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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전국탁발순례 마무리한 실상사 도법스님

"서로 귀하게 여기는 삶 사세요"

"선방(禪房)에 앉아 10년간 한 참선보다 걸으며 수행한 5년이 더 유익했습니다. 물이 논에 차면 벼에 빛을 내고, 산에 이르면 나무를 빛내듯 그런 자비동체(慈悲同體)를 이루고자 합니다"

 

2004년 3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도를 올리고 순례를 시작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이끈 도법스님. 그는 14일 5년만에 노고단을 다시 찾은 뒤 실상사로 내려갔다. 이에 앞서 도법스님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초창기 '싸워도 될까 말까 한 판에 뭐하고 다니는 거냐'며 불만스러워 하던 이들도 이제는 '생명평화'란 말에 낯설어하지 않은 게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지만 길을 찾았고, 대안적 삶과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았습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지난 30년간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성과를 냈는데도 어렵다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라고 반문하며 "더 많은 돈과 더 큰 집, 더 큰 승용차 등 내일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희생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5년간 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니 아담하고 소박한 삶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경제가 난리를 쳐도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느리고 불편하고, 가난'하기 보다 편안하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그는 탁발 순례로 3만리 길을 걸었고, 8만여명을 만났다. 도중에는 여러 명사를 초청해 불교식 난상토론이자 일문일답이라고 할 '즉문즉설'(卽問卽說)을 폈고 좌우대립 희생자의 위령제와 천도재를 모두 100여 차례 지냈다.

 

무엇을 깨우쳤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 스스로 단순 소박해졌고, 내 의식을 덮던 여러 전도몽상(顚倒夢想)이 사라졌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삼라만상이 그물코처럼 연결돼 있어 모두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주장을 꺼냈다.

 

"부처가 거룩하다면 부처를 낳은 밥도 소중하며 그 밥을 기른 똥도 귀한 것입니다. 똥은 몹쓸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입니다. 그 셋을 뗄 수 없는 것처럼 노동자와 자본가 역시 서로에게 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동체대비(同體大悲)입니다. 자리(自利)냐 이타(利他)냐 선후를 가릴 것 없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는 순례를 마치자마자 자신이 속한 지리산 실상사로 돌아간다. 실상사가 있는 인구 2천 여명의 남원시 산내면을 생명 평화가 살아 숨 쉬는 본보기 마을로 만드는 것을 꿈꾼다.

 

"성장 추구가 해법이 아니라고 각성한 사람들이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하는, 농업을 기반으로 자급자족하는 공동체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물이 논에서는 벼를, 산에서는 나무를 빛내야 물도 빛이 나듯이 (실상사의) 산내면을 빛낼 수 있도록 자비동체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례 과정에서 개안(開眼)의 깨달음을 얻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거 없어요. 예쁜 처녀도, 맛난 음식도 잘 보이고, 그만하면 됐어요. 이 눈으로 사는데 불편 없어요"라고 무뚝뚝하게 답한 후 "똥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려면 조금 더 걸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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