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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경찰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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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선 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경감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혼신의 경기로 국민에게 위로가 되었던 축구선수 손흥민.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그의 아버지(손웅정)가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손흥민이 레버쿠젠 구단에서 토트넘 구단으로 이적할 때 레버쿠젠 측이 아들을 놓아주지 않아서 협상이 원활치 않아 희망하던 토트넘 구단으로 이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3번째 협상이 결렬되자 손웅정 씨는 퇴장하던 레버쿠젠 감독을 쫓아가 설득하여 재협상 자리를 만들어 결국 아들이 원하던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 일화를 전하면서 했던 말이다.

손웅정 씨는 당시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을 불신하고 있어 경기에서 자꾸 아들을 교체하고 있었다며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하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방송 중 여러 감동적인 말 중에서 유독 나에게 와닿았던 부분은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이라는 표현이다. 감독이 손흥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필사적으로 이적을 추진했던 것이고, 결국 그의 선택과 노력은 “세계급 손흥민”으로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대한민국 경찰은 고통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고,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것인가라며 온통 비난의 화살을 쏟아댄다. 제대로 일 처리 못 하는 경찰이 답답하고 미울 수 있다. 분명히 잘못 처신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억울함도 있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다. 그저 묵언의 상태에서 늘 두들겨 맞고, 맞는 것에 이골이 나서 각자의 동굴로 들어가 버린다. 동굴 속에서 웅크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버거워 이제 조직을 생각할 힘도 없다. 

경찰도 다시 일어날 재기의 힘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는 도려내야 할 곪아 터진 종기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며 메스를 가해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다.

온몸과 마음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전신 화상을 입은 상태다. 화상입은 살갗에 소금을 뿌려대면 견뎌낼 도리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처가 빨리 아물어 새 살을 돋게 하기 위한 환부 치료와 회복해서 전보다 더한 에너지를 발휘할 거라고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의 힘이다. 

잠시 비난을 멈추고 “경찰대개혁”이라는 변신의 노력을 시도하는 경찰의 의지를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경찰의 노력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경찰이 새 역사를 쓰고 새 발걸음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한눈 지그시 감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경찰이 좌초하길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 밑에서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새 길을 찾아 떠나듯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경찰이 경찰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경찰 역시 간절하다.

함명선 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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