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풍요·주민 건강 기원
20년전부터 자료 찾아다녀
도무형문화재 41호 지정돼
“어려서 보고 듣고 했던 것을 되살려서 도 무형문화재로 만들고 무주반딧불축제를 상징하는 전통놀이로도 이름을 알렸다는 게 자랑스럽지요. 이제 바라는 건 이것을 계승해줄 우리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무주군 부남디딜방아액막이놀이 보존회를 이끄는 유재두 회장(77·향토사학자)의 바람이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던 디딜방아액막이놀이를 살려보겠다고 집집을 훑으며 어르신들을 만나고, 전국을 누비며 자료와 소품을 찾아 헤매던 20여 년 전 중년의 사내는 어느새 희수(喜壽)에 들어선 노인이 돼 있었다.
“돌이켜보면 꿈만 같지요. 기억 하나 붙잡고 오늘까지 왔으니까요. 모두가 다 마을사람들 덕분입니다. 돈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20년 넘게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지나온 날을 회상하며 유 회장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1996년 보존회를 처음 만들 때 대소, 요평, 유동, 교동 4개 마을의 104명이던 회원들은 이제 80명으로 줄었다. 아이들로 구성된 ’화동조 ‘와 흥을 돋우는 ’농악조 ‘, 음식을 만드는 ’제수조 ‘, 방아를 훔치는 ’방아조 ‘, 제례를 준비하는 ’제례조 ‘로 인원을 짜 진행하는 놀이의 특성상 남녀노소가 함께 놀아야 하지만 지금은 60~70대 연령의 회원이 대부분이다.
“지금으로선 대를 잇는 게 가장 큰 목표이고 또 그러려면 많은 주민이 모여 시간 구애받지 않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유 회장은 “낮에는 다들 일하고 밤에 모여야 하고, 재연에 필요한 소품들도 이제는 점점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보관도 해야 해서 전수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화동 역할을 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우리 고유의 것에 무한사랑이 묻어난다.
길거리 굿, 창거리 굿, 짓저리 굿, 합거리 굿, 뒤풀이 굿 등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는 부남디딜방아액막이놀이는 마을의 풍요와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250년을 이어온 전통놀이다. 한국전쟁 전후로 자취를 감췄다가 유 회장을 중심으로 부남면 주민들에 의해 복원돼 21년 간 무주반딧불축제를 통해 재연돼 오고 있다. 지금도 정월대보름과 면민의 날에 부남면을 가면 이것을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북도민체전 입장식 행렬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고 제41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는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41호로까지 지정됐다.
“지금껏 해온 게 평생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아 마음이 급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지게상여놀이와 배묻이 등의 전통놀이를 되살리는 일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유재두 회장의 열정은 아직도 20년 전 그날이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