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이자 한국기독교계 거목
시인으로서도 인정받은 소 목사 새로운 시 발표 눈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장소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저는 지리산 자락 남원 출신으로서 지리산과 섬진강에 대한 토포필리아(Topo-Philia)가 있습니다. 모든 문학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기 고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꼭 한 번은 고향에 관련한 시를 한 편 쓰고 싶었습니다.”
남원출신으로 한국교계의 거목이 된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새로운 시를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소 목사는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과 국내에서 가장 큰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가 이끄는 용인 새에덴교회는 신도 수 만 여명에 달한다.
그는 지난 1995년 월간문예사조로 등단한 뒤 시인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문인으로서도 인정받은 소 목사는 2015년 ‘천상병귀천문학대상’과 2017년 ‘제33회윤동주문학상’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쓴 ‘지리산과 섬진강’은 고향에 대한 그의 애정과 그리움이 담겨있다. 소 목사는 “고향과 관련한 시는 예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시는 억지로 써지는 게 아니었다”면서 “최근 시적 이미지가 저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시적영감은 어머니가 묻혀 있는 지리산에서 시작됐다. 자신이 태어난 모태의 이미지로 지리산이 섬진강은 어머니의 젖의 이미지로 연상되어 다가온 것이다.
소 목사는 전북을 상징하는 산과 강을 융합해 시적 이미지로 승화시키고 연결시켰다. 그는 “지리산 기슭에 묻힌 어머니의 젖이 흘러서 요천수를 이루고 섬진강으로 흐른다는 시적 형상화를 이루게 됐다”며 “앞서 많은 시인들이 지리산이나 섬진강을 노래하였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을 어머니의 태와 젖으로 연결시켜 시적 형상화를 한 시는 (자신이 아는 시중)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시름하고 있는 이 때 종교와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소 목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이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서로가 사랑과 위로의 말을 건네며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종교와 문학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문학은 리얼리티와 이상 사이에서 시대정신을 창출하는 언어적 순례요, 사유의 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독교 문학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언어요,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연민의 고백일 것”이라며 “성경 역시 당대 최고의 문학적 경지에 오른 예술적 작품성을 지닌 영감의 글”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말처럼 목회자라면 문학적 감성과 독법의 테크닉이 있어야만 한다는 게 소 목사의 지론이다. 전문 시인은 아닐지라도 시인의 감성과 시인의 사유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소 목사는 “제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시인의 감성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하나님이 하신)더 신비로운 말씀의 지혜와 감동을 제대로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이는 그가 앞으로도 목회자이자 시인으로서 문학의 사회적 소통과 승화, 그리고 한국교회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미력한 힘이나마 일조하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는 무엇보다 “세상을 향하여 하나님의 신비로운 사랑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는 도구로서의 기독교 문학을 추구하고 싶다”면서 “안개가 자욱한 위기의 시대에 별처럼 빛나고 꽃처럼 향기로운 설교와 시를 통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목회자요, 시인이 되고자한다”고 소망했다.
소 목사는 남원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군산제일고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목회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광신대학교와 개혁신학연구원 등을 거쳐 미국의 낙스신학교 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학창시절 집안에서 교회를 다니는 것조차 못마땅해 했다. 급기야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신학대에 진학을 결심하자 집에서 쫓겨난 이후 직접 의식주를 해결하고 목표했던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를 개척했다.
1988년 11월, 서울 가락동의 지하상가 23평에서 새에덴교회를 처음 열였다. 새에덴교회는 현재 한국에 몇 안 되는 초대형교회로서 1만여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성전을 건축하고, 5만여 명의 성도 부흥을 이룬 꿈과 기적의 목회자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시 ‘지리산과 섬진강’ 전문.
지리산 기슭에 묻힌 엄니의 젖이 흘러 내린다
갓난이 때 다 빨아 먹지도 못했는데
다른 엄니들의 젖물까지 방울방울 모여
요천수를 이루고 푸른 섬진강으로 흐른다
그래서인가
요천수를 바라 보노라면
엄니와 누이와 다시 강변에 살고 싶어
엄니가 묻혀있는 지리산은
내 마음의 영산(靈山)이 되고
엄니의 젖이 흐르는 섬진강은
내 안에 그리움의 생명으로 흐른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생각하면
엄니 탯속까지 그리워 눈물이 나는 이유.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