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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승리보다 값진 양보

6대 후반기 도의회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4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의장 1명,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5명 등 지도부 8명을 선출하고 7일 후반기 개원식을 가졌다.

 

이번 선거는 흔히 ‘교황식 선출방식’이라는 무기명 투표로 실시되었다. 의원 37명(1명은 구속중)이 모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져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으로 치러졌다.

 

그동안 의장 후보에 5명, 부의장 후보에 6명, 상임위원장 후보에 12명이 나서 60%가 넘는 의원들이 감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접촉을 벌였다.

 

여수시 의회처럼 금품제공이 불거져 나오지 않아 대외적으로 망신을 떨지는 않았지만 꽤 과열된 선거였다. 막바지에 음해성 괴문서가 의원들 집에 배달되었고 담합이나 일부 금품의혹도 제기되었다.

 

선거가 끝나자 마자 극심한 불신과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하는 의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비교적 순탄하게 끝났고 당선자에게는 박수갈채가, 낙선자에게는 위로의 잔이 건네졌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진정한 승리자는 따로 있었다. 승리와 환호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진정한 의미의 승리자. 오늘날 도의회가 이만큼이라도 평온을 유지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숨은 주역.

 

그러한 인물은 다름아닌 3선의 K모세원 의원과 상임위원장을 지낸 J모의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들 2명의 의원은 이번에 양보의 미덕을 보임으로써 도의회가 아수라장으로 빠지지 않도록 소금의 역할을 해냈다.

 

양보는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귀다툼 양상을 보이는 정치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죽했으면 중국 신해혁명 당시 학자 이종오(李宗吾)가 정치인의 조건으로 후흑학(厚黑學)을 거론했을까. 얼굴이 두껍고 뱃속이 시커머야 정치를 할수 있다는 혹독한 얘기 말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고 자신이 속한 상임위의 의원들이 지도부를 맡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쉬웠을리 없다.

 

K모의원은 5대 후반기와 6대 전반기에서 의장에 도전했다 아슬아슬하게 떨어졌지만 이번에도 유력한 의장 후보자중 하나로 꼽혀온 인물이었다. 40년의 세월을 정통 야당에 몸담으며 독재타도에 온 몸을 던져온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가난 밖에 남은게 없는 형편이다. 그런 그가, 과열과 혼탁 양상을 보이자 이덕치정 기지여송(以德治政 其志如松) 즉, ‘덕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그 뜻은 소나무와 같이 푸르러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깨끗하게 입지를 접었다.

 

가장 고참인 그가 욕심을 버린 덕분에 그가 속한 행정자치위는 단합을 과시해 부의장 1명, 상임위원장 3명 등 의회지도부의 50%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J모의원은 초선의 선두주자로서 충분히 부의장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역량과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 일찌감치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사람이 나와 과열을 빚고 있는데 한번 한 사람이 또 하려고 해서 되겠느냐”며 다른 사람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정의원의 리더쉽과 ‘마음을 비웠기’때문에 교복위는 후반기에도 단 한 사람의 이동도 없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양보는 승리보다 더욱 빛나지 않은가.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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