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여놓고 의인으로 만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공범으로 몰았던 억울함 때문에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백철민씨가 강도사건 현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녘 정신없이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유족들은 연신 허공을 두리번거리며 망연자실했다.
그들은 ‘경찰이 백씨를 의인에 선정되도록 노력하고, 국가적 보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에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새벽 백씨의 집에 찾아와 공범 운운했던 경찰 관계자나 사건발생 직후 파출소를 찾았을 때 ‘나가 있으라’며 수모를 겪었던 가족들에게 이제와서 ‘의인 추천’과 ‘국가 보상’을 들고 나온 경찰의 ‘발빠른 수습책’은 또다른 충격을 주었다.
경찰은 사고경위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의사상자 예우법’에 따른 보상과 함께 지방청 차원에서의 별도의 보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이후 한동안 공범의 가족으로 몰리면서 당해야 했던 유족들과 현장에서 친구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에게 경찰의 이같은 대응은 분노로 달궈지기에 충분했다.
특히 현장에 있었던 친구들은 총격을 받은 백씨에 대한 응급처치의 미흡과 경찰이 총기를 사용한 당시 정황 등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죽이고 의인 만들겠다’는 경찰의 입장에 유족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상규명보다는 ‘유족 달래기’에 매달리는 듯한 경찰의 자세에서 유족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것. 이들 유족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보상과 예우’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죄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를 잡으려는 의로운 시민을 강도로 오인한 판단력과 사태를 가능한 빨리 매듭지으려는 순발력 사이에 ‘경찰, 과연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지’궁금해질 뿐이다.
/이성각(본사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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