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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전북대 최고령 졸업자 52세 허은석씨

"저에겐 새삶, 아들에겐 자극"

48살에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정시전형을 통해 전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허은석씨(52)가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전북대 최고령 졸업자로 학사모를 쓴다.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이 꿈만 같다는 허씨는 "대학공부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아들 또래의 동급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한층 젊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실에서 자란 허씨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부모의 배려로 통학열차를 타고 등하교하며 전주농업고등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 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생활에 쫓겨 군에 입대했고 이후 일간지 지국을 운영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배우고 싶은 열정 때문에 20대에는 방송통신대에 입학, 라디오로 강좌를 들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중도에 그만둬야 했다.

 

허씨가 뒤늦게 대학 진학의 꿈을 다진 것은 지난 2001년. 당시 고교에 들어간 큰 아들이 방황하며 공부를 게을리 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도 할 테니까 같이 서울대 가자"고 공언한 게 시발점이 됐다. 허씨는 신문에 나오는 수능문제들을 꼼꼼히 풀었고 아들이 공부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했다. 부자간 약속의 결과로 큰 아들은 2003년 전북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허씨도 약속을 어길 수는 없어 이듬해 작은 아들과 함께 본격적인 수능 공부를 시작했고 전북대 정시전형에 합격, 큰아들의 후배인 05학번이 됐다.

 

"1학년 1학기 때는 합격한데 감사하며 정신없이 학교만 다녔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 딸같은 동급생에게 나이 들어 어영부영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느라 매일 새벽 1시 30분에 일어나 신문배달 등 지국 일을 마치면 오전 7시께. 수업은 모두 오전 과목으로 신청해 오전 9시부터 낮12시까지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였다. 오후엔 밀린 일을 처리하고 리포트 작성 등 과제를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갔다. 그렇게 4년간 하루 평균 3시간 남짓 잠을 자며 생활했다. 그래도 군입대하는 작은 아들을 배웅하느라 단 한차례 조퇴한 것을 제외하고는 4년간 개근을 했다. 또 교양필수 과목인 영어는 고전을 면치 못해 C학점에 머물렀지만 대부분 과목은 A학점을 웃돌았고 1학년 2학기 때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타기도 했다. 4년간 모두 146학점(졸업이수 학점 140)을 이수했고 평점은 3.8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상대평가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경쟁관계지만 동급생들은 '왕형님'이라고 부르며 허씨를 따랐고 허씨도 방황하는 동기와 후배들에게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잖아요. 저는 아직 시작도 안한 인생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는 거죠."

 

허씨는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지만 올해 세 자녀가 모두 대학생이 돼 잠시 꿈을 미루기로 했다. 여전히 영어는 어렵고 '독수리타법'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게 곤욕이지만 대학원생이 되는 허씨의 또 다른 꿈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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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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