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 콘텐츠 소비 트렌드 연구 보고서’ 발행 전북 등 중소도시 관람객 26.3% 비용부담으로 OTT 선택 조지훈 프로그래머 “획일적 바우처 지원 아닌, 극장서 특별한 경험 필요”
전주 효자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유림(42)씨는 최근 가족들과 영화관을 찾으려다 발길을 돌렸다. 4인 가족 관람료와 간식비를 합치면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엔 극장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며 “차라리 저렴한 OTT로 집에서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행한 ‘영화 콘텐츠 소비 트렌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관객들이 체감하는 적정 관람료(8,000원~12,000원 미만)와 실제 티켓 가격(14,000원~15,000원) 사이의 괴리가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북 등 중소도시 관객의 가격 저항감이 더 컸다. 지역 관객 26.3%는 극장 대신 OTT를 택한 이유로 ‘저렴한 비용’을 꼽아 전국 평균(22%)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실제 주된 관람 수단으로 극장을 이용하는 비중도 7.4%에 불과해 서울(8.8%) 등 대도시보다 낮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격’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전북의 1인당 연간 관람 횟수는 1.77회로 결코 낮지 않으며 인프라도 충분하다”며 “본질적인 이유는 가격 부담을 상쇄할 만큼 ‘극장에서 볼만한 동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젊은 층의 필수 데이트 장소였던 극장의 기능이 약해진 상황에서 관객을 끌어들일 콘텐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위축된 지역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청년시네마패스’나 독립‧예술영화 무제한 관람권인 ‘인디패스’ 모델 도입 등 지역 맞춤형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인디패스 모델 도입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전주독립영화전용관은 단 한 곳뿐”이라며 “오는 6월 시행 예정인 멀티플렉스의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 정책과 연계해 물리적 상영 기회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고서에서 제시한 맞춤형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가격 할인을 넘어 극장을 특별한 경험의 공간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감독이나 배우를 만나는 관객과의 대화(GV)와 같은 부대행사에 제약이 크다. 때문에 바우처 지급을 넘어 지역 청년 기획자들이 영화문화를 조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전북 영화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프로그래머는 “획일적인 예산 투입보다는 지역의 인적자원을 활용한 기획력을 키우고, 관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진위의 제안처럼 지역 관객의 요구를 관통하는 정책적 시도가 지역 영화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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