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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한민국의 생명선 ‘바닷길’이 위태롭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전 합참의장

중동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금세기 최대의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붕괴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며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이란이 궁지에 몰리면 종종 써먹는 방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로가 좁아(양방향 각 3㎞) 봉쇄가 수월하다. 기뢰를 부설하고 연안에서 미사일과 드론, 소형 고속정으로 공격하면 세계 최강인 미국도 대책이 막연하다. 이란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므로 국제법으로 강제할 명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해협을 여는 게 전쟁의 목표가 돼버렸다. 이는 2024년 3월 후티 반군의 상선 미사일 공격과 함께 상선 보호 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기존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상선을 공격하는 미사일 요격은 최첨단 군함만 가능하다. 미국은 근본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후티 반군 발사 기지를 타격했으나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혼자로는 힘에 겨워 다국적 연합해군(Combined Maritime Forces, 40여 개국)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광활한 해역에 비해 군함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2009년부터 청해부대 1척이 대 해적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관련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우리 역시 청해부대의 임무 해역 변경, 소해함 추가 파병 등 방안을 고심 중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날로 험난해지는 바닷길에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무역 국가인 한국에게 해로는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할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유사시 도움을 받으려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년 청해부대의 국회 연장 심의를 받을 때마다 애를 먹는다.

한국은 수출입 관련 10여 개의 국제 항로를 이용하며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운하, 말라카해협, 대만해협 등 초크 포인트가 있다. 반드시 통과해야 하나 길이 막혀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손실이 막대하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모방한 여타 초크 포인트에서의 위협이 우려된다. 2024년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DP 대비 90.9%이며 물동량의 99.7%가 바닷길을 통한다. 통계에 의하면 해로가 막히는 경우 하루 6천520억원, 한달이면 19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석유의 경우 비축량(약 1억9천만배럴) 대비 하루 소비량(280만배럴)을 고려 시, 산술적으로 68일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유사시 유류 소비량은 대폭 증가할 것이고 기타 식량과 생필품 등을 고려 시 훨씬 짧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다. 동맹에게도 안보 무임승차를 불허해 해양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에게 치명적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미국의 조선, 해운산업이 쇠퇴하며 미국 주도의 국제 해양 질서가 무너진 결과다. 반면 중국은 파격적인 해양 팽창정책을 펼치며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미국 대비 230배의 조선 능력으로 군함과 상선을 찍어내며 2024년 군함(미 295척 vs 중 380척)과 상선(미 82척 vs 중 7천 척) 숫자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조선소가 도와야 한다” 말했겠나?

이런 상황에 한국은 유사시 전쟁물자를 수송할 선단과 보호 대책이 없다. 작전계획에 의하면 미국 증원 전력과 군수 물자를 미국이 수송하게 되어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를 대체할 우리의 동원 선박은 양육 항만에 도착한 물자를 연안에서 수송할뿐이다. 수출입 물동량의 40%가 통과하는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최악이다. 많은 전문가가 대만사태와 한반도 분쟁은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북·중·러 위협에 동시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면 자칫 한반도가 봉쇄될 수도 있다. 하루빨리 동원 선박 제도를 개선하고 전략 상선대를 구성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운은 경제를 넘어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산업이다. 범국가적,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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