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선구호단체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세계기부지수’ 1위는 68% 지수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가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기부지수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놀랍다. 2021년 조사에서는 인도네시아 성인 10명 중 8명이 돈을 기부했고 6명 이상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결과가 있다.
인도네시아가 1위에 올라서기 전 기부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미얀마였다. 미얀마도 여러해 동안 연속 1위를 지켰으나 2017년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내주었다. 미얀마 역시 저소득 국가인데다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국가다. 이들의 ‘기부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소득도 낮고 가난한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의 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로는 종교적 배경이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기부지수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기부 문화도 이슬람의 의무인 ‘빈민구제(자카트)’가 바탕이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고 봉사하며 기부가 일상인 국민성을 종교적 배경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쉽다.
세계기부지수는 CAF가 2010년부터 해마다 발표해온 지수다. 매년 120여 개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기부, 봉사, 사람돕기 등을 조사하고 종합적으로 수치화해 나라별 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올해 119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88위. 기부지수는 35%에 그쳐 두말할 것 없이 ‘기부 후진국’이 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기부지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1년에는 57위였으나 10년 사이 31개 국가를 앞세웠다. 2021년 코로나의 위기에서는 지수가 반등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110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큰 폭으로 오른 지수다. CAF가 기부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후 10년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기부지수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훌쩍 뛰어올랐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들이 이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눔과 기부를 실천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자선 활동이 늘었다는 증거일터. 어려운 환경에서 나눔의 실천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CAF가 미얀마가 기부지수 연속 1위를 이어갈 때 덧붙인 말이 있다. “저소득 국가인 미얀마가 1위를 한 것은 부와 관용의 관계에 관한 그동안의 추정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가난한 ‘기부 선진국’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의 나눔 문화가 전하는 울림이 크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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