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2 23:33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우리집 RE100, 우리동네 RE100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했다. RE100이란 Renewable Energy와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SK그룹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거래하는 모든 기업들도 RE100을 준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어느새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넘어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확보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그린피스가 폭스바겐 매장을 대상으로 어떤 자동차 판매를 권하는지 조사를 했고, 전기차 구매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했음에도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권했다며 전기차 판매를 더 권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 달린 댓글 중 하나인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기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으로 만드는데 무슨 친환경 행세냐를 주목해야 한다. 수소전기버스가 달리는 도로는 금세 매연과 미세먼지가 사라질 것 같지만, 현재 수소전기버스에 충전한 수소는 LNG 발전에서 얻어지는 부생수소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운행중에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자동차의 생산 과정부터 연료를 얻는 과정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가 되려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전기와 연료로써의 전기와 수소도 재생에너지로 얻어야 합당하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는 그린수소라고 이미 이름도 붙여두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영역에서의 실천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집 RE100, 우리동네 RE100이라는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동네 혹은 마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100%로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이전에 진행했던 에너지자립마을과 유사하지만 아쉽게도 전체 자립을 추구할만한 여건은 주어지지 않았고, 일부 대체에서 만족해야 했다. 가정에서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은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전체를 대체할만큼의 설비를 갖출 면적이 부족하다. 도심 마을도 여건은 비슷하다. 이에 대한 대체적 수단으로 시민발전협동조합이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건물 옥상이나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앞서 언급한 협동조합을 이용해 각 가정 에너지 사용량을 상쇄할만큼 투자하면 된다. 전주에는 전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있고 최근에 4호기를 완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호기와 4호기가 가동중이고 2, 3호기는 여전히 건설중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일부러 협동조합 형태를 갖추기 위해 5인 이상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을 제외하고 시민기반으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은 전주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동네나 마을의 경우는 아파트 옥상과 공유지, 혹은 주차장 등을 이용해 공용발전시설을 설치해보면 좋겠고, 학교나 교회 등의 인근 대규모 건물 옥상을 임대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우리집 RE100, 우리동네 RE100이 2021년의 트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RE100-커피숍, RE100-NGO, RE100-유치원, RE100-대학 등이 속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전주시를 제외한 전라북도 13개 시군에도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생겨나고 경쟁하듯 지속가능성을 확장해가길 소망한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2.29 18:52

찰나면 족합니다… 금세라도 맞이할 살만한 세상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사랑하는 조카님들, 고마워요. 엄마아빠를 배려해드리는 지금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라주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사랑해요. 영아~, 두리~, 예쁜 아가들은 요즘 어때요? 네, 과장님, 신랑이 잘 놀아줘요. 설명이 없다면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 내용입니다. 제가 유아 자녀를 둔 동료들에게 물었습니다. (제 부서 30명 중 26명 여성, 유독 높은 여성 비율)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연일 야근이라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서 묻는 인사였는데, 돌아오는 답이 더욱 애처롭습니다. 착한 남편이 잘 참아주는, 착한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배려해드리며 잘 따라주는 것이겠죠! 아니 실상 겨우 견뎌내는 것이리라. 아내와 엄마 없이, 열심히 일에 집중하시라고. 벌써 11개월째입니다. 곧 있을 인사이동 때는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데, 부서장인 제게는 지금 상황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제 머리와 마음 모두를 아프게 합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성숙한 대처와 협조로 인해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왔으나, 지속 상황에서의 긴장 이완과 환자발생 지역과의 이동과 만남이 자유롭기에 최근 급격히 증가하여 보건위기의 임계점 앞, 중대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만성비감염성 질병과는 달리 전염성 감염병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합니다. 국민의 30%인 고혈압과 달리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황폐케 하며, 지속 시 취약층에게 더욱 혹독하여 양극화는 심화하고, 악순환으로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국민들 마음에 다다라 추운 겨울 갈라진 동토마냥 국론분열을 일으킬 것입니다. 저는 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신께 이 상황에 개입해 주시길, 그래서 제발 얼마간 어떤 이유로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기를, 수칙 준수 없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으며, 실천만이 상황을 개선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모든 생명체와 구분되게, 지식과 지혜를 다루고 나누는, 우리는 위대한 인간입니다. 앞선 사람들의 업적인 상식과 과학을 인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코와 입을 통해 나고 듭니다. 그래서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말하기 노래하기 등의 행위로 더 쉽게 더 많이 바이러스가 배출되기에 삼가달라 합니다. 또한 마스크는 얼굴에 완전 밀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내 공간에 오래 머물면 마스크를 착용하셔도 위험하기에 모임을 삼가달라는 것입니다. 무증상 및 경증이 80%를 넘습니다. 즉 발열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최근 삼가야 할 만남이 있었다면 수칙을 지키지 못한 상황이 있었다면 발열 없는 가벼운 증상에도 신속히 검사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곳곳에서 출입할 때 확진검사 아닌 발열체크를 하는 것은 발열이 없다면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검사를 위해 대상자를 6시간 동안 잡아둘 수 없으므로 선택한 불가피한 대응일 뿐입니다.) 의료수준(시설장비, 의료인력 등)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만 주인시민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는 마음의 문을 여는 데 걸리는 찰나의 시간이면 족하답니다. 감염병 없는 세상, 그리고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을 사랑스런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출산율 제고를 말하기 전에 후손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하며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2.22 17:41

꼭 안아줄래요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어느덧 마지막 글이 되었다. 고민고민하다가 특별히 아름다운 동요의 가사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한경아 선생님의 작사와 윤학준 선생님의 작곡으로 탄생한 예쁜 동요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졌을 법한 예쁜 말들의 나열. 왜 어린 아이들만 이런 가사로 노래해야 하는가. 우리에게도 노래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우리도 조금은 쑥스럽고 오글오글하겠지만 불러보자. 아이들의 동요를. 꼭 안아줄래요. 내 친구 아픈 마음을. 내가 속상할 때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의 잘못은 따뜻한 용서로 안아주고 친구의 실수도 이해로 안아줄래요. 어쩌다 생긴 미움은 어떡할까? 사랑으로, 사랑으로 안아줄래요. 꼭 안아줄래요. 따뜻한 마음으로 꼭 안아주세요. 포근한 마음으로 행복꽃이 활짝, 우리들 마음에 피어나게 꼭 안아줄래요. 내 친구를. 꼭 안아줄래요. 이 노래의 배경은 작사가 한경아 선생님께서 초등교사로 계시면서 아이들이 싸울 때 어떻게 대처하게 할까 고민해서 나온 글이라고 한다.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 예쁜 말들의 나열에 파스텔톤의 동심이 우러나게 윤학준 선생님이 오선에 그림을 그려 완성시킨 곡이다. 처음 팬텀싱어에서 이 곡을 접했을 때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한 죄의식에서인지 따뜻한 위로의 포옹에 감동을 받아서인지 아이들의 순수함이 내게는 다 사라져 버린 아쉬움 때문인지. 누군가는 갱년기라 그래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누구의 실수를,누구의 잘못을 용서와 이해로 안아주라는 이 노래는 현대사회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현실감 없는 가사임에 분명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는 잔인한 뉴스나 범죄의 내용을 보면 얼마나 거리감이 있는 동요인가? 그런 현실에 있으니 동요를 부르거나 들을 때 오글거리고 간질거리는 게 당연할 것 같다. 눈물이 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아닐까? 우리가 바라는 꿈 같은 세상. 그러나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일수도 있기에. 우리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반 친구 중 남학생 아이가 너무 괴롭힌다는 얘기를 눈물을 글썽이며 하더랬다. 그 아이에 대해서는 선생님을 통해서도 들었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아이었다. 내가 실제로 보니 관리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아이여서 딸아이에게 뭐라고 해 줄 말을 찾기 어려웠다. 왜냐면 선생님께 말씀드려라기에도 한두명 아이가 얘기하는 것도 아닐 테고 학부형들도 한두명이 건의를 했겠는가? 그래서 내가 해준 말은 자꾸 속상하게 하면 그냥 꼭 안아줘봐라고. 사실 실천하기 어려웠을 얘기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기에 쉽게 아이에게 주문한 것이지 직접 겪었더라면 욕을 한 바가지, 폭력도 쓸 수 있다면 쓰지 않았을까? 상상으로는 100% 그랬을 거다. 이렇듯 아이들에게만 조언하고 예쁜 세상을 떠넘기는 책임처럼, 동요라 이름짓고 너희들이 부르는 노래야라고 지정하지 말고 우리도 오글거리겠지만 계속해서 되뇌고 불러 보면서 예쁜 말들과 착한 맘들을 지켜보려 노력하면 어쩌면 동요 같은 일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실제로 말썽부리던 그 아이도 6학년 연극제에서 보았을 때 조금은 아이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아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가 보다. 버리지 않고 안아 가는 걸 보면. 많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실수한 누군가를 꼭 안아주는 오늘이었으면 한다.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12.15 18:08

연약함의 미학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어머니의 두 번째 암 수술 후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가 빠져 가발을 쓰셨다. 오랜만에 방문한 외할머니 댁 청소를 하고 어머니는 덥다며 평소 집에서 하시듯 가발을 벗었는데, 딸의 민머리를 처음 본 할머니는 눈물을 터트리셨다. 할머니의 눈물은 어머니를 울게 했고, 손녀까지 통곡하게 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그렇게 삼대가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날이었다.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는 것은 연약함이 가져다 준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를 하느라 온 몸에 그어진 선과 벌겋게 그을린 피부, 연약해진 어머니를 간호하며 붕대를 감아주시던 아버지. 두 분의 대화가 그들을 지켜보던 딸의 귓가까지 들리진 않았지만 아버지는 분명 그리 말씀하셨을 것이다.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 더 잘할게.. 경제 불황 속에 사업하는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고, 백수(白壽)를 넘긴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았던 한 여인의 희생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연약해진 모습 앞에서야 식구들은 어머니의 사랑과 소중함을 재발견했다. 어머니의 투병 속에서 자녀들은 철이 들고, 가정의 결속력이 강해졌으니 고난이 유익이란 아이러니가 진리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연약함에는 역설의 미학이 담겨있다. 길가에 수줍게 핀 들꽃이 삶의 여유를 선사하고, 어린 아이의 작은 미소가 굳은 마음을 녹이듯, 강한 힘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부드러운 혁명인 약함은 신비롭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연약하다는 것은 때로 불리한 요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약자는 강자에게 쉽게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며, 자신의 것을 온전히 주장하지 못한다. 오래전 수렵채집 사회 때부터 이어진 강함이 주는 위력은 오늘 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연약함은 강함이 줄 수 없는 유연함을 지녔고, 강퍅해진 마음을 측은함으로 메꿔주니, 일반적으로 강하고 남성다움을 지향하던 사회에서 최근에는 연약함으로 일컬어지던 부드럽고 평온한 여성적인 리더십으로 전환이 되며 강육약식의 반전도 펼쳐지고 있다. 몇 달 전 만났던 한 유명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아픈 이야기를 쓰라고 권한다고 했다. 삶의 진솔한 고백만으로도 감동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역설이었는데, 그는 연약함을 자랑할 것을 당부했다.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약함을 내려놓고, 부족함을 공유할 때 가식 없는 진솔한 마음이 전해진다. 타인과 비교하며 생기는 시기, 질투에서 자유로워지고, 경계의 대상에서 협력해야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은 자포자기가 아닌,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세상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꽃들이 흔들리며, 그리고 젖으며 피었듯, 우리의 인생도 비와 바람에 젖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지금의 연약함도 지나고 보면 강함으로 새로운 꽃을 피워낼 것이다. 성탄절을 맞으며, 낮고 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떠올린다.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 아픈 이들, 고통 받는 이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몸소 연약함을 택했고, 이로 인해 인류에게 신의 사랑이 전해졌다. 우리도 지금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훗날 가슴에 빛나는 훈장처럼 모진 풍파 이겨낸 썰을 누군가에게 풀어주고, 위로해주고 있을 그날을 위해 지금 그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약할 때가 곧 강함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2.08 18:01

지역에너지센터는 전북형 K-뉴딜 성공의 첫 단추다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미 대선 결과 바이든이 선출되었다. 바이든은 그의 공약으로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100일 이내에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해 주요배출국의 2030년 목표 상향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기후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가가 생산하는 고탄소제품에 탄소국경세 등의 조치를 취하고, 기후목표 달성과 무역 정책을 연계해 파리협정 목표 상향을 무역 협정의 조건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몇몇 기업들의 움직임이 발 빨라 보인다. 더이상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고, RE100 기업을 선언하기도 하며 재생에너지 투자 펀드를 긴급히 신설하기도 한다. 시의적절하게 지혜를 모으면 새만금을 중심으로 RE100 선언 기업들을 모아 특구를 조성해 향후 전북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대내외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지역 에너지센터 신설 추진계획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주영은 전라북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과 전라북도, 전라북도의회가 공동 주최한 전북형 K-뉴딜,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주제로 한 전북도당 K-뉴딜위원회 종합토론회에서 K-뉴딜 전담 실행기구로서 지역 에너지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년 전부터 논의가 있었고 마침내 제4차 전라북도 지역에너지계획에 과제로 담겼으나 1년여간 수면 아래에 있던 지역에너지센터가 산업부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인공호흡기를 만난 격이다. 산업부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 정책이 지역사회에 확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역에너지센터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중장기적인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역에너지센터 신설에 시범적으로 내년에 25억 원의 사업비를 편성했고, 12월에 공모를 통해 지원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K-뉴딜 발표 당시 빠졌던 지역균형뉴딜을 뒤늦게 추가한 것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K-뉴딜의 핵심인 그린뉴딜에서의 구체적인 어떻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지역에너지센터를 설립하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국가가 검토하고 있는 탄소배출 감축량에 부합하게 감축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에 맞추는 누구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계획 수립 및 실행, 재생에너지 관련 갈등관리, 건물에너지 효율개선사업, 에너지빈곤실태 조사 및 지원사업,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을 진행하고 지속적인 전라북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문 집행기구로 안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조건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린뉴딜과 관련한 모든 도 부서들과 기관들, 연구자들과 민간 활동가들과의 거버넌스가 이뤄져야하고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에 한해서는 부서 간 통합 정책을 논의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목표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자율적인 예산 편성 및 지출이 가능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전환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활동가 집단과 연구자 집단, 그리고 행정의 결합 형식을 취하는 상근 구조가 필요하며 사람을 남기는 지역 역량 강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넷째, 어떤 기관이나 특정 인물에 휘둘리지 않는 운영의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조건들이지만 충분한 숙의를 거쳐 향후 전북형 K-뉴딜을 평가할 때 성공의 첫 발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2.01 18:14

질병 대응의 으뜸은 예방, 예방 중 가성비 최고는 접종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개선되어 더는 볼 수 없는, 앞으론 있어서는 안 될, 가여웠던 과거를 회상해봅니다. 수년 전 쌀쌀한 늦가을 어느 새벽, 당시 근무하던 보건소 현관 앞에 수많은 어르신이 깔개에 움츠리고 앉아서 독감예방접종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따스한 낮 시간에 오시지 그러셨어요.라고 말씀드리니, 강선생은 몰라서 그런 말을 하오. 얼른 맞고 가서 할 일이 좀 많아야지! 하십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글썽여집니다. 우리를 키워주시고 지금의 이 나라가 있게 하신 분들인데, 이런 애처로운 모습이라니! 다행히도 이제 더는 대한민국에 이런 장면은 없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릴 상황입니다. (참고로, 우리 몸은 아침에 깨워져 흐르는 시간과 함께 준비되어 갑니다. 접종은 충분히 준비된 몸 상태의 낮 시간을 선택해주세요.) 약제의 이송과정을 철저히 살피고, 접종 전 주사제 육안검사를 의무화하여, 문제점 발생 시 이를 인정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안전을 위한 권고수준 이상으로 적극대응하여 전량 회수 조치하는, 이렇듯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신뢰할 수 있는 나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코로나19를 맞아 열심히 싸우는 지금, 독감예방접종이 안전할까 하시며 여전히 망설이시는 분들까지도 가장 기다리는 선물은 바로 예방백신일 것입니다. 해마다 대규모 예방접종이 시행되므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반복될 수 있기에 오늘의 주제로 삼아서 말씀드립니다. 백신은 감염성 질병에 대항하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가정해 봅니다. 만약 근육에 주사하는 독감예방약제에 진짜로 문제가 있다면, 발생률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세대를 막론한 이상반응이 발생했어야 하고, 특정 장기(臟器) 또는 여러 장기에 걸친 이상반응이 발생했어야 했는데,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생산적 의심을 하시는 여러분이 국민으로 존재하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종두법, 감염병(천연두)으로 쓰러져가는 많은 백성을 살리기 위해 일찍이 지석영 선생과 같은 선각자들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 걸고 이룬 업적 위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독감접종은 엄격한 임상시험은 물론, 해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에게 상용되고 있음을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질병에 대한 다양한 분류 중 비감염성과 감염성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비감염성은 좋지 않은 생활습관 등을 원인으로 우리 몸에 변화가 발생하는 질병, 즉 손목염좌(손목 삠),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 등이 이에 속합니다. 감염성은 몸 밖 병원체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변화를 일으키는 질병, 즉 바이러스성 감염(코로나19 등), 세균성 감염(결핵 등), 진균성 감염(무좀 등)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감염성 질병에 대한 대응은 방역수칙 준수, 백신접종 등 예방요법과 항생제 등 투약에 의한 치료요법이 있습니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켜주시면 침입 차단이 가능하며, 병원체를 조작하여 안전하게 만든 약제인 백신은 접종을 통해 싸워줄 군인(항체)을 미리 양성하여 침입한 병원체에 대응하기에 적극 권장하는 예방법입니다. 우리 몸은 백신접종 후 항체 만드는 일을 시작하니 몸상태가 안정적일 때 맞으셔야 하고, 접종 후 과로를 피하시고 충분한 안정을 취하셔야 정상적으로 항체형성이 가능합니다. 제가 선조의 피와 땀, 국민의 노력으로 일궈지는 대한민국의 일원임이 진정 자랑스럽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24 17:59

잘 하는 걸 더 잘 하자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나와 동료들은 못하는 것을 알면서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추게 하는 곳에 선다는 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고 정신줄을 바짝 차리게 하며 예민한 작업인지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다. 우리처럼 직업으로 삼아 일하는 성악가들도 그러는데 학생들이 입시나 콩쿠르 실기라는 무대에 나설 때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겠는가? 그 때마다 내가 제자들,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어차피 준비된 건 여기까지다.네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더 좋아지는 건 한계가 있다. 인정하고 네가 잘 하는 부분에 집중해라. 이 얘기를 공연 한달 전부터 하는 건 아니고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너무나 긴장하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5장, 6장 길게는 12장이 넘는 그 곡들을 대할 때 계속해서 못 하는 곳에 집중하고 그 곳을 해결하려고 모든 관심을 거기에만 둔다면 들어가는 걸음에서부터 무겁고 한숨 섞인 걸음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때마다 다행히 잘 했다면 모르지만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는 더 긴장하기 때문에 더 실수하게 될 때가 많다.) 계속 실수하게 된다면 노래하는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굳어질 테고 자신감은 바닥을 칠 것이며 다음으로 진행하는 게 계속 겁나고 무서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어차피 못 하는 부분들은 버려. 생각하지도 말아. 그리고 네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이 부분에 집중을 하고 이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신경 써. 그렇게 주문을 하면 일단 표정부터 달라진다. 자신감이 생겨나고 무대에 설 때도 좀 더 환한 표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 맘으로 진행하면 평소에 안 되던 부분들이 풀릴 때도 있다. 어차피 안 풀리고 어려운 부분이라면 이런 자세로 편하게 대하면 일단 즐겁지 않을까? 걱정을 여기저기에서 끌어다가 해서 문제가 풀리고 해결이 될 거 같으면 몇 날 며칠을 끌어안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하하하, 어떻게든 되겠지 했을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했던 적도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들이 아니고 너무나 열심히 준비했고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대할 때 해주는 조언이다. 무대 들어가기 전까지 벌벌거리고 계속해서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세상 뭐 있어? 그냥 썅~ 하고 꼴통처럼 하고 나와버려 이렇게. 어차피 조건은 똑같다. 같은 조건에 너무나 걱정을 하고 못하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보단 걱정은 일단 접어놓고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테고 나 또한 주눅들어 하지 않고 어쩔 건데? 하면 자신감 있게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을까? 그럼 결과는 어느 것이 좋을까? 무대에서만 통하는 방법은 아닌 거 같다. 그런 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인생에서도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을 해서 일을 해결할 때 오히려 잘 풀리는 것들이 많았다. 부정적인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좀 더 밝은 모습의 사람으로 변했다.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도 많아지게 된 거 같다. 조심스럽게 여러분에게도 조언이라는 것을 해본다. 일단 걱정은 접어두시고, 잘 하는 걸 더 잘 해 보세요. 뭐 어떤가? 이제 태어나도 아무리 길어도 100년밖에 더 살겠는가? 인생 길지 않다. 못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보다는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이 많은 것이 내게 좋지 않을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17 18:42

범사에 감사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최근 삼례에서 만난 35년 양봉업 종사 전문가가 말하기를 꿀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으는 꿀의 양은 작은 티스푼 1스푼이라고 한다. 꿀벌이 장성해 일을 할 수 있는 20여일 한 평생을 바쳐서 모은 꿀이 고작 그 정도라니 그동안 수도 없이 꿀차를 마시면서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을 마주했다. 보통 4~5스푼을 넣고 타먹던 꿀차는 꿀벌 4~5마리의 인생을 그대로 마셔버린 것이었다. 고귀한 생명체의 숭고한 헌신이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희생으로 바쳐졌다고 생각을 하니 쉽게 떠먹던 꿀은 더 이상 그냥 꿀이 아니었다. 소중했고, 귀했고,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꿀과 꿀벌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한동안 꿀벌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새로 알게 된 신비로운 이야기, 꿀벌들의 수고를 많은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고, 동일한 감동과 감사가 꿀차 한잔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이 세상은 누군가의 헌신에 의해 풍요롭게 채워진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지함이 그 헌신과 희생을 감사하지 못하게 한다. 영국의 수필가 아이작 윌턴의 말처럼 우리는 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복인지 모르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을 잊고 산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그냥 된 것이 없었다. 무언가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우리 삶에 충족되기까지를 보면 늘 어떤 이의 수고와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식탁에 오른 반찬 하나에도 농부의 땀이 서려있고,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 전자기기에도 그것을 만든 이들의 땀이 스며있었다. 무엇보다 빈손으로 태어난 한 생명이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보살핀 아버지가 계셨고,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이 있었다. 어머니 눈가의 주름과 아버지의 초라해진 뒷모습이 비로소 보일 때에야 그것을 헤아리게 되니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것은 왜 이리 오래 걸릴까. 비관적인 현실일수록 감사를 구해야한다. 감사할 것이 없다면 더더욱 감사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감사할 때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상태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감사함을 느낄 때 뇌의 좌측 전전두피질을 활성화 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호르몬을 변화시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도록 돕는다. 결국 긍정의 감정은 고난 속에 회복력을 높이고, 감정의 선순환을 일게 하여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한 인터뷰에서 방송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선한 척, 공익을 위하는 척, 남을 배려하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척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고, 계속 그런 척을 하다 보니 그게 내 삶이 됐다. 하는 척을 하나 진짜로 하나 결과는 똑같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는 척이라도 하다보면 정녕 그 모습이 생길 것이다. 감사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현재 삶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척이라도 해보고, 일상에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갈 때, 진짜 감사한 일들로 삶이 채워질 것이다. 감사의 계절, 여기까지 삶을 이끌어주고 오늘을 존재하게 했던 모든 것에 감사를 그려본다. 우리 삶에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이는 우리 인생에서 삶을 누리고 만끽할 때 항상 상기해야 할 감사의 이유들이다. 당연한 것이 없는 세상에서 오늘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자!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강주연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10 19:16

민관협력은 공짜가 아니다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몇 해 전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돼있지 않는 어느 군청 공무원과 미팅을 가진 일이 있다. 당장 사업비를 책정할 수는 없으니, 일단 성과를 내고 다시 만나자.라고 답변이 왔다. 지역민들과 함께 해당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의제와 실천목표를 만들고 사업도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사업비는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지는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계획서에 인건비가 책정돼있는데 이런 건 보통 봉사활동으로 하지 않나요?였다. 사무국장 한 명의 인건비가 시쳇말로 공돈으로 보였나보다. 지속가능발전법이 정의하는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또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잔정과 통합 및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말한다. 제21조와 22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민관협력단체에 해당 업무를 위임 또는 위탁할 수 있게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수행하는 국내외 활동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포함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상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민관협력단체로 규정돼있다. 일부 지자체의 해석이 개입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예산의 범위 안에서다. 민관협력이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일이라고 여겨지면 예산이 없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임실, 장수에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설치돼있다. 이 중 한 명 이상의 상근직원 인건비가 지급되는 곳은 네 지역이다. 나머지는 사업비도 미미하고 인건비가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 내년에 23회 대한민국지속가능발전대회가 개최되는 전라북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중 그린뉴딜에서 2025년까지 약 66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과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분야에서다. 제시된 모든 분야가 이해관계자의 충돌이 잦은 영역이고 민관협력이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정작 민관협력을 위해 계획된 예산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사업은 제시되었지만 누가 혹은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민관협력은 공짜가 아니다. 공무원이 혼자 사업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면 그만인 시대는 곧 종말을 맞게 되리라 감히 확신한다. 공무원과 시민, 전문가, 기업이 협력하는 일은 종종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처럼 보이지만 협력하지 않다가 저항에 부딪히는 것보다는 빠를 수 있다. 그래서 원탁회의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있고 민관협력전문가나 활동가가 필요한 시대다. 환경보전전문가, 소통기획전문가, 거버넌스기획가 등의 새 직업들도 필요한 시대가 머지않아 다가올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민관협력 일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일부 사업처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길거리 쓰레기를 줍자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세상을 건네주기 위해 기획하고, 시민들을 모아내고, 공동의 의제와 실천목표들을 만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8번에 기초한 좋은 일자리면 더 좋겠다. 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03 19:30

공중보건의사 배치 제도 개선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의료계를 염려하시는 주인이신 국민과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더불어 잘 사는 방안들은 많습니다. 저는 허준 선배님처럼 깊이 아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또한 솔로몬 임금님처럼 폭넓게 보는 정책결정권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 업무에선 전문가보다 폭넓게 볼 수 있고, 정책결정자보다 깊이 알 수 있기에, 오늘은 제한된 의료자원(공중보건의사)의 효율적 배치에 대해서 두 분께 여쭙는 대신 현장의 정책제안자로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020년 현재, 몇 건물 건너마다 존재하는 의료기관, 지금의 상대적 풍요 이전에 우리 선조들께서는 의료서비스를 받기 무척 어려웠습니다. 의사가 없는 무의촌(無醫村,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이 허다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는 국방의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의사들에게 군의관공중보건의사의 역할로서 국방의무를 하도록, 보건소지소를 설치하고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여 국민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서 지금껏 수많은 미담과 함께 그 공헌은 실로 대단했다는 평가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상황도 변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께서 열심인, 발전하는 나라일수록 세월과 함께 상황도 급변합니다. 애초 공중보건의사 배치는 의료취약지역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현재 의료취약지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족하나마 의사와 의료기관도 늘어 과거에 비하면 없다고 해야 할 의료취약지역이, 높아진 의식 수준과 문화 수준 그리고 함께 높아진 눈높이와 기대치에 따라, 개념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취약지역의 구분은 과거의 무의촌이 아닌, 지역 내의 의료 전문성과 접근성 등으로 판단합니다. 예로, 지역에 특정 과목(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전문의가 없으며, 교통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30분 이내의 접근성을 갖지 못한다면 의료취약지역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배치 권한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만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지방정부에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 배치기준 또한 배치 기관과 시설 중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를 가장 우선순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 실현 및 강화를 위해 우선순위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예로, 14개 시군으로 구성된 전북지역에 여러 의료취약지역이 존재하는데, 복수의 지역에 부족한 특정 과목 전문의를 특정 시군의 보건소지소에 배치하는 것보다 거점병원에 배치하는 것이, 응급의료기관에 배치하는 것이, 119 구조구급 지도의사로 배치하는 것이, 더 많은 국민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우선순위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수행 업무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보건소지소에 머물며 하루에 10여 명 남짓의 지역민을 위한 단순(만성질환) 진료업무도 가치가 있습니다만, 다양한 의료업무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지자체 역학조사관으로 배치되어 감염병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는 형태의 원격의료(대면을 전제한 영상방문 진료 등)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국민께 드리는 값진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는 문제는 의료인력 양성 및 의료시설장비 구비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7 17:22

호박고구마로 웃게 하는 힘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우연히 티비를 보는데 연기 인생 60년이라는 나문희 선생님께서 영화 제작 발표회를 가는데 너무 떨리고 무섭다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아, 저렇게 연륜이 있는 분도 떨리고 기대하시는구나 라고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가 60년이란다. 내 나이보다도 많은 세월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티비에서 그냥 얘기만 해도, 앉아만 있어도 괜시리 코가 찡한 느낌이 든다. 몇 마디 안 하는 생활연기에서도 마치 나의 엄마인듯 나의 할머니인듯 맘에 와 닿기도 하고 그가 조금이라도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면 난 폭풍눈물이 나오고, 그냥 별 의미 없는 호박 고구마 한 마디 크게 외치는 게 왜 그리 웃긴 건지 한참을 배를 잡고 웃게 된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그가 내뱉은 첫 마디 또한 인상깊다.어머니의 하나님과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도 그지만 어머니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딸의 종교를 존중해주고 인정해준 것이 아닌가? 딸아이야 어머니의 종교를 뭐라 할 수 없고 내 종교를 믿으시오 할 수 없는 약자이니 그의 어머니가 딸에게 자유를 준 것이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컸으니 나문희 선생님 또한 어머니의 가치관과 종교관을 존중하는 저런 소감을 발표한 것은 아닐까? 이처럼 너무 갇히지 않은 생각의 소유자라는 사실 또한 그의 연기의 힘이 아닐까라고 새삼 느껴졌다. 지금의 사회적 이슈들을 볼 때 참 이런 분들만 계시면 뉴스에 나오는 험한 장면들은 보이지 않을 텐데. 종교의 자유를 이상한 곳에 붙이는 일도 없을 테고 어찌 됐건 남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 그런 상황들을 만들지는 않을 텐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어른이들이 계신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다시 나문희 선생님 얘기로 돌아오면 죄송한 얘기지만 젊어서부터 주연보다는 나이 든 역할을 했기에 사실 존재감이 큰 연기자의 삶을 살았던 세월은 아니셨던 거 같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냥 평범한 말을 조용조용 뱉어내는 데 그 말에 힘이 있는 배우가 되어 있다. 그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이지 않을까? 예쁘고 멋진 역할은 누구든지 맡아서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우 나문희만의 색깔은 인생을 그렇게 산 것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딱 본인만의 색깔이 입혀져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떠한 색을 입고 있을까? 내가 뱉는 얘기들이 과연 힘이 있을까? 힘이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라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적어도 또 뻥치시네 정도는 아니길 바라는데 나에 대해 느끼는 것은 상대방이기에 내가 판단을 할 수 없어 어러운 거 같다.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미래이고 희망이지만 어른이들이 본인들의 색깔을 잘 입지 않으면 미래와 희망의 색이 밝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기적인 것도 이해하겠고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본인이 그렇다는데 따지고 어쩌고 실랑이하고 싶지도 않다. 저렇구나 하고 넘기면 되니까. 그런데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어른이들만은 안됐으면 좋겠다. 나의 색으로 인해 남에게 상처로 번지지 않게 하는 어른님들이 되어줬으면 한다. 팍팍한 고구마 같은 시대에 나문희 선생님의 호박 고구마가 큰 웃음이 되듯 어른이들의 밝은 색채들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게 곱게 나이들어 갔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0 16:02

틈과 흠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가을 햇살을 닮은 만개한 해바라기 밭이 친정집 근처에 생겼다. 분명 지난번 방문까지 쓰레기 더미가 쌓였던 곳이었는데 의아해하자 아버지가 그러신다. 비양심적인 사람들 한두 명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며 점점 쓰레기가 쌓여갔고, 보다 못한 아버지와 동네 주민들이 꽃을 심으셨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자 쓰레기 같은 양심들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고, 대신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법칙의 실증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이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번져가듯,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저분한 곳, 파손된 차량에는 쓰레기가 더 쌓이고, 반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계속 깨진 유리창이 생겨나고, 때로는 그 틈으로 무절제의 만행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시름한다. 공터에 쌓였던 쓰레기는 때로는 귀찮아서,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이 보지 않는 순간을 기다리며 사는 우리네 자화상은 아닐까 싶어 씁쓸한 잔상으로 남았다. 바르게, 그리고 옳게 산다는 것은 기본적인 삶의 태도일 텐데, 엄격한 자기수양을 하듯 많은 것들을 절제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그야말로 확찐자가 되었다. 팽팽하게 돌아가던 일상이 코로나에 순응하며 멈춰서자 그 틈을 타고 게으름이 스며들었다. 외부 일정이 없으니 괜찮아, 잘 먹어야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 아니냐라는 핑계들로 삶이란 창에 구멍을 냈고, 에라 모르겠다란 한 마디로 모든 절제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공터에 버려지기 시작한 쓰레기마냥 하나, 둘씩 합리화로 이유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한계치를 넘어서며 죄책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 사이 놀랄 만큼 체중이 증가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생각해보니 결국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던 틈을 방심했던 것이 치명적인 흠이 되었다. 견고한 성벽도 작은 구멍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듯, 균형을 잃은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은 걷잡을 수 없게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삶을 바람직하고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고백하며 인생의 우선순위에 있는 일을 순서로 목표를 세웠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절제, 인내, 질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소박한 삶, 성실하게, 청결하게, 실용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13가지 덕목을 철저하게 적었고, 계획과 점검을 통해 수많은 업적을 남기며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 위대한 이도 이렇게 자신의 연약함을 알아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무슨 배짱으로 하루하루를 방목하며 살아왔을까. 자유를 만끽하던 삶에 찬바람이 불어오며 마음이 스산해진다.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눈을 질끈 감고 살아왔더라면 이제는 삶 속에 깨진 창문은 수리를 하고, 찰진 계획을 세울 때다. 더 매서운 바람이 불기 전에, 틈이 흠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진 말아야겠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13 17:43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아십니까?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574돌 한글날을 앞두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듯 우리글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새삼 이때쯤에야 곱씹게 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인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를 말이다. 언제부턴가 말 속에 영어단어 몇 개를 섞어야 자연스러워진다.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기업들도 영어로 이름을 짓는 것이 별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몇 해 전 공영방송에서 영어로 지어진 기업들 이름을 나열하며 세종대왕님은 얼마나 속상하실까요?라고 올린 글에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댓글은 세종대왕님은 K*S를 모르실 텐데요?였다. 전 세계적으로 언어는 나라의 수를 넘어설 정도로 다양하지만, 고유의 문자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터키어, 심지어 필리핀어까지 약간의 변형과 변칙을 포함해 알파벳을 이용한 문자 생활을 한다. 우리말을 기록할 수 있는 우리글이 없는 상황을 우리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런데 요즘 느끼는 한글의 위대한 점은 따로 있다. 세계의 모든 언어를 소리 나는 대로 받아쓸 수 있다는 점이다. 비티에스가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원정 4라운드에서 두 골을 기록했다. 독일 사람들은 사랑한다를 이휘리베디휘라고 한다. 그렇다. 꼭 우리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글로 세상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점은 뜻하지 않게 실질 문맹률을 늘렸다. 최근 기사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정도인데 문장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이 75%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개진, 개소, 견지, 괴리, 금어기, 적기, 상시, 통상현안 등 법률 용어들이나 행정 용어들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훈민정음에 따르면, 우리가 중국 글자를 빌려 우리말을 적고 있으나 이는 중국말을 적는 데 맞는 글자이므로 우리말을 적는 데 맞지 않아 (한자를 배우기 쉽지 않은) 일반 백성이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이 뜻하신 바와 다르게 우리는 여전히 한자를 한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질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법제처가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알기 쉬운 법령사업이다. 전문용어나,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고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고쳐나가는 사업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더 심각한 요인도 있다. 늘어나는 줄임말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글자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용어들을 줄이는 기사들이 쉽게 보이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소위 힙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줄임말을 공부해야 아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말과 글자는 소통을 위한 것인데 그 본연의 역할을 거스르는 일들을 우리는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쉬운 말을 쓰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영어를 섞고, 한자어를 섞고, 줄임말을 섞어 소통에 어려움을 주는 사람들을 유식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아바라가 아이스 바닐라 라떼의 줄임말임을 모른다고 해서 세상에 뒤처진다고 생각해서는 우리의 말과 글이 산으로 갈 지 모른다. 이번 한글날에는 쉬운 우리말로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06 16:36

알아야 면장(免牆, 갑갑함을 면한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권력엔 맞서되 국민엔 맞서지 말자. 국가가 있고 국민이 계셔 내가 있다. 언제든 돌아와 다시 마주할 국민이거늘. 선한 목적엔 선한 수단만을 선택하자라는 독백과 함께, 국민을 볼모(?)로 한 휴진으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 의료계의 어떤 설명으로도 관계 회복이 쉽지 않겠습니다만, 휴진의 이유를 들어보는 것과 생명을 담보로 휴진한다며 비난하는 것 중, 주인이신 국민께서 우선 선택하실 것은 듣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프면 만나야 하는 그들이라서가 아니라 주인이시기에 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하셔야 합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저 자신도 의사이기에 마음 아픈 시간이었습니다만 우리 국민께 더욱 다가서며 섬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위기에 더욱 올바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때론 조언하듯 때론 내 일처럼 숲도 나무도 들여다봐야 하기에 오늘은 서로 다른 의견이 첨예한 공공의대설립에 대해서 허준 선배님과 솔로몬 임금님께 여쭤 들은 내용을 정리해보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예로 들며 공공의료대학원이 실패할 거라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실패는 대학이냐 대학원이냐 하는 학제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의대는 스스로 공공의료의 길을 걷겠다는 지원자로 채워진다는 답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불공정한 학생선발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만,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입니다. 용역보고서에 담긴 방안만으로도 국민께서 회초리를 드셨습니다. 숨겨져(?) 있던 과거의 부끄러운 사례들도 드러나 국민 앞에서 심판을 받는 나라입니다. 그러기에 국민의 관심과 전문가들의 논의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학전형이 준비될 것입니다. 음서제(蔭敍制) 운운하며 지속되는 논란은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호도왜곡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일 뿐입니다. 서남의대처럼 부실교육을 염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국가가 국민을 위해 직접 나서 운영하겠다는데 부실사학과 비교라니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이런 말을 정말 믿는단 말입니까? 수련체계도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하여 국내 다수 의료기관에서 최상의 내용으로 마련되어 부러움을 살 것입니다. 대안이라며, 기존 의과대학 정원의 일부를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방안들, 지역의사 처우개선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통한 다양한 공공의료 강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공공의대 설립의 대안이 아닌 병행해야 할 좋은 방안들임이 분명합니다. 전북 남원의 지역사업이라고들 합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정치인이고 의료인이라면 제가 이 나라의 유권자요 의료인 중 하나라는 것이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공공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하고 공공의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하여 양성된 의사들이 전북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의료취약지역에 배치되는 엄연한 국가사업입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비교합니다만, 국토의 면적인구밀도며, 의료이용정도,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 국민을 섬기는 자세 등 하나같이 모두 다르기에 단순비교는 옳지 않습니다. 해외사례는 우리 것을 만들기 위한 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 국민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공공의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 아래, 행정인도 의료인도 정치인도 서로 진지하게, 오직 주인이신 국민을 위해, 우리 것을 만들어 갑시다. 신뢰는 상호작용입니다. 서로가 색안경을 벗어야 세상을 바로 볼 수도 자신을 바로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9.22 16:38

버티기 그리고 또 버티기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비오는 날의 꿉꿉함보다 더 불쾌함을 담은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고등학생 때 내가 잠시 노래를 가르쳤고 다행히 대학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었다. 세월이 흘러서 대학을 졸업했고 어느 학교의 임시교사로 부임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 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두 아이를 두고노래도 너무 못하고 게다가 소리도 없는데 왜 전공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나라면 그만두라고 얘기하고 싶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 한 모양이다. 물론 뇌라는 것은 맘껏 사고할 자유가 있고 입이라는 것도 자유롭게 얘기할 권리가 있으니 쉽게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다.그리고 아직 그 친구도 어리기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려다가도 아이들을 담당하고 가르쳐야 하는 사람의 마음 가짐이 그렇다는 것에 많은 실망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대학시절 얘기다. 처음 전공을 결심했을 때 소리는 어느 정도 타고 났고 오랜 세월 피아노를 친 덕분에 노래를 하는데 좀 수월하게 접근했었다. 그러나 웬 일. 대학시절 난 노래를 너무 못했고 그로 인해 무대에 서는 게 벌벌 떨리게 무섭고 긴장되고 싫었다. 못했다는 수준이 보통 에이, 어느 정도는 했겠지 엄살은.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정말 수준 이하였다. 꼴등은 맡아서 했었고 성악 교수님은 다른 아이를 통해 내게 전공을 피아노로 바꾸기를 권유할 정도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왜 그렇게 노래를 잡고 했을까? 그 정도면 내 길이 아닌가? 한번 생각도 해볼 만 한데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했다.내 처지와는 상관없이 말도 안되게 잘 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왜 난 저렇게 못하지? 울면서, 속상해하며 그냥 연습실에 주구장창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그냥 다른 생각 없이 꾸준히 잡고 버텨내서 그나마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 어찌되었건 지금의 난 공연을 하고 있고 적어도 노래를 못한다는 말은 듣고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을 처음부터 정주행하다가 울컥했던 말이 생각난다. 부캐로 라면을 팔던 유재석에게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가 가게로 찾아왔다. 한참 얘기를 진행하다가 그냥 설거지하다가 무심하게 턱하니 후배들에게 던진 유재석의 말 진짜 버티느라 고생들 했다. 그 말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개그맨들이 어느 자리까지 가게 된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걸 알기에. 유재석 본인도 너무 잘 하고 싶었으나 어려운 과정들을 겪어내고 버텨내서 그 자리까지 간 것에 감사하고 여전히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모두는 어느 자리에서 버텨내고 있는 거 아닐까?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내 보는 거다. 그러고도 안 된다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보고 싶었던 길을 가보고 확인은 해보지 않겠는가? 후회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재능이 있어야 잘 하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재능은 소리나 음감, 리듬감, 무대체질 등이라 여겨질 것이다. 그 어린 선생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아무도 누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버텨내는 고집과 집념이야 말로 가장 큰 재능이라는 것을. 적어도 칼을 꺼냈다면 무라도 베 보든지 적어도 무인지 배추인지는 구분할 때까지 칼을 갈아본 사람을 평가해야 된다는 것을.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09.15 16:34

브라보, 당신의 인생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버킷리스트.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 이후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쓰이는 말이 됐다. 이와 함께 2010년대 초, 생을 가치 있게 마무리 하자는 웰 다잉(Well Dying)이 트렌드로 확산되며 죽기 전까지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며 살아보는 것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그동안 사회에서 부여받은 지위와 가정 안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으니 더 늦기 전에 본연 그대로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아를 찾아가자는 것인데, 후회 없는 생을 위한 귀한 도전이 된다. 라디오를 제작하고 직접 진행하는 일을 한다고 소개하면 많은 이들이 이런 말을 건넨다. 라디오 디제이(DJ)는 내 인생의 꿈이었는데 좋으시겠어요. 좋은 말과 따뜻한 사연, 선별된 곡을 보내주는 디제이는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안식을 선사하는 자리, 꽤 근사해 보이는 자리인가보다. 물론 그것만이 업무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적어도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지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라디오 진행이 꿈이었던 분들에게 라디오를 직접 진행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눠드리고 있다. 올해도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썸머스페셜 1일 디제이 이벤트를 진행했고, 17명의 청취자와 만났다. 50세가 되니 인생의 2막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주부님, 성우를 지망하는 학생으로 미래의 꿈에 한발 더 나아가고 싶다는 24살 청년, 사랑하는 세 남매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40대 어머니, 따돌림을 당해 힘들어 하는 초등학생 딸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 함께 신청한 모녀, 편도 수술과 성대 결절로 아픔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28살 가수지망생, 라디오를 정말로 사랑해서 디제이가 꿈이었던 58년 개띠 소녀까지. 다양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각각의 색이 입혀져 세상에 나아갔다. 특히, 33살의 외동아들을 심정지로 잃은 아버지는 디제이로 참여하며 겸허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가셨다. 당시에는 죽을 것 같은 아픔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살아간다는 고백으로 눈시울을 붉히셨다. 방송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앞으로 아픔을 숨기지 않고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속이 시원하다고 하신다. 남들이 보면 소소해 보일지 모르나 갈망해오던 하나의 목록이 지워졌고 드디어 꿈을 이뤘다. 도전을 완성하며 본인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성취의 기쁨을 맛보았기에 다음 도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성공과 성취를 위해서 단순히 열정과 근성만이 아닌 담대함과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 즉, 그릿(GRIT)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희망사항 집약체인 버킷리스트도 낙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을 이어나갈 때, 비로소 자신이 꿈꿔왔던 최고의 성취와 만족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각 사람의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다.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방향을 잡고, 더딜지라도 중단하지 않으면 도달할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지우기 위해 1일 디제이에 신청한 17명은 적어도 용기를 냈기에 2020 여름 소중한 추억을 갖게 됐다. 각각의 인생 주인공들이 저마다 해피엔딩을 꿈꾸며 노력하는 삶이야 말로 브라보, 당신의 인생(Bravo, your life)이라고 칭송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찬란하게 빛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이라도 도전해보자!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9.08 17:14

제로 플라스틱을 위한 즐거운 상상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지난 칼럼에서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전북지속협)이 객리단길 카페 업주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는 제로플라스틱전북-객리단길 운동에 대해 소개드렸다. 이번에는 1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상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여럿이 같이 꾸는 꿈은 종종 현실이 된다. 아래 장면들은 현실이 되기를 희망하는 가상이다. 언급한 기관명 역시 마찬가지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장면 하나. 2020년 10월, 전라북도지사는 전북형 그린뉴딜 사업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전라북도를 표방하고, 2025년까지를 목표로 모든 부서에 실현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우선 올해까지 도 산하 공공기관 모든 곳에서 1회용 플라스틱 퇴출을 지시했다. 이에 전북도 환경녹지국장은 제로플라스틱전북 시범사업을 정규사업으로 편성하고 확대 시행할 계획을 보고했다. 장면 둘. 전라북도교육감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1회용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무적으로 교육할 것을 권고하고,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과 학교 내로 1회용 플라스틱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등교 시 개인용 컵을 휴대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일선 학교에 개인용 컵 초음파 세척기 보급 검토를 지시했다. 장면 셋. 2020년 11월 전주시장은 1회용품 없는 도시, 전주 선언을 발표했다. 생태도시전주를 기반으로 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전주시 모든 마트와, 시장, 식당, 커피숍, 편의점 등에서 1회용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고강도 대책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었던 비닐봉투는 판매가 금지되며, 생분해성봉투일 경우에만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커피숍과 편의점 등에서 사용하던 1회용 플라스틱 컵 역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생분해성 용기의 경우도 제공은 불가하며 별도 판매만 가능하다. 1회용 플라스틱 빨대 역시 제공이 금지된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생분해용기 구입에 대한 보조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마찬가지로 1회용 플라스틱 제공이 금지되며, 신규 출점시 뿐만 아니라 현재 영업중인 모든 곳이 이번조치에 포함된다. 전라북도와 마찬가지로 관공서 내에 1회용 플라스틱을 근절하기로 했으며, 전주 얼수의 포장도 생분해성 용기를 도입하는 것과 전주시 내 모든 현수막도 생분해성 재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장면 넷. 전북지속협과 전주지속협은 전라북도, 전주시와 함께 전주형공유컵을 전주시 전체로 확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전주시 카페 모든 곳에서 공유컵 대여가 가능하며, 모든 카페에 반납할 수 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유컵 수거 및 세척, 배달을 위한 청년벤처 육성을 지원하고, 전북디지털사회혁신지원센터는 위치기반 서비스와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공유컵 사용량과 이동을 분석해 제공함으로써 활성화를 돕게 된다. 또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전주 한옥마을에 길거리 음식 판매를 위한 다회용기를 제작제공하고 주요 입구 및 거점에 친환경 식기세척기를 장착한 기프티카를 제공하기로 했다. 혼자 하는 상상이니 빈약할 수 있다. 빈 곳들은 독자분들이 채워주시길 부탁드린다. 당장의 불편함을 이겨내면 우리는 전 세계적 모범이 되는 또 하나의 한류의 중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회용품 없는 도시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관광 인파를 마지막으로 상상하며 글을 맺는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9.01 17:14

자신에겐 엄격하고 주위에 관대하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솔로몬 왕, 허준 선배님의 늦은 휴가 덕분에 오늘은 제가 주연이 되렵니다. 꽤 오래전, 15년은 흘렀을까요. 30대 중반의 제가 모임에서 청년부 교사 역할을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대학생 두 명이 묻습니다. 선생님,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 죄인가요? 제가 답합니다. 아니, 왜 내게 물어요? 신께 여쭤야죠? 묻는 걸 보니 평소 제가 싫지 않았나 봅니다.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죄라 생각하면 조금의 고민도 마세요. 설령 죄가 아니라 생각해도 주변을 살피길 바랍니다.라며 그 이유도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은 자신 혼자가 아니더군요. 자신과 달리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변명 또는 불필요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어린이들에게는 신체적 위해와 교육적 혼란을 불러 나쁜 영향을 끼치기에 상대적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앞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거예요.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다행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주는 그들이 참 예뻤고, 동시에 저 자신을 돌아보며 가소로워 부끄러웠고 말에 책임지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7년 여전 햇살 화사한 어느 날입니다. 기다리던 건널목 파란불에 길을 건너는데 옆에 있던 표정 밝은 어린이가 손을 들고 함께 건넙니다. 마주한 어린이의 눈빛엔 궁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오해하며 물었습니다. 공주님, 혹시 우리가 언제 만났던 적이 있었나요? 어린이가 되려 묻습니다. 아니오. 그냥 궁금해요. 어른들은 왜 그냥 건너세요? 순간 뭐라 할까 고민했지만 비교적 떨어지는 순발력은 아닌 터라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른들은 키가 커서 손을 들지 않아도 차에서 잘 보여요. 저는 사실 아직도 그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았던 저였는데 더는 그런 제가 아니더군요. 하지만 어린이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후 밝은 표정 맑은 눈의 어린이와 마주칠 때면 움찔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언어와 행동을 더욱 조심하며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입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전문가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누가 봐도 다툰다고 생각할 만큼 서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유는 서로 달랐습니다. 제 친구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가 답답해서였고, 저는 알아들으면서도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또한 서운해서 역정을 내는 속 좁음이었습니다. 같은 날 도청 밖 건널목에서 오래전 그 소녀를 떠올릴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여름날 의무화된 실내가 아닌데도 어린이라서 더욱 참기 어려울 텐데도 그는 어른스럽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그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후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친구야, 고마워요. 날 깨워줘서요. 휴가 중 두 분께서 우리를 응원하십니다. 자신에겐 엄격하고 주위에 관대할 수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지금의 위기 상황을 추억 삼아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요. 오늘도 본연의 방역업무에 더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소수에 대한 신고 민원까지 응대하느라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안쓰럽습니다. 모두가 애타는 상황에서 솔선, 이해와 배려, 겸손은 서로에게 참 중합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기에 감사히 맞이하겠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25 16:11

조커가 되기까지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조커는 태어날 때부터 조커였을까?? 영화를 보고 나온 친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조커도 힘들었겠네. 나라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 세상의 악인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났을까? 프로파일러 표창원 씨와 희대의 탈옥수라 불렸던 신창원 씨가 다른 점은 성씨 한 글자뿐이나,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표창원 씨도 어려서 과일서리를 했었고 신창원 씨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님은 다른 선택을 하셨다. 표창원 씨의 아버지는 자식을 야단치고 다시 따뜻하게 품어준 반면에 신창원 씨의 아버지는 자식을 야단치고 바로 소년원에 넣어버렸다. 그 이후 그들은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다르게 유명한 사람으로 각인이 되었다.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아동학대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를 가방에 넣어서 질식사를 시키고, 쇠사슬로 묶고 때리고 학대하는 등 사람이 자라나고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장인 가정에서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다른 곳도 아닌 가정에서,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적응을 하겠고 다른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겠는가. 그리고 또 다른 장소인 어린이집,학교에서도 교육자라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당하는 학대 또한 끊임없이 발생한다. 말하지 못하고 힘이 없기에 아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당연하다는 듯 그냥 당하는 것이다. 조커는 태어날 때부터 조커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버려졌고 어머니는 정신질환자에 본인도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었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였으나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악인이 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 악인이 되기까지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환경들에 노출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악인을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에 우리가 동참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낸 이유이다. 그리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에는 어떠한 이유들이 있을 거라 한번 생각을 하고 그의 과거나 지금의 환경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사람을 궁금해 한다면 미운 마음보다 안쓰러운 맘이 먼저 들 수도 있다. 내 경험상 조금 많이 다른 아이들이나 친구들, 어른들을 보며 왜 저렇게 자라났을까? 생각을 하고 그 사람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꼭 원인이 있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악인은 없다. 어쩌면 내가 소외시켰던, 편견을 가졌던 아이가 위의 사례처럼 부모나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아들의 일화를 얘기하자면,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들이 나쁜 친구라 생각하는 아이와 자주 다니는 거였다. 나도 주변에서 저 아이 조심하라고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던 터라 아들에게 물었다. 그 친구 어때? 같이 다니는 거 괜찮아? 엄마는 안 좋은 얘기를 좀 들었는데. 난 아들의 답변에 너무 부끄러워졌다. 엄마도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거야? 이 친구가 나랑 다니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냐? 초등학교 2학년보다 짧은 나의 변변치 못한 생각에 부끄러워 사람을 가려야 한다는 낡은 맘은 버렸다. 우리들도 아이들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나쁘다 낙인 찍지 말고 다시 한번 그 친구를 궁금해 하면 어떨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18 16:33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중학교 3학년 영어 선생님이 참 좋았다. 요즘 시대의 표현으로 걸크러시, 쿨한 언니처럼 거침없는 언변과 시원한 성격을 동경했다. 당연히 영어 수업 시간이 재미있었고, 영어를 좋아했다. 그런데 영어가 단번에 싫어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독해를 어려워하는 짝꿍을 잠시 도와주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언짢은 듯 일으키시더니 전후 사정은 묻지 않고 수업 시간에 떠드는 오만방자한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평소처럼 거침없는 선생님만의 말투였는데도 억울함이 더해지자 이는 비수로 변해 마음에 꽂혔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나의 경계 대상이 되었고, 영어 시간은 거부의 장이 되었으며, 그렇게 영어와 이별을 했다. 오만방자한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영어만을 써야했던 미국 유학 중에도 종종 떠올랐고, 취업 후에도 불쑥 찾아와 마음을 두드렸다. 소심했던 여중생이 선생님께 묻지 못했던 질문, 왜 내가 오만방자한가요?는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겨졌다. 그날 선생님의 단 한마디의 말은 여린 마음에 상처가 되어 신기하게도 그 날 교실의 풍경, 선생님의 이름 세 글자와 함께 기억의 중심에 깊이 각인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남들보다 한참 늦게 방송을 준비하게 됐다. 방송은 당시 하고 있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기에 설마 네가..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녔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기회를 위해 준비하며 아카데미를 수강했고,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 어색하게 앉아 열심을 다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실력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았고, 어느 것 하나 보장되지 않은 막막한 현실 앞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솟아올랐다. 호기롭던 자신감이 행방불명될 때마다 인자했던 한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잘 하고 있고, 강주연은 가능성이 있어! 수강생 모두에게 당연하게 해줄 수 있는 정답과도 같은 응원의 메시지였지만 그 한마디의 말에 다시 힘을 내보기로 다짐하고 포기하지 않은 결과 오늘에 이르게 됐으니,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불화가 생길 때는 늘 말이 단서가 될 때가 많다. 의미 없이 뱉은 말 한마디로 예기치 못한 극한의 감정싸움이 시작되곤 하니, 말의 힘이 두렵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나 말로 실수를 많이 하고난 후였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통해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 내가 듣고 싶은 말과 행동대로 남들에게 그대로 해주기를 다짐했다. 후배였을 때 겪기 싫었던 것은 상사가 되어도 후배들에게 하지 말기, 긍정과 칭찬의 말로 사람 세워주기, 내가 듣고 싶은 말로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기 등 간단한 규칙들을 정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타인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리긴 어렵지만, 내 마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아는 대로, 듣고 싶은 대로 상대방에게 해 주는 것, 그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될 것이고, 이는 자아존중감을 보장받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남들이 다 하면 넌 더 잘할 수 있어. 우리 딸, 믿어! 나를 숨 쉬게 했던 이 말을 지금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당신, 잘 할 수 있어! 난 그대를 믿어.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남도 듣고 싶은 말이다. 위기의 순간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건넨 당신이 듣고 싶어 하던 그 한 마디의 말로 인해 그 날이 평생 기억나는 하루로 기록이 될 것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11 17:3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