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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익숙한 고전의 해체와 재구성… 국립민속국악원 창극 ’춘향’

국립민속국악원, 2026년 대표창극 감정선은 깊어졌지만 서사 균형엔 과제
전통의 현재화 향한 실험 ‘주목’, 일부 ‘춘향전다운 맛’의 축소 ‘아쉬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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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열린 2026 대표창극 ‘춘향’의 출연진들이 커튼콜을 진행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국립민속국악원이 선보인 2026년 대표창극 ‘춘향’은 모두가 익히 아는 고전의 서사를 과감히 덜어내고, 춘향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감정선에 집중한 실험적 무대로 관객과 만났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열린 이번 작품은 ‘서(序)·이별·그리움·신연맞이·수난·재회·어사출도·다시 사랑가’의 구조 아래 방자·향단 등 주변 인물의 비중을 줄이고, 춘향의 정서적 흐름을 중심축으로 재편했다.

약 80분 분량으로 압축된 공연은 익숙한 ‘춘향전’의 서사적 완결성보다 빠른 호흡과 현대적 감각의 무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김세종제와 만정제 사설을 혼용하고 일부 현대적 어법을 가미한 구성은 전통의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관객 호흡에 맞추려는 시도로 읽혔다.

한 국악계 전문가는 “익숙한 춘향 서사를 시대 흐름에 맞게 압축했고, 무대와 의상 역시 현대적 감수성을 더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연출 방향이 분명했고 전반적으로 몰입감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춘향 역을 맡은 서진희 소리꾼에 대해서는 “긴 서사를 중심에서 이끌어야 하는 부담 속에서도 안정적인 소리와 표현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설명보다 음악과 장면 중심의 흐름을 택했다. 대본은 전통 춘향가의 해학성과 발랄함을 덜어내고 보다 정제된 정서와 비극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연출 역시 군더더기 없는 장면 전환과 상징적 무대장치를 통해 한 편의 음악극이자 시각적 이미지극에 가까운 인상을 구축했다. 대나무, 달빛, 그림자 등 시각적 장치와 새롭게 정비된 의상은 비교적 단출한 무대 조건 속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다만 이러한 재구성이 모든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춘향 개인에게 지나치게 비중이 쏠리면서 이몽룡, 월매, 변학도 등 주요 인물의 입체감이 약해졌다”며 “음악극이라면 인물 간 서사와 감정이 유기적으로 교차해야 하는데, 일부 장면에서는 판소리 원전과 새 창작 요소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랑가의 축소와 후반부의 빠른 전개에 대해서는 “춘향전 특유의 서사적 축적과 관계의 결이 줄어들면서 감정의 설득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초반 설명이 과감히 생략된 만큼 원전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장면 이해가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 이번 공연은 ‘춘향의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대신, 고전이 지닌 군상성과 다층적 관계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 이는 작품의 방향성을 보다 선명하게 만드는 장점이자, 동시에 일부 관객에게는 ‘춘향전다운 맛’의 축소로 받아들여질 여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이번 ‘춘향’은 국립민속국악원이 고전을 단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 창극이 익숙한 서사를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다시 번역할 수 있는지 보여준 하나의 시도이자, 오는 7월 일본 오사카 공연으로 이어질 해외 무대를 앞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익숙한 고전의 외피를 벗기고 한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한 이번 무대는 분명 호불호를 남겼다. 그러나 전통의 현재화라는 과제를 향한 고민과 실험이라는 점에서, 이번 ‘춘향’은 그 자체로 충분히 주목할 만한 무대였다. 고전의 본질과 현대적 해석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갈지는 앞으로 이 작품이 더 다듬어가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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