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기 덕에 한글 배우니 세상이 환해졌네요"
"책가방 들고 학교 다니는 얘들이 마냥 부러웠지. 그래서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게 된 거야. 글씨 쓰는 것을 도와준 며늘 아기가 없었다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거고…. 우리 며느리가 최고야!"
15일 진안문화의 집에서 열린 '은빛 어울림 백일장'대회에 참가한 최고령자 강순정(95·용담면 방화마을) 할머니는 새하얀 종이 위에 이처럼 며느리 자랑을 깨알같이 써 내려갔다.
강 할머니는 "평소 글을 읽지 못해 버스를 타거나 생활을 하는 데 불편이 컸는 데 은빛문화반을 통해 글을 배울 수 있어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강 할머니의 문맹(?) 탈출은 지난 2009년 3월 진안군청 인재양성팀에서 운영하는 '은빛 문해반'에 입반하면서 시작됐다.
처음 한글을 접할 당시만 해도 한글을 읽는 것은 매우 힘들었고, 글 쓰기는 아예 엄두도 내질 못했던 강 할머니. 강 할머니는 진안군이 지난 2001년 평생학습도시 지정 이후,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과 이주여성들 대상으로 시작한 '은빛문해반'에서 그동안의 한을 풀었다.
아직까지는 읽고 쓰는 것이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문해반 체험활동 등 한글 수업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몸소 터득한 결과다.
백순이 다 되어 배우는 강 할머니의 한글교육에 대한 열정은 올 상반기 전북투데이 등 방송출연으로 이어지는 등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못 배운 서러움이 어찌나 처절하던지…."라며 옛 일을 회고하는 강 할머니는 하늘이 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움의 끈을 계속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이날 열린 '은빛 어울림 백일장'은 군내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은빛문예반원과 결혼 이주여성 등 41명이 참가해 그동안 말 못하고 가슴속에 간직해온 사연들을 쏟아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트린띠뇽씨(23·주천면 주양리)는 "'큰 사랑이 사랑이를 낳았어요'란 제목으로 쓴 글에서 "이국 땅에 시집와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모든 사람이 사랑을 가득 주어 행복했다"며 "많은 어른한테 받은 사랑을 간직하고자 아이 이름을 '사랑'이라고 지었다"고 글을 써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백일장에 선보인 작품은 세종대왕상을 비롯한 3개 분야 총 6명(은빛문해반 3, 이주여성 3)을 선정해 오는 19일 열리는 '제5회 진안군 평생학습 &주민자치 어울마당'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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