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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사건 기자의 고백과 변명

 

 

“매일 같이 쏟아지는 사건사고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고 그 이면이나 배경까지 챙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특히나 교통사고의 경우는 경찰의 보고서에 의존해 기사를 작성하기 마련입니다.”

 

교통사고 발생 당시 1단크기의 신문기사를 문제삼고 사고발생 6개월만에 신문사에 찾아온 50대 남자.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중순께 신문사에 들른 그는 지난 1월초 도로상에서 유조차에 치여 2명이 숨진 교통사고 기사에 대해 반박을 늘어놓았다.

 

‘술취해 노상에 누워있던 두 사람’이 아니라 ‘한사람은 취한 상태로, 한사람은 그 남자를 구하기 위해’라는 게 그가 제기한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고와 기사를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기자가 해줄 수있는 변명은 그게 고작이었다.

 

사실 배포된 경찰의 보고서가 그랬고, 증인도 없는 상태였던만큼 확인된 사실(fact)중심의 기사화는 ‘정정보도’대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자로서의 ‘한계’를 들어 그를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한 그는 ‘의사상자 지정’을 위해 직접 사고 목격자와 신문사, 관공서, 경찰서 등을 돌며 관련 서류를 챙기고 있었다. 두툼한 서류뭉치를 꺼내 보이던 그는 단순사고로 보도된 기사의 진실을 설명해 갔다.

 

다수의 현장 목격자의 진술이 담겨 있었고, 사고 피해자 두명의 사고당시 정황도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목격자들의 진술과 함께 보다 ‘공식적인’ 자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를 설명하면서도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뒤로 하고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씁쓸하기조차 했다.

 

20여일 넘어 궁금한 생각에 그에 연락을 취했을 때, 그에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6개월째 경찰의 사고보고서는 무관심 속에서 답변이 없었고 대신 1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사고보고서를 보고 ‘왜 두사람이 거기에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과 취재 한계를 운운하는 변명. 스스로에게 고백과 변명을 들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지를 뛰어들었던 한 성직자의 숭고한 정신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묻혀질 수는 없다”며 서명운동을 위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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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각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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