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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카페 꽃심방'과 국민연금공단

▲ 객원논설위원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널리 알려진 18세기 프랑스 정치가 탈레랑의 커피 예찬이다. 이러한 예찬이 아니라도 카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왔다면 그것은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라는 의사 표시일 것이다. 말하자면 커피는 대화를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 음료(김용범, 커피 치명적인 유혹)인 셈이다. 6세기 경 에티오피아 목동이 발견한 커피는 그 역사만큼이나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1732년 커피칸타타를 만들었다 그런데 평소 준엄한 교회음악을 작곡하던 그 답지 않게 재미있다. 당시 독일의 커피 광풍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 악성(樂聖) 베토벤은 커피 한 컵에 정확히 원두 60개를,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커피 한 스푼에 각설탕 30개를 넣었다. 그런가 하면 매일 엄청난 양을 마신 커피마니아도 있다. 프랑스 작가 볼테르는 하루에 4050잔을,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르 루스벨트는 하루에 3.8리터를 마셨다. 루스벨트의 아들은 머그잔을 욕조로 사용하는 게 더 자연스러웠을 듯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에는 이 커피가 140년 전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시는 커피공화국이 되었다. 점심 때 도심 곳곳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든 인파를 보면 실감난다. 2017년 말 기준, 국내 커피 시장규모는 11조8000억 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국민 전체가 연간 265억 잔, 1인당 512잔(하루 1.4잔)을 마시는 꼴이다. 세계 커피 수입국 순위는 7위다. 이러한 커피와 국민연금공단이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만났다. 국민연금공단이 사회공헌기금 2억8020만원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탁, 바리스타 양성교육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이미 10일 바리스타 교육장 개소식을 갖고 출범했다. 이름 하여 전주카페 꽃심방 바리스타 교육장. 여기서 꽃심은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에서 따온 것으로 전주정신을 상징한다. 노인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대상은 국민연금 수급자와 새터민 및 다문화가정 80명이다, 20명씩 4차례 이론 및 실기, 현장실습 등 7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60명을 최종 배출할 예정이다. 교육비는 무료며 교통비 식비 등도 제공된다. 교육을 마치면 취업과 창업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3년 전 전북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후 지역과의 상생 및 동반발전을 위해 마련한 첫 번째 결실이다. 대규모 공공기관이 지역에 정착하면 지역에 어떤 혜택과 변화가 일어나는지 손에 잡히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지금 전북혁신도시는 국민연금공단 이전으로 서울, 부산에 이어 제3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다. 가입자 2200만명, 수급자 450만명, 직원 7000명에 이르는 국민연금공단은 4월말 현재 국민의 노후자금 635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이다. 전북으로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 무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찾아온 보배인 만큼 상생을 통해 소중히 키워야할 자산이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진한 커피향을 통해 도민들에게 널리 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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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0 19:17

교육감·지방의원·소수정당에 관심을

▲ 객원논설위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총성이 울렸다. 지난 2425일 이틀 동안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레이스에 돌입한 것이다. 전북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광역 및 기초의원 등 252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에 580명이 등록해 2.3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워낙 큰 이슈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지방선거가 묻혀버린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버렸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 중앙정치만 보이지 지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선거는 2순위(second-order)선거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중요한 직위에 오를 인물을 뽑는 선거가 아니어서 유권자의 흥미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누가 내 삶과 더 가까운지를. 지역민의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곳이 도청과 시군청, 교육청이 아닌가. 집 밖에 내놓은 쓰레기 처리부터 상하수도, 도로 건설, 아파트 고도제한, 병원 설립, 학교의 설립과 이전 등이 모두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의 권한이다. 그러니 계속 중앙만을 바라보는 해바리기일 수는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눈여겨봐야 할 세 가지를 살펴보겠다. 첫째,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는 도지사와 시장군수 선거에 비해 관심이 저조하다. 지방교육자치법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므로 정당의 공천이 없어 경선 등을 거치지 않는다. 또 기호 없이 맨 마지막 7번째 투표용지 위에 이름만 나열된다. 그러나 교육감은 미래의 주역인 유아에서 초중등학생, 평생교육까지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전북의 경우 3조3000억 원이 넘는 예산과 3만 명 가까운 교직원의 인사권, 학교 인허가권 등의 권한을 쥐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김승환 교육감에게 또 다시 전북 교육의 수장(首長)자리를 맡길 것이냐에 모아진다. 그는 8년 간 도내 교육계에 비교적 청렴한 풍토를 조성했다. 반면 불통과 아집의 아이콘으로 비쳐온 게 사실이다. 사안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바람에 재정적 불이익을 받았고, 학력저하와 교권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둘째, 지방의원 선거.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와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끄는 수레바퀴의 한 축인데도 누가 나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원이 많은 데다 인지도도 덜하다. 도내의 경우 도의원 39명(비례 4명), 시군의원 197명(비례 25명) 등 236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자치단체를 감시하는 역할은 물론 조례제정, 예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지역민의 삶과 밀접하다. 특히 도내 지방의회는 청렴도가 낮아 감시가 필요하다.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2017년도 청렴도 측정 결과 전북도의회는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꼴찌에서 두 번째, 전주시의회는 전국 50만 명 이상 기초의회 30 곳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재량사업비를 특정업체에게 몰아주고 뇌물을 받았다. 또한 부정청탁과 인사 개입은 일상화가 되었다. 셋째, 소수정당. 전국적인 정당구도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당체제지만 전북은 민주당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2년 전 총선 당시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국민의당이 분화되면서 30년 동안의 민주당 독식구조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민주적 절차와는 거리가 멀고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 중앙정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더라도 지방정치는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싹쓸이하게 놓아둬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지방의원과 비례대표는 야당에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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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9 20:33

"주군(主君)을 위하여!"

▲ 객원논설위원 벌써 6년 전 일이다.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기자생활 30년 동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를 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으나 재직시절 청와대에서 만난 분은 이명박 대통령이 유일했다. 그러니까 2012년 6월 중순쯤이었다. 낮 동안의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무렵, 잔디가 깔려있는 녹지원은 온통 푸른빛이었다. 권력과 지근거리에 있거나 격려차 필요해 초대된 사람들이 밟았을 잔디 위에는 큼지막한 원탁 10여 개가 놓여 있었다. 이날 초대된 사람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선거운동 지원자들이었고 원탁마다 15명가량이 둘러앉았다. 퇴임을 앞두고, 대선 때 도와줬던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의 덕담과 대통령의 소회, 기념사진 촬영, 저녁식사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이날의 백미는 테이블마다 대표 1명씩 일어나 덕담을 건네고 건배를 하는 순서였다. 맨 먼저 이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장관으로 추천되었다 낙마한 분이 일어나 용비어천가를 읊더니 우리들의 주군(主君)을 위하여!하고 건배를 제의했다. 모두가 감회가 깊은 듯 이에 따랐고, 테이블마다 칭송과 퇴임 후 건강을 빌며 한결같이 주군을 위하여!를 외쳤다. 나는 잠깐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따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그 난처함이란. 아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주군이란 말인가. 아, 선거라는 게 이런 거구나. 왕조시대에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더니, 선거(권력)에 미치면 이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난달 이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될 때 주변에는 이들의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주군이란 뭘까. 그리고 오늘날 민주화 시대의 주군은 누구일까. 주군은 군주국가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우두머리, 즉 왕(임금)을 이른다. 주군을 섬기다, 주군을 지키다, 주군에게 충성을 다하다는 게 용례다. 예전 주군의 죽음은 천붕(天崩)이라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에 비유했다.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MB)의 구속은 주군의 복수를 위해 정치 보복하는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해 제왕학의 고전이라는 한비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이 병이 들어 임종이 가까워오자 임금인 환공(桓公)이 문병을 갔다. 관중은 춘추시대에 환공을 보좌해 그가 나라를 세우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그는 주군에게 가까이 있는 충신 3명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 중 역아(易牙)는 환공이 사람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하니까 자신의 맏자식을 쪄서 진상했고, 수조는 질투심이 많은 환공이 궁녀를 좋아하자 스스로 거세(去勢)했다. 또 개방(開方)은 주군의 환심을 사기 위해 15년 동안 가까운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관중은 이들이 출세를 위해 처신한 위험한 인물로 보고 내치라고 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믿지 않은 환공은 수조를 재상에 임명했고 2년여 만에 모반을 당했다. 그의 시신은 벌레가 들끓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한비자는 이 고사를 통해 주군과 신하의 관계를 신의가 아닌 이익여부로 보았다. 이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 저기 선거사무소가 차려지고 후보를 알리는 문자와 카톡소리가 요란하다.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4016명, 전북에서는 252명을 뽑는다. 지금 후보들은 내가 적임자요, 주민을 주군으로 섬기겠다며 입에 거품을 문다. 하지만 시커먼 뱃속에 사리사욕만 가득한 인물들이 득실거린다. 누가 역아와 수조, 개방인지 밝은 눈으로 가려야 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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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7 19:40

대한노인회 이중근 회장은 물러나야 옳다

▲ 객원논설위원 우리 사회에서 어른다운 노인 존경받는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한 책을 읽다가 이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한동안 고압선을 만진 듯 전율을 느낀 적이 있다. 다름아닌 올해 우리 나이로 99세 되신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에 소개된 얘기였다. 흔히 이 책의 핵심으로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는 구절을 꼽는다. 기름기를 뺀 담백한 문장 속에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도 활력 넘치게 살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문장도 좋지만 나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손기정 옹이 세무사를 찾은 이유라는 대목에 눈길이 꽂혔다.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나는 일이 있어 종로에 있는 한 세무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나를 만난 세무사는 오다가 혹시 손기정 옹을 뵈었느냐고 물었다. 못 보았다고 했더니 그 분도 이제 많이 늙으셔서 지팡이를 짚고 방금 다녀가셨다고 했다. 그 어른께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최 선생, 바쁘지 않으면 나를 좀 도와 줄 수 있겠어? 내가 요사이 어디서 상금을 받은 것이 있는데 세금을 먼저 내고 쓰려고. 세무사가 선생님은 연세도 높고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신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더니 그럴 수는 없지. 세금을 먼저 내야지. 내가 이제 나라를 위해 도움을 줄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아?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계산해서 보여드렸더니 고것 밖에 안 되나? 그렇게 적은 돈이면 내나 마나지. 좀 더 많이 내는 방법으로 바꿀 수는 없나?라고 요청했다. 세무사가 다시 가장 많이 내는 방법으로 계산해 드렸더니 그제야 만족하면서 됐어. 그만큼은 내야지.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라면서 돌아가셨다.』 이 대목을 읽고 그래, 어른은 이래야지!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굳이 이 글을 길게 옮긴 것은 우리나라 노인 대표단체인 대한노인회 이중근 회장의 행태와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 회장은 지금 구속 중이다. 탈세와 4300억 원 상당의 횡령배임 등 죄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때는 70억 원을 주고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77세인 이 회장은 두 얼굴을 가졌다. 부도덕한 기업경영과 자선가의 얼굴이 그것이다. 이 회장은 임대아파트 건설업체인 부영그룹을 창업해 재계 16위까지 키웠다.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또한 기부왕으로 불릴 만큼 국내외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다. 반면 정부가 조성한 택지를 원가 이하로 공급받았음에도 곳곳에서 임대료 인상과 부실시공으로 원성이 높다. 그룹 계열사 24곳 중 1곳도 상장하지 않은 황제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문제는 그가 대한노인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 노인회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700만 노인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16개 시도연합회와 244개 시군지회, 18개 해외지회에 6만5000개의 경로당을 관할한다. 회원만 300만 명이다. 그래서 대한노인회장을 경로당 권력 노인 대통령이라 일컫는다. 이 회장은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노인회장 자리를 방패막이 삼으려 한다는 말이 돌았다. 투표권을 가진 지회장들에게 활동비로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당선 후 4개월로 그쳤다. 우리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로 시작하는 대한노인회 노인강령의 첫 번째 실천요강은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이 되도록 노력한다로 되어 있다. 이 강령이 휴지조각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차제에 대한노인회도 혁신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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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6 21:04

신노년을 위하여

노인을 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존경과 지혜의 대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어리석음과 경멸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사례다.반면 영감탱이, 늙은 마녀, 노슬아치, 꼰대, 틀딱(틀니를 딱딱거린다는 노인 비하), 노인충(老人蟲) 등의 호칭은 경멸의 예일 것이다.역사적으로 보면 존경보다는 경멸의 경우가 많았다. 동양에 비해 서양이 더 그랬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많은 문헌들이 노인을 무기력하고 병든 어두운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젊음을 동경하고 생산과 효율을 중시하는 서구적 문화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경과 경멸은 결국 개인의 성격이나 행동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시대에나 존경받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밉상인 노인도 있으니까.이런 구분과 달리, 최근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중고령층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신노년의 등장이 그것이다. 준고령자, 예비노인, 액티브 시니어 등이 비슷한 부류다. 최고령국가 일본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어른(新しい大人)도 같은 유형이다. 베이비 붐 세대를 포함하는 젊은 노인을 이른다.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955-1963년생으로, 합계출산율이 3.0이상인 세대다. 일본 노년학회는 지난 해 65-74세를 준고령자로 할 것을 제안했다.기존의 노인이 힘없고 의존적이라면 신노년은 긍정적적극적이며 문화 친화적이다. 이들의 생물학적 나이는 노년에 이르렀으나 생각과 행동은 젊은이 못지않다. 청소년 시절 장발머리에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포크송과 비틀즈 노래에 심취했다. 대개 학력이 높고 문화를 즐기며 경제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 신노년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행은발). 하나는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일본의 새로운 어른들이 은퇴 후 고급 바이크인 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하고 비용이 1인당 500만원에 가까운 호화 크루즈 열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게 좋은 예다.또 하나는 인생의 후반기를 새로운 시작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노년이 인생의 내리막길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갖는다. 악기나 어학을 새롭게 배우고 투자도 활발하다.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6-1948) 사이에서는 은퇴 후 10만 시간 활용법이 주목받고 있다. 수면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은퇴 후 25년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관심이다. 그 해답은 평생 현역이다. 일본 은퇴자들이 일하는 첫째 이유는 우리와 같이 생계를 위해서다. 하지만 넉넉한 은퇴자들도 무료함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는 게 대세다.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학원 수강자 3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오토바이 강습과 승마 강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이들 세대 역시 고민이 없지 않다. 노후 불안이 항상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 해 4월 발표한 한국의 60대, 5대 리스크라는 덫에 걸려 있다는 경고는 경청할 만하다. 황혼 이혼, 성인 자녀, 창업 실패, 중대 질병, 금융 사기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황혼 이혼과 성인 자녀가 가장 큰 타격이다. 황혼 이혼 리스크는 깊은 상처와 함께 1억2000만원의 재산 감소를 초래한다고 계산했다. 성인 자녀 리스크는 젊은이들의 취직과 결혼이 어려워 60대 부모가 절반이상의 성인자녀를 부양 또는 지원한다는 것이다.어쨌든 노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건강, 사랑, 우정이라는 무형자산도 챙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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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4 23:02

갑작스런 늙음에 대하여

12월 중순의 추위가 맵다. 눈도 몇 차례 내렸다. 한 해를 돌아보며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다.흔히 노년은 이맘때 같은 겨울에 비유된다. 춥고 쓸쓸하고 어둡다. 하지만 겨울은 여름날 우거진 숲에서 보이지 않던 게 드러나 보이는 때이기도 하다. 산등성이와 허리, 계곡의 구분이 뚜렷하고 나무의 거친 피부까지 눈에 들어온다. 인생의 겨울인 노년은 어떨까. 먼저 간 선현들이 늙음을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 있을 듯하다.2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로마의 웅변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노년이 비참해 보이는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둘째 노년은 우리 몸을 허약하게 하며,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가며, 넷째 노년은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키케로는 이런 이유들이 과연 타당한가고 묻는다. 결론은 포도주가 오래 되었다고 모두 시어지지 않듯, 늙는다고 모든 사람이 비참해지거나 황량해지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이 땅, 한반도에서 살았던 선조들은 어떨까. 실학의 2조(二祖)였던 성호(星湖) 이익과 3조(三祖)였던 다산(茶山) 정약용의 시문을 보자. 성호는 300여 년 전 신체적 노화가 한 순간에 닥침을 깨달았다. 흰머리와 어두운 눈이 순식간에 도래(頭白眼暗須臾到)한다고 했다. 출셋길을 포기하고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성호는 고질병에다 말년에 귀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는 노인의 열 가지 좌절(老人十拗)에서 이렇게 말한다.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哭)할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 없이 모두 이 사이(牙縫)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진다고 했다. 성호의 제자 안정복은 갑자기 찾아오는 노화를 형세가 비탈을 내려가는 것과 같아서 돌이키기 어렵다고 표현했다.그러나 선현들에게 늙음이 꼭 슬프고 쓸쓸한 것만은 아니다. 압권이 조선 500년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다산의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다.(박혜숙, 다산 정약용의 노년시) 노인에게 한 가지 유쾌한 일이라는 이 시는 갑작스럽게 닥치는 노화에 대해 통쾌하게 반격을 가한다. 다산은 18년 간의 강진 유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71세에 이 시를 지었다. 그리고 4년 후에 작고했다. 앞서 다산은 58세에 수염과 머리가 서리처럼 희었다고 고백한다. 71세에는 거의 대머리가 되었고 치아도 남김없이 빠졌다. 외모만 변한 게 아니라 병도 잦아졌다. 근력이 약해져 발을 다치기도 하고 60대 후반에는 120일간이나 아파 누웠다. 그런 그가 6수로 이루어진 연작시를 통해 노인에게 유쾌한 일 6가지를 제시했다.노인이 되어 대머리가 된 것, 이가 모두 빠진 것, 눈이 어두운 것, 귀가 먹은 것, 마음 내키는 대로 미친 듯 시를 쓰는 것, 때로 벗들과 바둑을 두는 것이 그것이다. 대머리가 돼 머리를 감거나 빗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이가 모두 빠져 치통이 사라졌고, 눈이 어두워 책을 보거나 학문연구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귀먹어 세상의 온갖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늙음은 도둑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실제는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이때 충격으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말처럼 늙음은 공평하다(白髮公道). 살아 있는 자 누구에게나 똑같이 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음을 예찬하지만 늙음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영국시인 셀리의 서풍부(西風賦)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으리를 실없이 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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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3 23:02

민혜경 여사와 오경진 여사

노인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어르신들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드물지 않다.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 발대식이나 노인의 날, 노인회 정기총회 등이 그러하다. 이들 행사는 1000명 안팎이 모이는데 다른 행사와 다른 특징이 있다.첫째는 정치인들이 많이 찾고, 행사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식전행사에 이어 축하하러 찾아온 내외귀빈들을 일일이 소개하다 보면 시간이 늘어진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는 더하다. 여기에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좀체 놓지 않으려는 어르신들의 특성도 한몫 거든다. 처음에는 지루해서 엉덩이가 들썩였으나 몇 번 참석하고부터는 으레 그러려니 한다.둘째는 칭찬과 박수가 많다는 점이다. 사회자가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장의 업적 등에 대한 긴 멘트와 함께 박수를 유도하면 한참동안 박수가 쏟아진다. 상을 수상한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박수를 치면 건강에 좋다는 양념도 빠지지 않는다.그리고 셋째는 두 분의 사모님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누구일까. 오경진 여사와 민혜경 여사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송하진 도지사와 정동영 국회의원의 안사람들이다. 대개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는 어르신들 사이를 누비며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행사 시작과 함께 내빈 소개가 끝날 무렵 사회자의 소개와 더불어 마이크를 받아 든다. 이들은 오늘 (남편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관계로 서울에 갔다거나 외교단장을 맡아 미국에 가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한다. 이어 어르신들의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뒤, 노인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공무에 바쁜 남편을 대신해 빈자리를 메꾸는 셈이다.이러한 행태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부인들이 나서는 것을 마뜩찮게 생각했으나 요즘엔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오히려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은근히 누가 말을 더 잘하나 가늠해 보기도 한다.두 사모님의 남편은 전주고 동기동창이다. 송 지사는 전주시장을 두 번 역임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재선을 노리고 있다. 정 의원은 집권당 의장에, 전북이 배출한 유일한 여당 대통령 후보였다. 말하자면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다. 본인이 부인하긴 했으나 한때 정 의원의 지사 출마설이 나돌면서 라이벌로 비치기도 했다.한편 두 사모님은 1956년 생으로 동갑이다. 각각 광주와 전주가 고향이고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를 나왔다. 하나같이 처음에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큰 선거를 연거푸 치르면서 정치인의 아내로 거듭났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부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1급 참모가 저리 가라할 정도다.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복지시설이나 취약지역을 여성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으로 보듬는다.이들의 그림자 내조는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염려도 없지 않다. 오래된 일이지만 1999년 임창렬 경기지사와 경기도의 힐러리로 불리던 부인 주혜란씨가 감옥에 갇혔을 때다. 당시 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경기은행장이 이들 부부에게 뇌물을 건넸다. 그런데 그 돈이 임 지사는 1억원, 주씨는 4억원이었다. 이를 두고 임 지사보다 부인의 힘이 4배 세다는 얘기가 회자되었다. 또 지난해에는 나주시 강인규 시장 부인에 대한 지나친 의전이 말썽이 되었다. 강 시장 부인은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말까지 234회에 걸쳐 사회복지과 두 여성공무원을 수행원처럼 동행해 갑질 논란을 빚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자치단체장 부인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을 마련했다.군대에서 흔히 하는 말로 본인이 연대장이면 부인은 사단장이란 말이 있다. 7개월 앞으로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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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1 23:02

전북을 제약·바이오산업 허브로 키우자

옛 부터 전북(호남)은 한반도의 식량창고였다. 김제만경의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가 그것을 증명한다. 조정래는 대하소설 아리랑 첫 권에서 한반도 땅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내고 있는 곳, 여기서 나는 곡식으로 이 땅의 목숨 7할이 먹고 살았던 곳이라 했다. 그래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이곳에 발을 디딜 때마다 가이없이 넓은 벌에 무릎 꿇고 이마 대어 고마움의 절을 올렸다고 하지 않던가. 임진왜란 당시 백척간두에서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호남의 곡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만약 호남이 없다면 곧 국가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다.이처럼 전북은 오랫동안 농도(農道)였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쌀의 운명과 함께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제 농도 전북은 다시 슬슬 몸을 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의 융복합이 각광을 받고, 농촌진흥청이 옮겨와 둥지를 틀면서 도약의 꿈을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전북 발전의 동력을 살펴보자.단연 새만금사업을 들 수 있다. 이어 금융중심도시를 꿈꾸는 혁신도시 시즌2, 탄소산업, 식품클러스터,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 등이 있다.여기에 제약바이오산업을 넣어, 미래 먹거리로 삼으면 어떨까. 천연물 신약을 포함한 제약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꼽힌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규모는 2020년 1조4000억 달러로 2007년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반도체 세계 시장규모 4500억 달러를 3배나 뛰어 넘는다. 더구나 제약산업은 영업이익률이 전체 산업평균보다 5배나 높고, 10조원 매출 증가시 1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고용유발효과가 크다.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제약바이오산업을 34번째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으로 발굴육성키로 했다.전북은 이 같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적지다. 인프라가 어느 곳보다 잘 갖춰져 있어서다. 지리산 덕유산 변산반도 내장산 등 명산과 금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등이 키워온 풍부한 천연물과 서해안에서 건져 올린 해조류어패류가 풍성하다. 완주 로컬푸드, 진안 홍삼, 임실 치즈, 순창 고추장, 장수 사과, 부안 뽕, 고창 복분자 등도 유명하다.게다가 우리나라 농업기술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린 농촌진흥청이 자리잡고 있다. 혁신도시에 있는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산하기관에는1400명의 박사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식품연구원이 있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익산으로 옮겨왔다. 또 종자산업의 핵심인 김제 민간종자연구단지, 익산 식품클러스터, 정읍 방사성육종센터와 미생물가치평가센터가 있다. 나아가 광활한 새만금지구에는 대규모 농업용지가 조성돼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농생명 수도에 손색이 없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하게 될 제약바이오산업은 전북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이 기대된다.이 같은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재육성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기본적으로 농업과 약학의 융합이지만 공학과 의학 수의학 등도 필수적이다.결국 그 핵심에 약대가 깃발을 들고 인접학문이 유기적으로 돕는 구조여야 한다. 전북의 경우 원광대와 우석대 약대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전북대에 약대를 신설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신설 약대는 현행 왜곡된 약사 배출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해선 안 된다. 즉 약대 졸업 후 80% 가까이가 개업하는 형태가 아닌, 미국이나 일본처럼 연구 또는 산업약사를 주로 배출토록 해야 한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북이 제약바이오산업을 통해 다시 한번 농생명의 르네상스를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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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13 23:02

아파트 경비원은 고달프다

경비업무 외에 주변청소, 잡초제거, 택배관리, 주차관리, 층간소음, 나무전지, 대형 폐기물 처리 등 모든 잡일은 우리가 다 한다고 보면 돼요. 아무래도 경비는 반(半) 노가다잖아요.새벽 23시 한참 꽂잠 자고 있을 때 택배 찾는다고 와서 시비 걸고 찾아가시는 분도 있어요. 주민들은, 24시간 근무가 안자고 근무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한다고요.별도로 (휴게 공간이) 있어야 쉬는 것인디, 없으니 경비실 안에서 쉴 수밖에 없죠.사실은 위탁관리회사가 큰 소리 못 쳐요. 왜냐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갑이니까요. 소장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모가지에요.공제 전 금액이 175만원, 세금 등 9만원 떼고 165만원 받아요. 우리가 중간이라 더라고요.내가 있는 아파트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요. 인사도 잘하고 좋아요. 저녁에 순찰을 돌 때 보면 박카스를 주기도 하고, 택배 운반해 주면 과일 같은 것 몇 개씩 주고 그래요.이상은 전주시내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다.우리나라 노인일자리는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박사도 CEO출신도 노인이 되면 어쩔 수 없다. 그 중에 60대 남성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가 경비원이다. 급여가 다른 직종에 비해 괜찮은 편이고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는 감시(監視)단속(斷續)적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0대의 나이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이와 관련,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주 형태로 자리 잡은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실태에 대해 질적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파트 경비원의 고충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두 가지만 들여다보자.하나는 고용상태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정년이 65세로, 계약기간은 대개 1년이다. 65세가 넘으면 6개월 단위로 연장하고 최근에는 3개월 단위로 쪼개서 계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 위탁(용역) 회사가 바뀔 때 고용승계 여부도 불안요인이다. 입주자대표회의, 특히 자치회장에게 밉보일 경우 다음 계약시 해고될 수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시행으로 인건비가 많이 오르자 신규 또는 대규모 아파트에서는 아예 경비원을 없애고 무인경비시스템을 활용하는 추세도 한 몫 거든다. 을의 위치에 있는 경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갑의 처분만을 바라는 처지다.또 하나는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경비원들은 대개 24시간 맞교대(격일제) 근무로, 본연의 업무인 경비와 방범은 물론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취침시간이나 식사시간 등 휴게시간을 늘려 잡아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휴게시간이 7시간 30분에서 11시간까지 다양했다. 이를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한 근무자는 월급이 140만 원대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좁은 경비실 안에서 휴식과 취침,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하는 것도 고통이다. 일부 작은 규모의 아파트 경비원은 음식물 쓰레기통을 닦거나 재활용품 분리수거까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위탁회사나 주민들로부터 인권 차원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8090%를 차지하는 위탁관리를 자치관리로 유도하는 게 어떨까 한다. 정부도 올해부터 자치관리를 하는 아파트에 대해 관리운영비 부가가치세 감면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휴게시간 조정을 통해 최저임금 하한선을 넘기는 편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더불어 하루 3교대 근무와 70세 정년의 법제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아파트 경비원도 우리의 이웃이요 한 집안의 가장이다. 나아가 지금 40, 50대 남성의 미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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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02 23:02

"대통령의 명령이다. 새만금을 완성하라!"

지난 9일, 취업 어르신 30분을 모시고 광양과 여수일대를 다녀왔다. 사기 진작 차원의 산업현장 시찰이 목적이었다. 동행한 분들은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취업을 알선한 경비와 청소 종사자들로, 모두 6070대였다. 이들 중 경비분야는 24시간 맞교대(격일제)여서 대체근무가 쉽지 않았다. 또 청소는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새벽에 출근하는 분들이다. 모처럼 귀한 시간을 낸 탓인지 모두들 약간 들떠 있었다. 여성 어르신들은 나이를 잊은 듯 멋진 스카프에 선글라스를 낀 분들이 많았다.광양제철은 포항제철에 이어 1985년 456만평의 광양만을 메워 건립했다. 매년 1500여만 톤의 철강제품을 생산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정규직원만 6200여명. 82만평의 주거지에는 사택과 초중고교가 들어서 있고 조경이 잘 돼, 마치 공원 속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전기의 75%를 자체생산하고 25%를 한전으로부터 받는데 하루 전기료가 7억7000만원이라는 안내자의 설명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제철소 견학 후, 우리는 여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일대를 둘러봤다. 이순신대교와 돌산대교 등 풍광이 아름다웠고 바다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도 멋져보였다.군산시 인구와 비슷한 여수는 2012년 세계박람회를 발판으로 모든 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 했다. 우리가 들른 꽃돌게장 식당은 가격에 비해 서비스가 1등급이었다. 아름답다는 여수 밤바다 풍경은 아쉽게 후일을 기약해야 했다.불과 10시간의 짧은 일정이었으나 이곳을 돌아보며 잠자고 있는 전북의 현실을 생각했다. 광양제철만한 기간산업체가 새만금에 들어섰다면? 세계박람회가 군산에서 열렸다면? 아마 전북은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광양과 여수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있는 수원과 화성, 평택, LG필립스가 들어선 파주, 청주인근 오송오창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은 지금 활력이 넘치고 있다. 그에 비해 전북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의 엑소더스가 줄을 잇는다. 지난 4월 전북연구원이 실시한 전북지역 청년종합실태조사에서 20대의 46.4%, 30대의 37.5%가 타지역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였다.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 또한 전국에서 유일하게 0%였다.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만금사업을 비롯해 금융중심도시를 꿈꾸는 혁신도시 시즌2, 탄소산업, 식품클러스터, 전주 한옥마을 등 잠재력은 어느 곳 못지않다. 다만 역대 정권의 예산 홀대에 더하여 내부적 발전 역량이 미흡했던 게 원인이다.도민들이 전북발전의 신앙처럼 여겼던 새만금의 경우 정부 공식문서에 등장한지 30년, 기공식을 가진지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절반 이상이 매립되지 못한 채 바닷물만 출렁거린다. 그 동안 6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이들은 선거 때면 찾아와 달콤한 말로 개발약속을 했고 립 서비스에 그쳤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 약속대로 청와대에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또 지난 31일 전북을 방문해 속도감 있는 새만금 개발을 위해 공공주도 매립으로 전환하고 신항만도로 등 핵심 SOC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실제로 새만금사업은 내부개발을 비롯해 국제공항 등 갈 길이 멀다. 이제 정치 환경이 바뀌어 예전보다 여건이 좋다. 이런 때일수록 탄탄한 논리와 공세적 자세가 필요하다.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주택가 화재 당시 부상으로 최근에야 결혼식을 올린 소방관에게 이렇게 말했다.대통령으로서 명령이다. 적절한 시기에 신혼여행을 다녀와라국민들은 이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그 동안 낙후와 피로감에 지쳐있는 전북도민들은 문 대통령의 한마디를 원한다. 대통령의 명령이다. 새만금을 완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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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1 23:02

대선과 전북 몫 찾기?

19대 대선이 코앞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5월로 앞당겨진 탓이다. 연일 후보 간 TV 토론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전북에도 대선 후보들의 발길이 잦다. 또 전북도를 비롯해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등 각급단체에서 지역관련 공약의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전북 몫 찾기가 아닐까 한다.전북도에서 추진하는 이 계획에는 전라도 1000년 프로젝트, 2020년 전북 대도약 프로젝트, 독자권역 설정, 대선공약 발굴(8개 분야 45개 과제), 정부 균형인사, 공공특별행정기관 설치, 국가예산 반영 등 전북의 현안이 총망라돼 있다.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얼마나 홀대 당했으면 이때 지역 몫을 찾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겠는가.우선 전북 몫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행정구역은 땅과 인구가 기본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살펴보자. 전북이라는 행정구역은 1896년(조선 고종 33년) 전국을 8도에서 13도로 개편하면서 태어났다. 121년 전 일이다. 이후 전북은 계속 뒷걸음질 쳐왔다. 땅의 경우 전북은 1906년 구례군을 전남에 떼어주고 전남 영광군에 속했던 무장면과 흥덕면을 받았다. 또 516 쿠데타 직후인 1963년 금산군과 익산면 황하면을 충남에 주고 전남 영광군 위도면을 받았다. 두 번에 걸쳐 땅을 뺏긴 셈이다. 그 결과 지금 면적은 8067㎢로 남한의 8.1%다.인구를 보면, 정부수립 다음 해인 1949년 204만 명으로 남한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1966년에는 252만 명으로 피크를 이루었는데 그 당시 남한인구의 8.6%였다. 지금은 186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3.6%에 불과하다.국회의원 의석수를 봐도 전북의 축소 경향은 확연하다. 제헌의회 당시 전국 200석 중 전북은 22석(11%)을 차지했다. 지난 해 413 총선에서 도내 의석수는 10석이었다. 다행히 출향인사가 대거 당선돼 이들 25석을 합치면 11.6%다. 대충 이를 헤아려 보면 전북 몫은 전국의 10% 안팎이 아닐까 싶다.문제는 대통령 당선자가 전북 몫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까 하는 점이다. 전북은 그 동안 3중고의 차별을 겪어 왔다.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그리고 광주전남에 의한 차별이 그것이다. 특히 정부 인사에서 전북은 찬밥신세였다. 지난 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가 정부수립 이래 차관급 이상 인사 3213명의 신상정보를 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 호남은 늘 인사 소외의 서러움을 당해 왔다. 1948년 이후 69년 동안 대접을 받은 건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이었다. 그것도 전북은 곁불만 쬐는 처지였다.그렇다면 극복 방안은 뭘까. 고육지책이 전북 몫 찾기 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두 가지 방향에서 그렇다. 하나는 관(官) 주도라는 점이다. 이 같은 운동은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형태여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전북에는 이를 추진할만한 민간기구가 없다는 게 한계다. 전북애향운동본부는 이미 기능이 정지된 경로당이 되었고 상공회의소 역시 이를 떠맡을 역량이 의문이다. 그렇다고 강현욱, 김완주 지사 때처럼 무슨 협의회나 운동본부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또 하나는 자칫 송하진 지사의 선거운동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전북 몫 찾기는 송 지사 입장에서 내년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이번 대선에서 전북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성 싶다.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캠프의 지역공약에 예산배분이 불투명한데다 영향력 있는 참모가 많지 않아서다. 나아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호남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한 립 서비스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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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6 23:02

'일자리 전쟁'에 목숨 거는 지도자를…

숨 가쁘게 달려온 탄핵열차가 거의 종착역에 이르렀다. 곧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대선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경선에 돌입했고 다른 주자들도 분주하다.이번 대선의 화두는 두 가지로 집약되는 듯하다. 일자리와 안보가 그것이다. 안보분야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한반도에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먹고사는 문제, 즉 일자리다. 대선주자들은 진작부터 일자리 공약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공공부문 고용확대를 통해 8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에는 소방관, 경찰, 복지 등 17만4000개 공무원 일자리가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다른 주자들은, 일자리 주체는 민간기업이며 공공분야 일자리는 좋은 게 아니라고 날을 세운다.어느 진영의 논리가 맞든 일자리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매달려도 될까 말까할 난제다. 가히 일자리 전쟁이라 할만하다. 미국 등의 사례가 그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대량 실직한 앵그리 화이트(Angry White)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막말에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도 그의 취임사는 퍽 인상적이다. 지금 미국 도심의 엄마와 아이들은 가난에 갇혀 있고, 녹슨 공장은 나라 곳곳에 묘비처럼 흩어져 있다.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한 두 가지 규칙을 지킬 것이다. 미국 제품을 사게 할 것이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다.영국의 브렉시트(EU탈퇴)도 사실은 일자리 문제가 핵심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논란이 없지 않으나, 일자리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을 완전히 극복했다. 오히려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로 구인난에 직면해 있다.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트럼프와 아베의 특징은 욕을 먹어도 일자리 정책만큼은 뚝심 있게 밀고 가는 공통점이 있다.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박근혜 정부는 국정마비로 일자리 창출은 커녕 뒷걸음을 쳐왔다. 이전 정부도 일자리 정책은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다. 더구나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네트워크로 연결해 미스매치와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다. 노인 취업 현장에서 느끼는 몇 가지를 제안하겠다.첫째,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구인-구직 양방향 DB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일자리 정보 제공을 위해 워크넷(work.go.kr)을 운영하고 있으나 노인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인들의 일자리는 경비, 청소 등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다. 워크넷에 올리지 않고 그때그때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업체는 물론 구직자의 희망직종을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 주민센터나 지역의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전국을 일정 구역으로 나눠 등록을 분담토록하면 된다.둘째, 파트타임 일을 정착시키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우리는 전일제 근무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운 경우가 많다. 8시간을 4시간으로 쪼개면 일자리가 배로 늘어난다. 노인들은 젊은이와 달리 노후생계비를 벌거나 일 자체를 원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68.9%가 파트타임 잡을 원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다만 CEO들의 사고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셋째, 실버대학(앙코르 캠퍼스) 설립이 필요하다. 절반 이상의 노인들이 준비 없이 노후를 맞는다. 이들의 직업훈련과 소양 함양을 위해 3, 6개월, 또는 1, 2년 과정의 정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학생이 줄어드는 대학을 활용하거나 폴리텍 대학과의 연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이번 대선에서 일자리 전쟁에 목숨 거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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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8 23:02

내 안의 박근혜, 내 안의 최순실

새해 첫머리가 밝았어도 나라는 여전히 어둡다. 매일 감당해야 할 놀람과 충격은 조금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진행형이다. 2016년 한 해, 우리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하나씩 알몸을 드러내면서 일상은 올 스톱 되는 듯 했다. 눈과 귀가 온통 TV 생중계에 머물렀고 국민들의 분노는 1000만 촛불의 기적으로 나타났다.나도 집에서 TV 앞에 있기가 너무 미안했다. 광화문까지 나가기는 무리여서 전주 객사 쪽을 택했다. 전국적으로 헌정사상 최대라는 232만 명이 운집한 지난 12월 3일이었다. 당시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담화에 단단히 뿔이 나 있었다.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는 주장이 더 큰 반발을 산 것이다.그 날 전주에만 2만 명이 모였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객사-세이브 존-시청-오거리-풍남문으로 행진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재벌도 공범이다가 주요 구호였다. 그리고 마지막 행사로 풍남문 옆 광장에서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대부분 중고생들이 나와 현 시국을 성토했다. 공부와 시험에 매몰된 줄 알았는데 유머와 풍자를 곁들여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국가권력의 사유화다. 그것도 공익의 최고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이 한갓 강남 아줌마인 최순실과 한 몸이 되었으니 말해 무엇 하랴.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그리고 재벌기업 오너들까지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냈다. 국회 청문회는 그것을 여실히 드러냈다.2300년 전, 맹자는 제자 공손추가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피사( 辭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말) 음사(淫辭 음란한 말) 사사(邪辭 사악한 말) 둔사(遁辭 책임을 회피하려고 억지로 꾸며서 하는 말)가 위정자의 마음에서 생겨날 때는 반드시 그것이 말에 그치지 아니하고, 그 나라의 모든 사업에 해악을 끼친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한 마디로 정치가의 위선과 거짓은 나라를 망친다는 뜻이다. 지금 시국에 딱 맞는 말이 아닌가.그러나 10차례에 걸쳐 1000만 명이 촛불을 들어도 아직 나아진 것은 없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은 계속되고 있다. 생활 속에 터 잡은 힘 있는 자들의 특권과 반칙, 부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그러면 처방은 무엇일까. 특권의식과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선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과 개인적 자각이 그것이다. 정경유착, 뇌물스캔들 등 제도적 부패(systemic corruption)는 검찰개혁이나 공수처 신설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김영란 법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이 보다 중요한 건 개인이 양심의 소리에 귀를 여는 자각이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 사회에 소금이 되어야 할 언론계 종교계 교육계가 그렇다. 이들 가운데 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언론계의 경우 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깨끗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주변에는 말이나 글과 행동이 다른 경우를 많이 본다. 남의 허물을 들추고 칼날을 들이 대면서 정작 자신들은 인사 청탁, 이권 개입을 당연시 하는 경우가 흔하다. 나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강한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공동선(共同善) 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의라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자 아들러는 타자(他者) 공헌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만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최순실이 수천 억 원을 빼돌려 호주머니가 두둑해졌다고 행복할까?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부정으로라도 입학해서 행복할까?이번 게이트가 스스로 촛불을 켜 내 안의 박근혜, 내 안의 최순실을 몰아내는 계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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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4 23:02

구암사와 석전기념관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사교(邪敎)끼 있는 여인이 대통령을 꼭두각시 삼아 분탕질 치는 바람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지난 주말 100만 인파가 보여준 희망의 촛불이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100여 년 전 이 불통을 지적한 분이 있다. 석전 박한영(1870-1948)이 그다. 석전은 1913년 해동불교에서 치세의 근본이 인(仁)과 통(通)이라며 불인(不仁)과 불통(不通)을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스님은 20세기 전후 우뚝 솟은 불교계의 큰 스승이요, 항일 운동가이자 시인이었다. 나아가 한국학의 대가요, 뛰어난 교육자였다. 얼마 전, 불교를 비롯한 한국 정신사의 큰 맥을 형성했던 구암사에서 석전기념관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감의 손뼉을 쳤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선 석전의 행적부터 살펴보자. 그는 근세 한국불교의 3대 강백(講伯)으로서 불교를 바로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헌신했다.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장을 지내며 청담(조계종 2대 종정), 만암(3대 종정), 경보 철운(조정래 작가 부친) 등 불제자는 물론 이광수, 최남선, 정인보, 이병기, 신석정, 조지훈, 서정주, 홍명희 등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문인을 길러냈다. 또한 일제가 조선불교를 일본불교에 종속시키려 하자 호남과 영남지역 승려들을 규합해 조선총독부의 압력을 차단하는 선두에 섰다. 31운동 직후 결성된 한성임시정부 수립에 전북대표로도 참여했다. 더불어 석전은 최남선에게 단군고사(檀君古史)와 동명고강(東明古疆)의 한겨레 강역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고 700여 수의 탁월한 한시를 남겼다.다음,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스님과 구암사의 관계를 보자. 구암사는 설파와 그의 제자 백파가 머물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해 200년간 내노라하는 강백을 배출한 곳이다. 추사 김정희와 성리학자 기정진, 간재 전우는 구암사와 인연이 깊다. 조용헌은 구암사의 위상을 당시 불교계의 서울대학교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1895년 구암사에서 설유(雪乳)로 부터 법계를 받고 강원을 연 석전은 1910년 만해 한용운과 진진응 등을 구암사로 불러 일본의 조선불교 통합에 반대하는 숙의를 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구암사 주지를 지냈다. 서울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수시로 구암사에 내려와 머물곤 했다.그러면 왜 구암사에 석전기념관을 설립해야 하는가. 첫째, 구암사는 한국불교 강맥의 본류인데다 석전의 승가 본향(출생은 완주군 초포)이기 때문이다. 625 한국전쟁 전 구암사 영각에는 백파와 석전의 영(影)이 있었고 석전이 아꼈던 추사의 족자 20폭과 여러 폭의 병풍, 옹방강의 달마도, 고희동과 김은호의 그림이 있었다. 또 석전의 장서 4만여 권 중 2만 권이 구암사에 있었다. 하지만 공비토벌이라는 명목으로 국군이 불을 질러 폐허가 되었다 최근 본래 모습을 상당부분 되찾았다.둘째, 구암사는 문학과 항일운동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문학적으로 고창의 미당문학관, 부안의 석정문학관이 건립되고 익산의 가람 생가가 복원되었다. 그들의 스승인 석전의 기념관을 순창에 짓는다면 문학 순례코스로 적절하다. 또한 조선불교를 지켜낸 불교계 3인 중 만해의 기념관이 경기도 남한산성에, 백용성 대사의 죽림정사가 장수에 건립되었는데 석전기념관만 없는 상태다. 특히 만해기념관은 2008년 스승과 제자-석전과 만해 특별기념전을 마련해 그들의 돈독한 관계를 조명했다.셋째, 구암사는 석전의 발자취가 묻어있는 내장사와 백양사의 중간에 위치해 그를 기리기에 적지(適地)다. 또 스토리텔링의 보고다. 내장사는 그가 입적한 곳이요, 백양사는 그가 배우고 가르쳤던 곳으로 문도들이 뜻을 잇고 있다. 지금은 전남북 3개 시군으로 나눠져 있으나 본시 같은 공동체였고 둘레길로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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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16 23:02

전북 도제(道制) 120년…인물 살펴보니

올해는 도제(道制)가 실시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 1894년에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고, 이어 1896년 갑오경장이 있었다. 이때 개혁조치로 조선 8도가 13도로 분화되었다. 즉 전라도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분리된 것이다. 60갑자(甲子)가 두 번 바뀌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한말을 거쳐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625 한국전쟁, 독재시대, 민주화시대 등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건너왔다.이와 관련,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전북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전북의 정체성과 전주라는 시민강좌가 진행 중이다. 마침 인물에 대해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이 있어 전북에 관계된 인물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이들을 보며 느낀 것은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시대를 이끈 인물이 많았다는 점이다.그러나 아쉬운 것은 갈수록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인구가 줄면서 인물 빈곤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군을 516 쿠데타 직후인 1963년 충남으로 뺏긴 것도 아쉽다. 정치계의 거목 유진산과 중앙대를 설립한 임영신, 빨치산 대장 이현상이 금산출신이다.흥미로운 몇 가지 사항만을 들여다보겠다. 우선 매국노 이완용은 부자가 이곳 관찰사를 지낸 특이한 경우다. 그의 양부(養父) 이호준이 먼저 전라관찰사를 지냈고 전주 다가공원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완용 역시 1897년 제2대 전북관찰사를 지냈고 그의 묘가 익산 낭산에 있었다. 그는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동성당이나 서해안 간척과도 관계가 깊다.다음은 일제 때 무장활동을 벌인 인물이다. 최근 암살 밀정 등 영화가 대박을 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백정기(부안) 이종희(김제) 김일두(순창) 정화암(김제) 등이 흑색공포단, 의열단, 광복군에서 활약했다. 백정기 의사는 중국 여순에서 1만5000톤급 일본 수송선을 폭파시키고 상해 홍구공원에서 주중(駐中)일본대사를 암살하려다 밀정의 밀고로 체포돼 옥사했다. 의열단장 김원봉이 신임했던 이종희 의사는 밀정을 처단하고 광복군 제1지대장을 지냈으나 1946년 귀국선에서 눈을 감았다.해방공간에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계열로 활동한 거물들도 엿보인다. 김철수(부안) 백남운(고창) 정창모(전주)가 그들이다.김철수는 일제 때 조선공산당 책임비서를 맡았고 해방 후에 이승만과 남로당 박헌영의 제휴를 위해 노력했다. 경성대학 교수를 역임했던 백남운은 좌파경제학의 대부로 해방후 월북했다. 북한에서 교육상과 과학원장, 막스레닌주의방송대학 총장,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지냈다. 전주북중을 나온 화가 정창모는 북한예술가 최고의 영예인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또 초창기 의료계는 타지역 출신들이 주도했다. 일제 강점기에 농촌의료 봉사활동을 벌인 군산 개정병원의 이영춘(평남 용강) 김성환(경기 광주) 등이 대표적이다. 초대 전북의사회장을 지낸 명대혁(평남 대동군)과 황외과(회산병원)로 유명했던 황의섭(평남 광동군)은 평생 전주에서 인술을 펼쳤다. 그런가 하면 의료선교사로 파송되었던 설대위(미국 플로리다)는 30년 동안 예수병원에 헌신했다.더불어 제헌의원과 초대 전북지사를 지낸 신현돈(경북 안동), 서문교회 목사로 상해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낸 김인전(충남 서천)과 김가전 형제 그리고 배은희(대구 달성) 초대 고시위원장, 전주에서 활동했던 이용우(서울) 이응로(충남 홍성)화백, 군산에서 활동한 박래현 김기창 부부화백, 하반영(경북 김천) 등이 눈에 띠는 인물이다.익산에 둥지를 튼 원불교 창시자 박중빈(전남 영광), 순창과 태인에서 의병활동을 벌인 최익현(경기 포천)도 뺄 수 없다.전북은 제헌의회 당시 전국 선거구 200개 가운데 22개를 점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 땅에 살다간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떠올리며 지금의 전북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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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9.28 23:02

인생은 후반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검찰과 법원 주변에서 시작된 악취가 청와대까지 진동한다. 또 얼마 전에는 재벌총수의 성매매 사건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나라가 이대로 안녕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가뜩이나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는데 불쾌지수까지 높다. 민간 자율까지 규제하는 김영란법이 오히려 시원한 물줄기처럼 느껴진다.최근의 비리 시리즈는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첫째는 소년등과(少年登科) 케이스다. 권력층 비리로 구속된 홍만표(57)진경준(49) 전 검사장,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은 하나같이 소년등과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조계 고위공직자 중 최고 부자라는 진 검사장은 게임회사 NXC(넥슨 지주사) 뒤를 봐주고 주식으로 126억원을 챙겼다. 그는 대학 3학년 때인 21살에 사법시험에, 22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했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과정을 마쳤다. 검사 2년차 때 6000원에 산 기차표를 1만원에 판 회사원을 구속한 일화는 유명하다. 400억 대의 재산을 가진 우병우 민정수석은 수천억대의 골프장과 건설사를 가진 처가를 뒀다. 그 역시 20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시절 독종 기브스라는 별명을 들었다. 홍만표와 우병우는 2009년 갓끈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을 혹독하게 조사했던 장본인들이다. 또 얼마 전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삭탈관직된 나향욱(47) 교육부 정책기획관 역시 23살에 행정고시에 붙었다.이들은 승승장구하다 보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남은 봄바람처럼, 자신은 가을서리처럼 대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는 선인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던 것이다.둘째는 지금은 조용해진 조영남(71)과 같은 케이스다. 그는 가수로 크게 성공했다. 클래식한 목소리와 걸출한 입담으로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5년 전부터 무명의 대작화가에게 10만원씩 주고 주문한 화투그림에 살짝 덧칠한 후 서명해 팔았다. 장사가 꽤 잘됐다. 그러나 그는 유명세로 얻은 가짜 화가였을 뿐이었다. 더구나 미술계 관행이라는 변명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사기죄로 재판받는 신세가 되었다.셋째는 뉴스타파가 동영상과 함께 보도한 이건희 회장 케이스다. 이 회장의 성매매 사건은 차라리 국민들이 몰랐으면 좋았을 뉴스였다. 이 회장이 누구인가. 그는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나왔지만 한국사회에 공헌한 바가 컸다.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켰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뒤에서는 20~30대 여성 여러 명을 불러 성매매를 해 온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배꼽 밑 이야기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의 도덕과 윤리의식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어디 이 회장뿐이겠는가.이들은 모두 인생 후반부에 들어 망신살이 뻗친 경우다. 반면 오히려 후반전에 빛나는 인물도 있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카터(92)와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81)가 대표적이다. 카터는 재임 중 국내 경제정책 실패로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퇴임 뒤 세계 평화 전도사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 등 왕성한 활동을 벌여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었던 호세 무히카는 젊은 시절 군부독재에 맞서 14년 동안 감옥에 갇히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에게 제공했다. 정치도 잘 해 우루과이의 빈곤율을 떨어뜨리고 소득을 증가시켰다. 5년의 임기를 마친 2015년 2월 퇴임시 영국의 BBC는 가장 이상적이고 정직한 대통령이 떠난다고 애석해 했다.이들을 보면서 인생은 축구나 야구경기처럼 후반전이 훨씬 더 중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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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03 23:02

4평의 행복

요즘 휴일이면 텃밭으로 달려간다. 달려간다는 말이 과장됐다면 휴일에는 반드시 텃밭에 들린다고 해 두자. 사실은 집사람의 성화에 못 이긴 것이긴 하지만.엊그제는 쌈 채소를 뽑은 자리에 오이와 호박 모종을 심었다. 지주목도 세웠다. 제철이 아니라지만 비트 씨도 뿌렸다. 샐러리, 치커리 등 쌈 채소가 처음에는 씩씩하게 자라더니, 두어 번 수확한 후부터 비실비실해졌다. 찬찬히 보니 진딧물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설탕물을 진하게 탄 천연농약을 뿌렸다. 다음 날, 잎의 숨구멍이 막힐 것 같아 물을 뿌려 씻어 주었다.그런데 웬걸, 흐물흐물하기는 마찬가지. 할 수 없이 두 이랑을 뒤집어엎고 비닐멀칭을 다시 씌웠던 것이다. 그 옆에는 이미 가지, 오이, 고추, 방울토마토, 감자가 실하게 자라고 있다. 벌써 오이 등을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지난해는 생강, 토란도 심었다. 모두 잘 자라 주었다. 물을 줄 때마다 손바닥 보다 넓은 토란잎에 물방울이 뒹구는 모습이 신기했다. 또 텃밭 귀퉁이 빈 땅을 더 일궜다. 그곳에 대파와 고구마를 심었다. 줄기로 심는 고구마는 처음에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해 누렇게 죽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생명력이 놀라웠다.8월말에는 관리자의 권유에 따라 그 동안 심었던 채소들을 거두고 땅을 다시 뒤엎었다. 김장배추와 무를 갈기 위해서다. 지난겨울에는 텃밭에서 수확한 보라색 배추를 여러 사람에게 나눠 주었다. 색깔이 예쁜데다 항암 배추라고 알려져 인기가 좋았다.말을 하다 보니 농사를 거창하게 짓는 것 같아 겸연쩍다. 기껏해야 전북대에서 분양한 캠퍼스텃밭 4평을 짓는 건데.어쨌든 도시농부 2년차다 보니 생각지 않은 일이 일어나곤 한다. 지난달쯤 오이 모를 사다 심었을 때 일이다. 토요일에 분명히 5개를 심었는데 다음 날 와 보니 2개만 남아있는 게 아닌가. 나머지 3개는 줄기 중간이 뎅강 끊어져 버린 것이다. 이를 보고 집사람과 논쟁이 벌어졌다. 집사람은 땅속의 벌레가 먹었을 테니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다시 심자고 했다. 나는 무슨 소리냐?며 아마 고양이나 개가 지나가면서 밟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해 어스름에 고양이를 본 생각이 나서였다.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그 날 거세게 분 강풍이 주범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오이 모는 튼실해 보이지만 속이 비어 있어 약했던 것이다.또 지난해 가을에는 배추벌레 잡는 게 일이었다. 해가 뜨기 전에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배추 속 깊이 박혀버렸다. 꼭 연한 속깡만 먹어치웠다. 심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돼, 결국 버려야 했다. 나는 어렸을 적 농촌에서 자랐다. 하지만 텃밭농사는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논농사나 밭농사는 거름을 주고 농약도 치고 피나 풀을 뽑아야 하지만 집 안팎 텃밭에서 나는 오이나 호박은 대충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별 힘들이지 않고 잘 가꾸셨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식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실감한다. 자주 가서 정성을 들인 만큼 윤기가 난다.그리고 과외의 소득이 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먹는 식사 맛이 그만이다. 일을 마치고 집사람과 같이 콩나물국집이나 순댓국집을 순례한다. 콩나물국집 주인은 오늘도 텃밭 갔다 오세요?가 인사가 되었다.지금은 도시농업이 대세라고 한다. 주말농장은 물론 주택가 빈터, 아파트 베란다, 건물 옥상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말 참여자가 130만 명을 넘었다. 아마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도 꽤 될 것이다.요즘 우리 주변엔 생목숨을 무단시 죽이는가 하면 성폭력이 횡행한다. 죽음과 분노, 불안이 일상화된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도시농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초록생명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안정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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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5 23:02

노인공약, 4년 후 거짓인지 가려내자

놀라웠다. 그리고 신기했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있고 드라마틱할 줄 몰랐다. 한편으론 무섭기까지 했다. 표의 심판이, 민심의 준엄함이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이번 20대 총선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는 오만방자하고 독선적인 권력에 대한 경고였다. 16년 만에 재현된 여소야대가 그것을 웅변했다. 둘째는 지역주의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통쾌했다. 전남 이정현, 대구 김부겸, 부산 김영춘, 전북 정운천 등의 당선은 지역주의를 허무는 단비였다. 셋째는 호남의 경우 오랜만에 찾아온 경쟁구도가 반가웠다. 전북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이 14개 지역구를 싹쓸이한 이후 28년 동안 일당 독식구조였다. 그러다 이번에 국민의당 출현으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다 보니 후보들이 유권자 무서운 줄 알게 된 선거였다. 넷째는 전북 출신 인재가 많은데 놀랐다. 이번 총선에서 도내 10명을 포함해 전북출신은 수도권 등 모두 31명이 선출되었다. 전국대비 인구가 4%에 불과한데 국회의원 수는 10%를 넘었다.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비전과 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늦은 선거구 획정과 진흙탕 공천싸움에 가려 정책경쟁은 아예 실종돼 버렸다. 정책 대신 땅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하지만 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꼭 챙겨야 할 사항이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정치권에 더 나은 삶을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이번 선거에 제시된 공약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노인공약을 중앙당과 지역구별로 나눠 보고자 한다.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마다 노인 일자리 10만개를 만들어 2020년까지 78만7000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모든 시군구에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설치도 약속했다. 또 의료비 정액제 기준을 인상하고 치매노인에 안심팔찌 및 전용단말기 보급을 공약했다. 반면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 인상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단계적으로 30만원으로 올려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노인 일자리를 100만개로 늘리고 수당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불효자방지법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국민의당은 노인 빈곤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를 폐지하고 노인일자리를 2배로 늘리는 한편 수당도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를 2배로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경감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다음은 전북지역 당선자 10명의 노인공약을 보자. △노인취업지원센터 및 주치의제도 도입(전주갑 김광수) △효자동 경로종합복지타운(500억)건립(전주을 정운천) △70세 이상 노인을 위한 무상실버버스 도입과 호성동, 조촌동동산동 노인복지회관 건립(전주병 정동영) △노인종합복지관 추가건립 및 노인체육관 재추진(군산 김관영) △함열읍 복지관 건립과 모현동 수영장 및 노인체육관 재추진(익산갑 이춘석) △농촌 9988쉼터설치 및 독거노인 친구맺어주기(익산을 조배숙) △국책연구기관급 노인병연구센터 설립(고창군) 기반조성(정읍 고창 유성엽) △노인무료버스 도입과 노령층 사회적 협동조합 지원(남원 임실 순창 이용호) △거동불편 노인 똑똑서비스와 3대 효도가족 혜택법안 마련(김제 부안 김종회) △65세 이상 버스비 무료와 1000원 택시 및 이미용 복지혜택(완주 무주 진안 장수 안호영).하드웨어 중심의 졸속과 날림공약이 많다. 그럼에도 공약은 유권자와의 공적(公的) 약속이다. 4년 후 거짓 여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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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0 23:02

노인정치에 대한 변명

요즘 정치권에 복고풍이 불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올드 보이들이 복귀하면서 일고 있는 노인정치(gerontocracy)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실버파워가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듯하다. 노인하면 떠오르는 고집불통의 보수성과 함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지금 더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대표(76)와 지난 1월 창당한 국민의당 한상진 위원장(71)은 65세가 넘었으니 당연히 노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65)는 어린 편이다. 더불어 각 당의 총선 관리와 심사를 맡고 있는 후보자 공천관리위원장은 한결같이 70대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71), 더민주당 홍창선 전 카이스트 총장(72), 국민의 당 전윤철 전 감사원장(77)이 그렇다.노인정치는 과거 소련이나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나 로마 원로원 등에서 성행했다. 옛 소련은 1980년대 말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기 전까지 20년 넘게 70대가 공산당 정치국원 자리를 독점했다. 중국도 덩샤오핑이 국가 주석에서 물러날 때 85세였다. 종신직인 로마 원로원은 초창기 각 가문의 원로 100명으로 구성되었다.우리도 정치권이 급격히 고령화되는 추세다. 국무위원 중 3040대는 1명도 없다. 19대 국회의원도 300명 가운데 3040대가 42명뿐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대부분 노인 위주일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가 2012년 5월2015년 9월까지 발의된 법안 54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노인이 혜택을 받는 법안이 319개로 청년의 86개에 비해 3.7배에 달했다.투표율도 노인층이 월등히 높다. 19대 총선에서 60세 이상 투표율은 68.6%였다. 이에 비해 2529세 청년층 투표율은 37.9%에 불과했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결국 선거 때가 되면 각 정당들이 노인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들이 노인회와 경로당을 찾아 코가 땅에 닿게 큰절을 올리는 이유다.고령화는 세계적 물결이다. 이에 따라 노인정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를 봐도 1970년대 평균수명이 61.9세였다. 하지만 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13년 평균수명은 81.9세였다. 45년 만에 20살이 늘어난 셈이다. 일본의 경우는 더하다. 고령자 조사가 시작된 1963년 100세 이상 인구는 153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6만 명을 넘었다. 그래서 노인의 날을 맞아 총리대신이 100세 노인에게 증정하던 은잔(銀杯)을 재정부담을 이유로 합금으로 바꿨다.의료전문가들은 20세기말 75세는 21세기초 6065세와 생리학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섭생이 좋고 의학이 발달해 자기 나이에 0.7을 곱하는 게 맞다는 계산법도 있다.또 유엔은 2015년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를 새로 구분했다. 미성년자 017세, 청년 1865세, 중년 6679세, 노년 8099세, 장수노인 100세 이상으로 분류했다.문제는 이러한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분류보다 정신의 나이가 어떠냐가 아닐까 한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당 버니 샌더스(74)는 청년들이 열광하는 후보다. 자본주의 본산인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40년 넘게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일관된 길을 걸어온 덕분이다.우리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74세에 대통령에 취임하는 영광을 안았다. 반면 전직 국회의장(78)이나 요즘 TV 먹방에서 뜨고 있는 백모씨의 부친(80)은 손녀 같은 캐디를 성추행해 망신을 당했다.최근 우리 선거에서 노인이 너무 과다 대표되고 있다고 한다. 옳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극심한 청년실업과 헬조선, 흙수저 등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나이 드는 것을 탓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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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02 23:02

더 이상 호남을 볼모로 삼지 마라

요즘 정치권에선 호남이 화두다. 특히 야권에 지각변동이 일면서 걸핏하면 호남 민심을 들먹인다. 그러나 호남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청와대나 여의도에서 계파간 흥정거리로 삼거나 정계의 안주거리가 아니라는 말이다.호남은 오랫동안 한반도를 지탱해온 지주목이었다. 1000년 이상 이 땅의 곡식창고였고, 이 나라가 어려울 때 민초들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내놓았던 곳이다. 호남의 정신은 저항과 개혁, 풍류라 할 수 있다. 묻겠다. 김제만경의 끝없이 펼쳐진 너른 벌을 걸어 보았는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황금들녘을 보며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는가.조정래는 아리랑 첫 권에서 이곳을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고,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고 묘사했다. 한반도 땅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여기서 나는 곡식으로 이 땅의 목숨 7할이 먹고 살았던 곳이 호남을 상징하는 김제만경벌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만약 호남이 없다면 곧 국가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하지만 이러한 풍요는 오히려 호남인들에게 서러운 핍박과 착취를 가져왔다. 고려 말 왜구의 잦은 침탈이 그러했고,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 또한 그러했다. 일제 강점기에 군산항과 목포항을 통한 쌀의 수탈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착취는 때로 혁명의 불길로 타올랐다. 동학농민혁명은 조선의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반봉건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든 동아시아 최대의 근대화운동이었다. 농민과 도시민, 소상공인, 몰락양반들이 무장봉기해 전국을 휩쓸었고 3040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 희생자 대부분이 호남인이었다. 그 정신은 일제 때 광주학생의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이러한 희생을 치른 이 땅은, 그러나 정치적으로 항상 비주류 또는 야지(野地)로 남았다. 더욱이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성장은 호남에 가난의 멍에를 씌웠다. 알다시피 80년대까지 공장이라는 공장은 몽땅 수도권과 영남에 몰려 있었다. 반면 한반도의 곡창이었던 호남은 60년대 후반 이후 진행된 농업의 급격한 해체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긋지긋한 상대적 가난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1961년 이후 55년 동안 호남인이 정권을 잡은 건 김대중 정권, 딱 5년에 불과했다.이러한 호남에 정치인들의 구애가 또 다시 시작됐다. 413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호남발 정계 개편의 회오리가 불면서다.그러면 최근 정치지도자들이 호남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 살펴보자. 나는 호남의 아들참여정부가 호남에 드린 서운함을 제가 사과드리겠다 정권교체를 통해 호남의 꿈을 되살릴 자신이 있다(문재인), (호남차별의) 한(恨)을 가지고 계신 분들, 반드시 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안철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경질되면 그 자리에 전라도 사람을 총리시켜 주길 부탁드린다(김무성), 호남 정치의 복원(정동영박지원천정배),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 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어(김한길),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박근혜).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호남의 대변자인양 내세운다.그러나 그 결과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다르다. 호남의 꿈이 실현되었는가? 호남의 눈물을 닦아 주었는가? 호남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가? 아니, 그들은 호남을 표밭으로만 보았을 뿐이다. 나아가 자신이 정권을 잡는 매개체요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정치지도자들이 정권욕 때문에 호남을 볼모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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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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