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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그리고 기적의 도서관

온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문화적 환경을 바꾼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밀레니엄을 연 2000년, 새로운 세기를 여는 설렘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즈음이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2001년에 첫 방송 된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책책책을 읽읍시다’란 코너 이야기다. ‘책책책을 읽읍시다’는 한 달에 한두 권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코너는 금세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소개된 책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권장 도서가 됐다.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출판계가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효과를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산할 정도였으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실은 또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이다. ‘느낌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세우는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첫 결실은 2003년 11월에 건립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관심을 끌자 자치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제천, 진해, 서귀포와 제주, 청주 등 기적의 도서관 건립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건립된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18개, 제주에서 강원까지 고루 포진해있다. 전북에는 2006년에 문을 연 정읍 기적의 도서관이 있다. 기적의 도서관은 대부분 어린이 전용 도서관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 더러는 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도시를 새롭게 일구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6월 문을 연 인제 기적의 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독특한 설계와 운영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원통형 구조로 설계된 이 도서관은 지하와 지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아름다운 공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합문화 시설’을 내세운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덕분에 도서관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방문자 10만 명을 넘었다. 인제군 인구가 3만 명이니 3배가 넘는 숫자다. 공공 문화시설 우수사례로 꼽히면서 기적의 도서관은 인제를 새롭게 알리는 명소가 됐다. 덕분에 전국의 자치단체와 학교 등 예약 방문이 뒤를 잇고 있다. 사실 한국인의 독서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문광부의 2024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 OECD 국가 평균인 16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시청자들을 책으로 이끌었던 ‘책책책을 읽읍시다’가 웹 예능으로 다시 제작된단다. 한강이 불러온 독서 열풍이 배경이다. 다시 만나게 될 독서 열풍이 반갑다. 기적의 도서관도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1.07 18:39

지방공항의 위기와 활로

‘왜 이런 곳에 공항을⋯.’ 지방공항이 다시 논란이다. 지난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 지방공항의 시설과 운영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 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 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국 화살은 철새가 아닌 우리나라 지방공항의 태생적 문제점과 적자 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다. 정치적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겨난 상당수 지방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이 같은 현실이 관리부실로 이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해 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논리다. ‘활주로에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익숙한 비아냥도 다시 나온다.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선을 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의 원인을 따지는 논의가 성급하게 지방공항 폄하, 지방폄하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공항이 정치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며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공항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지방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정상, 기형으로 만들어 놓은 지독한 수도권 중심주의다. 수도권에 확충하는 SOC는 시급한 주민 편의시설이고, 지방에 짓는 공공시설은 쓰잘 데 없는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말인가. 이 같은 일방적 사고가 결국 수도권공화국을 만들지 않았던가. 지금도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은 지방 활성화가 아니고, 제3기·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 추가 조성과 GTX 등 SOC 투자를 통한 수도권 확장이다. 그렇게 지방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공항같은 공공시설은 중앙집중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을 외친 역대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도로와 철도·공항·항만 등 SOC 구축 때 수요와 효율성을 앞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방 거점도시 공항 건립의 필요성은 넘친다. 물론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무작정 공항을 늘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항의 필요성을 따질 때 경제성·효율성에만 집착할 일은 더욱 아니다. 사람과 재화가 한곳에 집중된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자는 정책에 경제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해 새만금국제공항 착공을 앞두고 있는 전북은 예기치 않게 다시 불거진 지방공항 논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다. 이번 참사를 거울삼아 착공을 앞둔 공항시설의 위험 요소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진작에 논란이 된 활주로 연장 문제부터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1.06 17:42

최우수교육청으로 2연패한 전북교육청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뒤쳐진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문제가 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을 수립해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북교육은 김승환 전 교육감이 12년간이나 진보쪽으로 편향되게 교육을 실시하다보니까 일선 학교에서 가장 기본인 학력신장을 소홀히 해 결국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므로 누가 뭐래도 공교육 다양화와 활성화로 학력신장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다행히도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학력신장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서 교육감이 취임 절반을 넘기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교육철학과 각종 교육지표가 다른 시도에 뒤쳐져 있는 것을 탈출하겠다는 교육감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전북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 교직원 79.5%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그간 무너진 전북공교육이 바로 잡혔다. 서 교육감이 2006년 제15대 전북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만해도 전북대의 전국적인 위상이 40위권을 넘나들 정도로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거점국립대학이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른 대학에서 벤치마킹 할 정도가 되면서 거점국립대학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이 같은 결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느슨해진 교수들의 연구논문작성을 강화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 초기에는 교수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쳤지만 성과에 미치지 못하면 승진도 할 수 없는 제도 덕분에 학교 분위기가 탈바꿈됐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서교육감은 전북대의 위상을 확실하게 재정립, 다니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어 놓았다. 특히 그가 전무후무하게 연임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의 결과였다. 그 성과가 지금도 순기능쪽으로 작용, 2023년 첫해에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서 교육감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되었지만 근면성실함으로 극복, 장학생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법학교수 시절에도 면학분위기 제고를 위해 발전기금을 내놓는 등 청빈생활 그 자체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의 사랑의 정신이 교육감 재직시에 더 빛을 발휘하게 되었다. 신독(愼獨)은 그의 생활철학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공사가 분명했다. 교육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면서 일선교육현장에서 갈등구조가 많이 생겨났지만 학생인권신장이나 교권보호에 앞장서 비교적 전북교육을 잘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줄곧 학생중심교육을 실시하면서 전북교육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학부모들의 평가다. 특히 자정이 되어야 퇴근하는 모습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학생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었다. 그 결과 2023, 24년 2년간 교육부 평가에서 최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일벌레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AI시대에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더 혁신해야 한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1.05 18:00

신년하례(新年賀禮)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시작됐다. 예전에는 새해에 연하장(年賀狀)을 주고 받았다.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개 인쇄된 것을 사다가 새해를 축하하는 몇 마디를 적어 보내곤 했다. 우체국에서 파는 연하우편은 따로 우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 간편했다. 일부 화가나 서예인들은 자기의 작품을 넣는 경우도 있었는데 예술성과 함께 정성이 깃들어 좋았다. 연하장에는 으레 송구영신(送舊迎新)과 함께 ‘근하신년(謹賀新年)’ 또는 ‘하정(賀正)’과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근하신년은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근하신년은 180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 인사말로, 우리나라에는 1925년쯤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하정은 삼국시대부터 쓰였다. 신라말 최치원이 당나라 황제에게 바치는 글인 하정표(賀正表)가 그것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년축하 인사말이다. 하정표에는 ‘새해가 시작을 알리는데 큰 복이 오직 새롭기 바랍니다(元正告始, 景福惟新)’는 글귀가 나온다. 며칠에 걸쳐 연하장 수십장을 써보낸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것이 점차 줄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카톡이나 문자가 대세를 이룬다. 종이 연하장보다 감동이 덜 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반갑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나 기술 발전으로 보아 이것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 모를 일이다. 이와 함께 새해가 되면 관공서나 회사에서 시무식 또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신년하례(新年賀禮)는 원래 새해를 맞아 상대방을 직접 찾아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며 축하의 예를 갖추는 것을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간을 내 일일이 인사하는 게 번거롭게 되었다. 그래서 한 곳에 모여 단체로 인사를 나눈다. 전주상공회의소에서 해마다 연초에 개최하는 ‘신년인사회’나 재경전북도민회가 여는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같은 게 대표적이다. 또 김제 금산사 등 산사에서도 신년하례법회를 갖고, 대학이나 고교 동창회에서도 동문들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에 유난히 큰 일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다행히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탄핵이 진행 중이다. 또 설성가상으로 12월 29일에는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이 전남 무항공항에 추락해 179명이 희생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새해에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나태주 시인은 ‘새해인사’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라고. 새해에는 모든 날이 평안한 새날이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1.02 16:12

전북의 문샷(Moon Shot)

2025년 대망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은 광복 80년을 맞는 뜻깊은 의미가 있다. 을사년은 60간지 중 42번째 해인데 을(乙)은 푸른색을 의미하고 사(巳)는 뱀을 뜻한다. 한마디로 ‘푸른 뱀'의 해이다. 한국사에서 을사년은 커다란 충격파를 던진 경우가 많았다. 을사늑약이 바로 1905년 을사년에 체결되지 않았던가. 1905년 11월 17일 일본 제국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그 당시 흉흉하고 스산하며 쓸쓸한 나라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말이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을사년’은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조선 성종 16년 (1485년) 을사년에는 조선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이 반포됐다. 이를 괜히 ‘을사대전’ 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조선 명종때인 1545년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태어나고 그 유명한 을사사화가 발생한다. 을사사화는 명종 때 왕실 외척인 대윤(大尹) 윤임과 소윤(小尹) 윤원형의 반목으로 일어난 피의 복수극이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의 대표격인 명동성당 또한 을사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소위 을사추조적발사건이다. 1785년 정조 때 천주교도들의 비밀 신앙집회를 적발해낸 사건을 말한다. 비밀집회를 가진 장소인 김범우의 집이 지금의 서울 명동이다. 1898년 명례방(=명동)에 명동성당이 건립됐다. 똬리를 틀고 있던 푸른 뱀이 바야흐로 새해를 맞아 솟구치려고 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국가나 집단, 개인 모두 더 나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전북은 오랫동안 실패와 좌절이 거듭되면서 부정적 사고가 만연하고 이간질을 일삼는 이들이 도처에서 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간질 하면서 무조건 남의 탓을 하는 이들이 잠시 득세할지 몰라도 그 끝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게 바로 준엄한 역사다. 을사년 새해엔 전북도민의 마음가짐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긍정과 도전, 성취와 배려로 무장해야 한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어 달에 가겠다는 소위 문샷(Moonshot)을 화두로 던졌다. 달을 더 잘 보기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여야 한다고 모두가 말할 때 케네디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혁신과 용기를 강조했다. 앞서 1957년 소련은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다. 대충격에 빠진 미국은 그 이듬해에 나사(NASA)를 만들고 마침내 케네디 대통령은 문샷을 제시한 것이다. 10년 내에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는 연설을 했는데 7년 만인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다. 스푸트니크 같은 위기가 닥쳤을때 잘 극복하면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게 세상사다. 지긋지긋한 소외와 체념에 빠져있던 전북은 을사년 새해 단합하고 노력하면 뜻밖의 도약도 이룰 수 있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가 을사년 새해 전북의 문샷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2.31 13:52

AI교과서와 종이책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설상가상이다. 예기치 못한 격랑에 휘말린 연말, 교육현장이 난리다. 불확실성의 시대, 종말의 길로 향하던 종이책의 수명이 다시 연장될 것 같다. 국회가 지난 26일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해부터 초·중·고교 일부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가 AI교과서 도입을 예고했던 새 학기까지. 계획대로라면 이미 AI교과서 선정절차를 마치고 수업 준비에 들어갔어야 할 시점이다. 학교현장의 혼란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교육부가 역점 추진한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놓고 오래 전부터 우리 교육계의 견해가 엇갈렸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전교조를 포함한 10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에서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 촉구 범국민 서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각 시·도 교육청의 견해도 엇갈려 혼선을 키웠다. 당장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시·도교육청 차원의 긴급 대책이 요구된다. 어쨌든 새해로 예정됐던 초·중·고교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당초 AI디지털교과서를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AI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기존 종이교과서의 미래는 뻔하다. 또 종이교과서가 종말을 고한다면 다른 종이책의 미래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교과서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종이책 독서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21세기 들어 많은 사람이 종이책, 종이매체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칠판 등 첨단 디지털 기기가 바꿔놓을 미래 교실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지면서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종이책과 연필을 놓고, 디지털 화면만 들여다본다면⋯. 그래도 괜찮을까?’ 시대에 동떨어진 구닥다리 사고를 좀처럼 떨쳐낼 수 없다. AI시대, 교육현장에 디지털교과서가 자연스럽게 안착하더라도 종이교과서, 종이책의 쓰임새는 여전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 지금 잃고 있는 것의 가치도 되짚어 봤으면 한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전면 도입될 게 분명한 AI디지털 교과서에 밀려 종이교과서, 종이책이 어느 순간 작별인사도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전에.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2.30 16:26

세밑단상

연말이지만 왠지 허전하고 씁쓸하다. 12.3 비상계엄령 발동에 따른 충격파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계엄관련 소식이 잇달아 나오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총 쏘고 문 부수고 의원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4.10 총선으로 여소야대정국이 만들어졌으면 그에 걸맞는 정치를 했어야 옳았다. 무작정 국정혼란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민이 만들어 놓은 정치구도를 인위적으로 깨려고 비상계엄을 발동했지만 실패한 쿠데타라서 대통령부터 관련자 전원을 즉각 체포해서 법의 심판대위에 세워야 한다. 국민들은 그날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모두가 심장이 멎어서는 것 같이 놀랬고 155분만에 해제가 됐어도 놀란 가슴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 이유는 45년전 전두환이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계엄령을 발동, 국민들이 유혈사태의 참극을 두눈으로 똑똑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총칼로 국민을 짓밟아 보려고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독재자적 생각으로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피와 땀으로 지켜냈고 발전시켰다. 출동한 장갑차를 가로막고 총부리를 겨누지 못하도록 한 것도 성숙한 시민의식의 승리였다. 지금 국회나 국민들이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동 대처를 순발력 있게 잘한 것은 칭찬받을만 하다. 그 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돼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민들의 자부심이 한층 고양되었다. 전 세계인으로부터 K컬쳐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냥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피땀 흘리며 가꿔 놓은 높은 교육수준과 문화적 토양이 그렇게 만들었다. 전북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민들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서 구속시켜야 한다고 땅이 꺼져라고 외쳐댔다. 어린아이들까지도 부모와 함께 손에 손잡고 객사로 모여들어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의의 큰 울림이 금세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 전북인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의기와 충절로 나라를 지켜냈다. 동학정신이 우리 핏속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문제는 경제다. 계엄 여파로 환율과 주가 유가가 너무 심하게 출렁거린다. 항상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장난이 아니다. 코로나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낸다. 엄동설한에 말라 비틀어진 풀 한포기마냥 생명력을 잃어 간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편 갈라 싸우질 말고 나라의 안녕을 되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한덕수대통령권한대행을 찬성 192표로 탄핵시키고 최상목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 국정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29 19:18

몸값 올라가는 부지사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중 최근 들어 고시 출신과 중앙 부처 경력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불과 몇 년 새 두드러지며, 갈수록 선거 판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역량 가운데 국가예산 확보에 따른 사업 추진력을 첫 손에 꼽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약한 지역 발전의 청사진도 결국은 예산 뒷받침 여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과거 지연과 학연, 혈연 등에 얽매였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후보의 경쟁력과 중앙무대 인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도 이런 흐름에 힘입어 전문 관료 출신 다수가 지방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 도청의 행정, 정무 부지사 출신이다. 그중에서 이달말 퇴직 예정인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도 정무부지사 출신으로 익산시장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종훈 경제부지사도 지난 총선 때 출마 제의를 뿌리치다 최근 전주시장 도전에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김관영 도정의 쌍두마차로 주목 받았던 임상규 전 행정부지사도 완주군수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 외에도 한두 명이 정국 추이를 지켜보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인 우범기 전주시장과 정헌율 익산시장, 심덕섭 고창군수도 같은 부지사 출신이라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정치권의 체질 개선은 낙제점 수준이다. 사회 각 분야는 물론 우리 일상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유독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정치 분야다. 과거 기득권에만 집착하며 새로운 변화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된 그들만의 리그는 세대 교체를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를 압박하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개혁 시늉을 내지만 결국은 유권자 심판이 두려운 것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후보의 전문성과 도덕성, 위기 관리 능력 등을 가점 요인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 대개 고시 합격 후 중앙 부처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나름대로 정무 감각이 쌓이게 된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정부 기관과의 인적 네크워크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들의 인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거 출마와 관련해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여건이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 지역 인맥을 쌓지 못한 데다 정당 활동 기간도 짧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행히 시대 요구에 따라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힘을 받는 상황에서 전문가 그룹을 선호하는 추세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민심을 거스리면 역풍을 맞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당이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는 터라 기득권의 선거 시스템으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2.26 15:36

올림픽 유치와 전북의 기상

며칠전 충북 1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지 않는 보은군에서 보은지선 유치를 위한 '범군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말이 10만명이지 보은군 전체인구(3만584명)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역 출향 인사 등의 서명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목표치를 채운다는 거다. 그동안 보은에는 철도 노선이 없어 지역 주민들은 기차를 탈 기회조차 없었기에 주민들의 열망은 엄청 높다고 한다. 내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에 '청주공항∼보은∼김천' 노선과 '청주공항∼보은∼상주∼포항' 노선을 반영해달라는 거다. 이 상황을 보면 묘한 데자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약 20년 전 무주군이 태권도원과 기업도시 유치를 할때 거의 전 군민이 동원되다시피해 평가단에게 지역민의 강한 열정을 전했다. 당시 군민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동원됐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고 고향에서 유유자적 하고 있으나 불도저같은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의 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때는 2003년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이었다. "2014동계오륜 무주개최 도보행진단"과 전북 무주군민 등 600여명은 7월 22일 강원도청앞 광장에서 김진선 강원지사와의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쉽게 말해 앞서 김진선 강원지사가 서명했던 동의서 내용에 따라 강원도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말로 안되니까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까지 걸어가면서 간곡히 여론에 호소했다. 가로 1m, 세로 1.5m로 확대복사한 합의서와 KOC문서를 닫힌 철문너머로 강원도에 전달하는 장면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면담이 무산된 후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는 강원도청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동계올림픽 무주 유치는 무산됐으나 당시 무주군 도보행진단은 대전~조치원~천안~수원~서울~가평을 거치는 동안 하루 20~30km씩 무려 350km를 걸어 강원도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전북특별자치도는 내년 1월 6일과 7일 대한체육회가 선발한 11명의 평가위원들로부터 현장실사를 받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육상경기장, 무주 태권도원, 2032년까지 확장 예정인 완주종합스포츠 타운 등이 그 대상이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2월 28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국내 개최 후보지를 확정한다. 김관영 도지사는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올림픽 유치 열의를 피력할 방침이다. 전북이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의 의심부터 버려야한다. 제갈량은 일찌감치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이라고 했다. 성패는 추후에 하늘이 결정하지만, 일단 사람이 할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2.25 15:44

유라시아철도와 서해안철도

‘정말 될까?’, ‘왜 안됐을까?’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과 서해안철도 건설이라는 전북지역 지자체의 결이 다른 철도교통 현안에 대한 단상이다. 익산역 광장에 들어서면 지난 2020년 설치된 특이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익산~런던행, 유라시아 대륙철도 가상 승차권’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거쳐 서유럽까지 가는 대륙철도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 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꿈에 성큼 다가가는 듯했다. 국제기구 가입과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속철도역을 대륙철도의 출발역·거점역으로 선점하려는 전국 각 지자체들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호남의 관문, 교통도시 익산이 이 경쟁에서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거점역 선정을 핵심 시책으로 정하고, 비전 선포식과 함께 정책세미나와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면서 수년 동안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정세 변화로 성큼 다가온 꿈의 길이 다시 멀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광역 철도망이 속속 확충됐다. ‘동해안 철도 시대’를 열게 될 ‘삼척~포항 고속철도’도 연말 완공돼 내년 1월부터는 부산∼삼척∼강릉 구간 철길이 이어진다. 서해안 철도망은 지난달 초 서해선(홍성~서화성)과 장항선(신창~홍성), 포승-평택선(안중~평택) 등 3개 구간 노선이 동시에 개통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홍보했다.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서해안에 호남은 없단 말인가.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지금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아직까지 최종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동해안철도와 비교된다. 철도교통 오지로 전락한 호남 서해안권 지자체들이 최근 철도망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다. 서해안 철도망이 허리에서 끊겼다. 이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위성과 필요성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즉각 공사에 착수해서 조기에 개통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내년 하반기에 확정·고시할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호남권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건설사업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익산역,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군산~목포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 꼭 그렇게 돼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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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2.23 16:13

행동하는 양심이 전북인 정신

그 날밤 뜬눈으로 지샌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른 아침부터 전주 객사앞으로 하나둘씩 모여 윤석열을 내란수괴로 즉각체포해야 한다고 외쳐댔다. 도민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줬던 것이다. 불의에 항거했던 동학의 후예답게 윤석열을 탄핵하고 그를 내란수괴로 체포해서 처벌하라고 강력하게 외쳐댔다.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주말마다 객사 앞에 수만명이 집결해서 정의를 외쳐댄 것이 바로 전북의 힘이요 저력이다. 이번에도 도민들이 즉각 행동으로 나섬으로해서 도민들의 핏속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민들은 그간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두손으로 강력하게 대항해 왔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불의가 정의를 억압할 수 없다는 천리를 믿고 정의의 외침을 부르짖었던 것.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부모와 함께와서 외친 것은 우리의 긍지요 자랑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한 것은 국가권력이 산업화 전략을 펴면서 전북을 철저하게 소외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객사에 모인 도민들 수만봐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이 그간 예향의 고장으로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성징이 점잖은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이번 일처럼 국가가 긴박한 위기에 처하면 곧바로 한데 모여서 의기의 성냄을 통해 정의를 실천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북인은 역사의 고비때마다 애국충절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낸 자랑스런 후손들이다. 그런 만큼 오늘의 상황이 불리하고 어려워도 이를 극복할 여력이 충만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불의에 항거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도민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의 정의감이 살아서 움직였다. 이들의 정의감이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발전시켜 나갈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했던 김관영 지사가 광화문 시위현장에 카메오처럼 깜짝 나타나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윤석열정권의 실정을 국민 앞에 과감하게 외쳐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전경성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김 지사가 도정구호로 내건 이유도 그의 삶이 도전정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학창시절에 최연소공인회계사가 된 것과 군시절에 행정고시, 재경부 사무관 시절에 사법시험에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은 도전정신에 기인한 것이었다. 지금 전북이 힘들지만 이번처럼 도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면 모든 걸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4.10 총선 때 10명의 국회의원 전원을 민주당 후보로 선출해 단일대오로 만들어 주면서 그 진가가 중앙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다.특히 정동영 이춘석의원의 정치력이 돋보여 타 지역 국회의원의 부러움을 산다. 청렴하고 업무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김 지사와 국회의원들이 협력하면 전북발전은 곧 회복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22 17:40

기지개 켜는 전주시 현안

도민들과 함께 추억을 간직한 전주 종합경기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3년 피폐하던 시절 44회 전국체육대회 개최를 위해 도민들 성금을 모아 지은 지 61년 만이다. 이 자리에는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이 들어선다. 특히 전시컨벤션센터는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종합경기장 개발과 함께 전주 현안의 양대 축으로 꼽혔던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가 마무리 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이처럼 오랜 진통을 겪어온 해묵은 현안이 행정 절차를 끝내고 착공만 남게 되면서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서부권 교통망의 핵심인 황방산 터널까지 윤곽을 드러내면서 전주시의 대형 프로젝트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사업 추진에 따른 재정 악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시의회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고 부채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지역 발전의 견인 사업을 계속 방치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거란 지적도 만만찮다. 자영업 소상공인은 물론 지역 경제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이 사업들은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적게는 6년에서 10년 넘게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던 지역의 현안이다. 최근 종합경기장 개뱔의 핵심인 컨벤션센터는 전북도와 시가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 추진키로 했다. 전시복합산업의 구체적 청사진이 머잖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방직 터 개발은 그동안 걸림돌로 지적돼 온 사업의 지속성과 공공성 담보 문제를 시의회가 집중 검토한 끝에 4개항 수정 조건으로 상호 협약서를 승인했다. 이 외에도 관심을 모은 건 상습 교통체증의 오명을 안고 있는 서부권 교통 해소책으로 거론돼 온 황방산 터널 구간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시가 그동안 3가지 안을 놓고 검토한 결과, 혁신도시 국민연금공단 사거리에서 서곡 드림솔재활병원 사거리까지 1.86km 구간을 선정했다. 일단 후속 절차가 남아있지만 서부권 시민들의 숙원이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이들 사업은 그동안 자치단체장이 추진 동력을 찾지 못해 지지부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본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사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서민 경제는 물론 골목 상권이 깊은 불황에 빠져 있다. 이런 때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지역 현안의 추진 동력에서 심각한 경제 위기의 탈출구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여기에 덧붙여, 시가 27년 만에 덕진공원 등 8개 공원 주변의 15개 고도지구 가운데 11곳의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시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것도 그 맥락은 같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2.19 17:06

윤석열·김건희와 무속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주변에는 항상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취임 전부터 탄핵열차를 탄 오늘까지 2년 7개월 간 끊임이 없었다. 무슨 일의 배경에는 반드시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거론되고 천공, 건진, 명태균 등 무속이나 영적 신통력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입줄에 올랐다. 그러한 징후는 대선에 나서기 전부터 있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가 올 3월에 펴낸 「검찰의 심장부에서」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무언가 생각을 정리할 일이 있으면 대검 청사 사이의 숲길을 걷곤 했는데 대검 청사와 바로 연결된 서초경찰서 뒤편 몽마르뜨 기슭에 웅덩이가 있었다. 어느 날 점심후 산책을 하다가 그 웅덩이 뒤 대마무 숲에서 여러 장의 부적을 보았다. 네모난 흰 종이에 검은색 붓글씨체로 용(龍) 자 형상이 적혀 있었다. 그때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거나 형사 문제가 있는 사람이 미신적인 의도로 군데군데 뿌려 놓은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때 용산 담벼락에 뿌려졌다는 용(龍) 자 부적과 크기와 색상, 글자체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다. 묘한 일치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0월 1일 손바닥에 ‘王’으로 보이는 한자를 적고 대선 경선 TV 토론회에 출연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 여사 간의 7시간 녹취록에도 부창부수 같은 모습이 보인다. 해당 녹취록에서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좀 볼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청와대 간다”는 등 무속에 심취한 듯한 말을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미신세계에 기울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들은 청와대의 용산 이전이나 올 6월의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동해유전 발표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금 수감 중인 명씨는 김 여사에게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조언을 했고 이때문에 대통령실 이전을 서둘렀다고 민주당은 설명한다. 동해유전 발표 직전에는 천공이 "한반도 밑에 가스·석유가 많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무속 의혹과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연관짓는 글이 등장했다. 선포일자인 ‘12월3일 10시30분’을 한자로 표기해 조합하면 ‘十二월(王), 三일十시(王), 三十분(王)’으로 임금왕(王)자가 연속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속 또는 주술정치도 끝을 행해 가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유쾌한 저항을 마다않기 때문이다. 하긴 이런 와중에도 천궁은 “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라며 “3개월 내 반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무속이나 역술, 명리학에 기대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속적인 믿음을 현실정치에 반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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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8 17:47

역사를 바꾼 시민 영웅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진 탄핵 집회 현장을 보면서 민중의 힘으로 역사를 바로 세운 사건이 여럿 떠올랐다. 시민혁명의 전형이 된 프랑스 혁명, 비폭력 저항과 무장투쟁으로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독립을 이룬 인도 독립운동, 정부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 무장투쟁으로 자치권을 확보한 멕시코 원주민들의 치아파스 봉기, 부정선거를 주도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민주주의 정부 수립한 그루지야 국민의 장미 혁명, 부패한 독재 정권에 맞선 민중들의 대규모 시위로 민주화를 이뤄낸 튀니지 재스민 혁명, 중국 정부의 민주화 탄압에 맞섰던 홍콩 민중들의 우산 혁명…. 돌아보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나선 민중들의 시위는 시대의 경계를 가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위의 결실은 더러는 빛나고, 더러는 실패했으나 독재와 불의에 맞서 거리로 나왔던 민중들은 모두 영웅이었다.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목숨까지 내놓으며 도시를 끝내 지켜낸 시민들도 있다. 조각가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북부의 작은 항만도시 칼레의 시민들이다. 도버 해협을 끼고 영국을 마주하고 있는 칼레의 역사는 지난 했다. 광석 목재 등의 수입항이자 어항 도시로 발전해왔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영토분쟁에 휩쓸려 큰 수난을 겪어야 했던 칼레는 1337년부터 116년 동안 지속됐던 백년전쟁 초기, 영국군의 공격으로 점령당했다. 칼레의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영국군의 지배를 받아들였으나 저항하는 시민들을 향한 정적 보복이 시작됐다.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시에 칼레의 유지 여섯 명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칼레의 부자 유스타슈 생 피에르였다. 다른 여섯 명 유지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모두 일곱 명. 그러나 피에르는 혹시 이들의 마음이 바뀔 것을 염려해 교수대에 서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여섯 명도 기꺼이(?) 교수대에 섰으나 절명의 순간, 영국 왕비의 간청으로 살아났다. 칼레는 그 뒤 여러 차례 프랑스령과 영국령을 넘나들다가 1558년 프랑스령이 됐다. 칼레시는 1894년, 로댕에게 이들을 기리는 동상 제작을 의뢰했다. 로댕은 ‘칼레의 시민’을 죽음 앞에 두려워하면서도 서로 격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다. 이 조각상은 당초 시청 광장에 놓여질 예정이었으나 칼레의 한적한 바닷가로 쫓겨(?)나야 했다. 영웅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조각상이 시청으로 옮겨진 것은 1924년이었다. 대통령 탄핵 집회는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리에 서는 시민들, 그들 모두가 영웅이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2.17 18:47

탄핵·주민소환,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탄핵제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 헌법이 정한 안전장치다. 선거를 통해 뽑힌 국민(주민)의 대표를 중도에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로 탄핵과 주민소환제가 있다.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는 선출직 공직자에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교육감이 있다. 이 중 대통령은 탄핵, 지자체장과 지방의원·교육감은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임기 종료 전 직위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탄핵도 주민소환도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거권자에 의한 실효성 있는 견제·퇴출장치가 없는 것이다. 탄핵정국에서 주민소환제도가 새삼 관심이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과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여당 시·도지사들을 주민소환제를 통해 끌어내리자는 주장이 이어지면서다. 이미 선출된 주민대표를 선거권자들이 다시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는 해당 주민 입장에서 볼 때 성공률이 극히 낮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138건이 청구됐지만, 투표로 이어진 사례는 11건에 그쳤고, 이 중 9건은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부결됐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최경식 남원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지난 5월, 청구요건 미달로 각하되면서 지역사회 갈등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지자체장의 실정을 심판해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제도의 한계만 확인한 셈이다. ‘소환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게다가 국회의원은 소환 대상도 아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소환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의를 위반한 국회의원에 대한 퇴출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의원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은 국민에 의해 회수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17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하지만 역시 성과는 없다.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법안을 국회의원들이 쉽게 통과시킬 리 없다. 논란이 많다.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의원입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부여받은 국민의 대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지금은 제도 개선과 상관없이 국회의원 모두가 그 역할과 책임,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2.16 19:24

탄핵 에너지와 도전경성

14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이 204명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가 155분만에 해제시켰지만 국민들은 11일간이나 불안한 밤낮을 보냈다. 국민들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해 계엄군에 대항하면서 불법 계엄선포와 내란음모 수괴인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들이 애국심과 정의감으로 분연히 일어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백만이 넘는 애국시민이 모여 탄핵가결을 외쳤지만 국힘 국회의원 105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탄핵안이 무산되었다. 이후 14일 두번째로 상정한 윤 대통령 탄핵안이 반드시 가결되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국힘의원들을 전방위로 압박해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국민들은 한밤중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이 계엄군을 진두지휘해 국회와 선관위를 무력화시키자 즉각 항거에 돌입했다. 전주에서도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4일 아침부터 시민들이 객사주변으로 모이면서 내란 수괴범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서 구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차가운 날씨에도 지난 7일 오후 남녀노소 2만여명이 객사로 집결,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분노의 함성이 메아리 쳤다. 그날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았지만 즉각 임시국회를 소집해 2차로 14일에 탄핵안을 상정시킨다는 소식에 인내심을 갖고 윤석열 탄핵안 국회통과를 강력하게 외쳐댔다. 결국 도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동학의 후예들인 도민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신들의 안위는 생각치 않고 함께 손잡고 일어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이번에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일치단결해 즉각적으로 윤석열을 탄핵시켜 직무정지시키는데 앞장섰다. 이토록 도민들이 누란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것은 그간 피땀흘려 이룩한 나라가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란수괴 윤석열부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서 즉각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유혈사태 없이 민주주의 지켜낸 성숙한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의 의기의 성냄을 무작정 지난 일로 치부하지 말고 전북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간 도민들은 좌절감과 열패감에 휩싸여 실패가 두려워 도전해 보지 않고 무작정 포기했던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기에 차가운 겨울 광장에서 모여진 에너지를 전북발전을 시키는데 활용했으면 한다. 전북정치권도 일사분란하게 탄핵안을 가결한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더 지역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은 2년째 제자리 걸음한 전북국가예산 증액을 위해 김관영지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민들이 탄핵을 성공하는데 일조한 것처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도전경성 정신으로 부딪쳐 나가야 할 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15 18:43

비상계엄이 유독 부끄러운 순간

지난 6일 오후 1시 (현지시각)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첫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그 감동과 환희가 생생한 가운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였다. 그런 만큼 그 자리에는 지구촌 85개국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K-컬처의 명성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한껏 드높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시선이 쏠리는 것은 행사장 출입구 옆에서 한국의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였다. 벅차 오르는 기쁨과 함께 축하 현장에서 그 날의 주인공인 한강 작가의 고국에서 발생한 비상계엄이 오버랩된 데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작가 자신도 회견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안타깝기는 고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지에서 지난 10일 시상식을 전후로 일주일 간 열리는 '노벨문학상 위크' 행사가 한국에서도 축제 분위기로 들떠야 하는데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제한적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작가 자신은 ‘소년이 온다’ 를 쓰기 위해 1979년부터 진행된 계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며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계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2024년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던 점” 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통제하는 방식의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 이역만리에 온 그녀에게 비상게엄은 남다른 면이 있다. 혼돈으로 치닫는 고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그녀의 답변에는 불의에 맞서는 문학의 힘을 강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작가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현지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녀가 겪은 계엄 상황에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작품 세계와 무관치 않다. 5.18 민주화 운동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년이 온다' 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희생된 주민의 아픔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가 대표적이다. 특히 그녀 고향이 광주인 것도, 과거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도 계엄 상황과 배치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전국 일간지의 신춘문예 공모가 한창이다. 문단의 등용문으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MZ세대 예비 작가들에게 비상계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것도 교과서에서 배운 비상계엄을 현실에서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은 어땠을까. 한강 작가가 느꼈던 억압적이고 폭력적 형태의 비상계엄이 AI 로봇시대 젊은 세대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분노가 치민다.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국가로서의 자존감과 명예를 실추시킨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2.13 13:14

퍼스트레이디의 12∙ 12

10∙26 사태로 인해 최고 권력자인 박정희가 갑자기 사라진 공백상태에서 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일거에 실세로 등장한 사건이 바로 1979년의 12∙12다. 역사의 물줄기는 이후 상당한 시간동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퇴를 거듭했고, 대한민국의 민초들이 겪어야만 했던 질곡의 현대사는 참담 그 자체였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어김없이 12∙12의 여명이 비친다. 무려 45년만에 맞는 12∙12는 또다른 의문을 던진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한다는 말이 과연 맞는 것인가” 12∙12로 인해 단번에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면서 전두환 장군은 대통령이 됐고, 그의 부인은 영부인 이순자로 호칭이 바뀌었다. 집권여당인 민정당의 주요 세력이 육사와 서울법대 였기에 흔히 육법당이라고 했던 1980년대 초부터 사람들은 묘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학사위에 석사, 석사위에 박사, 박사위에 육사, 육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 위에 여사(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가 있다"고 했다. 어느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는 몰라도 그 당시 권부의 속성을 꿰뚫어보는 명징한 비유임에 틀림이 없다. 이순자 여사의 비위를 거슬렸을때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게 바로 5공의 설계자였던 허화평 보안사 비서실장의 낙마가 아니던가.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개혁을 표방했던 허화평, 허삼수 등 권부실세들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전 장군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이는 결국 이순자 여사의 격분을 사게됐고, 쓸쓸히 퇴장당하는 운명을 맞게된다. 그로부터 무려 40여 년이 흘렀다. 아무리 역사가 반복된다고는 하지만 이순자 여사를 능가하는 이가 등장했으니 바로 김건희 여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초반부터 김건희 여사는 이런저런 문제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더니, 급기야 남편인 대통령이 탄핵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탄핵의 직접적 사유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지만 그 이면에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똬리를 틀고 있는게 분명하다. 12∙12사태가 발생한지 45년째를 맞은 날 때마침 특이한 다큐멘터리 하나가 개봉돼 눈길을 끈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명품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 21년 동안 김 여사 일가와 싸워온 정대택씨, ‘쥴리 의혹 실명 증언’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최강욱·김종대 전 의원, 무속인 등이 출연한다. 이순자와 김건희, 전∙현직 퍼스트레이디가 만일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또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2024년의 12∙12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2.11 15:28

우리에겐 ‘금실’의 힘이 있지

소설가 한강이 지난 7일 스웨덴 한림원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섰다. <빛과 실>이란 제목의 강연은 창고를 정리하다가 발견했다는 유년 시절의 일기장 사이에 섞여 있던 중철 제본 작은 시집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집의 시는 모두 여덟 편. 한강이 여덟 살 때 썼다는 시들이다. 그중 한강의 눈에 들어온 시가 있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시를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구두 상자 안에 넣어두었었다는 그는 이 시를 휴대폰에 담았다.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는 그는 “뛰는 가슴 속 내 심장.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 빛을 내는 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소설가로 살아오면서 담금질 해온 질문과 고뇌를 소개한 그는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자문한다. 그가 찾은 사랑의 정체는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었다.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미궁의 늪에 빠졌다. 더 참담한 것은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놓여 있지만, 그 길이 쉬이(?) 열리지 않는 현실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돌아보면 우리의 현실이 그랬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불안함의 예후. 더러는 분노하고 더러는 포기하며 직면해야 했던 암담한 현실은 이제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었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했던 그 날의 상황을 마주하며 떠오른 소설 속 문장이 있다.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대원이 있었다. (중략)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계엄령 포고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진실의 실체를 묻으려는 간교한 획책이 나부댄다. 한강의 강연 문장을 다시 빌린다. “학살이 벌어진 모든 장소에서, 압도적인 폭력이 쓸고 지나간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밝혀지는, 작별하지 않기를 맹세하는 사람들의 촛불은 어디까지 여행하게 될까. 심지에서 심지로, 심장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금(金)실을 타고.” 시민들이 다시 선 거리.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그 힘이 지금 ‘금실을 타고’ 온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2.10 15:57

그냥 내버려둬라, 겨울 가로수

첫눈 후 도심 가로수 모습이 확 달라졌다. 밑동에 멋진 겨울옷을 걸쳤다. 줄기와 가지에는 전구 달린 전깃줄이 칭칭 휘감겼다. 알록달록 화려한 뜨개옷은 언뜻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사람들의 정성으로 보일 수 있다. 맞다. 도심 가로수의 겨울옷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볏짚 거적에서 비롯됐다. 주로 병충해 예방이 목적이었고, 한파에 약한 일부 수종에서는 보온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나무에 기생하는 해충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따뜻한 볏짚에 몰려들어 월동하는 습성을 이용한 것으로, 봄이 되면 이 볏짚을 벗겨내 불태우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볏짚 거적이 어느 때부터인가 고급 직물로 바뀌었고, 여기에 화려한 무늬와 글자까지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달라진 겨울옷의 목적이 의문이다. 봄철에 벗겨내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고 재활용 방안까지 나오는 걸 보면, 병충해 방지보다 도시 미관과 분위기 조성이 더 큰 목적인 게 분명하다. 사실 겨울철 가로수 보호가 목적이라면 겨울옷보다는 거리 제설제 살포로 인한 염분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볏짚 차단막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없다. 폭설이 내렸는데도 예년에 종종 눈에 띄던 제설제 차단막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시 미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일까? 대신 눈에 확 띄는 것은 칡넝쿨처럼 감아 올라가 바짝 마른 겨울나무를 옥죄고 있는 전깃줄과 전구다. 세밑이 되면 인파가 몰리는 시내 주요 거리에 이렇게 장식용 전구로 휘감긴 가로수가 더 늘어날 것이다. 연말연시 아름다운 경관조명을 연출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선사하겠다는 취지다. 각 지자체가 너도나도 가로수 조명 설치에 나서고 있고, 민간기업에서도 자체 예산으로 건물 앞 가로수를 장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과 단체에서 더 적극적이다. 이제는 전구 크기도 장식용 꼬마전구가 아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큼지막한 전구가 가지 끝까지 얼기설기 연결돼 밤새 환하게 불을 밝힌다. 화려한 도시 야경을 만들어내는 경관조명의 효과는 분명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조명 설치 대상이 꼭 살아 있는 가로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금껏 도시 경관조명에 무관심했다가 설치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가로수 조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나무는 내버려둬도 거뜬히 겨울을 난다. 잎사귀를 모두 떨궈낸 앙상한 가지에도 여전히 생명의 에너지가 꽉 차 있다. 간섭하지 않으면 극한의 환경도 잘 견뎌낼 수 있고, 또 견뎌왔다. 인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말이다. 그런데 한밤중 강한 인공조명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가로수를 줄줄이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들어 멋진 야경을 연출하겠다는 계획이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극히 이기적인 욕심 아닌가. 그래도 보기 좋으면 그만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많이 불편하다. 그냥 내버려둬라. 제발.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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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2.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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