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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고령화 그늘

노령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고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경제협력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물론, 노노간 양극화 심화와 노인의 가계 빚, 황혼이혼, 노인범죄, 노인학대 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옛 부터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세 가지가 여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하루 중에는 저녁이, 일 년 중에는 겨울이, 일생에서는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삼여(三餘)다. 그런데 한국인은 노년으로 갈수록 여유는커녕 칼바람을 맞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어찌 행복한 나라라 할 것인가.몇 가지만 살펴보자. 지난 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면 우리나라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16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 평균 12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과 독일 등 비교 대상 15개 국 중 유일했다. 심지어 부도 직전의 그리스보다도 못했다. 다른 나라는 나이 들수록 빚이 줄어드는데 비해 우리는 거꾸로 빚이 늘어나는 양상이다.더구나 베이비부머의 중심인 50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들은 주택 구입과 자녀교육비, 결혼 지원에 매달리느라 빚을 줄이지 못했다. 이들의 퇴직과 은퇴가 본격화 되는 앞으로 10년은 고령층의 가계 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고령층의 소득 가운데 연금 및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서다. 결국 노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이다.또 다른 고령화의 그늘은 노노간 소득의 양극화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이 갈수록 심각해져, 여유 있는 노인과 궁핍한 노인 간의 신(新)양극화가 머지않아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2006년 52.3%였던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 해 62.5%로 늘었다. 올해 기초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더불어 실버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인 범죄자는 2011년 6만8836명에서 지난 해 8만7583명으로 크게 늘었다. 노인인구가 12% 늘어날 때 노인 범죄는 27% 늘어난 것이다. 전체 범죄에서 절도사기범죄가 줄고 있는데 유독 노인들의 절도사기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노인들의 빈곤과 관련이 깊다.이러한 고령화의 그늘은 노인인구가 폭증하면서 더욱 짙어질 것이다. 통계청이 추계한 2040년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32.4%다. 유엔이 정한 65세 이상 노인인구 20%인 초고령화를 넘어 극(極)고령화에 달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세대 갈등과 더불어 경제 사회적 부담은 국가적으로 큰 압박이 될 것이다.이러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핵심은 가난이다. 가난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일자리 마련이 최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각한 청년실업이 반면교사라 할 수 있다.그 동안 노인 경제활동을 지원해온 대표적 사업은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온 노인일자리사업이다. 이 사업은 양적으로 대폭 확대되고 많은 긍정적 효과를 거뒀지만 한계에 이르렀다. 전체 사업의 85%를 차지하는 공공분야 일자리의 경우 급여수준이 20만 원 안팎에 그쳐 소득보장 기능이 크게 미흡한 편이다. 또한 민간사업장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도 만만치 않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나 이것 역시 수월한 일이 아니다. 결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부단히 노인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여유롭고 행복해야 진짜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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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5 23:02

전주를 활기찬 고령친화도시로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는 요양병원 보다는 당신이 평생 사셨던 내장산 넘어 시골집에 계시기를 원했다. 하지만 거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에 모실 수가 없었다. 자식들이 모두 도시에 나가 생활하고 있는데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처지여서 더욱 그랬다.그 전에, 어머니는 형님 집에 가까운 서울의 요양병원에 계셨다. 그러다 시골집에 가시고 싶다 해서 고향 인근의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렸다. 자식들이 자주 찾아뵙는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허물어졌다.열흘 후면 어머니 가신지 1주기다. 지금도 내 이름을 부르며 집에 데려다 줘! 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구순까지 수(壽)를 누리셨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노인들이 자신이 생활하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다 눈을 감을 수는 없을까. 나아가 주민 모두가 편안한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그것은 선진 복지국가들이 지향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서 찾을 수 있다. 복지 선진국들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노년을 지역사회에서 보내는 노인복지정책을 최우선 모토로 한다. 흔히 이들 나라가 요양시설 중심의 노인보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미국만 해도 실제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 인구는 3%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도시 외곽에 요양병원 등 노인요양시설을 대거 건설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 셈이다.이에 맞는 도시개념이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ies)다. UN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며,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 노인 강령에서 비롯되었다. WHO는 2007년, 전 세계적 인구 고령화와 도시화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기찬 노년(Active Aging)을 제시했다. 건강과 참여, 안전이 활기찬 노년의 3대 기둥이다. 이어 2009년 WHO 국제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국 뉴욕시가 2010년 최초로 회원도시 가입 인증서를 받았으며 2015년 10월 현재 33개국 287개 도시가 네트워크에 가입했다.우리나라는 서울시가 2013년 유일하게 가입했고 부산과 인천, 수원, 제주 등이 2017년 가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고령친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건물과 교통, 주택, 사회 참여, 일자리 지원 등 8개 부문에 걸쳐 점검을 받아야 한다.그러면 전북, 그 중에서도 전주시는 어떠한가. 두 가지 방향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 첫째, 인구고령화에 대한 선제적 대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며 전북은 그 앞부분에 자리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남에 이어 18.5%로, 전국에서 2위로 높다. 도내에서 임실과 진안, 순창은 30%를 넘었다. 전주시는 아직 11.5%에 머물고 있어 낮은 편이다. 이러한 노인 비율은 2020년 20.6%, 2040년 37.5%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북의 수부(首府)인 전주시가 먼저 나서야 한다.둘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금까지 우리의 복지정책은 생활보장 중심이었다. 이것이 보건과 일자리, 사회참여 등 전분야로 확산되고, 개인과 공급자 중심에서 가족 등 통합적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베이비부머 및 중산층을 포함한 중장기적 정책 수립도 요구된다. 이러한 흐름에 앞서가기 위해선 고령친화도시 인증이 최선의 방책이다.지금 복지선진국들은 단순히 노인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아동과 여성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도시디자인(universal design)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뜨겁고 젊은 이미지의 도시 뉴욕이 가장 먼저 고령친화도시에 선정된 의미를 새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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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14 23:02

정년 퇴임식을 보며

대학교수 두 분의 정년퇴임식에 다녀왔다. 전북대 영문과 전병만 교수와 체육교육과 고영호 교수의 퇴임식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데다 나 자신도 정년을 앞둔 시점이어서 발길이 절로 옮겨졌다. 두 분은 학문 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꽤 활발히 해서인지 퇴임식장은 성황을 이루었다.먼저 지난 20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렸던 전 교수 퇴임식.전 교수 퇴임식은 한국영어교육학회 정기학술대회를 방불케 했다. 역대 회장과 임원 등 영어교육 관련 교수들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였다. 또 중국 대학에 자리 잡은 제자들도 함께했다.그리고 에베레스트 원정대장 출신답게 한국산악연맹 등 산 사나이들도 눈에 띄었다. 영어 출판사에서 프로그램을 주관한 탓인지 초등학생들의 잉글리시 콘서트도 이채로웠다. 재미있는 일화도 알게 됐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듣기평가가 처음 시작될 때 일이다. 당시 수능 출제위원장인 김임득 명예교수(한양대)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영어듣기평가시 대한민국 상공의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 금지 가 그 때 출제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전 교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비행기 이착륙으로 인해 수험생 중 일부가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해 전 교수가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에 건의하게 되었고 이것이 채택돼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다음으로 지난 27일 아름다운컨벤션웨딩에서 열린 고 교수 퇴임식. 고 교수 퇴임식은 체육계 인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오랫동안 체육학계에 몸담았고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위원 등을 역임한 덕이다.이날 퇴임식에는 1990년대 중반 전북대에서 전국 대학생 5만여 명이 모인 한총련대회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김진옥 전주 시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일본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딸이 가족대표로 애틋한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장명수 전 총장(전북대우석대)은 축사를 통해 특유의 재담과 해박한 향토지식을 바탕으로 덕담을 건넸다.장 총장은 정년퇴임 중 정년은 인정하나 퇴임은 인정할 수 없다며 퇴임이 아니라 창생(創生)이라고 격려했다. 곧 인생2막을 새롭게 출발하라는 것이다. 고 교수는 신효근 치대교수 등 고교 동창을 소개하며 밥(술 포함)을 같이 먹어야 친구라는 의리의 사나이다운 지론도 폈다.이들은 평생 대학에 몸담아서인지 제자들이 주축이 돼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박사학위를 지도한 제자들에 뜨거운 애정을 표했다. 예전의 논문 봉정식 대신 에세이와 강의 모음을 책으로 펴냈다. 지인 82명이 공동저자인 「더불어 함께 가는 길(사람학문산)」과 「운동으로 젊어지는 뇌」 등이다.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또 이 지역의 한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이다. 재임 중 총장과 교육감에 뜻을 두었다 접어야 하는 아픔도 없지 않았으나 이를 슬기롭게 이겨냈다.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다. 정년까지 무사히 마치는 경우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2016년부터(300인 이하는 2017년) 모든 사업장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했지만 이로 인해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이 논란이다.그에 비해 대학교수의 65세 정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교수도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신임교수의 평균나이가 40세를 넘었다.사실 정년이나 은퇴는 생물학이나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온당치 않은 개념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인간에게 인위적으로 이 나이까지만 일하라는 것은 폭력이다. 인간 능력의 감퇴나 소멸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 아닌가.우리나라는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청춘도 아프고 노인도 아프다.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웬 궁상스런 생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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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2 23:02

세상을 바꾸는 작은 분노

지난 주(7월 1618일) 비교적 큰 행사를 치렀다. 3일간 전북지역 고교생 1만 명가량이 한 곳에 모이는 진로진학 안내 프로그램이었다. 규모가 제법 큰 건물에 100개 가까운 학과부스를 설치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전공에 대한 소개와 체험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입시상담도 곁들였다.이러한 행사는 아직 전공에 대해 심지가 굳게 박히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의 학과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정보에 목말라 있는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러했다.해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예정된 사업비 지원이 늦어졌다. 여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채 가시지 않아 준비가 수월치 않았다. 장맛비가 쏟아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3년째 행사를 치르며 이번에 공익(公益)을 위한 분노에 대해 생각했다. 정당한 공익적 분노가 제도 개선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1층과 2층으로 구분된 행사장은 7월 중순의 무더위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층은 그런대로 견딜만 했으나 2층은 그게 아니었다. 건물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하고, 이동식 에어컨 5대를 동원했으나 하루 3000명이 넘는 열기를 이기지 못했다. 더구나 2층 로비 구석에는 인문계 학생들이 많이 찾는 학과가 포진해 있어 학생들로 넘쳐났다.아니다 다를까 A학과 관계자가 운영본부로 찾아와 거칠게 항의했다. 1층과 2층 온도가 너무 차이가 난다. 이것은 형평에 어긋난 것이다. 똑 같은 조건으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든 해결해 줘라는 요지였다.어린 친구가 항의하는 모양새가 비위에 거슬렸지만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밀리는 바람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업체 직원을 부르고 이동식 에어컨을 더 설치했다.그러자 과부하가 걸렸는지 전원이 나가 버렸다. 라인 전체에 전깃불마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기를 오후 내내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A학과가 속한 단과대 부스 전체를 새벽에 1층으로 옮겨야했다.그런데 마지막 날, 불똥이 또 다른 곳에서 튀었다. 2층 A학과 옆에 있던 다른 단과대학 B학과장이 보자고 해서 가봤더니 길길이 날뛰는 게 아닌가. 불같이 화가 난 이 여성 학과장은 속사포로 쏘아댔다. 왜 우리 학과를 푸대접하느냐? 우습게 보이느냐? 우리 학과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느냐? 다른 학과는 이름만 들어도 학생들이 찾아오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부스를 옮기려면 우리까지 같이 옮겨줘야지 이게 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 학과장은 상대방이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그러면서 옆에 있던 같은 학과 관계자를 혼내기 시작했다. 너도 잘못이야. 이런 상황이면 우리도 옮겨 달라고 해야지 바보(?)같이 가만있어. 당장 부스를 철수해! 내년부터는 참가하지 말고.실컷 소리 지른 뒤 화가 조금 풀리자 B학과장은 겸연쩍은 듯 했다. 이 행사 책임자가 누구냐며 항의해야겠다고 내려갔다. 사실 B학과장은 초면이긴 하나, 전혀 인연이 없지 않았다. 지난 해 내가 맡았던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행사에 만족해서인지 관계자를 통해 병에 담긴 커피액을 보내왔던 것이다. 그 기억이 나자 조금 씁쓸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자신의 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불쾌했지만 무관심보다는 훨씬 나았다.이들의 항의 때문만은 아니나, 다음 행사는 형태를 달리하기로 했다.공익을 위한 분노(항의)는 개혁의 시발점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정의로운 참여의 다른 이름이라고나 할까. 정당한 분노,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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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22 23:02

염치없는 올드 보이들의 귀환

업무 차 충북과 전남을 들를 기회가 있었다. 평소 전주에서 생활하다 이들 지역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북보다 낙후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충북 청주와 충주, 전남 여수 순천 목포 등은 예전과 달리 눈부시게 달라져 있었다. 청주의 경우 국제공항과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등이 들어서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마치 외국의 첨단도시에 온 기분이었다. 새로 조성된 첨단의료단지와 기업, 각종 연구기관들이 여유롭게 배치돼 보기에 좋았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었다. 인구도 2009년에 전주와 비슷한 64만 명이었으나 지난 해 청원군과의 통합으로 85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제 충청도는 수도권과 한 몸인 수충권(首忠圈)이 되어가고 있었다. 수도권 전철이 청주공항까지 연결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했다.가장 못 사는 동네로 전락한 이유는전남 여수 또한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2012년 세계해양박람회를 치르면서 돌산공원에 케이블카가 놓이고 돌산대교 이순신대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여수 밤바다’ 노래처럼 야경은 찬란했고 횟집들도 성시를 이뤘다. 북적이던 경남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를 연상케 했다.이들을 보면서 전북만이 ‘외로운 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수치와 거의 일치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취업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 올라온 구인·구직 정보를 16개 광역 시도별로 분석한 결과, 전북은 취업자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00명 중 28.9명(전국 평균 37.2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남은 59.2명, 충남 55.7명, 충북 45.4명이었다. 또 전북은 100명 중 49.6명이 취업을 못해 두 번째로 일자리가 많이 부족했다.전북도민들은 꼴찌에 하도 이골이 나서 무감각하다. 그렇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전북이 가장 못 사는 동네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왜 일자리가 없는 걸까.그것은 전북을 이끌어 온 리더들이 무능하고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무현을 제외한 역대 정권이 수도권과 경부축 중심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펴온 데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다른 자치단체들은 나름대로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나서 지역발전을 선도해 왔다. 그에 비해 전북의 리더들은 지역발전 전략도 짜지 못했고 중앙정부를 요리할 배짱도 없었다. 그런데도 요즘 내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을 겨냥해 올드 보이들이 다시 나설 것이라고 한다. 유종근 김완주 정동영 장영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유종근과 김완주는 각각 7년과 8년, 모두 15년 동안 전북도정을 이끌었다. 특히 유종근은 금품수수로 도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정동영은 전북의 유일한 여당 대권후보로 한때 전북의 빛나는 별이었다. 장영달은 전주에서 내리 4선 고지에 올랐다. 그들에게 공(功)도 없지 않으나 전북 낙후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아니,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제 역할 못하고 있는 전북 정치인들그런데도 총선에 나서려는 것은 염치(廉恥)없는 일이다. 얼굴에 철판을 깐 것과 같다. 여기서 염(廉)은 청렴결백, 치(恥)는 부끄러움을 안다는 뜻이다. 관포지교 고사로 유명한 관자(管子)는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국가의 4가지 기둥(維)으로 꼽았다. 이것이 없으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했다. 순자(荀子)는 염치없는 사람이 나서는 것을 ‘개나 돼지의 용기’에 비유했다. 문제는 이들이 컴백을 생각할 수 있는 전북정치권의 형편이다. 한 마디로 현재의 전북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회의원 11명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특히 3선 의원들은 선수(選數)에 값하지 못하고 있다.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공포에 뒤덮여 있어도 10개월 후로 다가 온 총선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올드 보이들은 염치를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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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5 23:02

캠퍼스의 봄날은 간다

햇살이 화사한 봄날의 캠퍼스는 꽃 대궐이다. 새내기들의 재잘거림과 어울려 싱그럽다.캠퍼스는 3월 중순부터 노란 산수유를 시발로 갖가지 꽃들이 울긋불긋하다.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청순한 목련이 아이보리색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금세 뚝하고 떨어져 버렸다. 4월 들어서는 벚꽃이 눈처럼 날렸다. 지금은 철쭉과 영산홍의 잔치판이다. 특히 영산홍은 넘치는 정념을 참지 못하고 붉다 못해 자지러지는 듯하다. 솜뭉치 같은 왕벚꽃들도 한창이다. 꽃들은 세월호 사고 1주년이나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지진이 난 듯 요란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잎의 도전도 볼만하다. 연록의 잎새들이 먼저 핀 꽃을 시샘하듯 말간 얼굴을 내밀더니 어느 새 짙어간다. 빨갛고 하얀 꽃들과 녹색의 나뭇잎이 조화를 이뤄 캠퍼스의 봄날은 축복 그 이상이다.정부 정책, 청년실업 해소에 한계하지만 캠퍼스의 봄날이 마냥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 푸르른 청춘들의 앞날이 갈수록 어둡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입학 때의 높은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지난 2월말 연세대 졸업식장에는 연대 나오면 모(뭐)하냐백순데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11.1%였다. IMF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원으로 치면 48만 명이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다. 임시직 같은 불완전 취업자, 취업준비생,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청년체감실업률은 23%에 이른다. 1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셈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한 인원까지 합하면 300만 명을 넘는다. 이제 88만 원 세대 이태백 삼포세대 같은 말은 한물 가버렸다. 그리고 오포세대 청년실신 인구론 열정 페이 등의 신조어가 그 자리를 채웠다.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공무원과 대기업이다. 이를 반영하듯 9급 공무원 시험에 20만 명이 몰렸다. 삼성고시(SSAT)에도 역시 20만 명이 몰렸다. 해마다 치르는 대입 수능 응시인원 60만 명을 생각하면 대졸생의 2/3가 두 시험에 목을 맨 것이다.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 아니다. 학업을 마친 젊은이가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가정을 꾸리는 첫걸음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러한 절규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정책이라는 게 언 발에 오줌누기다. 더구나 정부의 인식과 현실의 격차는 너무 크다. 좋은 예가 박근혜 대통령의 얼마 전 언급이다. 해외순방 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 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에 갔다고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청년단체 회원들이 니가 가라, 중동에라는 야유를 보냈다. 아픈 청춘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결과가 되었다. 지금 같은 고용없는 저성장 으로는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경제회복과 함께 교육시스템 변화를문제는 좀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회복과 함께 고통스럽지만 교육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한다. 대학에 대한 환상이 걷히면서 2008년 83.8%까지 치솟았던 대학진학률이 2014년 70.9%로 낮아졌다. 이것도 아직 높다. 대학은 갈 사람만 가게 해야 한다. 본인의 적성에 따라 고교나 전문대에서 필요한 직업이나 산업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옳다. 9급 공무원은 예전 고졸 출신이 대부분 응시했다. 학력인플레가 너무 심한 편이다. 한 해 1만3000명을 배출하는 박사학위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눈물어린 구직난과 미스매치는 개인적 좌절과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캠퍼스의 봄날은 화사하다. 하지만 청춘들의 미래는 그리 화사하지 않다. 그런 속에 속절없이 봄날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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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7 23:02

정년에 대하여

정년이라는 게 미리 경험할 수도 없는 거잖아. 인생의 반을 훌쩍 넘은 시점에 다들 처음으로 정년이라는 것을 맞는 셈이지.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최근에 내놓은 〈55세부터 헬로라이프〉에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은 중견가구점의 잘 나가는 세일즈맨이었다. 하지만 나이 들어 한직으로 밀려나자 58세에 조기퇴직을 신청한다. 어렵지 않게 재취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웬걸,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직장생활 동안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에 취직을 부탁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직함이 없는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 한탄한다. 작가가 후기에서 말하듯 체력도 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만전을 기하지 못하고, 그리고 이따금 노쇠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맞딱뜨리는 불안한 초상이다.노후 준비 제대로 못하고 퇴직고령화문제에서 일본을 뒤따르는 우리의 현주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년퇴직은 오랜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휴식의 월계관이 아니다.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지위 하락이라는 형벌로 다가오는 것이다.요즘 내 주변에는 정년을 맞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찌어찌 이모작에 성공한 사람도 있으나 대개는 백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어쩐지 공허하다. 아직도 부모봉양이나 자녀교육취업결혼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그러니 자신의 노후준비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저승사자만큼 꺼리는 정년이 꼭 필요할까. 정년제도는 독일 비스마르크 재상이 1889년 공무원의 정년을 65세로 정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독일은 프랑스와의 전쟁을 위해 청년들을 동원했다. 전쟁이 끝나고 징집된 젊은이의 처리가 문제였다. 자그만치 100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했고 일자리를 주어야 했다. 그래서 도입된 게 나이든 사람을 내보내는 정년제도였다. 이후 영국이 1908년 이를 도입했다. 미국은 1929년 경제대공황을 맞아 실업에 허덕이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 정년제도가 공식 도입되었다. 그러다 197080년대 산업화와 IMF 외환위기를 넘기며 정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정년연장이나 폐지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적 추세가 되었다. 미국은 1967년, 영국은 2011년 정년을 폐지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 4월 국회에서 60세 정년법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제3차 장년고용촉진기본계획)을 2017년부터 시범실시한 뒤, 2023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그러나 이 같은 정년연장은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제계와 청년세대들이 그러하다. 경제계는 장기불황에 짓눌린 기업들의 체력이 임금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다. 청년들 역시 일자리를 5060대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밥그릇을 둘러싼 세대갈등이다. 몇 년전 프랑스정부가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려다 청년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원상태로 돌린 것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미루는 5포 세대가 즐비하다. 하지만 정년연장과 청년 일자리는 관계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종에 따라 다르긴 해도 청년실업은 경제상황과 IT 발달에 따른 고용없는 성장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3040년 뒤에는 청년들도 정년연장의 혜택을 보게 된다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나이 기준 정년제도 또 다른 차별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정년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 전단계로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과 최소 정년제도(65세)를 도입해야 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정년을 가르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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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6 23:02

대학입시에 실패한 청춘들에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오래 전,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에게 이메일을 보낼 구상을 했었다. 같은 을미생(乙未生)끼리 동갑계(同甲契)를 하면 어떨까 해서다. 아무래도 동년배이다 보니 친근감이 느껴지고, 그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관심이 더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러한 한국적 사고방식을 이해할 리 없고, 이에 응할 리도 없었을 터다. 결국 이메일을 보내지 못했고, 구상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올해 을미년 양띠 해를 맞아 던지는 신소리다.스티브 잡스가 더 큰 매력을 주는 까닭어쨌든 이들은 정보기술(IT)분야의 세계적인 천재요, 거인들이다. 이미 인류문명사에 한 획을 긋는 신화가 된 존재들이다. 아마 미국이 아직도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는 것도 이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엄청난 재정적자와 인종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창의력이 탁월한 인재들이 계속해서 배출된 덕분이다. 아쉽게도 애플의 창업자 잡스는 2011년 먼저 세상을 떴다.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한 게이츠는 사업에서 손을 떼고 공익재단을 만들어 워렌 버핏과 함께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이들은 둘 다 지독한 일벌레였고, 엄청난 승부사 기질을 지닌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갑부 게이츠보다 잡스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 잡스가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둘은 태생적 환경부터 달랐다.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입양됐고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자주 빼먹는 비행소년이자 사고뭉치였다. 고등학교 땐 HP조립 아르바이트와 신문 배달, 재고품 정리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반면 게이츠의 아버지는 저명한 변호사, 어머니는 은행 이사였고 외할아버지는 미국 국립은행 부행장을 지낸 명문가였다. 그런 집안 분위기 탓에 게이츠는 상류층이 다니는 고교에 입학해 일찍부터 컴퓨터를 실컷 주무를 수 있었다. 말하자면 잡스가 밑바닥에서부터 정상에 올랐다면 게이츠는 유복한 집안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를 순탄하게 밟은 셈이다. 이들을 언급한 이유는 역경을 극복하는 삶이 높이 평가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대학입시 시즌이 막바지다. 수시는 이미 지난 해 12월 초에, 정시는 올 1월에 대부분 끝났다. 이제 일부 추가합격자 발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합격의 기쁨에 환호하겠지만, 상당수는 대학입시에 실패해 실망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미 재수의 길에 들어선 학생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잡스의 얘기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입시 현장에 있다 보면 여러 유형의 학생들을 보게 된다. 그 중에 눈길이 가는 학생들은 잠재능력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실제로 서류전형이나 면접 등에서도 그러한 학생을 높이 평가한다. 가령 성적만 보더라도 1학년 때보다 2,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성적이 향상된 학생이 평균적으로 잘 하는 학생보다 유리하다. 여기에 어려운 가정환경 등 역경을 극복했다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기준은 취업 때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인생에서 반전의 기회는 꼭 온다하나 더 보탤 게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나도는 세간의 3대 실패에 관해서다. 첫째가 청년 출세(소년 급제), 둘째가 중년 상처(喪妻), 셋째가 노년 무전(無錢)이라고 한다. 너무 젊은 나이에 출세한다거나 중년에 부인 또는 남편을 잃거나, 말년에 너무 돈이 없으면 노후가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인생의 첫 번째 관문인 대학입시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서 너무 쉽게 자신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경직화되면서 비록 성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예전만 못해도 인생에 반전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꽃이 비바람에 흔들리며 피듯, 인간 역시 시련과 좌절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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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2 23:02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전쟁과 전북

죽막동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달 2122일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과 중국학자들이 참석해 변산반도 해양제사 유적에 대한 의미와 세계유산적 가치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1992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수성당 일대에서 발굴된 이 유적은 한반도 최대의 제사유적으로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백제는 물론 중국과 일본, 가야지역 토기와 제기(祭器)들이 다량으로 출토돼 백제시대 이후 동아시아 해상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더구나 이곳은 오늘날까지 제사의식이 행해지는 등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해양문화 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꼽힌다.부안 죽막동 유적 세계유산적 가치하지만 일반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역할을 했던 일본의 무나카타(宗像)오키노시마(沖ノ島) 관련 유산군(遺産群)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고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된 것과 퍽 대조적이다. 이곳은 국책사업이자 전북도민들의 숙원인 새만금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보물 같은 자원인데도 너무 내방치다 시피했다. 전북은 이러한 유적을 널리 알리고 활용하는데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산업화에 뒤진데다 문화 발굴 및 활용에서도 뒤쳐져 안타깝다.세계는 지금 문화전쟁 중이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등재될 경우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증가 등 경제적 이득과 교육적 사회적 환경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 못지않다.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을 총동원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2014년 12월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은 161개국이 보유하고 있는 1007점이다. 이 중 이탈리아가 50점으로 가장 많고, 중국 47점, 스페인 44점, 독일 40점, 프랑스 39점 등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해인사장경판전을 시작으로 올해 등재된 남한산성까지 11점이다. 이와 함께 인류무형유산 17점, 세계기록유산 11점 등 모두 39점이 등재돼 있다. 국토면적이나 인구로 보면 우리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세계유산은 그 동안 유럽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최근 중국이 치고 올라가는 형세다. 반면 무형유산은 아시아국가가 초강세다. 특히 유네스코 유산의 세계적 가치에 뒤늦게 눈을 뜬 한국과 중국 일본 간 경쟁이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국가 간 경쟁 뿐 아니라 자치단체 간 경쟁도 마찬가지다. 등재로 인한 이익을 피부로 실감했기 때문에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 2000년 세계유산에 올린 고창 고인돌 유적의 경우 등재 당시 5만 명이던 관광객이 지난 해 4배가 넘는 21만 명으로 뛰어 올랐다. 창덕궁은 1997년 등재 당시 28만 명에서 올해 130만 명이 찾았다.도내 문화유산 연구 지원관심 절실현재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14점, 자연유산 3점 등 17점이다. 이 가운데 전북과 관련된 유산은 익산역사유적지구와 서원(무성서원 등), 서남해안갯벌(고창 부안 등) 3점이다. 이와 함께 전북도에서 2007년부터 김제 벽골제와 부안 유천리도요지를 올렸으나 진전이 없고, 최근에 한옥 교회군을 추가했다. 지리산의 경우도 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소설 춘향전, 태인 고현동향약, 무형유산으로 한지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전북이 추진하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경북의 동학기념물과 겹치거나 선수를 빼앗긴 느낌이다.문제는 전북지역의 경우 기초연구가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자치단체의 의지와 주민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전북도와 시군이 좀 더 전투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죽막동을 비롯한 전북의 유산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문화 전북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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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2 23:02

가인(김병로)을 전북에 가두지 말라

전북인물은 춘향과 전봉준 밖에 없다. 큰일이다.지난 9월 29일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 2014 가인(街人) 김병로선생 기념 심포지엄에서 회고 강연을 가진 김진배씨(전 국회의원현대사연구가)가 던진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잠시 멍한 기분이었다. 120년 전 동학농민혁명의 횃불을 높이 든 전봉준이야 당연히 전북이 낳은 전국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춘향은? 오죽 인물이 없으면 소설(판소리) 속의 인물을 내세웠을 것인가. 우스개였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이러한 서두는 아마 이날 발제의 주인공인 가인(18871964)선생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사전장치였을 것이다.독립운동가이자 민주주의 파수꾼가인이 누구인가. 흔히 전북 출신의 초대 대법원장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실시한 전북도민 여론조사에서 인지율은 29.9%에 그쳤다. 이 중 20대의 인지도는 8.9%에 불과했다. 따라서 부연설명을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가인은 빛나는 독립운동가였다. 이미 10대 때 최익현의 의병에 가담했고, 1921년 대동단사건을 필두로 20여 년간 100여 건의 항일사건을 변론한 항일민족변호사였다. 또한 가인은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사회운동에도 앞장섰다. 더불어 가인은 법률가로서 독보적 존재였다. 법률이론에 해박한 가인은 낮에는 경성전수학교(서울법대 전신)의 유일한 조선인 교수로서, 밤에는 보성법률상업학교(고려대 법대 전신)의 강사로서 후학을 양성했다. 그의 열정과 탁월한 실력은 해방 후 법전편찬위원장으로서 형법 민법 등 기본5법의 편찬에 절대적 공헌을 했다. 조문마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 그의 덕을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미군정기 사법부장으로서,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이 나라 사법의 틀과 뼈대를 세운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나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권 독립을 지켜내고, 퇴직 후에는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야권 단일화에 힘쓰다 쓰러졌다.그런 그의 업적에 비해 기념사업과 연구는 미진한 편이다. 2011년 고향인 순창군 복흥면 하리에 대법원 가인연수관이 세워졌고 전주 덕진공원에 법조3성(김병로 최대교 김홍섭)의 조각상이 세워졌을 뿐이다. 또 대법원 정문에 들어서면 가인의 반신상이 반기고, 가인이 일제말 머물렀던 서울 창동 근처에 가인초등학교가 있다. 올 1월에는 대법원에서 가인의 서세(逝世) 50주년을 맞아 추념식과 심포지엄이 열렸다.이런 상황에서 늦게나마 전북변호사회를 중심으로 법조타운이 들어서는 만성동에 가인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전북변호사회가 지역사회에 대한 공적 역할이 너무 미미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전북변호사회는 큰 인물을 내세워 기념관 건립의 명분을 얻고 변호사회관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나아가 변호사회의 존재감도 내보이고 지역민과 소통을 할 수 있어 1석3조인 셈이다.기념관 건립 추진위원 폭 확대해야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는 가인을 전북에 가두지 말았으면 한다. 역설적이지만 가인을 더욱 크게 현창하기 위해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 한인섭 교수의 말처럼 자칫 골목대장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추진위원의 폭을 전북에 국한시키지 말고 대폭 넓혀야 한다. 당시 같이 활약했던 대구 출신의 이인 초대 법무장관과 함북출신의 허헌 김일성대학 총장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도 함께 조명해야 한다.둘째는 가인을 법조의 영역에 가두지 말았으면 한다. 가인은 청렴의 상징이다. 청빈과 강직, 의연한 자세는 법조를 넘어 입법 사법 행정 등 모든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덕목이다. 청렴과 원칙이 공직자는 물론 모든 국민의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인기념관 건립이 성공적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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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10 23:02

새만금·전주한옥마을의 정신적 가치

전북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는 뭘까. 아마 새만금사업과 전주한옥마을이 아닐까 싶다. 사업 규모로 보면 단연 새만금이요, 인기로 보면 한옥마을일 것이다. 이들 사업은 전북을 대표할 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엔진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더불어 최근 농촌진흥청 등이 입주한 전주·완주 혁신도시와 탄소산업, 국가식품클러스터 등도 잘 키워야할 미래의 자산들이다.올곧은 선비정신 계속 이어가고요즘 들어 새만금사업과 전주한옥마을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새만금사업은 ‘한중(韓中)경협단지’라는 국내 최초의 초국적(超國的) 경제협력특구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다시금 활력을 찾고 있다. 또 기본계획 변경과 함께 친환경 SOC 및 워터프론트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착공한지 23년이 지나면서 피로감을 느끼던 차여서, 졸린 눈이 확 깨는 기분이다. 중국측이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할지가 관건이긴 하나 국가 차원에서 나선만큼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반면 전주한옥마을은 10여 년 동안 승승장구하다 꼭지점을 찍은 분위기다. 2008년 방문객이 100만 명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100만 명씩 늘어나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는 600만 명을 넘을 만큼 인기 절정이다. 하지만 화무(花無)는 십일홍(十日紅)이라 했던가. 벌써 꽃 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위 ‘위기론’이 그것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은 말할 것 없고 후발주자인 서울의 북촌과 남촌, 공주, 이천, 강릉 등이 전주한옥마을의 명성을 넘보고 있다. 아직 앞서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한 차원 높게 진화하기 위한 몸부림이 따라야 할 것이다. 어찌됐든 이들은 전북발전을 이끌고 있는 두 기둥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특히 정신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는 뭘까. 올곧은 선비정신과 온고지신을 통한 미래지향성이라고 생각된다. 그 연결고리는 한말의 거유(巨儒)였던 간재(艮齋) 전우(1841∼1922)다. 그는 기호학파의 끝자락을 장식한 마지막 도학자였다. 전주 청석골(지금의 다가동)에서 태어난 간재는 서울로 옮겼다 충청도 아산의 전재(全齋) 임헌회 문하에 들어가 수학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친일파 오적(五賊)을 처형해 달라는 상소를 올리고 서해 고도(孤島)로 들어갔다. 지금의 새만금지역인 왕등도, 신시도, 계화도가 그곳이다. 그때 나이 68세였다. 이것은 공자가 도(道)가 행해지지 않자 뗏목을 타고 다른 곳에 가서 도를 지키고 전수코자 했던 정신과 통한다. 이곳에서 운명을 달리할 때까지 15년 동안 학문을 연마하고 제자를 가르쳤다. 당시만 해도 이들 섬까지 가는 길은 멀고 풍랑이 심해 위험한 뱃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반도 곳곳에서 제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계화도에서 치른 장례식 행렬에는 무려 3000명의 제자들이 뒤를 따랐고, 참관한 사람이 6만 명에 이르렀다. 그의 국혼(國魂)을 지키고자 했던 선비정신과 항일의식 고취, 후학에 대한 교육열은 새만금지역의 정신적 횃불이 되고 있다. 그의 제자 중에 전주한옥마을과 관련 있는 인물이 3재(三齋)다. 3재는 금재(欽齋) 최병심, 고재(顧齋) 이병은, 유재(裕齋) 송기면을 일컫는다. 흔히 이들은 오늘날 전주한옥마을의 정신적 지주라 불린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지조를 지키며 일제에 항거하는 등 선비 본연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학문을 닦으며 미래의 등불인 후학 양성에 게으르지 않았다.온고지신 통한 미래지향성 가져야이제 새만금과 전주한옥마을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버전을 바꿔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다. 이런 때일수록 내재적 가치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전주의 한옥마을, 전북의 새만금이 아니라 글로벌한 새만금과 한옥마을로 발돋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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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4.09.29 23:02

새만금 한·중 경협단지 성공조건

“친구가 먼 곳에서 왔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지난 7월 4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가해 던진 첫 마디다. 이에 대해 포럼을 주최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똑같은 말을 인용하며 환영사를 했다. 서로 마음이 통해 포럼장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한다.시진핑 주석의 방문은 G2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과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다.사회간접자본 시설 구축 앞당겨야하지만 경제 외교적 효과도 없지 않다. 중국은 4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우추취(走出去·Go Global)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 세계 4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중국기업의 한국투자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상생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인 셈이다.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은 상생의 적지로 새만금지역을 중국 측에 추천했다. 공동으로 새만금경제협력단지 조성을 제안한 것이다. 이를 공동성명 부속서(附屬書)에 “양측은 새만금 한·중경협단지에 대해 추후 지속 협의해 나가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아직 선언적 수준이지만 지지부진한 투자로 피로감을 느끼던 우리로서는 벼락같이 날아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실천을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측은 당장 진행 중인 새만금기본계획(MP) 변경안 맨 앞줄에 선도사업으로 ‘한·중경협단지’를 넣었다. 이 선도사업은 새만금 내부개발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그러나 그 동안의 사례를 보면 한·중경협단지 조성이 만만치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간 한·중경협은 세 차례가 있었다. 대표적 사례인 전남 무안의 ‘한중 미래도시’는 2007년 중국 중앙정부(상무부) 지원으로 ‘해외경제협력단지’로 선정되었으나 한국 측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모집 어려움으로 지정 해제되었다. 또 경기도 평택의 ‘한·중 테크노밸리’와 충북 제천·청원군의 ‘차이나월드사업’은 중국측 투자자 모집 실패로 무산됐다.다행히 새만금사업은 우리 정부가 뒷받침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희망의 빛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양해각서(MOU)도 체결하지 않아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단계다.그렇다면 새만금 한·중경협단지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첫째는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을 얼마나 앞당기느냐에 달려 있다. 국토연구원의 새만금기본계획 변경안에는 공항과 항만, 철도, 도로망이 2020년 기준이다. 이를 박근혜 정부 임기 내인 2017년으로 앞당겨야 한다. SOC가 안되어 있는데 중국 측에 투자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넌센스다. 공기업 참여·총리실 산하 추진단도둘째는 공기업 참여의 중요성이다. 공기업의 참여 여부는 정부가 개발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한·중경협단지는 규모가 크고 시일이 많이 걸려,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춰야하기 때문에 공기업 참여가 필수적이다. 중국 측은 해외투자의 66.2%를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측 공기업과 중국측 국영기업의 공동투자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다. 셋째는 국무총리실에 한·중경협 추진단(또는 기획단)을 두어야 한다. 새만금개발청은 국토교통부 산하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조율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규제 개선을 위한 법 개정, 수질 확보대책도 따라야 한다.한·중경협단지는 새만금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다. 나아가 그 길이 두 나라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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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4.08.11 23:02

송하진 지사가 새겨야 할 3가지

송하진 지사는 인품이 넉넉하다. 사람 좋은 웃음과 모나지 않은 성품이 호감을 준다.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절로 모여든다. 집안 내력으로 문화예술에도 이해가 깊고 능하다. 물론 행정에도 33년을 몸 담았으니 문리(文理)가 트였을 것이다. 다만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미지수다. 그리고 조금 유(柔)하다는 평도 없지 않다.그런 그가 이제 전북 도정을 내일부터 4년간 이끌게 됐다. 대과(大過)와 큰 변수만 없다면 2선 정도는 상례이니, 한 번 더 맡게 될 개연성도 높다.그는 행정에 몸 담는 동안 도지사가 꿈이었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다. 그런 만큼 내일 취임은 가슴 벅찬 감동이 아닐까 한다. 지난 6·4 지방선거에 당선된 후 그의 주변에는 박수갈채와 덕담이 쏟아졌을 것이다. 달콤한 립 서비스가 넘쳐나고 불나방처럼 사람도 몰렸을 것이다. 측근 조심하고 통 크게 멀리 내다봐야그러나 송 지사의 성공과 전북 발전을 위해 쓴 소리 3가지만 던지고자 한다. 유종근- 강현욱-김완주로 이어지는 민선 20년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 본 결과, 하는 얘기다.첫째, 측근을 조심하라. 인사는 능력 있는 인재를 널리 골라 쓰되, 측근 참모들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말이다. 유 지사나 김 지사 때 측근의 폐해는 더 잘 알 것이다. 더불어 송 지사는 선거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맺어진 경우는 말할 것 없고 정치인과 언론인, 교수, 상공인, 문화예술인 등 다양하다. 그들 중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도운 사람도 있겠지만 이해관계를 셈해 보고 보험을 든 사람이 상당수였을 것이다. 그들이 도정의 정책이나, 각급 공사, 인사과정에 개입한다면 송 지사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분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유종근 지사와 최규호 교육감이 그러했다. 유 지사는 군산 F1 그랑프리 유치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돈을 받았다 옥고를 치렀다. 또 최 교육감은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선거를 도왔던 교수들을 통해 돈을 받았다 4년째 도피 중이다. 두 사람 모두 도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둘째, 사표를 품고 다녀라. 취임도 전에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통 크게 멀리 내다보라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전임 김 지사는 전주시장과 도지사 16년 동안 열심히, 비교적 깨끗이 일했다. 하지만 씻을 수 없는 큰 오점을 남겼다. 그것은 LH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나약함이다. 당시 그는 도지사 직을 던졌어야 했다. 자신을 버림으로써 자신도 살고, 도민들의 기(氣)와 자존심도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만약 김 지사가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면 도민들이 가만히 보고 있었을까. 그를 살리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을 것이다. 그는 배포가 작아 개인적으로 3선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도민들에게 “전북은 되는 게 없다”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고 말았다. 반면교사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그는 2009년 충남지사 당시 이명박 정부가 행복도시를 수정하려 들자 항의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 결과 자리를 잃었으나 충청인의 마음을 얻었다.전국 경쟁력 가지고 전북 발전 이끌길셋째, 전국적인 경쟁력을 가져라.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된다는 말이다. 송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강봉균, 유성엽, 박철곤, 이광석을 가볍게 물리쳤다. 1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도내에서 1등이지 전국적인 경쟁력과는 무관하다. 전북은 지금 인구와 산업이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도지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런데 송 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남경필 경기지사는 차치하고라도 경북이나 경남, 충남, 제주 지사 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송 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 300만 도민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제발 그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취임에 앞서 던지는 쓴 소리를 널리 양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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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4.06.30 23:02

가짜 지도자와 진짜 지도자

꽃 같은 푸른 생명들이 바다 밑창으로 가라앉았다. 국상(國喪)이었다. 왕조시대의 상감마마가 승하해서가 아니다. 온 국민의 가슴 속에 맹골수도 파고보다 더 높은 슬픔이 넘실거렸다. 그러니 이 보다 더 큰 국상이 어디 있겠는가. 이 어이없는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마비된 듯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끝내 분노로 변했다. “이게 나라인가”하는 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소득 3만 달러니, 세계 10위 권 경제대국이니 하는 수식어가 얼마나 사상누각인가가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민낯은 부끄럽고 참담했다. 21년전 서해훼리호 사건의 기억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좀 진정 기미를 보이긴 하나 아직도 트라우마는 계속되고 있다.돌이켜 보면 이번 참사는 1993년 10월 10일 서해 훼리호 사건의 재판이었다. 21년 전 군산 주재기자로 있을 당시, 그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292명의 탱탱 불은 시신들이 위도 앞바다에서 군산 공설운동장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보며 할 말을 잃었었다. 사고 원인이며, 유족들의 비통함, 잠수부들의 작업, 해상 크레인 동원, 검찰의 수사 등등….그 가운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선장의 ‘잠적설’이다. 당시 백운두(당시 56세) 선장이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는 것이다. 시신 인양이 늦어지면서 백 선장이 무인도나 중국으로 잠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검찰은 그것을 믿고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하지만 백 선장은 침몰된 배 안의 통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통신실로 뛰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휩쓸려 들어온 물살에 출입문이 막혀 탈출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잠적설은 ‘귀신 잡는 검찰’이란 오명을 남기고 해프닝으로 끝났다.반면 이번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69)은 팬티 바람으로 맨 먼저 탈출했다. 탑승객을 팽개치고 제 한 몸만 빠져 나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바다의 법칙(the rule of the sea)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월급 270만 원 짜리 비정규직’이라는 점과 배후에 그보다 더 큰 선주의 비리와 부패사슬이 드러나긴 했지만. 해난시 바다에서는 어린이와 여성들을 먼저 구하고, 선장과 선원은 맨 나중에 탈출하는 게 오랜 법칙이다.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와 유명한 타이타닉호 사건 등이 그런 전통을 세웠다. 또 남극 탐험선 인듀어런스호의 선장 어니스트 새클턴은 634일 만에 전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켜 ‘위대한 실패자’로 존경받고 있다. 우리 주위에선 이 선장 같은 자격 없는 가짜 선장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이번처럼 위기시에 드러난다. 역사적으로 보면 임진왜란 때 의주로 도망간 선조와 6·25 전쟁 때 한강 다리를 끊고 자신만 도피한 이승만 대통령이 대표선수다. 오죽 분노했으면 왜구가 아닌, 백성들이 왕궁에 불을 질렀겠는가. 이 대통령의 “국민들은 동요하지 말라”는 녹음 방송은 세월호 참사시 “구명보트를 입고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선내 방송만 아니었어도 꽃봉오리 같은 학생 250명을 포함해 304명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터이다.지방선거에서 '가짜 선장' 가려내야세월호 참사의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4년 동안 자치단체호의 살림을 맡을 선장을 뽑는 일이다. 이러한 때 가짜 선장과 진짜 선장의 옥석(玉石)을 구분(俱焚)해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옥석이 함께 타버릴 수 있으니까.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인도 마발지역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곳에서는 악마 상을 희게 칠한다고 한다. 악마는 정결과 정직의 탈을 쓰고 인간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흰 분칠을 한 가짜 선장을 가려내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아직도 진행 중인 세월호 국상이 던지는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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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4.05.19 23:02

김승환 교육감 뛰어넘기

김승환 교육감만큼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인물도 드물다. 각 현안마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덕분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4년 내내 그러했다.다시 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필수 불가결하다. 전북교육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선 그의 공과(功過)를 뛰어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선과 함께 부패한 전북 교육계에 청렴 바람을 불어 넣었다. 반면 소통 부족과 갈등을 일으켰고 학력저하 논쟁에 휩싸였다.교육계 청렴문화 안착 대단한 성과먼저 그의 공(功)부터 보자. 전북교육계는 22년 전인 1992년 첫 민선시대의 깃발을 올렸다. 첫 주자는 임승래였다. 이후 염규윤-문용주-최규호-김승환으로 이어졌다. 그 동안 전북교육은 부침이 없지 않았으나, 대체로 추락의 연속이었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敎)와 인격도야의 육(育)이 모두 그랬다. 원인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과 빈약한 경제력 탓이었다.하지만 여기에 전북교육을 이끄는 수장의 리더십 미흡도 한 몫 거들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도 없었고 상당부분이 부패했다. 최규호 시대가 절정이었다.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결국 최 교육감은 2010년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뇌물사건으로 구속 직전에 도주했다.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교육계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몸으로 보여줬다.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이가 김승환이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부패 척결을 외치며 등장했다. 예상을 깨고 오근량 후보에게 0.3%(2281표) 차이로 신승한 것이다. 이후 김 교육감은 단돈 100원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실천했다.아직 아랫물이 흐리긴 하나, 김 교육감은 교육계에 청렴문화를 안착시켰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다. 더불어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 진보의 색깔이 완연한 정책을 펼쳤다. 다음 과(過)를 보자. 그는 불통의 아바타였다. 교육부와 도의회, 언론과 끊임없이 갈등했다. 교육부와는 교원평가제, 학교폭력 기재 거부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재정을 더욱 열악하게 했다. 도의회와는 인사문제로 불협화음을 빚었다. 언론과도 친하지 않았다.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출간한 책 이름이 ‘김승환의 듣기여행(敬聽)’이다. 여기서 멘토인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다. 김 교육감이 “저는 거기(신동아)엔 글을 싣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이 ’김 교육감은 그게 문제야. 지금은 교수(그는 전북대 법대 교수였다)가 아니거든!’”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어떻게 종합해 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조언한다. 또 안도현 시인과의 대화도 같은 맥락이다. “김승환하면 너무 부딪혀가는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그 부딪침을 잘 스며들게 만드는 일이 앞으로 하셔야 될 일이 아닐까 생각돼요.”이와 함께 학력저하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일선 고교의 진학부장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청이 평준화에만 신경을 쓰지 수월성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학신문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해방 이후 재임한 서울대 총장 23명 가운데 호남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총장후보 12명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좀 과장하면 한국 주류사회에서 호남은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인재의 씨가 마르고 있는 셈이다.불통·학력저하 문제 논란 극복해야이제 6·4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교육감 선거는 도지사나 시장군수에 비해 관심이 덜한 듯하다. 하지만 교육감은 지역교육의 수장으로서 ‘교육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중요하다. 유아 및 초·중등 교육은 물론 평생교육을 책임지고 막대한 예산과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어떠냐에 따라 학생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 김승환 교육감의 공과, 그가 재선되든 안 되든 극복해야 할 과제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4.03.31 23:02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가 봇물이다. 엊그제 토요일인 15일 하루만도 도내에서 조배숙(도지사), 이상휘(교육감), 임정엽(전주시장), 백기곤(부안군수) 후보 등 6명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세 과시·선거자금 모금 창구 활용이에 앞서 유력한 도지사 후보인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 국회의원을 비롯해 교육감 후보인 이승우 군장대 총장과 신환철 전북대 교수, 이한수 익산시장 등이 행사를 치렀다. 이번 주에는 김승환 교육감과 문동신 군산시장, 그리고 조지훈(전주시장), 이명노(진안군수) 후보 등이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마 출판기념회가 금지되는 3월 6일까지 전국적으로 2000명 이상이 비슷한 행사를 치를 것이다. 이들 기념회에 가 보면 100여 명의 조촐한 모임에서부터 예식장이나 체육관이 꽉 찰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임까지 각양각색이다. 입구에서부터 화환이 즐비하고,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하느냐는 시합을 보는 듯하다. 지난 총선 때부터 일기 시작한 출판기념회 붐은 이제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국회의원들이 앞장서더니,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후보는 물론 도의원 시군의원까지 가세했다. 메뚜기도 한철이듯 개나 걸이나 나선다. 직종 불문이요, 여야나 좌우가 따로 없다. 출판기념회는 선거 후보자들에게 꿩 먹고 알 먹기요, 일석삼조다. 우선 선거운동, 그것도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세를 결집하는 출정식의 의미를 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선거자금을 모으는 창구로서의 기능이다. 책값을 빙자한 지하경제이자 정치자금의 편법적 통로가 되어 버렸다. 책값보다 싸게 받으면 선거법에 저촉되지만 더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를 모금했는지 선관위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 그러다 보니 민폐를 넘어 공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출판기념회가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개선 보완하면 정치와 문화가 융합된 행사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나의 경우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나는 출판기념회를 행사 그 자체로 보는 것이다. 쇼 프로그램이나 뮤지컬처럼 바라보면 흥미롭다. 저자(후보자)와 그 캠프의 총체적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사회자를 선택하는 것부터 무대장치, 사전 공연이나 이벤트, 소개하는 주요 인물과 축사, 콘서트 참여자 등이 그러하다. 후보자의 지적, 문화적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가 바로 드러난다. 얼마 전 열렸던 행사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합창단이 노래 부르는 모습이나 다듬이 공연단 등은 퍽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책 자체에 대한 평가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내놓는 책들은 날림과 졸속으로 만들어 폐지 수준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가정에서 커서 고시에 합격하는 등 성장 스토리에 도전과 열정을 적당히 버무려 놓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현역인 경우 국회의원은 의정활동, 단체장은 재임중 사업성과 등을 잘 포장해서 내놓는다. 더구나 본인이 직접 쓰면 다행이지만 대필작가가 쓴 경우가 상당수다. 저자의 체취가 녹아있지 않은 책을 받아보면 불쾌하기까지 하다. 출간 책·행사 형식·내용 다양했으면책에는 그의 인품과 인생, 전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또 자칫 잘못하면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상대방에 반박자료를 제공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정책과 지역의 미래 비전이 담겨 있는 책을 보면 반갑다. 정책 제안에 자신의 시나 그림을 넣는 등 정성까지 깃들어 있으면 그 사람의 인품도 덩달아 돋보인다.출판기념회와 책 내용이 다양할수록 좋지 않을까 한다. 엉뚱한 아이디어가 상상력을 불어넣고 이것이 모여 좋은 정책으로 꽃 핀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다만 전제가 있다. 선관위가 나서, 2만원 이내의 정가만 받도록 하고 1년에 장소를 달리해 2차례씩 치르는 뻔뻔함은 규제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4.02.17 23:02

김완주, 그리고 송하진과 유성엽

6·4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제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일부 후보들은 진작부터 캠프를 차리고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선거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도지사 선거다. 도지사 자리가 갖는 막강한 권한은 물론 지역을 이끄는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3일, 김완주 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이 당겨진 느낌이다. 김 지사의 불출마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한때 흔들리기도 했으나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가야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다운가”는 시처럼 40년간의 공직생활을 추(醜)하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 지사 불출마 현명한 결정김 지사는 어떻게 보면 풍운아다. 관선시대의 고창군수 남원시장은 차치하고라도 민선시대 들어 승승장구했다. 특히 전주시장 8년과 도지사 8년 등 16년의 족적은 전북의 정치·행정사에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도지사 재임기간만 봐도 유종근지사 7년, 강현욱지사 관·민선 합해 6년1개월, 황인성지사 관선 5년3개월에 비해 가장 길다.그는 전주시장 재임 중, 한옥마을의 토대를 놓고 전주국제영화제 창설 등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도지사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야권 도지사로서 정치환경이 좋지 못한 탓도 없지 않았으나 종종 정치력에 한계를 보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무산과 야구 10구단 유치 실패가 대표적이다. 이는 도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하지만 그는 새만금사업과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나름대로 성과도 컸고 일벌레답게 부지런히 일했다. 또 비교적 깨끗했다.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 지사의 빈자리를 노리면서, 비슷한 행로를 걷는 인물이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전주고와 서울대·고려대 등을 나와 행정고시를 통해 행정가로 잔뼈가 굵었다.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행정능력과 업무 추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우선 송 시장. 서예가로 이름이 높았던 강암(剛菴)의 아들이다. 할아버지 유재(裕齋)는 기호학파의 정통을 이은 간재의 제자로, 오늘날 한옥마을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3재 중 한 분이다. 위로 세 형도 각각 행정부지사와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고려대 문과대학장을 지냈다. 한 마디로 신 명문가의 막내다. 서예와 시, 판소리 등 예술에 능하고 사람 좋은 웃음이 트레이드마크다. 다소 유(柔)하다는 평도 없지 않으나 전임 김완주 시장이 추진하던 경전철을 백지화 시키는 배포도 갖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정치철학이다.다음 유 의원. 유 의원은 42세에 민선 정읍시장을 거쳐 이미 2006년 지방선거에서 김완주 지사와 열린우리당 경선을 벌인 바 있다. 이후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라는 거목을 뚫고 홀로서기를 통해 재선의 국회의원으로 일어났다. 옥정호 수몰민 문제 해결 등에서 뚝심을 보였고 한때 대권의 꿈(?)을 꾸기도 했다. 도지사 선거 변수 많을 듯재미있는 것은 경쟁자인 송 시장과 유 의원이 막역하다는 점이다. 나이로는 8살, 고교는 7년, 행시는 3년 차이다. 송 시장은 유 의원을 “야, 너”라고 부르고 유 의원은 송 시장은 술친구로 생각한다. 유 의원은 자신의 책에서 송 시장을 “훌륭한 선배이자 인생의 조언자”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선거과정에서 어찌될지 누구도 모른다. 물론 도지사 선거는 아직 변수가 많다. 우선 안철수 신당의 후보에 누가 되느냐 여부다. 도민들은 민주당의 무능과 독선에 식상해 있다. 그래서 신당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신당도 강봉균, 윤영관, 서거석 등 인물을 물색하고 있으나 아직 난망한 표정이다. 또 민주당 내에서 정동영 변수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이들이 인구와 경제가 쪼그라드는 전북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새 시대를 열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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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4.01.06 23:02

전북교육이 살아나려면

입시의 계절이다. 지난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고 오는 27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9월부터 대학들은 1차와 2차 수시모집을 통해 우수학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2월 19일부터는 정시모집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1년 농사, 아니 학생들 입장에선 초·중·고 12년의 농사가 결실을 맺는 순간들이다. 예전 같으면 추위로 몸과 마음이 오그라드는 때지만 시험일이 앞당겨져, 퍽 다행이다. 하지만 입시 열기는 초겨울 한파가 무색할 만큼 뜨겁다. 상위권 대학은 우수인재를 붙잡기 위해, 중하위권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이미 가채점한 결과를 가지고 어느 대학에 원서를 낼지 저울질에 바쁘다. 올해는 국영수 과목이 A/B형으로 나눠져 더욱 셈법이 복잡해졌다.고교 학생부·자기소개서 작성 꼼꼼히이러한 때 전북 교육계는 6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끼리 공방이 치열하다. 전북대와 군산대 등 도내 대학들도 총장 선출을 앞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반면 전북인구는 감소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제 또한 1960년대 이래 계속 바닥이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도민들의 신앙처럼 굳어진 새만금사업 역시 언제 기지개를 켤지 안갯속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혁신도시, 탄소산업 등이 겨우 어둠속 등불 역할을 하고 있지만 희미하긴 마찬가지다. 중앙에서의 전북인재 발탁도 박근혜 정부와 엇나간 탓인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수록 도약의 사다리가 될 교육의 역할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리 밝지 않아 걱정이다. 고교와 대학으로 나눠 살펴보자. 우선 고교부터 보자. 고교교육의 현장 진단은 학생부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학생부에는 학생의 출결부터 교과학습발달상황과 각종 비교과활동 등 15가지 사항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학생 뿐 아니라 학교와 교사들의 총체적 역량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런데 도내 고교의 경우 독서활동이나 진로지도, 창의적 체험활동 등이 아예 없거나 몇 줄 쓰고 만 경우가 의외로 많다. 수도권 고교는 물론 광주, 대구 등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그들은 너무 넘치게 쓰는 바람에 평가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물론 양이 많아야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들의 열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도 전공 적합성 등 평가자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이 드물다. 그만큼 고심한 흔적이 적다는 얘기다. 그러면 대학은 어떤가.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우수학생 유치가 가히 전쟁 수준이다. 급격한 학생수 감소로 더욱 그러하다. 서울의 일부 사립대는 수시 1단계만 합격해도 꽃바구니를 보낸다. 각종 인적 네트워크와 장학금, 해외유학 등을 고리로 학생들을 유혹한다. 서울대마저 수시를 담당하는 25명 안팎의 입학사정관이 전국을 지역별로 분담해 우수인재를 훑어가고 있다. 또 서울대가 2015학년도 정시모집을 가군으로 이동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자 연·고대는 나군으로 옮기는 등 법석이다. 도내 대학 우수 신입생 모집 신경을그런데 도내 대학들은 방죽 안에 있는 씨알 굵은 물고기들을 놓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이 저인망으로 몽땅 쓸어 가는데도 멀거니 쳐다만 보는 형상이다. 비교적 형편이 나은 전북대의 경우 조금 인기 있는 학과의 교수들은 “왜 내가 고교연계에 나서야 하느냐”고 소 닭 보듯 한다.전북은 지금 외로운 섬과 같다. 자체 내발적 성장요인이 적다. 더구나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위기감이 높다. 충청권 정치인들은 인구가 호남을 추월했으니 국회의원 수도 인구비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댈 곳은 교육밖에 없다. 보통교육에 대한 면밀한 성찰과 고등교육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모두의 열정에 불을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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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3.11.25 23:02

예비노인도 노인 못지 않게 불안하다

한바탕 기초연금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여야 정치권 사이에 날선 공방이 오가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보도와 남북회담 대화록 논란으로 잠정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곧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또 한번 후폭풍이 일 듯하다. 널리 알려져 있듯 이번 파동의 진원지는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기초연금 도입은 '4대 중증 질환 치료비 100% 보장'과 함께 박 후보의 복지관련 핵심공약이었다. 덕분에 600만 명의 노인표 중 상당수를 획득, 톡톡히 재미를 봤다. 65세 이상 내년 7월부터 기초연금하지만 박 대통령은 집권 후 악화된 경제여건과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대폭 후퇴하는 안을 내놓았다.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로 한정하고 지급액도 국민연금과 연계해 최소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지급키로 한 것이다. 그러자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사기'라고 몰아 부쳤다. 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반기를 들었다. 국민연금과의 연계안에 반대해온 진 장관이 '양심의 문제'까지 거론하며 사표를 던져 버렸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복지정책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민감하고 폭발력이 큰가를 알수 있다. 어쨌든 이제 노인(65세 이상)들에게 2014년 7월부터 불완전하나마 기초연금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 때 마침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오바마케어(건강의료보험 개혁안)를 둘러싸고 연방정부의 일부 업무가 잠정 폐쇄(shut down)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14년도 연방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연방공무원 200만 명 가운데 80만-120만 명이 일시 해고되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강제하는 이 개혁안은 실제로 세대간 갈등이 잠복돼 있다. 정책의 성패가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입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세대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전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몽땅 태어난 50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미국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3.0이상인 세대로 규정한다. 72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201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언론과 학계에서는 많은 보도와 연구보고서를 쏟아냈다. 이들은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으로 지출이 많아 정작 자신의 노후 대비는 소홀히 한 세대다. 그러면서도 노부모가 대부분 살아 계셔(평균 80세) 부양의무를 지고 있다. 한 마디로 샌드위치에 해당한다. 그래도 세대의 규모가 워낙 크고 사회에 던지는 충격도 만만치 않아 정치권의 관심이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보수화의 큰 물줄기를 형성했다. 결국 국회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일명 '정년 60세 연장법'이 통과되었다.58~64세 '잃어버린 세대' 복지는그러다 보니 이들 사이에 낀 예비노인(1948-1954년생)만 정책의 사각지대에 남았다. 존재가 묻힌 소위 '잃어버린 세대(Forgotten Generation)'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들의 실태는 지난 5월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미국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 등이 '2차년도 베이비부머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자료가 실감나게 보여준다. 2012년 현재 58세에서 64세인 예비노인은 345만 명으로, 노년층의 정책적 지원도 못받고 바로 밑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관심 집중으로 정책적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이들은 연금 가입 등 노후준비가 더 열악한데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노부모(평균 83세)부양의무까지 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삶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10.14 23:02

고등학교 교육이 살아나려면

고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의 유형이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학원에서 이미 다 배웠기 때문에 자는 유형이다. 이는 도시 학생의 경우다. 또 하나는 학원이 아예 없어 자는 유형이다. 시골 학생의 경우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성행을 비유한 우스갯소리이자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원천이었다. 일제 침략과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오늘날 이만큼 일어선 것은 교육 덕분이었다. 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 개발이 발전의 추동력이 된 것이다. 요즘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계층의 선순환 구조도 교육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국민들이 교육에 목매달고, 특히 대학 입시는 그 정점에 서 있다.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달 27일 발표가 나자마자 각계에서 여러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 정권의 정책 지우기라는 말에서부터 간소화는커녕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도입했던 수준별 수능(A/B형)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성취평가제 등은 폐지되거나 반영 시기를 유예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예산을 낭비하고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하지만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도 없지 않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 수능 성적 반영 완화, 고교-대학간 연계성 강화, 대입전형의 예측 가능성 제고, 문·이과 융합안 등이 그러하다.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느냐 여부다. 견해가 다를 수 있으나 아쉬운 점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하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 감소다. 학생부는 고교 교육 정상화의 지렛대라 할 수 있다.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거의 모든 기록이요, 평가다. 인적사항이나 출결사항에서부터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 학생을 가까이서 지켜본 교사가 행동특성과 종합의견을 쓰도록 되어 있다. 학생부가 제대로 기록된다면 이보다 더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공적 문서가 있겠는가. 나아가 학생부는 교사와 학교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학교와 교사가 지혜를 모아 가르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정상화 여부는 학생부의 정착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이번 발표에는 학생부 반영 내실화가 크게 미흡하다. 교육부는 "대입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고, 각 대학이 학생부 교과성적과 비교과 활동사항을 충실히 평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학이 주요 전형요소로 선뜻 활용할 만큼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힘들다. 오히려 수시에 대한 교육부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대학들이 수시 인원을 줄이고 정시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된 입학사정관제도 마찬가지다. 한때 '교육계의 4대강'이라는 비아냥에도 고교교육을 되살리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에 유명무실화되어 유감이다. 또 하나는, 문·이과 통합안의 적극적인 검토다. 문·이과 통합안은 보편적인 교양교육의 완성이라는 고등학교 교육의 취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어울린다. 우리의 구분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뱃심있게 밀고 나가되, 구체적인 방안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박근혜 정부 교육정책 비전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해서는 예전의 국영수 중심의 점수 경쟁으로 되돌아가선 안된다. 잠자던 학생이 깨어나서 학교활동에 참여해야 고교교육이 살아난다. 그러기 위해 교육부가 앞으로 있을 공청회 등을 통해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9.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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