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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소'가 말하는 '소 이야기'

"저처럼 우직하고 꿋꿋하게 어려움 이겨내세요"

지난 한해 저 때문에 길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애쓰신 도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접니다. 소입니다.

 

요즘 강아지를 반려 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저야말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온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한 식구처럼 친숙하게 살아 왔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저에게 짚으로 짠 덕석을 입혀 주고, 먼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소신을 신길 정도로 저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죠.

 

한때는 아들·딸 학비 때문에 정든 집에서 저를 떠나 보내 눈물을 머금는 일도 많아 '우골탑'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중섭 선생은 흰소와 황소 등을 통해 역동성이 넘치는 생명력을 표현했습니다. 성실함과 우직함, 끈기가 우리 민족성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지요.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꿋꿋한 민족성이 흰소와 황소를 통해 표출했습니다.

 

고구려 벽화고분엔 제가 여물 먹고, 가마를 끌며, 논밭을 갈고 있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는 우리 민족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뜻이지요.

 

양반가에선 세속적인 일이나 권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저를 탔고, 그런 모습들이 시나 그림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신라시대의 토우나 연적 등에서도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조선시대엔 소를 제물로 사용하고 왕이 직접 밭을 가는 모습을 서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농사의 중요성을 알렸던 '선농제'가 있었습니다.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경칩 후 첫 날 저를 탕으로 끓여 백성과 함께 나눠 먹었던 음식이 오늘날의 '설렁탕'이기도 합니다. 대보름 전날이면 제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쌀을 먼저 먹으면 쌀풍년, 콩을 먼저 먹으면 목화풍년을 점치며 소밥을 주기도 했었죠.

 

십이지 두번째 동물인 저는 새벽 1시부터 3시, 방향으론 북북동, 달로는 음력 12월에 해당됩니다.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 땅속의 씨앗이 싹을 터 봄을 기다리기 때문이랍니다.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연 저를 닮았을까요? 영화배우 이정재·정우성·송윤아씨, 야구선수 박찬호씨, 최초 여비행사인 박경원씨, 재야 운동가인 함석헌씨, 소설가 김동리씨까지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노력해 성공을 이루는 사람 중에 소띠 태생이 많습니다. '피겨요정' 김연아와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도 올해 더욱 주목을 모으는 선수입니다.

 

소띠 해는 여유와 평화의 해입니다. 어느 해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겠지만, 싸움소처럼 당당하고 우직하게 난관을 헤쳐나가세요. 제가 늘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음메음메. 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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