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일수록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보장하고 있다는 점은 새삼스럽지 않다. 굳이 선진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중국을 얘기할 때 중국경제 급성장의 배경에는 여성에게 경제활동참여 기회를 남성과 동등하게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빼놓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보육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맞벌이부부들은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물어야하는 물질적·정신적부담이 고통스럽기만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도내 초등학교들이 일제히 겨울방학에 돌입하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들도 ‘보육전쟁’에 돌입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급속한 핵가족화 사회에서 이들은 자녀들을 맡길 곳을 찾아 전전긍긍하거나 적지않은 사교육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상당수의 맞벌이부부들은 자녀를 친정부모나 시부모 등 친지에게 맡기고 이 과정에서 한시적인 ‘이산가족’을 감수해야하고 있다. 그나마 친지에게 맡기는 맞벌이부부들은 사정이 나은 편. 일부 부모들은 적지않은 돈을 들여 보모에게 자녀에게 부탁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학원순례를 종용하며 방학만 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학원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다. 이도저도 어려운 부부들은 어쩔 수 없이 집열쇠를 아이들에게 맡기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맞벌이부부들의 보육전쟁은 이미 소수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넓어질수록 필연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나 관계당국이 나서 공공시설을 개방하는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여성인력 극대화로 국가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당초의 발상은 한낱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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