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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필리핀며느리 샤론씨와 시어머니 이말녀씨

샤론 "시어머니 따라다니며 한국문화 배웠죠" 이말녀씨 "여섯 며느리중 가장 마음이 맞아"

장수군 장계면 북동마을에서 만난 샤론조이엘 델라크루스와 시어머니 이말녀씨의 해맑은 웃음이 모녀처럼 닮아있다. 최선범(desk@jjan.kr)

"이젠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물론 족발까지 제법 잘 만들어요. 이들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으면 금새 바닥이 나지요. 그런 가족들의 모습에서 깊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2004년 4월 고향인 필리핀을 떠나 혈혈단신 낯선 타국 한국에 시집온 '샤론조이엘 델라크루스(약칭 샤론)'(33)씨.

 

장수군 장계면 장계리 북동 보금자리를 찾으니, 샤론씨가 가삿일을 뒤로 밀치며 화사한 얼굴로 현관문을 연다. "처음엔 함께 사는 남편, 시어머니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어요. 2003년 1월 약혼 이후, 한국 생활 6년째를 맞으니 가족은 물론 동네 주민들과도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부 갈등. 샤론씨의 가정을 찾아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추측은 깡그리 무너졌다. "언어 장벽이요? 그게 뭐 대수에요. 손짓 발짓만으로도 안 될 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시어머니 이말녀(84)씨가 기자의 말문을 가로막는다.

 

시어머니 쪽으로 얼굴을 돌리니 며느리 자랑이 쏟아진다. "그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어요. 처음엔 밥상의 메뉴가 두 종류였어요. 아들과 내가 먹을 한국식 반찬과, 며느리가 먹을 필리핀 음식이지요. 그럴 때마다 물 설은 곳에서 지내는 며느리가 무척 측은했어요." 며느리가 예쁘면 며느리 버선 뒤꿈치마저 예쁘다는 표정이다.

 

시어머니는 내친 김에 며느리 자랑을 이어간다. "제가 며느리를 여섯이나 두었지요. 그중에 다섯째는 필리핀이라는 먼 이국에서 데려 왔어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 며느리와 함께 고향 땅에서 살려 합니다."

 

시어머니의 이런 애틋한 사랑이 샤론씨의 든든한 배경. "27살에 장수에 도착하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무조건 시어머님을 졸졸 따라 다녔어요. 어머님이 알려준 것은 빠짐없이 종이에 써놓고 밤에 다시 외우기를 반복했어요." 이곳이 내가 평생 정 붙이며 살 곳이란 생각으로 집안 살림살이를 배운지 1년 만에 샤론씨는 집안 대소사를 모두 접수(?)하는데 성공했다. 시어머니는 명절 준비나 김치 담글 때만 간간이 지휘권을 발동한다.

 

며느리의 명절 스트레스로 화제를 돌리자 샤론씨는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남편이 6형제이어서 명절 때면 30여명이 이곳에 옵니다. 이들 하나 하나 이름을 되뇌며 반갑게 인사하는 게 즐거움이에요."친정 필리핀에서 3대가 함께 한지붕에서 살아온 청년기가 밑바탕이 된 정서다.

 

6년째 결혼 생활 속에서 식구가 셋이나 늘었다. 배고은(5) 정우(4) 정은(2) 1남 2녀. 샤론씨가 올해부터 인근 장계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며 아침마다 출근하지만, 시어머니는 아이 돌보기란 귀찮은 일을 떠맡았다는 생각보단 손주 셋이 옹골지기만 하다.

 

"내년 쯤 아이들과 함께 필리핀 친정에 들르면 안 될까요?(며느리) 암 그래야지. 사돈도 네 생활이 무척 궁금할거야.(시어머니) 남편과 열심히 일해서 아담한 집 한 채 짓고 오순도순 살고 싶어요.(며느리) 내 눈 감기 전에 꼭 그래야지.(시어머니)" 집 마당 허름한 평상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고부 사이에서 국가 간 장벽, 고부간 불화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농삿일과 건설업을 겸하는 남편 배영운(47)씨는 이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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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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