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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도자와 전북의 현주소

세상사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다. 지난 4년간 미국의 차기 대선 경쟁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었으나, TV토론 한번에 후보가 바뀌고 경우에 따라 첫 여성대통령, 첫 아시아계 인물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지난 6월 27일 대선후보 첫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리스크'가 만천하에 노출되면서 그는 끝내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해야만 했다. 여기에 지난달 13일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정여론을 등에 업고 백악관 문턱을 넘는듯 했으나 세상사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와 해리스는 오차범위 내 반집 계가를 하는 양상이다. 미국 대선에서 TV 토론이 첫 도입된 것은 1960년, 지금부터 무려 64년 전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인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은 특유의 입담으로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을 녹아웃시키며 최연소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미국에서 TV 토론은 대선 판도를 좌우했다. 컨벤션 효과라고는 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분위기다. 불과 얼마전 오바마 등장때 첫 흑인대통령이라고 해서 세상이 떠뜰썩 했는데 어쩌면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종교나 문화 등으로 인해 아시아권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서구사회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보수성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비롯, 인도,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지에서 이미 오래전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탄생했기에 늦게나마 과연 이번에 미국에서 첫 여성대통령이 나올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북 지역사회에서도 그동안 조배숙, 전정희 등 여성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전례가 있고, 도의회나 시군의회에서는 여성 의장 탄생이 낯선 일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전북에서는 여성 단체장은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단체장은 커녕 여성 부지사도 전무했다. 오죽하면 유성엽 전 의원은 지금부터 꼭 10년전 도지사 선거전에서 "여성 대표성 강화를 위해 행정 또는 정무부지사에 여성을 임명할 것"이라고 공약했겠는가. 그는 당시 "우리나라는 사회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결혼 불안정, 출산포기, 최저 출산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여성 경제전문가를 영입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 업무를 맡길 것"이라고 약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금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재선인 이인선 의원(국민의힘∙ 대구 수성구을) 이다.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교수였던 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여성 첫 지방정부 부단체장(경북도 정무·경제부지사)을 지낸 바 있다. 해리스의 전격적인 도약을 보면서 전북의 정치 문화문화와 관행 또한 큰 변화가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7.31 16:00

군함도, 사도광산, 그리고 뒷배

일제강점기, 조선노동자들의 대규모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사도광산이 결국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군함도(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군함도는 수많은 조선인이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섬이다.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1943년부터 45년까지 강제 징용된 조선인은 500~800여 명, 이 중 122명이 질병과 영양실조, 익사 등으로 사망했다. 군함이 떠 있는 것 같다 하여 ‘군함도’가 된 이 섬의 원래 이름은 하시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으나 석탄층이 발견되면서 19세기 후반, 일본의 대표적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탄광사업을 위해 사들여 탄광섬이 됐다. 군함도 탄광의 여건은 최악이었다. 가스 폭발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데다 사람이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좁고 위험해 ‘지옥섬‘ ’감옥섬‘으로 불렸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악조건 속에서도 12시간 채굴작업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남아야 했다. 1601년 금맥이 발견된 이후 오랫동안 일본의 중요한 재정 자원이었던 사도광산도 태평양전쟁 당시 1,500명이 넘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동원되어 노역을 했던 현장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군함도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해왔다. 그렇다면 숱한 논란과 반대에도 이들은 어떻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일까. 들여다보니 그 비결(?)이 있었다. 일본의 거짓 약속과 결국은 그들의 꼼수에 넘어간 한국의 협조다. 군함도는 등재될 당시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을 적시한다’는 조건이 제시됐다. 그러나 일본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도광산은 아예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뺐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사도광산이 한국을 포함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의 전원 동의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동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과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전체역사를 알리는 시설물 설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를 동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답한 ‘선제적 조치’는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관 설치다. 그러나 지난 28일 문을 연 이 전시관이 다시 논란이다. 이곳 전시물 내용 어디에도 ‘강제성’이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역사적 실체를 숨기고도 전체역사를 알린다고 할 수 있을까. 정부는 ‘진전된 선제적 조치를 끌어낸 점에 의미가 있다’며 현실을 관망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마주하니 이런 의심이 든다. 우리 정부가 혹시 그들의 뒷배는 아닐까 하는./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7.30 13:42

전주 BRT, 기대와 아쉬움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 했다. 기대가 컸다. 그런데 청사진을 들여다보니 아쉬움이 커진다. 전주시가 BRT 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오는 11월 착공하겠다며 최근 설계 초안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도착정보시스템과 버스우선신호체계·환승터미널 등 지하철 시스템의 장점을 갖춰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 우선 1단계로 내년 말까지 4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린대로 10.6km 구간(호남제일문~한벽교 교차로)에 BRT를 구축하겠다는 게 전주시의 청사진이다.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2구간(백제대로 전주역~꽃밭정이 네거리)과 3구간(홍산로~송천중앙로) 사업도 일찌감치 계획됐다. 이를 우범기 시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대중교통 혁신방안으로 BRT 확산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수도권과 대전·광주·부산·세종·창원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BRT가 속속 구축됐다. 최근에는 양문형 굴절버스 도입과 폐쇄형 정류장 설치 등을 통해 기존 BRT를 업그레이드한 ‘고급형 BRT(s-BRT)’ 구축사업과 주변도시를 연계한 ‘광역 BRT’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주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이 구간에서 버스 운행 속도가 5~6분은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린대로의 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수평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승강장의 높이를 조정해 BRT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이다. 기대에 못 미친다. ‘도로 위의 지하철’·‘대중교통의 혁신’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오래전 전주에서도 시행됐다가 차선 표시만 남긴 채 슬그머니 사라진 ‘버스전용차로제’가 연상된다. 버스전용차로가 도로의 맨 바깥 차선에서 중앙선 옆 1차로로 바뀌고 도로 중앙에 정류장이 생기는 게 전부라면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필요하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 등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지역 거점도시인데도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고, 대중교통 분담률마저 낮은 전주에서 BRT의 필요성은 더 크다. 전주시는 현재 막바지 단계인 ‘기린대로 BRT 구축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마무리되는 오는 8월말께 시민설명회 및 토론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승용차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이다. 도심 간선도로의 양방향 1차선을 버스에게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만큼 승용차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이다. 어느 정도의 불편은 승용차 운전자들이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특색도 없이 가장 기초적 단계에 머문 전주 BRT 청사진에 다시 아쉬움이 든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7.29 12:30

살아나는 전북정치권

오랫만에 전북정치권이 살아난 것 같다.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독립변수라서 정치를 잘 하라고 주문했던 것이다. 그간 전북에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야가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정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여당인 국힘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 날개로 날아도 힘든 판인데 진보 한쪽 날개로 날겠다고 우겨댔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다행히도 전북의 정치자산인 5선의 정동영과 4선의 이춘석이 초반부터 인사청문회와 국회에서 맹공을 퍼붓어 전북정치의 소생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는 말처럼 익산 이춘석 의원이 내리 3선하자 지역구에서 거만하고 겸손하지 못했다해서 21대 때 떨어뜨렸다. 그는 낙선의 아픔을 딛고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해서 4선에 성공, 의정활동 초반부터 전에 보지 못했던 결기를 느끼게 했다. 지역구에 익산국토관리청이 있어서인지 상임위를 국토건설위로 배정받아 건교부 업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강하게 질타했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이고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해서 정무감각까지 갖춘 이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전북을 국가건설예산서부터 철저하게 홀대하고 있다고 일갈,시정조치토록 촉구했다. 특히 전북이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제외되어 127조에 달하는 예산을 한 푼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 대광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전북은 광역시가 없어 광역교통망을 제대로 구축할 수가 없다. 이런 전후 사정을 이 의원이 간판함으로써 전북도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 역대 지사들이 이 같은 법의 맹점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안 해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사실 전북 낙후는 전북정치권이 자초한 면이 컸다. 공천권자인 당 대표 얼굴만 쳐다보면서 거수기 노릇만 했기 때문에 전북몫을 가져오지 못했다. 2년 만에 직무평가에서 전국 1위를 한 김관영 지사도 전북 현안을 한꺼번에 풀기는 어렵겠지만 완주 전주 통합 문제를 풀려고 적극 나선 것은 잘했다. 글로벌 시대 규모의 경제에서 사이즈가 중요하다. 다른 시도는 수도권 일극체제강화가 지방소멸로 이어진다고 판단, 메가시티로 대응해 가고 있다. 이처럼 선제적으로 판을 키워서 나가고 있는 판에 전북은 우물안 개구리처럼 소지역주의에 매몰돼 통합이 돼니 안 되니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방의원 군수 국회의원이 또 예전처럼 주민을 볼모로 잡고 반대를 하는 것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처사밖에 안된다. 파이를 키워 고루게 혜택을 나눠야 전북이 낙후를 떨치고 발전할 수 있는데 이를 놓치자는 것 밖에 안된다. 그간 통합을 공약 1호로 내세운 우범기 전주시장이 상생협력사업을 추진했지만 완주군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아 신뢰의 벽에 부딪쳐 있다. 전주시도 힘의 논리보단 통 크게 완주군에 지원방안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때 명불허전임을 다시 보여준 정동영 의원과 김윤덕, 이성윤 의원도 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뗀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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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7.28 16:56

출구가 안 보이는 '전북 홀대'

"국토부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수백 개 자치단체가 나오는데 전북은 도를 포함해 14개 기초단체가 단 한 군데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북은 대한민국 국토 아닙니까. 버렸습니까" 익산의 이춘석 의원이 현 정부의 도를 넘어선 전북 홀대에 울분을 토해내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동료 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지역 정치권에도 대오각성을 촉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강조했다. 국토부 신규 사업 6건에 사업비 20억도 채 안되는 규모에 담겨진 윤석열 정부의 전북 홀대를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는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싸워서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뿐 이겠는가. 지난해 잼버리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전북 홀대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초기엔 민주당 텃밭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그 뒤 전개되는 상황은 설명이 안된다. 실제 도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국책 사업에서 전북이 번번이 누락되는 걸 보면서 타 시도와의 형평성 때문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한다. 얼마 전 바이오 특화단지 무산 때도 중앙 부처의 미숙한 행정으로 정부 정책의 불신만 키웠다. 전북이 신청한 오가노이드 분야는 생태계 환경 미흡으로 6곳 신청 지역을 아예 배제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신청을 받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며 지역 차별 논란만 불거졌다. 초미 관심사인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대광법) 과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 계획에서도 전북은 빠졌다. 이렇게 정부 정책에 대한 도민 불신이 깊은 것은 과거 정권의 소외 차별과 오버랩 되는 탓도 크다.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정서로 이어지고 다시 정부 차별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난주 정읍에서 열린 대통령 민생토론회도 눈에 띄는 성과없이 전국 27번째 행사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대통령과 소통하는 기회라 큰 기대를 걸었지만 되레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만 커졌다. 행사 내용도 의례적 수준에 그쳐 정부에 대한 실망감만 재확인 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정부 여당의 기류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한 민주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운신의 폭이 커져야 한다. 국정 파트너로서의 여야 관계와 다수당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현안 해결의 교두보 마련이 시급한 형국이다.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의 필수 사업마저 자꾸 탈락함에 따라 도민들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역대급 호우 피해 대책을 비롯해 자영업 소상공인 생계 지원, 중소기업 연쇄 부도 등 생존 차원의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엄중한 골든 타임에도 여야는 전당대회에 올인하며 정치적 헤게모니에만 집중했다. 정치 혐오증만 더해가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7.25 18:10

올림픽 신화의 주인공 전북

며칠 전,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전주고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도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축구, 야구 등 인기가 많은 구기종목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주고 야구부가 무려 39년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갈수록 취약해져만 가는 전북 체육에 분명 청신호를 던져주는 일이다. 지방도시에서는 선수부족, 재정난 등 악재가 한두가지가 아니기에 전주고 야구의 전국대회 정상은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프로야구 태동 전, 고교야구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우승컵을 들어올렸을땐 익산역에서 전주까지 35사단 지프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였다. 한때는 전북에서 군산상고, 전주고, 전주상고 야구부가 치열한 지역예선을 벌이곤 했다. 전주고 야구 전국대회 제패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루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파리올림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출신은 9개 종목에 걸쳐 14명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데 사격 김예지, 배드민턴 서승재, 공희용 등은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도민들이 응원을 보내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특히 김관영 지사는 역대 전북지사 중 처음으로 올림픽 참관 차 현지를 방문하고, 전북인으로선 최초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선수단장으로 참가하기에 전북 출신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될 듯하다. 이번 올림픽에는 시도지사 중 김관영 전북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등이 참석하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대 올림픽 개최도시 시장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하계 올림픽의 인기가 크게 시들었으나 예전엔 메달 하나에 전 국민이 울고 웃었다. 그 중심에 전북 건아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1984년 제23회 LA올림픽때 복싱 신준섭, 레슬링 유인탁 선수가 전북인으론 첫 금메달을 따냈고, 88 서울올림픽때는 복싱 김광선, 탁구 양영자, 핸드볼 임미경, 이미영, 손미나 박현숙 등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992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역도 전병관, 배드민턴 박주봉, 정소영, 핸드볼 이미경, 임오경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고, 1996년 제26회 애틀랜타올림픽때는 배드민턴 김동문 선수가 역시 금메달을 확보했다. 이후 2004년 제28회 아테네올림픽때는 양궁 박성현(2관왕) 이성진을 비롯, 배드민턴 김동문, 하태권 역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8년 제29회 베이징올림픽때는 양궁 박성현, 야구 이진영, 정대현 등이 정상에 섰으나 2012년 제30회 런던올림픽때 양궁 최현주를 끝으로 전북 출신의 금메달 행진은 중단됐다. 과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전북 선수중 누가 12년만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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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7.24 15:33

예총 회장 선거의 살풍경

1961년 5.16쿠데타 이후 정부는 사회단체 해체를 종용하고 나섰다. 문화예술 분야에도 단체 해산 바람이 불었다. 지역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해방 이후 40년대와 50년대, 전북의 문화예술 활동을 주도했던 동인 모임의 상당수가 이때 해체됐다. 그 틈에(?) 창립된 단체가 있다. 예술인들의 권익과 문화 창달을 내세운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다. 한국예총은 1962년, 문공부 승인을 얻어 창립했다. 지역 단위 예총 설립도 함께 이루어져 전북에서는 전라북도 예총이 지역 예술인들을 규합해 문을 열었다. 전북예총은 60년대,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전적으로 주도했다. 정치적 혼란기 속에서 자발적인 창작활동보다는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예총은 지역 예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자극과 활기를 불어넣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도내 대학에 예술대가 신설되고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독자적인 예술 활동이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지역 문화 활동을 주도한 것 역시 예총이었다. 창립한 지 60여 년. 때로는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하고, 때로는 관변단체로 낙인찍히는 부침의 세월 속에서도 지역 예술인들의 권익과 친목을 위한 대표단체를 자임해온 전북예총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원인이다. 지난 1월에 열린 제25대 전북예총 회장 선거는 초반부터 후보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를 치렀으나 낙선 후보가 당선자의 후보 자격을 문제 삼아 당선 무효를 제기,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예총 회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신임회장은 당선된 지 6개월도 안 되어 사퇴하고 말았다. 법원이 낙선 후보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국면은 바뀌었으나 이어진 선거판 풍경(?)은 볼썽사납다. 소통과 화해는커녕 반목과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전북예총 선거를 법정으로 끌고 간 후보와 등록요건 미비를 앞세워 1년 회원 자격 정지 징계를 해당 후보에게 내린 예총이 명분 없이 서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과정도 개운치 못하다. 들여다보니 선거 무효소송을 취하한 후보가 예총의 징계 취소로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결국은 보궐선거에 다시 후보 등록을 했다. 이 또한 기이한 상황이다. 돌아보면 전북예총 회장은 선거보다 추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 과정을 통하지 않고도 소속 예술인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던 전임 회장들의 존재가 새삼스러워진다. 전북예총 회장 보궐선거가 다음 달 9일 열린다. 예총은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회원들의 진정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7.23 15:47

물 끌어쓰는 전북, 물밑 ‘물 갈등’

물이 넘쳐나서 걱정이다. 장마철, 올해도 어김없이 물난리가 났다. 지금 하늘에서 물폭탄이 지겹게 쏟아진다고 해서 남아도는 자원이 절대 아니다. 물은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요구되는 귀중한 자원이자 개발 잠재력이다. 지구촌 물 부족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물 분쟁이 일어나고, 국내에서도 지역 간 수자원 확보 경쟁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한반도 농경문화의 발원지인 전북은 지리적으로 물이 풍족한 고장이 아니다. 전북의 젖줄인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자원은 수요에 한참이나 모자란다. 그래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상당량을 금강·섬진강 수계에서 끌어쓰고 있다. 댐을 세워 물길을 돌리는 유역변경 프로젝트는 20세기 초에 시작됐다. 일제(日帝)의 쌀 수탈 정책과 연계된다. 일제는 호남평야 식량증산을 위해 남해로 향하는 섬진강 물줄기를 서쪽(동진강 상류)으로 돌려 농업용수로 썼다. 그리고 이 같은 목적에서 건설된 섬진강댐(옛 운암댐)과 칠보수력발전소는 지금도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영농기(4월∼9월)에는 댐에서 섬진강 본류로 흘려보내는 유량보다 동진강 유역으로 끌어내는 수자원이 훨씬 많다. 굳이 비교하면 30~40배 차이가 난다. 전주와 군산‧익산‧정읍‧김제‧완주 등 전북 주요 도시의 생활용수와 농‧공업용수도 금강 수계에서 끌어쓰고 있다.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충청지역을 휘감고 돌아 군산에서 서해로 유입되는 금강의 물길을 상류인 진안에서 막아 2001년 용담댐을 건설했다. 그리고 도수터널을 통해 이 댐의 수자원을 만경강 상류 완주군 고산면으로 끌어내 전주권 광역상수원으로 쓰고 있다. 또 새만금유역 수질 개선 사업과 연계해 만경강 유지용수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북은 늘 물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동안 잠재된 갈등이 수차례 분출됐지만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다. 실제 섬진강 하류 경남과 전남지역 지자체에서는 ‘섬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이 인공수로를 통해 타 수계로 유출되면서 정작 본류에는 수량이 부족, 하류에서 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댐 용수 배분계획 재수립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또 충청권에서 용담댐 물 배분 비율 재조정을 요구하면서 지핀 지역간 갈등의 불씨도 꺼지지 않고 있다. 대전과 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지자체에서는 업무협약을 맺고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민‧관‧학 거버넌스 기구인 ‘전북 물포럼’에서 지역 물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포럼은 행정과 도의회, 유관기관, 전문가, 시민단체 등에서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2019년 출범했다. 전북에서는 지역간 물 갈등을 굳이 들춰서 풀어내려 하지 않았다.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오면 언제든지 다시 터져 나올 게 뻔하다. 전북 물포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기후변화 시대, 다양한 물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해 물 현안을 주도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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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7.22 14:07

안타까운 김관영 지사

전북의 정치환경이 잘못 만들어졌다. 20년만에 민주당이 10석 전석을 싹쓸이했지만 여당인 국힘 지역구 의원이 없어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 몫의 국가예산을 확보하기가 버겁다. 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해서 원내 제1당 위치를 점했지만 국가예산을 편성하는 권한과 집행은 정부여당 몫이기 때문에 국힘의 협조없이는 전북 몫 차지도 어렵다. 조국혁신당 12석을 포함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으로 여소야대 정치구도가 만들어졌지만 국힘이 108석을 차지, 일단 개헌 저지선은 확보했다. 변변한 기업과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정부가 편성하는 국가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똘똘 몰아쓰고 사상 초유의 국가예산 삭감을 경험한 전북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정부여당과 관계 개선을 할려고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주 목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서 정읍에서 열린 27번째 민생토론회를 유치한 것도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던 것. 워커홀릭인 김관영 지사는 민생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북이 추진하는 각종현안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지원을 받아낼려고 작심했었다. 하지만 그날 생각지도 않게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익산 수해지역의 급작스런 방문으로 김이 빠졌다. 당초 계획상 오전에 윤 대통령이 수해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키로 했던 계획을 이 전 대표가 방문키로함에 따라 취소, 잼버리 이후 어렵게 일정을 잡아 전북 방문길에 오른 윤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은 김관영 지사였다. 모처럼만에 윤 대통령 전북 방문을 반전의 기회로 삼고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해온 김 지사로서는 이 전 대표도 소홀하게 모실 수도 없어 직접 익산 현장으로 달려가 이 전 대표를 맞이 했다. 알려진 바로는 익산 출신 한병도 의원이 민주당에 건의해서 해마다 수해를 겪은 망성지구로 이 전 대표 일행을 안내했다는 것. 이 전 대표는 정헌율 익산시장과 함께 물이 찬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 더미를 거둬내는 등 노력봉사를 하면서 수해피해 상황을 청취했다. 이날 봉사활동을 벌인 이 전 대표의 노고에 감사의 맘을 전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남게 됐다. 왜 하필 윤 대통령이 방문하려던 수재현장을 가로채서 방문했냐는 것이다. 민주당도 국정의 한 축을 맡고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옳았지 않았느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잔뜩 윤 대통령 전북 방문에 기대감을 가졌던 전북도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버렸다. 오후에 열린 민생토론회가 김이 빠져 윤 대통령도 김 지사가 건의한 것에 원론적인 답변만 했을 뿐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전국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업무평가 결과 김 지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냥 단순하게 이뤄진 게 아니다. 일 중독자처럼 미칠 정도로 전국을 동분서주하면서 열심히 일한 결과였다. 전북도는 앞으로 민주당만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고 여당인 국힘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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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7.21 19:08

아직 꺾이지 않은 전북의 꿈

지금 전북이 직면한 암울한 현실도 모자라 젊은 세대의 미래까지 어둡다는 전망이 나와 씁쓸하다. 지난주 이 같은 경고를 알리는 지표들이 한꺼번에 발표돼 충격적이다.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동시에 국가 비상사태로 불릴 만큼 심각한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 1명 이하는 우리나라 뿐이다. 그뿐인가 올해 2분기 전북 청년 실업률이 11.4%로 전국 평균 6.6% 보다 훨씬 높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비관적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군마다 지역 이기주의에만 물두해 전북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못낸다는 점이다. 전북을 제외한 광주 전남과 대전 충청 그리고 대구 경북, 부울경까지 전국이 메가시티 열풍이다. 갈수록 구체화되는 초광역화 지방 발전 전략에 따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다. 흔히 규모의 경제학과 연계돼 자치단체간 통합도 마다하지 않고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런 기조는 국비 투자 규모에서도 지역별 차등화로 반영되는 추세다. 이뿐 아니라 SOC와 공공기관 이전, 특화단지 조성 등 국책 사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타시도와는 달리 소지역주의에 집착하는 시군 자치단체들은 그만큼 고립을 자초함으로써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자리 찾아 젊은이는 떠나고 얘기 울음소리도 멈춘 지 오래다. 이제 그 빈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조금씩 메우며 노인들과 함께 고향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데도 해결할 의지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완주 전주 통합도 주민 찬반 투표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완주 정치권의 반대 기류가 강하다. 3번 실패의 결정적 역할도 이들이 주도했다. 새만금 관할권 다툼도 마찬가지다. 군산시와 김제시의 감정 대립으로 인해 예산과 사업 진척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상대적으로 새만금특별자치단체의 신설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저출산과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정부도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최우선 해결 의지를 보여줬다. 더불어 취업난과 맞물린 기업 유치 상황도 소멸 위기에 봉착한 지방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다소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후 얼어붙은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지난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이 1056조인데, 이중 다중 채무자의 경우 3개월 이상 연체액이 1년 새 53% 급증한 31조원에 달했다. 구직 청년은 늘어난 데 비해 취업 기회는 꽉 막히다 보니 경제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하다. 직장 없이 고통 받는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지역 현안의 미래지향적 해결 방안은 없는지 심사숙고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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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7.18 18:14

고군산군도의 교역선

1974년 3월 어느날, 중국 시안에서 농부들이 우연히 지하에 묻힌 방 하나를 발견했다. 훗날 고고학자들은 6,000구가 넘는 실물 크기의 병사와 마차, 철제 농기구 등을 출토했다. 중국을 순방하는 외국정상이 가장 먼저 찾는 진시황릉의 발굴 역사다. 1975년 어느날, 신안 증도 인근에서 어부 그물에 중국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이후 정부는 10년 동안 발굴조사를 통해 유물 2만4000여점과 28t 무게 동전 800만개를 찾아냈다. 때는 1323년 중국 원나라때 절강성 닝보항을 출항해 일본 규슈의 하카타항으로 가던 무역선(=신안선)이 항해 도중 한국의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다. 배의 규모는 최대 길이 34m, 너비 11m로 200여 명이 승선하는 이 무역선의 발견은 국내 수중고고학의 서막을 올린 일대 사건이었다. 유사 사례는 전북에서도 있었다. 2020년말, 고군산군도 일대에서 고려청자 등의 수중문화재가 나왔다는 민간 잠수사의 신고를 받고,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지금까지 선유도 해역을 특정해 꾸준히 조사를 벌여왔다. 앞서 고군산군도 해역에서는 2002년 비안도, 2003~2004년 십이동파도, 2008~2009년 야미도에서 수중 발굴 조사가 진행됐는데 십이동파도에서 고려청자를 실은 옛 배의 잔해들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고군산군도 해역은 대형 선단들이 닻을 내리고 머물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고대부터 중국을 오가는 교역선들이 이 해역을 중간경유지로 기착했고 조선시대에는 조운선의 항해 루트였던게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발견된 선유도 앞바다의 조사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여서 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진행된 것은 전체 조사대상 면적(23만5000㎡)의 3% 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해상 활동의 주요 기점이었던 고군산군도 일대에서 발굴한 유산의 수는 무려 1만 6000여 점이나 되지만 지금 학수고대 하는 것은 바로 옛 교역선이다. 보물을 가득 싣고있는 고선박 말이다. 사실 그동안 수중문화재 도굴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2004년 전북 군산 비안도 해역에서 고려청자 128점을 훔쳐 몰래 판매하려고 한 일당이 붙잡혔고, 2005년에도 군산 야미도 해역에서 유물 약 320점을 불법 인양한 도굴범이 검거돼 이듬해 정식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2008년에는 충남 태안선 수중발굴에 참여한 잠수부가 가치가 높은 고려청자 19점을 빼돌리려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26일 선유도 수중 발굴 현장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 이곳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수중 발굴 역사는 1970년대 신안 해저 조사를 기점으로 본다면 반세기 가량 되는데 과연 선유도가 신안, 태안 마도에 이어 제3의 고선박을 내어줄지 모두가 숨죽여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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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7.17 12:15

도립국악원과 창극의 미래

전통문화의 가치가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판소리가 뿌리인 창극도 그중 하나다. 여러 해 전 호평을 받으며 창극의 미래를 제시했던 창극이 있다. 2011년 발표된 국립창극단의 <몽유도원도>다. 창작 창극 <몽유도원도>는 한국의 집과 국립창극단이 공동제작 했던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3D와 현대적인 IT 기술을 접목해 만든 새로운 영상과 창극이라는 고전적 양식의 결합은 흥미로웠다. 볼거리에 비중을 두다 보니 서사적 구조의 예술적 완결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우리 시대의 창극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여과 없이 제시했던 이 무대는 그 뒤 국립창극단의 대표작이 되었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다. 판소리에 극의 양식을 도입한 창극의 시작은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름을 널리 알렸던 명창들은 대화창이니 입체창이니 하여 극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양식을 개발했다. 이들이 본격적인 창극 무대의 시작이었다. 창극 무대를 본격적으로 연 대표작은 1908년 원각사에서 공연된 <은세계>다. 이후 창극은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성장했다. 신문물이 밀려오고 우리 전통문화가 철저히 말살되었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으니 창극의 대중적 기반이 얼마나 탄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중문화가 밀려 들어오면서 창극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1962년 국립창극단이 만들어지면서 창극은 단절되지 않은 우리 고유한 연행 문화로 성장해왔다. 그렇다면 창극은 우리 시대 관객과 호흡하는 예술로 정착했을까. 아쉽게도 창극의 오늘은 명쾌하지 않다. 신명은 있으나 감동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소리꾼의 절창에 가슴 뜨거워지지만, 창극은 여전히 친숙하지 않다. 지난 주말, 전북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이 창극 <춘향>을 올렸다. 국악원의 관현악단, 무용단이 함께한 창극 <춘향>은 그동안 올려온 창극 중에서도 가장 많이 공연된 국악원의 대표작이다. 1986년 문을 연 도립국악원은 올해 38주년을 맞았다. 함께 성장해온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연륜도 깊으니 단원들의 공력 또한 만만치 않다. 단원들의 고른 역량은 이번 창극 무대에서도 빛났다. 객석을 꽉 채웠던 관객들이 단원들의 내공에 보냈던 큰 박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무대로서의 창극 <춘향>은 갈 길이 멀게 보인다. 창극 대중화가 아직 멀리 있는 탓이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살아남은 창극은 왜 살아있는 장르로 이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는 것일까. 마침 새로운 환경을 맞은 도립국악원이 그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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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7.16 14:36

‘극한·극단의 시대’ 유감

예사롭지 않다. 평범하게 지나가는 해가 없다. 장마철, 군산에 시간당 131.7mm의 폭우가 내렸다. 전국 97개 기후관측 지점 기준으로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군산지역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단 1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 찍힌 강수량이어서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군산 어청도에는 1시간 동안 무려 146㎜의 물벼락이 쏟아지기도 했다. 물폭탄·폭포비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다. 폭우나 집중호우 같은 기존의 용어로는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이 기록적인 강우현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어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mm라고 하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다. 이 요란한 장마가 지나가면 다시 가마솥더위·찜통더위 단계를 넘어서는 ‘극한폭염’이라는 용어를 매스컴에서 자주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어느 때부턴가 그동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극한호우·극한폭염·극한가뭄이라는 극단적인 기상용어가 자주 쓰인다. 기상청에서 지난해 여름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벼락·물폭탄에 이어 ‘폭포비’라는 표현까지 이미 익숙해졌다. 단어 그대로를 뜯어보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표현도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극한·극단의 상황이 어찌 기후뿐일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다름과 차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져 극단으로 치닫는다. ‘수도권 1극 체제’가 고착되면서 지방은 당장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의 사람과 재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은 팽창을 거듭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그런데도 대규모 SOC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수도권 신도시는 3기, 4기로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지방 살리기·국가 균형발전은 항상 말뿐이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극단으로 치닫는 증오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권을 돌아보게 한다. 극단적인 진영정치로 정치 양극화·극단화가 심해지면서 올 초에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테러 충격을 경험해야 했다. 극한(極限)이나 극단(極端)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더 나아갈 데가 없는 최후의 단계나 지점’이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 심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확언하기 어렵다. 지금 설정해 놓은 ‘극한’의 기준을 아주 큰 차이로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 다시 새로운 용어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 가져다 붙일 마땅한 용어도 없다. 그저 이보다 더한 상황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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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7.15 15:58

이름 값 좀하는 국회의원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주로 입법 활동이다. 삼권분립이 된 우리나라에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을 한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입법부의 기능과 역할이 크다. 여기에서 무시 못할 일은 지역구 현안 해결이다. 각종 대소사 민원서부터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예산 확보다. 언론은 항상 국가 예산 확보 문제를 주목한다. 어느 의원이 국가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주된 관심사이어서 성적표나 다름없다. 야당의원인 전북의원들은 똑똑해야 존재감이 드러나게 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면 장차관을 상대로 송곳질문을 잘하면 된다. 보좌관들의 도움 받아서 질의를 하지만 의원 스스로가 매일 공부해서 전문성을 길러나가야 옴싹달싹 못하게 할 수 있다. 통상 국회의원의 유무능에 대한 평가는 국회 출입기자들과 부처 공무원들 입에서 퍼저나간다. 야당의원은 야성 기질이 강해야 주목받는다. 제대로 현안 질의를 잘하면 각 이익단체나 민원인들이 연일 그 의원을 만나려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렇지 않고 각종 자료를 챙겨줘도 제대로 질의를 못하면 정치력이 별 볼일 없다해서 노크도 안 한다. 똑똑한 야당의원은 부처는 말할 것 없고 여권서도 알게 모르게 의식한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국가예산을 챙길 때 나타난다. 국회가 선수를 존중하면서 운영되지만 비록 초선이어도 똑똑하면 얼마든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22대 때는 10명의 전북 의원들이 비교적 고루게 상임위에 포진해 기대를 갖게 한다. 3선 이상 중진인 정동영·이춘석·안호영·한병도·김윤덕 의원의 상임위가 각기 달라 일단 외형상으로는 무게감이 실려 있다. 특히 안호영 의원이 환노위 상임위원장을 맡아 기대감을 더해준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국회 진출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대표를 맡아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새만금개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은 전북 출신 의원들이 여의도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란다. 지난해 잼버리 실패에 따른 국가예산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정부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제대로 못했던 터라 더 그걸 원하고 있다. 여야가 초반부터 탄핵정국에 휩싸여 강대강으로 가지만 지역현안문제 처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주문한다. 코로나 때는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극약처방한 결과 자영업자나 서민들이 고통을 이겨냈지만 지금은 지원책이 끊겨 못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아무튼 초반부터 성과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각 부처에서 기재부로 올린 국가예산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간 전북이 호남으로 묶여 파이만 키웠지 전북 몫을 가져오지 못해 정치불신만 가중시켰다. 제발 이름값 좀 하는 의원이 되어주길 학수고대한다. 그간 너무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 못했기 때문에 조금만 열정적으로 노력하면 박수받는 의원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는 이재명 전 대표의 방탄조끼 역할만 할 게 아니라 도민을 먼저 바라다 보고 의정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7.14 18:53

진격의 이성윤

초선 이성윤 의원의 기세가 요즘 예사롭지 않다. 대표적 '반윤 인사' 이자 검찰 개혁의 선봉장으로 존재감을 보인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경선을 불과 10일 앞두고 출마 선언해 금배지를 거머쥔 그가 신인으론 결코 만만치 않은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수사 검사 탄핵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다 검찰과의 전면전 상황에서 전선을 확대하는 민주당 기류로 볼 때 그의 도전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역 정치권 입장에서도 중앙당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전북의 제몫 찾기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는 출사표를 던지면서 윤 대통령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무도함을 지적하고, 최고위원으로 그와 맞짱 뜬다는 각오로 싸울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면서 이번 검사 탄핵과 관련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서도 이를 국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후배들을 질타했다. 그가 4월 총선에서 현역 의원 2명과 맞대결을 벌인 전주을에서 압도적 표차로 이긴 것도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어느 정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출판기념회에서도 윤석열 검찰 사단을 전두환 하나회에 빗대면서 고강도 검찰 개혁을 역설한 바 있다. 그의 최고위원 도전에 시선이 쏠리는 건 가히 드림팀 이라 해도 손색 없는 전북 국회의원의 위상을 높인 점이다. 더구나 초선으로 출마를 결심한 건 그가 처음이라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중앙당 선출직 도전이 타 시도에 비해 거의 전무하다시피해 '방안 퉁수' 란 지적을 받아온 게 전북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전국적 지명도를 감안하면 초선의 핸디캡을 딛고 한 번 해볼만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그와 경쟁하는 후보들이 한결같이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친명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검찰 개혁의 적임자란 명분을 쌓으며 직진하는 그의 행보가 눈에 띈다. 더군다나 정치권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중앙당의 사무총장과 정책위장을 전북 출신이 꿰찬 데 이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직 도전 자체가 지역 정치권의 역동성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다부진 인상의 그는 언뜻 보면 투사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가 검사 시절 직장과 가정, 신앙 생활의 고정 라이프 스타일이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평범했다고 한다. 한 때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힐 만큼 잘 나가기도 했지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수사 지휘권 마찰로 인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금 그를 둘러싼 정치 환경도 그로 하여금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돌아가고 있다. 그와 함께 검찰 개혁의 투톱으로 꼽히는 조국 대표가 연일 포문을 열고 발언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보조를 맞춰야 할 입장이다. 최고위원 도전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검찰 개혁의 시동을 건 셈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7.11 17:27

새만금 디즈니랜드

충청권 야구팬들 사이에 ‘9,10,10,10, 9’ 라는 유행어가 있다. 10개 프로야구 구단중 한화이글스가 최근 5년간 기록한 팀 성적을 의미하는 것인데, 오죽하면 ‘한화팬은 보살’이라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묘하게도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지역 연고팀을 응원하는 이들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어려울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주는 응원자가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무려 30년 넘게 전북에서만 관심사일뿐 주요 국정 과제에서 밀려나 있던 새만금사업은 한화이글스 처지와 비슷한 점이 없지않다. 동네북 신세가 되고, 외면받던 새만금사업에 대해 적어도 전북도민들은 무려 30년 넘게 광팬이었다. 지난해 새만금 지역에 10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보다 앞서 8년 5개월간 투자 유치한 액수는 고작 1조 5000억원에 불과했다. 새만금 산단은 시간이 지나면 크게 살아날게 분명한데 문제는 산업단지에 국한하지 않는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새만금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 2년전 지방선거때 디즈니랜드는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김관영 지사뿐 아니라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경북 구미시까지 후보들이 디즈니랜드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당시 새만금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해서 관련 산업과 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속 조치로 전북연구원은 '새만금 대규모 테마파크 유치 구상 연구'를 주제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개발 여건 분석과 가능성 검토, 선제적 대응 방안 제안 등을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단 6곳뿐이다. 미국에 2곳,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홍콩, 중국 상하이 등이다. 동북아시아권에 전체 디즈니랜드의 절반이 몰려 있는데, 상하이로 결정될 당시 서울시는 과천 대공원 부지 제공을 약속하며 뛰어들었으나 실패했다. 디즈니와 필적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국 이외에 일본 오사카, 싱가포르에 문을 열었고, 중국 베이징에도 진출 예정이다. 사실 세계적인 테마파크들은 부지 무상제공을 비롯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올까말까한 상황이기에 새만금 유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새만금의 넓은 땅을 파격적으로 제공하고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어 다른 유인책까지 제시하면 못할것도 없다”며 새만금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간암치료제를 개발한 HLB인데 시가총액이 12조가 넘는다. 전라고와 원광대 법대를 졸업한 진양곤 대표가 바이오사업에서 이처럼 우뚝 설 것이라고는 업계에서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새만금 디즈니랜드 역시 현재로선 유치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HLB의 사례를 보면 못할 것도 없다. 그게 바로 세상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7.10 15:04

개발의 조건과 도시의 명품

도시를 살리는 공간이 늘고 있다. 공간 덕분에 활기를 찾는 도시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도시의 새로운 자산이 되는 공간들은 복합문화공간, 미술관, 도서관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도시의 명품이 되는 공간들은 대부분 문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새롭게 등장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공간들은 하나같이 건축적 요소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개관한 강릉의 솔올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강릉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교동공원에 들어선 솔올미술관은 건립 초기부터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솔올미술관은 미국의 설계사무소 마이어 파트너스 작품이다. 마이어 파트너스는 ‘백색건축’으로 이름난 건축 거장 리처드 마이어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솔올미술관은 한국에서 이 회사 이름으로 설계한 첫 번째 미술관이 됐다. 미술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총면적 3221.76㎡ 규모. 백색노출콘크리트와 알루미늄 패널, 투명유리창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순백색의 아름다움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하는 미술관’을 표방하며 첫 전시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탈리아 출신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를 초대했다. 사실 솔올미술관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술관이 지어진 배경이다. 솔올미술관은 강릉시 교동 7공원 안에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면서 시행사 교동파크홀딩스가 건립한 미술관이다.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허가받는 대신, 시행사가 지어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일종의 공공기여 방식으로 이루어진 사업이다. 강릉시는 당초 기부채납 미술관 설계에 해외건축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강릉의 중심부에 들어서는 이 미술관이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작용했을 터다. 순백색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현대미술 거장의 전시로 문을 연 솔올미술관의 출발은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돌아보면 도시 개발로 공공기여를 위해 지어져 기부채납되는 시설이 늘고 있다. 공공기여 방식도 기반시설 중심에서 문화시설로 변화되는 양상이다. 문화계에서는 이들 기부채납 공공시설 운영을 주목하고 있다. 운영권이 공공으로 넘어간 이후 시설의 정체성과 역할이 유지되지 못하고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솔올미술관도 그 대상이 됐다. 올 하반기에 운영권을 넘겨받는 강릉시는 솔올미술관을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안타깝게도 허술한 준비과정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기부채납 받는 미술관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 주체까지 깐깐하게 챙겼던 지자체의 의지가 무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7.09 15:11

‘백약이 무효’ 전북 인구시책

오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1987년 7월 11일 지구촌 인구가 50억 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제정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인구의 날 제정 직후인 1990년대부터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다. 그리고 지금 국가적 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부총리급의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인구정책 총괄 부서는 청년정책과 인구정책팀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인구문제 전담조직을 국(局) 체제로 확대 개편한 경북도 등 다른 지자체와 비교된다. 전북의 인구위기는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지방소멸의 신호탄을 전북에서 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인구시책은 일관성이 없다. 21세기 들어 전북 각 시‧군의 최대 현안은 인구 늘리기였다. 귀농‧귀촌 정책과 주소이전 운동, 전입장려금, 출산장려금 상향 등 갖가지 묘안을 짜내며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급기야 인구정책의 패러다임까지 바꿨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022년 초 ‘함께인구’ 개념을 도입해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전북사랑도민제도’라는 새로운 인구정책을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더 이상 주민등록인구에 집착하지 않고 함께인구, 즉 출향인이나 관광객·체류자를 포함한 관계인구·생활인구 늘리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구정책은 힘을 받지 못했고, 민선8기 출범과 함께 지난해부터는 무게중심이 이민정책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법무부와 ‘외국인‧이민정책 테스트베드 협약’을 체결했고, 올 7월 조직개편에서는 외국인 지원 및 이민정책 전담 부서인 외국인국제정책과를 신설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인구정책에 대해 “생활인구 늘리기와 이민정책, 그리고 기업유치를 통한 청년이탈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생활인구 늘리기나 이민정책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생활인구나 이민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가 어느 정도 활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인구감소로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에 관광객과 체험객이 올 리 없고, 외국인도 들어오지 않을 게 뻔하다. 게다가 이민확대 정책은 논란이 치열하고, 지자체의 권한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국가 차원에서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시동만 걸린 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껏 전북의 인구시책은 ‘백약이 무효’였다. ‘난제 중의 난제’다. 그래도 풀어내야 한다. 국가정책과 함께 지자체에서 지역 실정에 맞춰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맞춤형 인구시책을 발굴해야 한다. 지역사회 인구 유출과 유입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여기에 지역의 미래 청사진을 반영한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7.08 19:04

전북몫 찾기가 시급한 과제

도민들이 지난 총선 때 민주당한테 20년 만에 10석 전석을 싹쓸이해준 것은 정권교체를 하도록 미리 힘을 실어준 것이다. 지난 대선 때 0.73% 차이로 석패한 것을 다음 대선 때 반드시 만회하도록 힘을 북돋아 준 것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지난해 새만금잼버리대회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씌운 것을 바로잡도록 민주당 후보 전원을 당선시켰다. 지난 21대 전북의원들은 전북도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어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정부여당을 향해 대항을 못했다. 겨우 전북애향본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총궐기하자 마지 못해서 그때 함께 끼어서 국가예산 삭감투쟁에 나섰던 것이다. 상임위 구성도 5선인 정동영 의원부터 맘 비우고 건교위에서 과방위로 빠지는 등 고루게 배치돼 일단 전열을 잘 가다듬었다. 특히 초스피디하게 금배지를 거머쥔 전주을 이성윤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서 실정을 바로잡으려고 법사위에 포진한 것이나 남원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을 이어받아 공공의대를 설립하려고 남원·임실·순창·장수가 지역구인 박희승 의원이 보건복지위에서 초반부터 강하게 정부를 압박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으로 도민들이 이번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한테 절대적 지지를 보낸 또 다른 이유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전북 몫을 가져오라는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 전북은 윤석열 정권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과거 보수정권 때보다 더 관계가 나빠졌다. 전북도민들은 혹시나 행여나 하고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한테 호남에서 가장 높은 14.4%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보내줬는데도 임기 2년이 지나는 동안 별다른 지원과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총선 때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을 매섭게 가해 국힘 후보들한테 표로 응징했다. 지금 전북은 22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GRDP가 가장 낮은 3200만원이다. 변변한 기업이 없어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아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었다. 스스로 자생역량을 강화하고 싶어도 사회간접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은 광역시가 없기 때문에 대광법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전주 ∼김천 간 동서횡단철도 건설도 그림만 그려놓고 있을 뿐 언제 착공할지 까마득하다. 상당수 도민들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유로 보수정권이 전북을 무시하고 소외시켜서는 안된다면서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전북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튼 전북 국회의원들이 힘쓸 수 있는 상임위에 배치돼 있어 초반부터 최선을 다해 국가예산 중 전북 몫을 찾아와야 할 것이다. 특히 김관영 지사가 바이오산업과 방위산업 쪽으로 산업생태계를 바꾸려고 전방위로 뛰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원팀으로 뭉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예전과 달리 KTX나 타고 다니면서 적당하게 의전이나 받아가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소환운동을 벌일 것이다. 당 대표 눈치나 살피면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줄세우기 할려는 의원은 자칫 큰코 다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7.07 16:44

민심과 당심 사이의 자치단체장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자치단체장의 성적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중 김관영 지사의 도민 평가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를 반영한 여론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대체로 평가가 긍정적인 가운데 그의 재선과 관련해 투표 의향을 물었는데 찬반 입장이 비슷하게 나와 해석이 분분했다. 취임 이후 줄곧 기업 유치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고 불철주야 뛰고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도민들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그가 이뤄낸 기업 유치 성과에도 응답자들은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친다며 더욱 분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의 전방위적 발품 행정은 입소문을 타고 도민 57%가 도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것이 기업 유치와 청년 취업을 시급한 현안 1순위로 꼽은 게 이를 웅변한다. 김 지사의 도정 핵심 기조와도 일맥상통하고 가장 공 들이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래 성장동력을 포석에 두고 출범시킨 특별자치도에 대해 도민 61%가 이전의 삶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전주 KBS의 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이며, 도민들의 무기력한 지역 정서가 얼마나 뿌리깊은지 여실히 보여줬다. 도지사 소통 능력 또한 긍정 답변이 50%를 넘겼지만 부정 평가도 30% 이상인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일반적 현실 인식과는 달리 여론조사, 투표 결과가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당 압승으로 끝난 4월 총선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런 기류의 연장선상에서 침묵하는 다수의 민심 동향을 파악할 수 없기에 단체장들은 여론에 더 민감한 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지역 소멸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업 유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김 지사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것과 맥락이 같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은 악조건에도 전북 투자를 고민하면서 김 지사에게 뜬금없이 재선 여부를 묻는다고 한다. 우리가 당신을 믿고 투자할 수 있게 믿음을 달라는 얘기다. 도지사는 당선 여부는 모르겠으나 재선 도전은 분명히 악속한다며 그들을 설득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기업 유치가 만병통치약 이라고 할 만큼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물론 투자 환경도 중요하지만 자치단체장 역량에 좌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살아남기 위한 숨가쁜 경쟁이 펼쳐지는 일선의 역동적 움직임과는 달리 정당에선 이들에게 줄 세우기식 당심을 강요해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민주당이 도입한 경선 선호투표제 등은 현역에 불리하다는 여론이다. 기득권에만 집착한 나머지 권리당원 입김만 세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민생 현안 해결에 눈코 뜰 새 없는 자치단체장을 뒷받침하기는커녕 거꾸로 공천을 무기로 족쇄를 채우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7.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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