에 뒤처져 낙후된 전북이 아닌, 번영하는 전북을 위한 주요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도민들에게 새 희망을 주는 의정활동을 펼칠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사회적 소외계층,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을 위한 직간접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라북도의회는 엄중한 시기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방안과 민생경제 활력, 무너진 전라북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송지용 의장은 제56대 완주군의회 운영위원장산업경제위원장,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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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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