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고창서 봉사 시작
“절망의 순간 견디게 해 준 그들은 내게 희망의 존재”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과 함께한 50년, 내겐 축복이었죠. 이 상은 어렵게 살면서도 묵묵히 노력하며, 저와 50년을 함께 해주신 분들이 받아야 하는 상입니다. 한국에 와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과 공동체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일 호암재단(이사장 손병두)이 수여하는 ‘제28회 호암상(사회봉사상)’을 수상한 한센인의 친구이자 어머니인 강칼라(Tallone Lidia·75세) 수녀는 “세상의 사각지대에 살면서 실의에 빠져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호암재단에서 받는 소중한 선물(3억원의 상금)은 이 분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호암상은 1990년 호암 이병철 전 회장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매년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선정한다. 올해까지 총 143명의 수상자에게 244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강칼라 수녀는 1962년 이탈리아 작은 자매 관상 선교회에 입회한 뒤, 1968년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지구 반대편 한국에 왔다. 고창의 작은 시골마을(호암마을)에서 50년 동안 사회에서 외면당한 한센인을 위해 살아왔다.
“이탈리아에서 수녀가 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당시 한국에 왔던 5명의 선발대 수녀 중 한 분이 몸이 아파 이탈리아로 되돌아 왔어요. 누군가 한 명이 대신 와야만 했죠. 제가 선뜻 나선 거예요. 수도자의 길을 택한 저로서는 생면부지의 땅일지라도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죠.”
강 수녀의 호암마을 일상은 오전 6시 시작된다. 손빨래, 병수발, 병원·시장가기, 일손돕기, 공소미사 준비까지 밤늦게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한국에서 한센인은 감염 우려와 불편한 외모, 편견으로 인해 차갑게 외면당했다. 어디에도 그들의 자리는 없었고, 비참한 삶은 2세들에게 대물림됐다. 하지만 강칼라 수녀에게 한센인은 똑같이 고귀한 인간이자 가족이었다. 그는 가족조차 감당하기 힘든 한센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평생을 섬기며 함께 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바쳤다.
강 수녀는 “한센인들은 나를 절망의 순간에서 견디게 해 주었으며, 존재만으로도 희망이 되어 준 사람들”이라고 기억한다. 작은 몽당연필에도 하느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믿는 강칼라 수녀의 삶은 한국 사회가 기억해야 할 실천적 사랑의 귀감이다.
가장 낮고 외면당하는 사람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을, 좌절보다 용기를 주기위해 50년 동안 자신을 바쳐 헌신해 온 ‘푸른 눈의 천사’가 오래도록 그들의 곁에 머물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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