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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시대, 학교가 그 한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도시의 역사를 함께 기록해온 원도심 학교가 특히 심각하다. 한때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거대·과밀학교로 어려움을 겪었던 원도심 지역 학교들이 이제는 학생이 너무 적어 위기에 몰렸다. 농촌 작은 학교와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인구 이탈로 인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학교의 쇠락으로 이어지고, 열악한 교육환경이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다. 전주에서는 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자는 취지에서 지자체와 교육기관, 시민단체가 함께한 거버넌스(전주 원도심교육공동체) 활동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주 중앙초등학교와 완산초등학교 등 몇몇 학교는 주민들과 함께 교육공동체를 조직하고, 학교-마을 축제까지 열면서 지역공동체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학교와 마을의 쇠락을 막아내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꺼내든 ‘학교복합시설 사업’이 관심을 모았다.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학교 유휴공간에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체육관·수영장과 같은 문화·체육시설이나 돌봄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학교에 남아도는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이 유휴공간에 학생과 지역민들을 위한 생활SOC(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교육청·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공모 형식을 취했지만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현 정부의 다른 공모사업처럼 특별한 흠결이 없으면 신청한 곳 모두를 선정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역이 주도하는 성장’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매년 공모사업을 추진해 2027년까지 200개교에 학교복합시설을 조성한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그동안 이 사업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전주시가 새해 안목을 넓혔다. 전주교육지원청과 지난 6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육부의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 에 도전하기로 했다. 학교복합시설 사업은 지자체와 교육기관이 협력해 학교와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시설을 설치·운영할 대상 학교 선정이 중요하다. 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곳이어야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그동안 학교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교육공동체 활동을 펼쳐오면서 공동체 활성화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전주 원도심 학교가 적격이다. 학교를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경험이 있었던 만큼 전주에서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 전주시에서 수년 간 원도심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 온두레공동체사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탄핵정국하에서 전북이 발전하려면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윤석열 탄핵시계가 빨라지면서 조기대선이 점쳐지고 있지만 전북도는 우선적으로 조기추경이 이뤄지면 삭감된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 이유는 12.3 계엄정국이 형성되면서 국가예산 증액 문제가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국회가 증액없이 감액만 반영된 총지출 673조3천억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켜 결국 전북도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은 국가예산에 항상 살림살이를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는 조기추경이 이뤄지면 본예산에서 확보 못한 국가예산을 확보해야만 한다. 사실 국가예산확보는 김관영지사의 의지만으로 안된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할 수 있다. 현재 전북 의원들은 탄핵정국하에서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2개월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므로 잠시도 소홀할 틈이 없다. 지금 국힘쪽에서 탄핵시계를 늦추려고 안간힘을 쏟지만 헌재가 아랑곳 않고 재판에 임해 판결이 빨라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국상황이 무척 어수선해 보이지만 전북도나 전북정치권은 조기추경이 이뤄질 것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그간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어 무시당한 바람에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힘 들었다. 특히 윤석열정권에서 그 차별이 유별나게 심해 전북이 이 나라에 속해 있는지 조차 의심갈 정도였다. 그 만큼 전북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부족,별볼일 없었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난다. 국회가 선수중심으로 운용되지만 상임위에서 의정활동을 잘해 정치력을 인정받으면 국가예산을 무난하게 할 수가 있다. 22대 개원 초반부터 정동영 이춘석의원을 중심으로 정부를 강하게 밀어 부쳐 어느정도 전북 존재감이 살아 난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조기대선이 예견된 상황에서 당내 영향력을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대표를 일극으로해서 조기대선 체제가 가동되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때보다 이 대표의 카리스마가 넘쳐나면서 일인지배체제를 확고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권력구조하에서는 10명의 전북의원들이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핵심권에 진입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큰 그림속에 큰 역할을 수행해야 과실을 나눠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조기 추경때도 전북몫의 국가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시끄러운 정국속에서 전북몫을 챙기려면 국회의원들의 정치력이 한층 강화되어야 가능하다. 아직도 전북은 정권의 변방에 있다. 민주당내에서도 모두가 친명인 관계라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내 의원이 없다. 당 살림을 맡은 김윤덕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지만 정치력이 약해 이름 값을 하기가 쉽지 않다. 환노위원장을 맡은 3선의 안호영의원도 돌다리도 두들기는 신중한 캐릭터라 제목소리를 못낸다. 제발 이 대표 한테도 쓴소리 할 줄 아는 전북의원이 되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 시대, 소비 트렌드는 누가 주도할까. 지금까지 MZ세대가 이끌었으나 이제는 젊은 노인(Young Old)이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며 학력수준도 높은 이들이 충분한 자산을 기반으로 지갑을 열면서 기업도 이들을 매력적인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0일 내놓은 ‘GG(Grand Generation) 마켓 공략 보고서’는 이를 위한 7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자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GG세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한 경제·사회, 여가활동을 이어가는 55∼74세(1950∼1971년생) 노인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인생 최상의 시기라는 ‘최상급 세대’를 뜻하며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와 통한다. 젊고 활동적인 노인을 일컫는 액티브 시니어는 미국 시카고대 노화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 교수가 사용한 개념으로 노인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은퇴를 앞두고 노인이 되는 사람을 프리 시니어(Pre-Senior), 은퇴후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액티브 시니어, 경제력이 약하고 소비수준이 낮은 아더시니어(Other-Senior), 자녀에 의지하는 쇠약한 실버(Silver) 등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30년간 확대될 GG 소비력을 고려해 ‘MZ세대(20∼40대)’ 중심의 사업전략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들이 총가계 자산의 26%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 많은 노인들이 미국 경제의 비밀병기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고령자 시장을 1: 8: 1로 나눠서 본다. 이중 10%는 유복한 부유층을 위한 시장으로 테마 호화여행, 커스터마이징 뷰티케어 등이 관심이다. 다른 10%는 허약한 고령자를 위한 시장으로 의료, 개호(돌봄)서비스가 중심이다. 이들은 시장이 고착화된 반면 나머지 80% 보통의 고령자 시장은 돌봄보다는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가져 개척의 여지가 크다고 본다. 한국의 젊은 노인들은 고도성장기인 1980∼1990년대를 보냈고 200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기에 내집 마련을 통해 자산소득을 빠르게 축적했다. MZ세대 못지 않은 영마인드와 구매력을 바탕으로 향후 소비주도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키워드로 △롤모델 따라 소비(Ditto 소비) △감성나이(Mind-aging) △나도 디지털 서퍼(Digital-surfer), △내 노후는 내가(Self-aging) △큰 사회적 교류 욕구(Social-aging) △일상 속 노화 관리(Pro-aging) △가치에 흔들린다(Value-driven) 등 7가지 공략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젊은 노인들은 예전의 노인이 아니다. 상당수가 구매력과 교양을 갖춘 소비권력이다. (조상진 논설고문)
평소 영화나 드라마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요즘 주지훈 주연의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열풍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미 '오징어 게임2'를 제치고 넷플릭스 비영어 TV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로 꼽힌 때문이다.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1월 27일∼2월 2일) '중증외상센터'의 시청 수는 1190만(총 시청시간 8270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쇼 1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전체 3위에 올랐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인데 천재 의사 백강혁이 메스 하나로 소중한 생명을 살려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보는 이들은 누구나 극중 백강혁이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를 이끌었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대 서울병원 등에서 촬영했는데 현실뿐 아니라 CG 기술이 더해지면서 극적 효과가 배가됐다고 한다. 극중 청춘과 낭만이 가득한 대학 캠퍼스가 등장하는데 전북에도 그 장소가 있다. 완주 삼례에 있는 우석대학교 캠퍼스가 바로 그곳이다.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을 보여주는 배경이며 지역적인 특색을 담은 캠퍼스의 모습은 드라마의 다양성 확보에 일조함은 물론이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권역외상센터가 새삼 관심사로 등장했다. 대형 재난 등이 발생했을때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곧 죽을 정도로 크게 다친 사람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만든 시설이다. 이국종 병원장의 활약 덕분에 전국 곳곳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주변 의료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의정 갈등이 일 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직 레지던트에 이어 인턴을 대상으로 진행된 상반기 전공의 모집도 극히 저조한 지원 속에 마감됐다. 전국 221개 수련병원이 지난해 사직한 인턴 임용 포기자 2,967명을 대상으로 3월 수련을 재개할 상반기 인턴 모집을 실시했지만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쳤다고 한다. 심지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소위 '빅5' 병원도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부분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후문이다. 며칠 전 장수군보건의료원은 내과전문의 한명을 신규로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모두가 외면하던 상황에서 마침 고향 출신 내과전문의가 선뜻 나서면서 장수의료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의료대란의 와중에 공중보건의마저 없어 80대의 위상양 의료원장이 거의 매일 당직을 서는 웃픈 현실이 개선될 수 있게된 때문이다. 과연 우리 주변에 백강혁 같은 의협심 많은 의사는 다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게 오늘날 의료현장의 현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하시마(端島)는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 남서쪽에 있는 섬의 본디 이름이다. 우리에게는 군함도(軍艦島)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군함도는 섬의 모양이 일본의 해상군함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것인데, 별칭은 또 있다.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하여 붙여진 ‘지옥도’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군함도는 19세기 후반, 미쓰비시 그룹이 석탄 채굴을 위해 개발하면서 탄광섬이 됐다.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는 선박운송업으로 출발했지만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탄광 분야까지 진출했다. 군함도가 탄광 사업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 시기, 이곳에서 노역했던 노동자의 상당수는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었다. 이들은 가스 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는 해저 1,000m 깊이의 좁은 막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혹한 시련과 고통을 견뎌야 했다. 자료에 따르면 1943년부터 3년 동안만도 이곳에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는 800여 명, 이 중 122명이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1950~60년대 일본 석탄 업계가 침체하면서 탄광 사업은 몰락했다. 군함도도 1974년 결국 폐광됐는데, 이후 일본 정부는 다시 무인도가 된 이 섬을 관광산업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군함도는 2015년 7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탄광’에 끼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의 상징성만을 앞세워 군함도와 관련된 역사를 왜곡한 일본의 등재 신청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네스코는 이를 받아들여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을 적시할 것’을 명시했다. 등재를 위해 지켜야 할 일종의 후속 조치였다. 그리고 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1월 31일, 일본이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후속 조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23년 9월, 위원회가 유산 등재 후속 조치에 대한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며 일본 측에 제출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다시 원점, 변죽만 울린 형식적 조치가 더 큰 화를 돋운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이 된 사도 광산도 일본은 등재 당시 우리 정부가 제시했던 조건을 뭉개 버렸다. 함께 치루기로 했던 연례추도식조차 따로따로 치른 터다. 정부는 다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한 모양이지만, 상황이 썩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묻게 된다. 등재의 조건이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도 세계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이쯤 되면 유네스코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가치를 지키는 일, 신뢰가 먼저일 듯싶다./김은정 기자
‘입춘(立春)’이 막 지났다. 한 해의 첫 절기이자 겨울의 끝자락에서 희망의 계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날이다. 농경사회를 이어온 우리 조상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긴 절기다. 새봄이 시작되는 날인 만큼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속이 있었다. 집집마다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귀를 큼지막하게 써 붙이곤 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의 입춘축(立春祝)이다. 그런데 입춘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입춘대길’이라는 문구도 무색해졌다. 대신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문구를 더 자주 접한다. 우선 날씨가 봄소식과는 거리가 멀다. 봄기운 대신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올해도 역시 ‘입춘 한파’가 맹위를 떨쳤다. 사람들의 마음도 여전히 꽁꽁 얼어있다. 모두가 ‘입춘대길’을 염원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춘래불사춘’이다. 특히 올해는 더 그렇다. 탄핵정국의 대혼란 속에 대형 여객기 참사로 어느 때보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맞이한 을사년(乙巳年) 새해, 혼란과 대립의 끝을 알 수 없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에 서민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민생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특별한 기회, 새로운 희망을 기대했던 전북지역도 찬바람이 거세다.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에서 교통오지 탈출을 위해 전력을 쏟았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또다시 해를 넘겼고, 국회에서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다수의 지역 현안사업이 국가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새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와 ‘전주·완주 통합’, ‘군산~목포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 굵직한 현안이 과제로 주어졌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다. 도민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전북의 봄날’은 여지껏 소식이 없다. 지난해 초 떠들썩하게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특별한’ 기대도 어느 순간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예견된 일이다. ‘입춘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이 무렵 추위가 매서워 장독이 얼어서 깨진다는 말이니, 옛사람들도 입춘에 봄맞이 준비를 한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매서운 한파를 견뎌내며 포근한 봄소식, 좋은 날을 원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다. ‘입춘대길’이라 써 붙인 입춘축(立春祝)은 희망과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다. 이루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희망의 봄날을 기다려볼 일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이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아 경제력면에서 타 지역에 뒤쳐져 있지만 발전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북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주옥같은 문화예술로 넘쳐 나지만 아직껏 하나로 엮어서 꿰지 못한 탓이 크다. 산업화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가 없어 유능한 청년들이 타지로 빠져 나간 것도 낙후의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빈곤의 악순환 마냥 해보지도 않고 중간에 포기하거나 좌절한 것이 더 큰 병폐다. 3김정치 이후 줄곧 특정당 위주로 선거를 해오면서 경쟁의 정치가 실종된 게 전북낙후를 가져왔다. 세상을 발전시킨 것은 경쟁을 통해서 이뤄진다. 정치도 똑같다. 특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처럼 여겨지는 풍토가 문제다. 세상이 일방통행식으로 가면 안된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식의 해묵은 논쟁 보다는 행동하는 양심을 통해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가야 한다. 그간 도민들은 선거때마다 무슨 광풍이 불어 닥친 양 지역정서에 함몰돼 민주당에 몰표를 안겼다. 일당독주체제가 계속 이어지다보니까 지금은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타성에 젖어 민주당도 전북에 관심이 덜하다. 처음으로 지역주의를 독재자 박정희가 대선 때 악용했지만 지금 선거결과를 보면 경상도 보다 이쪽이 더 심하다. 지난 22대 총선 때 파란색으로 도배질한 것만 봐도 그렇다. 국힘쪽은 혹시나 행여나 하고 두자릿수를 기대했지만 허당으로 끝났다. 윤석열 계엄사태 여파로 지역경제가 더 꽁꽁 얼어 붙었다. 정부가 설연휴를 하루 더 늘려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지갑에 쓸 돈이 없고 폭설까지 내려 모두가 방콕신세를 면치 못했다. 전주 중심상가는 빈 상가가 즐비해 자영업자들도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라고 토로한다. 코로나나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큰 공장이 없어 변동성을 느끼지 않지만 돈맥경화가 의외로 심각,위기로 내몰린다. 이번에 설 연휴 때 폭설로 설국이 만들어졌지만 워낙 세상살이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해 하늘이 덮어버린 것 같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더러움과 치사함을 하늘이 눈으로 덮어 다시 시작하라는 명령 같다. 다시 신발 끈을 조여서 매고 바르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설날 보너스 잔치를 벌였던 국회의원들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 당장 서민들이 먹고 살기가 어려워 죽을 맛인데 국민들 세금을 쌈짓돈 쓰듯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전북몫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낸 전북 국회의원들부터 더 정신 차리고 민생안정에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잘 극복해 민주주의가 절대로 위협 받지 않도록 신박하게 처신해야 한다. 지금은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너무 이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실사구시적 태도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민들도 못사는 것에 남의 탓만 하지 말고 내탓이라고 깨닫고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무작정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할 게 아니라 부딪쳐 보는 적극적인 자세로 을사년을 임해야 할 것이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베이비부머(Baby Boomers)의 고령화와 은퇴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올해 1차 베이비부머(1955∼1963)의 맏형인 1955년생이 70세 문턱을 넘었고 2차 베이비부머의 첫째인 1964년생은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이들 거대 집단의 은퇴는 인구 지진(earthquake)에 비유될 정도다.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의료와 돌봄서비스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부터 개관해 보자. 베이비부머는 전쟁 혹은 극심한 경제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197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국의 경우 6·25 전쟁,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태어난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 혹은 전후세대(Post-War Generation)라고도 일컫는다. 이들의 합계출산율은 3.0 이상을 유지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1차 705만명, 2차 954만명을 합해 165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2.3%를 차지한다. 나이로는 올해 70∼51세다. 이들은 IT 기기를 다루고 교육열이 높은 게 특징 중 하나다. 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요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여서 ‘마처세대’로 불린다. 샌드위치 세대, 낀 세대라고도 한다. 일본의 베이비부머는 1947∼1949년 3년에 걸쳐 출생한 인구집단으로 비교적 짧게 끝났다. 연령별 분포곡선이 툭 불거졌다고 해서 단카이(團塊)세대라 불린다. 인구의 5%인 680만명 규모다. 1960년대 일본 학생·사회운동의 주역이었고 리버럴한 경향이 강해 아사히(朝日)신문을 즐겨 읽는다. 지난해 막내가 후기고령자인 75세에 진입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1946∼1964년생으로 1990년대 이후 미국의 호황을 이끈 세대다. 7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미국은 정년제도를 폐지했으나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고용 안정과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면 베이비부머의 고령화 및 은퇴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노동인력의 급감과 의료 및 돌봄서비스의 급증을 불러온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이들은 한해 100만명 가까이 태어났다. 달리 말하면 한해 100만명 가까이 일자리에서 빠져 나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잠재성장률과 연금, 일자리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이들의 취업 감소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연금 고갈과 국가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의료비와 돌봄서비스의 증가라는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65세 이상 1인당 의료비는 전체 1인당 의료비의 2.7배에 이르고 계속 증가추세다. 또한 돌봄에 드는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이나 되고 돌봄인력(육아 포함) 부족은 2032년 38∼71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거대한 물결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조상진 논설고문)
정년은 ‘정해진 연도’라는 뜻으로 노동자가 일정한 연령에 달하면 직장에서 자동으로 퇴직하는 제도다. 지금은 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퇴직은 새로운 제도였다. 농경시대에는 퇴직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후반, 노인을 퇴직시키고 청년을 고용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퇴직제도의 필요성이 거론되었다. 이 제도를 맨 처음 도입한 나라는 프러시아(독일)로, 비스마르크 재상이 1889년 공무원의 정년을 65세로 정하면서다. 이후 영국에서 1908년 공무원 정년에 이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어 미국이 1929년 경제 대공황을 맞아 실업에 허덕이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정년 65세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일본의 정년제를 그대로 가져왔다. 당시 정년은 50세였다. 정부수립 이후 정년제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눠진다. 공무원은 1963년 ‘국가공무원법’에서 5급 이상 61세, 6급 이하 55세, 기능직 40∼61세로 규정했다. 1986년에는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이 58세로 연장되었다. 1998년에는 IMF 금융위기를 맞아 일반직 및 기능직 정년을 1년씩 단축해 5급 이상 60세, 6급 이하 57세로 변경했다. 그러다 국가공무원은 2008년, 지방공무원은 2013년부터 60세로 단일화했다. 65세이던 교원 정년은 1998년 IMF 때 고통 분담 차원에서 62세로 조정되었다. 반면 민간부문(기업)의 정년은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의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맡겨졌다. 민간에 실질적인 정년제가 도입된 것은 1991년 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 시행부터다. 이 법에서 사업자는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규정이었다. 2013년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60세 정년 의무화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2023년 중장년 구직확동 실태조사를 보면 임금노동자의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평균 50.5세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는 정년 파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1986년, 영국은 2011년에 정년 자체를 폐지했고 네덜란드는 67세, 독일은 66세, 프랑스는 62세로 올렸다. 일본은 60세로 돼 있으나 65세까지 고용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최근 70세로 올리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년 연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부터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서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과 노동계 등에서 정년연장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년 연장은 퇴직연령과 연금수급 사이의 소득 크레바스(공백),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청년 고용 위축여부, 기업 부담 증가 등과 맞물려 있어 해법이 쉽지 않다. 그러나 거세게 밀려드는 초고령화 물결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정년 연장을 넘어 폐지까지 검토할 때가 되었지 않을까 싶다. (조상진 논설고문)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지역사회에서 백제와 후백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그만큼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백제의 후예라고 하는 정서적 컨센서스가 강하다는 얘기다. 오늘날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의 쇠락 연원을 멀리 백제의 멸망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솥발 형태로 대결하다가 백제가 멸망한 때가 서기 660년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업적은 높게 평가할만 하나 또 한편에선 집안싸움에 외세를 끌어들여 이후 영향력이 한반도에 국한하게 됐다는 비판도 있다. 어쨌든 1300 여년전 백제는 멸망했지만 그 당시 백제인들이 창조한 풍부한 문화는 도처에 그 흔적을 남겼다. 오늘날 K -컬쳐로 일컬어지는 풍부한 문화예술적 소양도 따지고 보면 멀리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제의 왕도가 있었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백제문화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문화 창조의 토대가 되고 있는 이유다. 고대 백제는 활발한 대외교류와 과감한 포용력으로 새로운 선진 문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백제만의 고유한 기술과 아름다운 감성을 더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고대 동아시아 한류 문화의 중심국가로 우뚝 섰다. 세계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 후기(475~660) 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이다. 웅진시기를 상징하는 공주 공산성,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비롯해서 사비시기 부여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왕릉원, 부여 나성이 있다. 또한 사비후기 익산 왕궁리유적과 익산 미륵사지로 구성된 8개의 연속유산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앞서 2012년 (재)백제세계유산센터가 설립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체계적인 통합관리·활용·확장등재를 위해서다. 센터는 전북, 충남, 공주시,익산시,부여군 5개 자치단체가 출연해서 만든 기관이다. 1년에 대략 16억원의 출연금및 국가보조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사장은 전북과 충남 행정부지사가 1년씩 번갈아서 맡고 있다. 이사장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기관을 이끌어가는 책임자는 센터장이다. 그동안 2명의 센터장은 모두 충남 출신 인사였기에 이번엔 자연스럽게 전북 출신이 센터장이 되는가 싶었는데, 대전에 있는 국가유산청 간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센터의 출연금을 보면, 전북과 익산의 합산 출연금 비율은 44%나 된다. 결국 전북은 말만 백제의 메카일뿐 정작 전북 출신은 계속 변방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동안 세계유산 통합관리·활용은 물론 역사·문화·관광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들이 센터장의 고향인 충남지역에 치중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백제세계유산의 확장등재나 역사관광개발을 위해서라도 전북이 일정 부분 역할을 확실히 해야한다. 이사장 뿐 아니라 센터장 역시 지금처럼 충남이 독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북과 충남이 번갈아 맡도록 명문 규정을 둬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올 더 머니(원제/세상의 모든 돈)>는 197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손자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다. 세계적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전기작가로 이름을 알린 존 피어슨의 <고통스러운 부자>가 원작. 아이가 유괴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다섯 달 동안의 과정을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 폴 게티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거부였지만 유괴범들이 열여섯 살 된 손자를 납치하고 귀를 잘라서 보내며 요구하는 몸값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돈을 쓰지 않는 소문난 구두쇠였던 게티는 이 사건으로 수전노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돈을 셀 수 있다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고 했던 J. 폴 게티(1892~1976).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검절약한 삶을 살았지만 아끼지 않고 돈을 투자했던 것이 있다. 8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미술품 수집이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수집한 미술품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세상을 떠날 때는 유산 7억 달러를 기부하며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소장품을 넘기고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미국 LA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이 그 결실이다. 폴 게티 미술관은 고대 유물부터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로마, 그리스, 에트루리아 등 고대 유물부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렘브란트의 '야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 '비트루비안 맨'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까지 소장 작품이 4만 4천여 점이나 되니 그 위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티 미술관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일어난 LA 산불 한복판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덕분이다. LA 산불은수많은 저택과 건축물을 불태우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보관하던 예술품들도 모두 소실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예술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티 미술관도 건물에서 1.8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첨단방재시스템과 체계적인 대응 덕분이었다. 1974년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이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화재 예방을 염두에 두었다. 자재도 철저히 엄선했다. 넓은 광장을 두고 주변 정원에는 발화 가능성이 적은 수목을 심어 화재 확산을 막았다. 정교한 스프링클러나 엄청난 양을 보유한 물탱크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갖추었다. 산불이 나자 비상 운영 센터를 가동하며 신속하게 나선 미술관의 대처도 관심거리다. 치명적인 재해의 위기에서도 살아남은 게티 미술관의 기적. 우리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교훈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왜 우리는 안 주나요.” 설 명절을 앞두고 이곳저곳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 지자체가 다시 돈보따리를 풀기로 하면서다. 꽁꽁 얼어붙은 골목상권을 녹이기 위한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당장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이 ‘돈 풀기’ 경쟁에 동참할 수 있는 지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전북지역 지자체가 유독 많다. 전북에서는 김제와 정읍·남원·완주·진안 등 5개 시·군이 전체 주민에게 1인당 20~5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아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역인데 어떻게 수백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23.51%)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다. 또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진안(6.69%)이 전국 꼴찌다. 당연히 논란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임이 최대 관심사인 일부 단체장들이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 선심행정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단체장 3선 연임 제한’에 걸리는 익산과 임실은 전 주민 민생지원금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골목상권 살리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원금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과거 조선시대 극심한 흉년이나 재난으로 백성들이 굶주릴 때면 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라에서 쟁여 놓았던 곡식을 ‘구휼미(救恤米)’라는 이름으로 풀었다. 심각한 기근으로 세금을 내야 할 농민들이 농사를 때려치우고 정처 없이 유랑하는 사태, 즉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민생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골목상권은 붕괴 위기에 몰렸다. 골목상권, 서민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대판 구휼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곳간이 텅 비어 있는데 대책도 없이 빚을 내 모든 주민에게 곡식을 펑펑 내주는 지방관을 칭송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난해 말 국회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대폭 감액하면서 지자체의 살림이 더 힘겨워진 상황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민생지원금을 풀기 위해 다른 사업비를 대폭 축소하거나 올 한해 각종 재난에 대비해 남겨둬야 할 예비비를 전부 끌어와야 하고,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무리한 지원금은 자치단체 살림에 큰 부담을 주고, 그 빚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당장 주민생활 안정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현안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염불보다 잿밥’이거나 ‘부화뇌동(附和雷同)‘식의 결정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당장의 현금에 매혹될 게 아니다. ‘우리는 왜 안 주냐, 이사 가겠다’며 지자체장을 압박할 일도 아니다. 주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12.3 윤석열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달여가 지났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멘붕에 빠져 멍해 있는 것같이 보인다. 해가 바뀌면 새해에 어떤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 가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아직도 안정이 안된 탓이지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 그날 밤 너무도 놀란탓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지금은 이념적으로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통상 사람을 평하거나 판단할 때 신언서판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학벌이 판치는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를 중요시 하게 여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역도 무척 따진다. 탄핵시계가 빨라 지면서 올 대선을 벚꽃이 필 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에서 탄핵 판결을 하면 2개월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벌써부터 여야 양측이 대선이 치러질 것을 대비해서 전략짜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국힘은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대로 부각,선거법 항소심 판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민주당 등 야권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직도 계엄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가슴 한켠에는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별의별 짓을 다 겪을 수 있다면서 만약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제대로 된 인물을 뽑겠다는 각오들로 넘쳐난다. 이제 우리사회도 껍데기만 보고 평가하는 사회가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들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듯 그 만큼 사람 속내를 알기가 여간 쉽지 않다. 통상 사람을 평가할때 학경력 위주로 유무능 한가를 가리지만 겉만 보고는 제대로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속빈강정이란 말이 있듯 겉만 번지르르 한 것 갖고 평가하면 자칫 실수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어중이 떠중이들이 선거판물을 흐려 놓고 있다. 깜냥도 안되는 함량미달들마저 선거판에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깐족거린다. 지역에서는 그 사람의 인물됨됨이가 깜냥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진다. 도지사나 교육감도 똑같다. 느닷없이 천둥에 개 뛰어드는 것처럼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 국민들은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어떤 국가적 피해를 당하는가를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불상사를 겪지 않도록 인물을 잘 뽑아야 할 것이다. 전북에서는 익산시장 자리가 가장 뜨겁고 치열하다. 정헌율 현 시장이 3선인 관계로 다시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놓고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 건교부 제2차관이었던 최정호 전 부지사, 행자부 차관이었던 심보균 익산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그리고 신인가점을 노리고 벚꽃필 때 출마선언할 최병관 행정부지사 등이 거론된다. 월드컵 축구처럼 예선 전 때는 강팀이 맞붙지 않지만 토너먼트로 올라와 결승 때 일합을 겨뤄야 하는 것처럼 민주당 경선을 놓고 한판 대결이 벌써부터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알맹이가 틀실한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노인의 나이 기준은 몇 살이 적절할까.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규정을 달리하는 조항이 나온다. 우선 60세는 여러 가지 역(役)에서 해방되는 나이다. 군역을 담당하는 양인 남성이나 공노비는 16세에 복무를 시작하여 60세가 되면 풀려났다. 60세는 육체적인 노동에서 벗어나는 나이였던 셈이다. 관료로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이와 달랐다. 조선시대 관료는 중앙관료와 지방관으로 나뉘는데, 지방관에 대해서는 “65세가 지난 자는 지방관으로 임명하지 않는다.”고 하여 65세로 임용 연령을 제한했다. 반면 중앙관료의 은퇴 기준은 70세였다. 70세는 또한 자녀의 봉양을 받아야 하는 나이로 인정되었다. 부모의 나이가 70세가 넘으면 아들 한 명을 군역에서 면제해 주었고 강도나 살인의 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면 수감하지 않는 등 여러 은전(恩典)을 베풀었다. 80세 이상이 되면 혜택이 더욱 많았다. 8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노인직(老人職)이라고 하여 신분에 관계없이 1품의 품계(品階)를 하사하였다. 또 관료의 경우 부모가 80세 이상이면 두 아들이 관직을 사퇴하고 귀향할 수 있었으며, 부모가 90세 이상이면 모든 아들이 역에서 면제되었다(우리 역사넷). 나이가 들수록 국가에서 노인을 더 우대해 준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왕의 평균수명이 48.1세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혜택을 받은 노인은 많지 않았다. 또 중국 고전인 『예기(禮記)』는 10년 단위의 연령 범주를 설정하고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각각에 대해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을 규정함으로써 연령지위를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전거로 삼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10살이 되면 유(幼)라 한다. 이때는 배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고 한다. 이때 관례(冠禮)한다. 30세가 되면 장(壯)이라고 하며 이때 아내를 갖는다. 40세가 되면 강(强)이라고 하며 이때 처음으로 벼슬을 한다. 50세가 되면 애(艾)라 하며 이때 관정(官政)에 복무한다. 60세가 되면 기(耆)라고 하며 이때는 남에게 지시하여 시킨다. 70세가 되면 노(老)라고 하며 이때가 되면 가사(家事)를 아들에게 전한다. 80세와 90세를 모(耄)라고 하며, 7세의 어린이를 도(悼)라고 한다. 도(悼)와 모(耄)는 비록 죄가 있을지라도 형신(刑訊)하지 않는다. 100세가 되면 기(期)라고 하며 이때가 되면 부양된다.” 2500년 전의 고전인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기준은 65세다. 이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한다. 44년이 지난데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나이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10월, 정부에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상향 조정하자는 공식 제안을 했다. 보건복지부도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노인연령 조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해는 이러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까. (조상진 논설고문)
임실읍내에 가면 아주 작은 카페 하나가 있다. 이름도 좀 특이한 ‘임실 디디에 카페’가 바로 그것이다. 디디에∼ 디디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단어다. 맞다. 디디에 세스테벤스(Didier t'Serstevens)라는 파란 눈의 서양인, 그가 바로 지정환 신부 아니던가.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던 벨기에 출신의 가톨릭 신부인 그는 임실 치즈의 아버지다. 지정환 신부가 1964년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던 곳이 '임실 디디에 카페'로 변신했다.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세례명은 디디에, 임실 지씨(任實 池氏)의 시조가 바로 지정환 신부다. 한동안 잊혀진 듯했던 지정환 신부가 지난달 18일 벨기에 브루노 얀스 주한대사가 임실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대사 일행은 심민 임실군수 등과 면담하고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역사관 등을 둘러보며 지정환 신부의 업적을 회고했다. 지난해 10월 임실N치즈축제 때에는 임실군이 '벨기에의 날'을 지정·운영했고, 11월 벨기에 '국왕의 날'엔 임실군이 초청받기도 했다. 작은 농촌지역 군에 불과한 임실군이 오늘날 벨기에와 두터운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것은 단 한사람, 지정환 신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작고 가난했던 임실에 왔을때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벨기에는 부자인데, 한국은 왜 가난한가”라고 말이다. 그러자 지정환 신부는 답했다. “벨기에는 할아버지들이 희생을 많이 해서 잘살고, 한국은 조상들이 기술을 배우지 못해 못산다. 여러분이 희생해서 자손들은 잘살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말이다. 지금 죽을 고생을 해야만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거다. 사람들이 가난함에도 일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이대로 있으면 계속 가난이 대물림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지금 행동하고 희생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무려 60년이 지났지만 현 상황에서도 울림이 있는 말이다. 지정환 신부는 주로 임실에서 활동했지만 그가 전한 메시지는 비단 임실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역소멸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전북은 지금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계속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면 그것은 곧 가난이 더 심각하게 대물림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은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이 과거와 같은 관성에 의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면 앞날이 더 어두워질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60년을 한국인으로 살았던 파란눈의 이방인 지정환 신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일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지금 당장 죽을 각오로 희생하고 뛰어라”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10배 가깝지만 인구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적다. 덴마크령에 속해있지만 2009년 덴마크 정부와의 합의로 자치권을 갖게 되면서 국방이나 외교 분야 외에 지하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사법권과 경찰권, 입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남극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대륙 빙하를 갖고 있다. 국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니 얼음 왕국이라 불릴 만하다. 그중 서해안에 있는 도시 일룰리사트는 빙하 피오르(협만)가 2004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대표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그린란드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 기후변화의 지표와도 같은 곳이 그린란드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대륙의 거대한 빙산들이 서로 부딪치며 펼쳐내는 아름다운 풍광과 환상적인 오로라를 품고 있는 이곳이 관광이 아닌 다른 연유로 새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이미 생태계 변화가 시작됐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아 해안 지역 침수와 저지대 국가들의 피해를 가져온다. 이곳에서 녹은 빙하의 물이 전 세계 다른 곳으로 뻗어가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태양열을 반사하는 빙하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빙하가 녹을수록 이러한 기능은 약화 될 터이니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의 현실에 국제적인 관심과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 그린란드가 또 다른 이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의 영토확장 대상이 되면서다. 집권 1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었던 트럼프는 이제는 군대를 써서라도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차지하겠단다. 국제 질서를 해치는 상대국가 주권 침해 위협에 ‘시대에 맞지 않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란 비판과 후폭풍이 거세지만 트럼프의 욕망은 좀체 꺾이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영토확장 대상으로 삼았을까. 사실 영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상황은 석유 아연 석탄 가스 등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라졌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까지 풍부한 그린란드의 지하자원은 영토팽창주의에 골몰해있는 트럼프의 욕망을 충분히 자극했을 터다.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처한 그린란드가 이제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 대상으로 부상한 현실. 빙하의 눈물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두려워진다. / 김은정 선임기자
극과 극, 대립과 갈등의 시대다. 탄핵정국,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정치 양극화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경제·문화·교육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서로 달라지고 멀어지는 격차와 불평등, 쏠림과 소외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해, 전북지역에서는 교통 인프라 격차·지역차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새 철도노선 개통 소식이 유독 많았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30분대 출퇴근’을 실현할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정부는 GTX 노선을 충청·강원권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또 서해안권역 수도권 서부와 충청권을 잇는 서해선·장항선·평택선이 동시 개통됐고,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돼 서울~부산을 잇는 또 하나의 KTX 노선이 개통했다. 이어 삼척~포항 고속철도 완공으로 강릉~부산 동해선 전 구간이 연결되면서 새해 벽두 동해안철도 시대 개막을 알렸다. 그런데 전북은 딴세상이다. 전국 곳곳에서 속속 발표된 교통인프라 확충 소식에서도, 또 정부의 교통혁신 청사진에서도 전북은 없다. 전북만 쏙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서해안권역 3개 철도노선을 동시 개통하면서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하늘길도 순탄치만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국제공항이 마침내 새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인해 ‘정치 논리로 건설돼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 속에 착공조차 하지 않은 새만금공항을 포함해 전국 지방공항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 싸늘해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과 없이 다시 해를 넘긴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광법)’ 개정안 처리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광법에서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해서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찌됐건 철저한 차별이고, 이 차별이 격차를 키우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교통분야 3대 혁신’전략으로 발표한 ‘지방 대도시권 광역급행철도(x-TX)’ 계획에서도 전북은 없다. 광역시가 없다는 게 그 이유로 풀이된다. 결국 수도권(GTX)과 지방(x-TX) 광역급행철도 계획에서 쏙 빠진 전북은 교통오지 탈출을 위해 대광법 개정의 시급성이 더 커졌다. / 김종표 논설위원
12.3 비상계엄 발령으로 전북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견고해졌다. 지난 4.10 총선 때 10석 전석을 석권한 민주당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말발굽이 딛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가서 즉각 155분만에 계엄해제를 의결한 것이나 윤석열을 탄핵열차에 싣어 보내는 등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공으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낸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랜만에 박수를 치고 싶다. 21대 전북 출신 의원들의 존재감이 가장 약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정동영의원을 필두로 이춘석 안호영 김윤덕 이원택 이성윤 박희승의원 등이 탄핵정국 맨 앞에서 기대이상으로 잘 싸워주고 있다. 워낙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맥을 잘 짚고 잘 대응해 간다. 사실 22대가 개원하면서 전북 출신 의원들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전북몫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을 경주할 태세였다. 하지만 생각하기도 싫은 계엄령 발동으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돌입하자 즉각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국회담장을 헐레벌떡 뛰어 넘어 계엄 해제를 시켜던 것. 그날이 평일이 아니었고 대신 의원들이 귀향활동을 벌이던 주말이었으면 큰 일 날뻔 했다. 주술을 워낙 신봉한 윤석열이 화요일 저녁 10시30분을 택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야밤에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모여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우신조나 다름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운이 빳빳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제2건국자세로 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탄핵판결을 법과 양심에 따라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내란 수괴인 윤석열과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서 대한민국의 법치가 살아 있음을 세계 만방에 보여줘야 한다. 다시는 헌법을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해서 국민을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국민들은 그날밤놀란 일을 생각하면 사지가 벌벌 떨리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분노를 잊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권력에 눈이 먼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헌재가 윤석열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를 대비해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인다. 다음 지방선거는 탄핵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입지자들은 공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권리당원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쏠려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지방선거가 치러졌지만 제대로 된 인물이 뽑히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사나 시장 군수가 국회의원들 입김과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되면서 뽑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북 전체가 낙후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해마다 젊은 청년 1만여명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산천을 떠나간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앞으로는 도민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모두가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는 것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을 때 혁신적인 역량있는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돈 안쓰는 선거를 해야 전북을 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 꼴이 엉망이다. 검사출신 망나니 대통령으로 인해 어렵게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전통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대통령 권한대행, 체포영장 집행과 거부, 경호처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용어들이 넘실거린다. 벌써 한달 넘게 이러한 비상사태가 진행되면서 경제는 추락하고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행인 것은 탄핵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2030세대들의 밝고 앳된 얼굴들이다. 특히 광화문이나 국회 앞, 남태령 농민시위 현장에는 2030여성들이 대거 찾아와 유쾌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한국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좋다. K팝이 흐르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이 벌이는 시위는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다. 며칠 전, 눈이 펄펄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몸을 비닐로 감싸고 꼬박 밤을 새운 젊은이들을 보면 미안할 따름이다. 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태극기 집회다. 주로 노인들이 나와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든다. 이들은 거칠고 공격적이다. 특히 여성 노인들은 거친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주변에서 보는 노인이 아닌, 딴 세상 사람 같다. 태극기 부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 생겨났다. 당시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들이 시위에 나서도록 기획·주도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 돈과 권력(종교)을 가진 극우 보수들이다. 그러면 태극기 부대를 구성하는 노인들은 누구며 왜 그럴까. 이들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의 ‘근대화의 역설’과 린 헌트(Lynn A Hunt)의 ‘가족 로망스’를 원용한 분석이 비교적 그럴듯하다. 근대화의 역설은 인간은 근대화로 자유를 얻었지만 이를 개발하고 발휘하려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어떤 절대적 권위체에 복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가족 로망스는 가족이 확장된 형태로 국가체제를 이해한다. 이들 이론은 모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진 노인들은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보수단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존감이 살아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노인들 덕분이요, 노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켜 세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주눅들고 상처받은 모멸감이 이들의 선동을 만나면서 분노로 증폭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들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부자노인과 가난한 노인, 액티브 시니어와 소외된 노인 등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극기부대 노인들은 이런 양극화가 드리운 짙은 그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고문)
을사년 새해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한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데 향우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도 ‘지역감정’은 터부시되는 단어 중 하나다. 호남과 영남으로 대표되는 지역감정은 크고작은 선거때마다 광풍이 불듯 거의 모든 이슈를 덮는 메가톤급 위력을 보여왔다. 평소에는 수면하에 잠복해 있다가 선거때만 되면 어마어마한 광기를 부리곤 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가 저물면서 지역감정은 수그러든듯 해도 적어도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정당 독식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다. 30년전 떠올랐던 ‘지역등권론(地域等權論)’을 기억하는가.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35년 만에 단체장을 직접 뽑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선거때 DJ(김대중)는 ‘지역등권론’을 화두로 던졌다. 그동안 TK, PK 패권주의 속에서 살아왔으나 첫 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패권주의가 아닌 등권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남권과 충청권도 영남권과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DJ는 마법의 지역등권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결국 집권하게 된다. 집권 세력을 탄생시킨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에 군림하는 지역패권주의에 종언을 고하게됐고, 그 이후 지방화 시대가 열리면서 외형상으로는 지역등권주의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지역등권주의를 통해 지역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DJ의 꿈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으로 멀기만 하다. 여전히 영남패권주의가 만연해 있고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은 낙후와 소외의 늪에 빠져 있는게 현실이다. 하여 을사년에는 특정지역이 국가의 자원과 권리를 독점하는 지역패권의 시대를 마감하길 기대한다. 모든 지역이 같이 대접받고 협력하는 평등한 지방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게 작금의 시대정신 아닌가. 얼핏 생각하면 영남 패권주의를 종식시키는게 급선무인듯 해도 그건 시작일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수도권 패권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거다. 모든 자원의 배분과 각종 혜택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위주로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밝은 미래가 없다. 때마침 의미있는 하나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위 '비수도권 지방도시 연대'가 바로 그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도전장을 던진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 양상이다. 수십년간 지켜봤던 호남과 영남의 대결이 아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북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연대한 지방도시는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뿐 아니라 영남권의 중심인 대구(육상 대구스타디움)까지 포함됐다. 지역등권론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역시 또하나의 지역일 뿐이다. 그래서 2월 28일 2036 올림픽 국내 후보지 결정 과정과 그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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